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디경향」은 부도 직전의 위기를 이겨낸 사람, 잘못된 투자로 돈을 잃었다가 이를 극복하고 다시 성공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위기관리 노하우를 알아보는 코너를 마련했습니다. '위기를 극복한 부자들'시리즈 이달의 주인공은 지하 전셋집을 경매로 잃고 경매 전문가로 성공한 명지투자정보연구소 배중렬 대표입니다. (편집자 주)
강제집행 못하는 경매브로커?!
최근에는 워낙 경매가 대중화됐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강제집행'이라는 단어를 알 것이다. 강제집행이란, 경매로 낙찰 받은 집의 세입자가 일정시간 안에 퇴거하지 않을 때, 집행 기관을 통해 강제로 세입자를 이사시키는 것을 말한다.
경매를 전문적으로 하는 사람이라면 강제집행을 안 해본 사람이 거의 없다. 하지만 이런 강제집행을 하지 않고도 경매의 달인으로 불리는 사람이 있다. 바로 11년 동안, 경매 전문가로 활동해온 명지투자정보연구소의 배중렬(46) 대표다.
사실 그가 경매 절차에 꼭 필요한 '강제집행'을 하지 않게 된 데에는 특별한 사연이 있다. 바로 11년 전, 자신이 살고 있던 지하 전셋집을 경매로 잃었기 때문이다.
"제가 살던 집이 갑자기 경매로 넘어가니까 뒤통수를 망치로 얻어맞은 것 같더라고요. 등기부등본만 볼 줄 알았어도 예방할 수 있었을 텐데, 전세값이 싸서 앞뒤 가리지 않고 급하게 들어간 거죠. 당시 제 나이가 서른다섯 살이었는데 얼마나 자신이 한심하던지…. 그래서 경매에 관심을 갖게 됐죠."
한 사람의 인생을 순식간에 바꾸어놓은 경매. 그는 실전경매를 배우기 위해 월 40만원의 급여를 받고, '명지경매' 컨설팅 회사에 입사했다. 처음에는 사무실 청소, 잔심부름 등 온갖 허드렛일만 했다. 아무도 그에게 경매의 노하우를 알려주는 사람이 없었다. 그러나 몸을 아끼지 않고 열심히 일하는 그의 모습에 사람들이 차차 마음을 열기 시작했고, 그에게 경매 낙찰 노하우를 가르쳐주기 시작했다.
그 뒤 11년 동안 배 대표는 수많은 입찰을 했다. 물론 실패한 사례도 있었으나 대부분 성공했다. 그리고 지금은 그에게 경매를 가르쳐줬던 선배들의 추대로 명지투자정보연구소의 대표가 됐다. 배 대표는 경매경력 11년 동안 업계에서 '강제집행 못하는 브로커'로 불렸다. 그리고 앞으로도 이 원칙에는 변함이 없다.
"저는 성격상 상대방이 가슴 아파 하는 걸 못봐요. 퇴거 관련해서 그 집을 방문할 때면 일단 음료수를 사들고 찾아가서 무릎을 꿇고 인사를 합니다. 처음에는 경매 때문에 온 사람이라고 하면, 다들 차갑게 이야기를 하세요. 그런데 천천히 상황 설명을 하면 사람 사이에서 일어나는 일들인지라 해결점이 보이더라고요."
강제집행을 하면 쉽게 일이 끝날 수 있지만, 서로 마음에 상처를 받게 된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그렇게 마음이 상해서 얻을 수 있는 수익이 그리 많지 않다는 점이다. 오히려 인간적으로 풀어나가는 것이, 길게 보면 더 많은 수익을 가져다주기도 한다.
아가씨가 자살한 집을 낙찰받다
경매 11년 동안 배 대표가 직접 낙찰 받은 경매건은 140여 건 정도다. 그중에는 눈물이 날 만큼 힘든 건도 있었고, 어려울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의외로 쉽게 풀린 건도 있었다. 그를 몇 번이나 마음약하게 만드는 딱한 사연을 가진 세입자들도 많았고, 신문에서나 볼 법한 충격적인 사연이 있는 물건도 있었다.
특히 기억에 남는 경매 물건은 '아가씨가 자살한 집'이다. 그가 처음 그 집을 방문했을 때 아무리 초인종을 눌러도 사람이 나오지 않았다. 아무리 지켜봐도 집 안에는 불이 켜지지 않았다. 결국 배 대표는 "열쇠를 잃어버렸다"고 거짓말을 하고 열쇠 수리공을 불러 집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몇 발자국을 뗀 후 예사롭지 않은 느낌을 받았다.
"집 안에 모든 짐이 다 있었기 때문에 사람이 살지 않는 집은 아니란 걸 알았죠. 그런데 이상한 냄새가 나더라고요. 순간 머리부터 발끝까지 소름이 쫙 끼치면서 살이 떨렸어요. '아, 뭔가 있구나'라는 느낌이 직감적으로 들었죠. 큰방문을 열어봤더니, 아가씨가 누워 있는데 미동이 없더라고요. 바로 경찰에 신고했죠."
