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부의 단상]
어제는 가을, 오늘은 겨울
2021년 10월 17일 일요일
음력 辛丑年 구월 열이튿날
64년만에 10월 중순의 가을 한파란다!
이른 아침 기온 영하 5도,
서리가 하얗게 내리고 첫얼음이 얼었다.
하루 사이에 기온이 영하로 뚝~ 곤두박질을 했다.
그러니까 어제는 가을이었는데 오늘은 겨울이다.
하긴 여느해에 비해 올해는 첫서리도, 첫얼음도
많이 늦기는 했다. 그만큼 따뜻했다는 증거이다.
아무래도 날씨의 변화가 심상찮은 느낌이 든다.
어찌되었거나 우리네 서민들은 추위보다 따뜻한
것이 좋은 것이기는 한데 이렇게 추위가 몰려들어
올겨울은 또 얼마나 춥고 눈은 얼마나 내릴 것인가
그것이 문제로구나!
그나마 다행인 것은 김장용 가을채소를 제외하고
모든 가을걷이가 끝났으며, 어제까지 밭설거지를
모두 마친 다음에 한파가 몰려들어 별다른 걱정은
없다. 기가 막히게, 절묘하게 시기를 잘 맞춰 일을
마무리 했으니까 말이다. 해마다 이맘때 몰려드는
한파에 끝물고추를 따느라 진땀을 빼기도 했었고
밭설거지는 엄두도 못내고 거의 11월 초순경에
마무리를 하곤 했었다. 올해는 서두르지는 않았고
시나브로 미리 해치웠다. 차일피일 미루게 되면
나중에는 땅이 얼어 어렵게 되고 또 얼었다 녹으면
질퍽거려서 더 힘들게 된다. 전문적인 농부님들은
하루면 끝낼 일인데 우리는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시나브로, 쉬엄쉬엄 하다보니 시간이 많이 걸렸다.
그래도 추위가 닥치기 전에 해치웠으니 다행이다.
우선 밭고랑에 깔았던 부직포를 걷었다. ㄷ자 핀은
왜 그렇게 많이 박아놓았는지? ㄷ자 핀을 뽑아내고
부직포를 돌돌 말아 걷었더니 이또한 꽤나 많았고
시간이 많이 걸렸다. 묶어놓은 고추끈을 걷어내고,
세워두었던 지지대를 뽑아내고, 아직도 물기가 덜
빠지고 싱싱하여 고추가 달린 고추대를 뽑아냈다.
그리고 멀칭비닐을 벗겨 따로 봉지에 담아놓았다.
멀칭비닐은 마을 공동 집하장에 갖다놓으면 된다.
이렇게 가을걷이가 끝나고 밭설거지를 하는 것이
더 어렵고 힘든 것 같다. 봄날 모종을 심고, 지지대
세우고, 부직포 깔고, 자라는 시기에 따라 고추끈을
묶는 일련의 과정은 시차를 두고 일을 하기 때문에
오히려 훨씬 쉽다. 밭설거지는 모든 과정을 거꾸로
한꺼번에 해야하기 때문에 힘이 드는 것이다.
가을 채소가 있는 자리가 조금 남아있기는 하지만
한파가 닥치기 전에 밭설거지를 대충 마무리하여
마음이 홀가분하여 좋다. 어떤 일이든지 시작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마무리를 깔끔하게 하는 것이 더
중요한 것이라 여긴다. 아마 그래서 생긴 말이 바로
유종의 미(有終之美)란 말이겠지 싶다. 그나저나
봄부터 지금껏 시도때도 없이 나가 놀았던 촌부의
놀이터가 훵하게 비워졌으니 이제는 무슨 재미로
지내며 시간을 보내야 할까 모르겠네? 촌부가 가장
싫어하는 바로 그 계절, 기나긴 그 겨울이 다가오고
있으니 큰일 중에 가장 큰일이로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