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탐험사 100장면 37- 외로운 독수리, 단숨에 날다 뉴욕에서 파리까지 무착륙 비행한 찰스 린드버그(1927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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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jy9713
2024.03.18. 19:08조회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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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탐험사 100장면
외로운 독수리, 단숨에 날다
뉴욕에서 파리까지 무착륙 비행한 찰스 린드버그(1927년)
요약 뉴욕과 파리 사이를 단숨에 날 수 있는 사람에게 상금이 걸렸다. 조종사 찰스 린드버그 2세가 비행기에 최대치로 연료를 실은 채 도전했다. 밤새 졸음과 맞서 싸우며 마치 외로운 독수리처럼 어둠속을 날고 또 날았다. 그는 33시간 30분 만에 5,810km를 날아 대서양 양쪽 대륙 사람들의 영웅이 되었다.
찰스 린드버그
1919년 올콕과 브라운이 대서양을 건넌 것은, 비행기가 장거리 여행의 수단이 될 수 있음을 결정적으로 증명했다. 이제 사람들은 배를 타고 몇 주일씩 걸려 가던 길을 하늘로 날아가는 꿈을 꾸게 되었다.
'뉴욕과 파리 사이를 단숨에 날 수 있다면···'
뉴욕의 호텔 경영자 레이먼드 오티그가 이 일에 2만 5천 달러를 내걸었다. 최고의 명예와 최고의 상금. 용기 있는 사람들은 이 모험에 기꺼이 목숨을 걸었다. 그러나 올콕과 브라운이 대서양을 건너자마자 내걸린 이 상금에는 8년이 다 되도록 임자가 나타나지 않았다. 올콕과 브라운은 아메리카와 유럽 사이를 가장 가까운 코스(뉴펀들랜드~아일랜드, 3,403km)로 날았는데, 뉴욕과 파리 사이는 그보다 훨씬 멀었기 때문이다(약 5,200km).
어느날 찰스 린드버그 2세라는 후리후리한 젊은이가 이 모험에 끼여들었다. 스물다섯 살 먹은 그는 비행기로 세인트루이스와 시카고 사이를 오가며 우편물을 나르는 조종사였다. 1902년 미국 미네소타 주에서 태어난 그는 육군비행학교 출신으로 곡예 비행을 하리만큼 뛰어난 조종사였다. 장거리 비행에 알맞는 비행기를 새로 제작할 돈은 세인트루이스의 한 사업가 단체가 마련해 주었다.
린드버그는 라이언 항공사에서 설계사와 침식을 함께하며 비행기를 만들었다. 기종은 리안 M2를 개량한 리안 NYP로서 날개 길이 14m, 동체 길이 8.4m인 단엽기(單葉機)였다.
린드버그는, 이 비행의 성공 여부가 연료를 얼마나 싣느냐에 달려 있다고 생각했다. 리안 기종의 표준형은 5인승인데, 그는 조종석을 아주 작게 하나만 만들어 뒷쪽으로 물렸다. 조종석 앞에까지 연료통을 놓기 위해서였다. 그 때문에 앞이 보이지 않자 잠망경을 달아 뜨고 내릴 때 앞이 보이게 했다.
얼마나 연료에 마음을 썼는지 린드버그는 방향을 잡을 육분의(六分儀)와 라디오 수신기, 심지어는 구조신호용 조명탄과 낙하산도 싣지 않았다. 약간의 음식과 나침반 · 선회계(旋回計)를 실었을 분이다. 이렇게 해서 만든 연료 탱크 5개에 기름을 1,703리터나 실을 수 있었다.
항속거리는 파리까지 가고도 1,400km나 더 날 수 있는 6,600km였다. 237마력 엔진에 최대 속도는 시속 200km. 비행기 이름은 그를 후원해준 세인트루이스 시민들을 기려 '세인트루이스의 정신'이라고 지었다.
1927년 5월 10일. 린드버그는 비행기를 몰고 뉴욕 롱아일랜드에 있는 커티스 비행장으로 갔다. 그런데 날씨가 아주 나빴다. 5월 19일 밤이 되어서야 라디오에서 대서양의 날씨가 개고 있다는 뉴스가 나왔다.
1927년 5월 20일 아침이 밝았다. 썩 좋은 날씨는 아니었다. 7시 52분 린드버그는 활주로를 박차고 날아올랐다. 그가 잡은 항로는, 뉴잉글랜드를 거쳐 뉴펀들랜드까지 북쪽으로 올라간 다음 동쪽으로 곧장 날아가는 것이었다. 비행기 성능은 기대한 만큼 훌륭했다.
11시 15분 : 한잠도 못잔 채 이륙했기 때문에 졸음이 밀려왔다. 배도 고프지 않아 물만 거듭 마셨다.
19시 15분 : 뉴펀들랜드를 스쳐 지났다. 날이 완전히 어두워졌다. 동쪽을 향해 날아갈수록 비행기 날개에 얼음이 두텁게 덮였다. 린드버그는 겁이 났다. 되돌아가는 문제를 심각하게 생각했다. 그러나 동으로 가나 서로 가나 상황은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는 기수를 남으로 돌렸다.
20시 20분 : 플래시를 비춰 보니 얼음이 점점 녹고 있었다. 눈이 자꾸 감겼다. 단조로움이 계속되자 잠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린드버그는 밤새도록 졸음과 맞싸웠다. 칠흑 같은 밤하늘을 어디가 어디인지도 모르는 채, 마치 '외로운 독수리'가 거대한 연못 속으로 빨려들 듯 그는 어둠 속을 날고 또 날았다. 가물가물하는 의식 속에서도 이대로 영영 사라지고 마는 것이 아닌가 하는 두려움이 그를 괴롭혔다.
이윽고 날이 밝았다. 그래도 린드버그의 외로움이 가시지 않았다. 옴쭉달싹 못하고 비좁은 공간에 갇혀 이틀째 밤을 새운 그는 지칠 대로 지쳤다. 조종간을 잡은 손에서는 조금씩 힘이 빠져 나갔다.
아침 햇살이 눈부시게 비치자 안개가 걷혔다. 해안선! 북쪽으로 뻗은 해안선이 보였다. 벼랑이 있고, 작은 섬들이 점점이 떠 있었다. '진로에서 벗어난 것이 틀림없다. 저게 그린란드일까, 아이슬란드일까. 아니면 사라진 아틀란티스 대륙일까. 그래, 신기루일 수도 있지. 안개가 만든 신기루가 나를 맞이하고 있군.···눈이 감긴다···잠이 온다···아아···'
린드버그는 머리를 흔들다가 갈매기 2마리를 보았다. 갈매기! 그렇다면 저것은 육지가 틀림없다.
10시쯤 되어 고깃배를 만났다. 조금 더 가니 밭이랑과 기찻길이 뚜렷이 다가왔다. 손을 흔드는 사람도 보였다. 아일랜드였다. 젊은 조종사의 가슴은 터질듯 부풀어올랐다. 온몸에 힘이 솟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