가족을 찾아서 연락을 해본 결과, 남자친구의 배신으로 자살했다는 내막을 들을 수 있었다. 유족들은 시체가 집을 나가려면 굿을 해줘야 한다며, 굿 비용 5백만원을 요구했다. 흔히 세입자가 이사를 가게 되면, 이사비용을 주기는 한다. 하지만 이사비용의 몇 배에 이르는 굿 비용은 적지 않은 부담이었다.
"결국 무속인을 불러서 동네 시끄럽게 굿을 한판 벌였어요. 신기한 건 무당이 굿을 하다가 나한테 와서 '아저씨 고마워요. 내가 이 신세 꼭 갚을께요'라고 말을 하더라고요."
굿까지 치르고나자, 집을 처분해야 했다. 하지만 그 집은 소문이 나서 팔리지 않았다. 결국 배 대표가 직접 들어가서 살게 됐다. 하지만 배씨 역시 무언가 찜찜한 느낌을 떨쳐내지 못했고, 설상가상으로 꿈에 이미 예쁜 아가씨가 나타나서 '이 신세를 꼭 갚겠다'는 말을 하기도 했다. 결국 배 대표는 1년 만에 집을 나와서 찜질방에서 3개월 동안 기거했다. 그러던 어느날, 전혀 재개발 계획이 없던 그 집이 재개발 하게 됐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덕에 4천8백만원에 낙찰받은 집을 1억5천만원에 팔았다. 배 대표는 지금도 가끔 죽은 여자가 자신을 위해 굿 해준 것에 대해 보답한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을 가끔 하곤 한다.
경매는 부동산의 꽃 중의 꽃
배 대표는 경매를 통해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다고 한다. 그동안 이런저런 핑계로 할 수 없었던 부모님에 대한 효도 역시 경매를 통해서 할 수 있었다.
"어머니가 치매, 피부암, 요도암, 뇌졸중 등으로 고생을 많이 하셨죠. 그런데 제가 병원비를 전혀 드리지 못해서 가슴이 아팠어요. 거의 형님에게만 의지하고 있었거든요. 그런데 경매를 통해서 병원비는 물론, 치료비까지 전부 마련해 드릴 수 있었어요. 경매가 아니었다면 불가능한 일이죠."
배 대표는 경매를 '부동산의 꽃 중의 꽃'이라고 한다. 경매를 배우게 되면, 부동산은 자연스럽게 알 수 있기 때문이다. 경매는 상가, 토지, 임야, 아파트, 빌라 등 모든 것을 관할하고 있기 때문에 전국의 부동산 시세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다. "경매는 무조건 이기는 싸움이에요. 소액 투자로 인한 재테크 수단 중에서는 최고라고 생각해요."
경매를 할 때 주의할 점도 물론 있다. 첫 번째 발품을 팔아서 시세 파악을 잘해야 한다는 것, 두 번째는 미래 가치만 보지 말라는 것이다. 현장에서는 업자들로부터 개발호재가 될 만한 솔깃한 이야기를 많이 듣게 된다. 하지만 그런 정보는 어느 정도 과장되어 있다는 점을 간과하면 안된다. 발품을 판 현장 정보가 없는 막연한 핑크빛 꿈은 상처만 남기게 된다.
"경매로 실패한 사람들은 욕심을 부려서 그런 거예요. 그리고 현장 확인 작업을 등한시했기 때문에 막상 낙찰을 받고 난 뒤, 생각지도 못했던 일에 당황하는 경우도 생기죠. 경매에서 가장 중요한 건, 낙찰 받기 전에 어떤 물건인지 발품을 팔면서 확인해야 한다는 점이에요."
배 대표는 초보자들이 이와 같은 실수를 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서 「100배의 축복」이라는 책을 썼다. 그가 운영해오던 '야생화의 실전경매' 카페( http://cafe.daum.net/ActualAuction )에 연재해오던 이야기를 책으로 묶은 것. 처음 지하 전셋집을 경매 당했던 때부터, 11년 동안 경매를 통해 어떤 우여곡절을 겪고 성장해 왔는지를 한눈에 볼 수 있다.
"경매 책 1, 2권만 보면, 어렵고 힘들게 느껴질 수 있어요. 하지만 이미 경매는 대중화가 됐고, 경매 인구 중 상당수는 50대 아주머니들이에요. 유치권이나 법정지상권 등 어려운 이해관계가 얽힌 물건은 5% 미만이에요. 90% 이상의 물건은 아무런 문제가 없는 물건이죠. 힘들다고 주저앉지 말고,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졌으면 좋겠어요. 힘들게 느껴지던 과정이 지나고 한발 더 다가섰을 때는 또 다른 미래가 기다리고 있을 거예요."
