김민홍의 나쁜생각676 - 어떻게 그렇게 생각할 수 있지?
어떻게 그렇게 생각할 수 있지? 어떻게 그렇게 살 수 있는 거야? 티브이 프로 <세상에 이런 일이>도 아닌데 선뜻선뜻 놀라게 하고 분노가 치밀게 하고 응징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처럼 솟구치게 하는군. 어떻게 그렇게 생각할 수 있지? 생각은 자유라고? 실천하니까 문제지! 나는 요즘 某씨가 떠벌리는 '자유'란 말과 '법과 공정'이란 말이 자꾸 후안무치하게 읽히니 보편에 기대어 살기도 어려운 시대를 내가 폭삭폭삭 늙어가고 있구나!
달 내음 / 허수경
밤하늘 언덕에 풀을 몰고 다니던 염소들
휘파람을 불며 연애편지를 쓰던 동네 오라버니들
평상을 펴고 누워 부채를 부치던 노친네들
멀리멀리까지 끓어 넘치던 호박 넣은 수제비 국물이
놓인 화덕
매일매일 우물로 걸레를 빨러 나오던 노망난 할망구
소를 우리는 냄새가 진득하던 마을 입구에 복숭아나
무가 자라고
장티푸스를 앓던 아이는 그 앞에 등을 내밀고 엎드려
있었다
멀리멀리 기차가 지나가는 소리
철도로 난 풀을 밟고 기차가 사라질 때 그 독하던
풀 냄새
장티푸스를 앓던 귀로 코로 몰려오던 자지러지던
것들
귓병을 앓으며 매일매일 항생제를 귀에 넣고 다니던
술집 여자
뚱뚱한 중국 남자가 끓이던 우울한 우동
웃는 얼굴로 되를 속이던 짠된장 상투를 튼 싸전 영감
벼멸구를 잡아 불태우던 연기를 향해 침을 퉤퉤 뱉
던 동사무소에 댕기던 안경잡이
집문서를 팔아 여당 지방사무소 소장을 하던 위인
농업실험실 과수원에서 자두에 접붙인 수박을 만든
다던 폐병쟁이
막된장에 무친 날내 나는 나물
잘게 선 풋고추를 넣고 조린 피라미
호박잎에 싼 은어 회
날게 생긴 오이에 약 든 쇠고기를 잘게 썰어 익힌
오이찜 싼 멸치젓을 넣어 만든 쓴물 나던 고들빼기
너덜너덜한 처녑을 끓여 참기름장에 곁들이던 겨울
날 할아버지의 술상
자진자진 햇살에 말라가던 고구마 발, 꿈으로 생으
로 들어오는
그러다 달이 휘영청 떴지요
아직 복숭아나무 아래 배를 깔고 아이가 달을 바라
보았지요
이승으로 돌아왔지요
돌아올 까닭, 딱히 있는 건 아니었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