상대방을 배려하고 섬기자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배 대표는 현재 중국의 한 교회를 지원하고 있다. 지인을 통해 우연히 중국에 일을 보러 갔다가, 어렵고 힘든 교회를 발견하고 돕기 시작한 것. 돈을 직접 전달하는 것보다 아이들에게 옷, 양말, 학용품 등을 지원해주고 있다. 처음에는 작은 정성으로 시작했는데, 시간이 흐르면서 점점 규모가 커졌다. 작년에는 1천여 명의 아이들에게 물품을 지원했는데, 올해는 주위 사람들의 도움으로 2천여 명에게 생필품을 지원할 수 있게 됐다.
배 대표의 꿈은 사회복지재단 설립을 설립하는 것이다. 하지만 관련 시설을 짓기에는 아직 모아둔 돈이 턱없이 부족하다. 하지만 이 꿈 역시 경매를 통해서 이룰 수 있을 거라고 믿는다. "경매라는 것을 몰랐다면, 50억~100억원이 들어갈 수도 있는 사회 복지 재단을 제가 어떻게 꿈꾸었겠어요. 하지만 경매를 통하면 가능할 것 같아요. 제가 움직일 수 있는 한 경매를 해서 앞으로 10년 뒤에는 제 목표를 이루고 싶어요."
8년 동안 지하 전세방에서 살 때, 배 대표의 소망은 오직 지긋지긋한 전세방을 탈출하는 것이었다. 배 대표에게 경매는 경제적인 어려움에서 탈출할 수 있게 해준 동아줄이었다. 또한 아픈 어머니의 병원비를 해결해 효도하게 해줬으며, 어려운 사람들을 돌볼 수 있을 만큼 여유 있는 사람으로 만들어주었다.
"경매는 결코 어렵거나 힘들지 않아요. 상대방을 '배려'하고 상대에 대한 '섬김'의 자세를 잊지 않는다면 누구나 100배의 축복을 받으며 꿈을 이룰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희망을 가지세요."
'경매고수' 배중렬 대표가 일러준 경매 초보자가 꼭 알아야 할 경매 10계명 1. 경매 절차를 잘 이해하고 변수에 대비하라 경매는 변수가 매우 많다. 낙찰을 받고도 중간에 취소, 변경, 연기될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 세입자의 항고, 인도명령 지연, 명도 소송, 강제집행 등으로 3개월~1년까지 지연될 수 있다.
2. 임장에 목숨을 걸어라 관심 있는 물건은 반드시 현장 답사를 해서 물건에 하자가 없는지 면밀히 확인해야 한다. 입찰을 하기로 했다면, 집행관이 작성한 현황조사서와 감정평가사가 작성한 감정평가서를 검토하고, 필요한 서류도 발급받아 확인한다. 입찰 물건 반경 2km 주위 지역까지 자세히 살핀다.
3. 감정평가사의 감정가를 재감정하라 초보자들은 감정평가사가 감정한 금액을 그대로 믿지만, 고수들은 감정평가사의 감정을 믿지 않는다. 직접 물건 소재지에 가서 현재가치와 미래가치를 조사한 다음, 현재 시세보다 무조건 싼 가격에 입찰한다.
4. 입찰장에서 사소한 실수에 주의하라 입찰서류를 준비하지 않거나, 기재를 잘못한 경우, 보증금이 부족한 경우, 대리인이 응찰할 때 입찰자의 인감증명서가 빠져 있는 경우에는 입찰 자격이 취소된다.
5. 보이지 않는 함정을 조심하라 등기부등본에 나와 있는 권리와 세입자의 전입 여부를 동사무소에서 확인하고, 미납된 관리비 등은 없는지 확인한다. 또한 서류를 통해 파악이 안 되는 법정지상권, 분묘지상권, 유치권 등이 없는지도 확인한다.
6. 무조건 장기투자다 부동산에서 상승시점을 잡기란 무척 힘들다. 때문에 개미투자자라면, 미리 들어가서 자리를 잡는 방법밖에 없다.
7. 부동산중개업소는 가장 늦게 찾아가라 초보자들이 경매에 실패하는 가장 큰 이유는 부동산중개업소에서 알려준 달콤한 이야기에 빠져, 현실은 직시하지 않은 채 턱없이 높은 금액으로 입찰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실은 그리 만만하지 않다는 것을 명심하라.
8. 지렛대 효과를 활용하라 경매는 60~80%까지 대출이 가능하다. 그러므로 목돈이 없어도 내집 마련을 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선순위 임차인, 유치권 신고, 지분경매 등의 이유로 잔금대출이 안나오는 물건도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9. 나 자신을 믿어라 수익성이 좋은 물건을 낙찰 받으려면, 귀가 얇아서는 안 된다. 정보를 습득해서 투자까지 철저히 객관적으로 분석한 뒤, 자신이 정한 가격에서 과감하고 소신 있게 입찰해야 한다.
10. 강제집행을 하지 마라 법의 힘을 행사하기에 앞서 따뜻한 마음으로 명도에 임하라, '명도'는 사람 사이의 관계에서 해결되는 것이다.
멋지십니다.~~~사람 냄새 나는 분이시군요
야생화님의 저서를 읽고 감동 받았습니다
오 멋집니다
우리나라에 힘들고 소외된분들에게도
부동산경매가 역전기회가 될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멋있다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