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8장, 김형사는 조금 더 전화통화를 하고 나서 전화를 끊는다. “반지가 나타나다니요?”
이수희는 반색을 하며 묻는다. “일단 함께 가시지요. 아주머니도 함께 가셨으면 좋겠습니다.“ 정선은 반지가 나타났다는 말에 가슴을 쓸어내린다. 그들은 김형사가 운전하는 차에 오른다. 김형사는 핸들을 잡고 나서 이수희를 본다. “사장님! 반지를 가지고 나타난 사람이 둘인데 젊은 여자와 남자랍니다.“ “뭐라고요? 젊은 여자와 남자?” “네! 말로는 둘 다 대학생이라고 합니다.“ “대학생?”
이수희는 고개를 갸웃거린다. 도저히 알 수 없는 일이다. 정선 또한 의아하기는 마찬가지다. 자신이 있는 시간에 누가 집에 침입을 한 것이나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 보지만 그럴 수가 없는 것이다. 마당에 있는 큰 개 두 마리가 짖지 않을 수가 없다. 시내의 커다란 귀금속 점 앞에 차를 세운다. 이수희는 차에서 내려 상점으로 들어간다. “아니? 너?”
“엄마!” “네가 여길 어떻게?” “엄마! 미안해요. 엄마 반지를 몰래 가지고 나왔어요.“ “뭐야? 네가..........네가 어떻게?“
정선은 따라들어 와서 이수희의 딸 민주를 보며 민주가 반지를 가지고 나왔다는 말에 그 자리에 힘없이 주저앉는다. 이수희는 어이가 없어 딸 민주를 보다가 정선을 본다. 그리고 주저앉은 정선을 부추기려 손을 내 민다. 그러나 정선은 그런 이수희의 손길을 뿌리치면서 자리에서 일어난다. 김형사는 모든 사태를 파악하고 얼른 그 모든 것을 수습한다. 그리고 그들을 태워 다시 이수희의 집으로 간다. 가는 도중에 그 누구도 말을 하는 사람이 없다. 집으로 돌아온 이수희는 주방으로 들어가 찬 냉수를 벌컥벌컥 들이 마신다. 그리고 거실로 나와 딸과 함께 서 있는 남학생을 보고 나서 딸의 뱜을 때린다. “철썩! 철썩!” “엄마!”
민주는 놀래면서도 그대로 엄마가 때리는 대로 맞고 있다.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매를 맞아본 기억이 없는 민주였다. “너 이년! 네가 감히 어떻게 그런 짓을 할 수가 있어?“ “엄마! 잘못했어요. 그냥 단순한 호기심에 하루만 끼어보려고 가지고 나갔던 거예요. 그리고 친구들이 상당한 고가품일 것이라는 말에 정말 그런 것인지 알아보려고 귀금속상에 가지고 갔던 것이고요. 절대로 처분을 하려고 했던 것은 아니에요.“ “네가 그런 행동을 한 것이 얼마나 큰 피해를 주었는지 상상이나 해 봤어? 그리고 저 친구는 누구냐?” “과 친구에요. 얘는 공연히 함께 따라왔을 뿐이고요.“ 이수희는 민주와 함께 서 있던 남학생을 돌려보낸다. “사장님! 저도 그만 가보겠습니다. 정식으로 사건화 시키지 않은 것이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입니다. 그럼 전 가겠습니다.“ “김형사! 오늘 하루 너무 고생을 하셨어요. 다음에 제가 보답을 하겠습니다.“
그렇게 김형사도 돌아간다. “넌 그만 올라가!” 이수희의 말에 민주는 이층으로 올라간다. 이수희는 잠시 정선을 바라본다. 무엇으로 어떻게 정선의 마음을 달래야 할지 고심을 한다. “유정선씨! 진심으로 사과를 할게요. 내 경솔함을 용서해 줘요.“ “........................”
정선은 아무런 말이 없다. 아니, 그 어떤 말도 할 수 있는 힘이 남아 있지 않다. 온 몸의 힘이 모두 빠져 나간 듯 손가락 하나 까딱할 기운이 없다. “정말 내가 잠시 너무 경솔했어요. 어떤 보상이라도 해 줄게요.“ “사장님! 그동안 보살펴주시고 후하게 대해 주신 것을 잊지 않겠습니다. 이제는 그만 두겠습니다.“ “안 됩니다. 이대로 유정선씨를 보내드릴 수 없습니다. 조금만 이해를 해 주시고 우리 함께 더 일을 해 줘요.“ “아닙니다. 이제는 도우미 생활자체를 그만두고 싶습니다. 그동안 사장님의 호의와 도와주셨던 것을 잊지는 않겠습니다.“ 정선은 굳은 결심을 한다. 정선은 인사를 하고 일어서다 휘청거린다. 하루 종일 음식이라고는 물조차 입에 대지 않고 가슴을 졸이며 불안과 초조 속에서 지낸 시간들이다. 시간은 벌써 저녁 여덟시를 향해서 가고 있었다. “아!”
잠깐 동안 어지러움이 정선을 아득하게 한다. “유정선씨! 이러지 말고 잠시 쉬세요. 그리고 마음이 안정이 될 때까지 쉬었다 다시 오실 수 없나요?“ “죄송합니다.” “잠시 기다리세요.”
이수희는 잠시 방으로 들어간다. 자신의 커다란 실수로 좋은 사람을 놓친다는 아쉬움과 정선을 그대로 보내야 한다는 아쉬움이 함께 묻어난다. 이수희는 핸드백을 열고 돈을 껀내다. 아직 한 달을 채우려면 열흘이 있어야 하지만 자신의 잘못으로 인해 그만두는 정선에게 정신적인 보상을 해 주어야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수표를 꺼내어 봉투에 담아 거실로 나간다. “유정선씨! 정말 오늘 내가 너무 큰 실수를 했어요. 절대로 사람을 의심하는 성품이 아니었는데 그만 이성을 잃고 말았어요. 오늘 하루 정신적인 충격이 상당히 컸으리라고 생각합니다. 이것으로 보상이 되지 않겠지만 한 달 월급하고 내 마음을 표시한 것입니다. 조금이라도 보상이 되었으면 합니다.“
정선은 봉투를 받고 안에 있는 돈을 꺼낸다. 그리고 그 중에서 한 달 치의 액수만을 꺼내고 나머지는 다시 봉투에 담아 이수희 앞에 놓는다. “사장님의 성의는 고맙게 마음만 받겠습니다.” 그리고 정선은 그대로 그 집에서 나온다. 대문을 나서자 다리가 후들거리며 휘청거린다. 정선은 택시를 잡아탄다. 몸이 말을 듣지 않기도 하지만 너무 늦은 시간임을 생각하고 아이들이 걱정이 되는 정선이다. 거의 아홉시가 되어가는 시간에 집에 도착을 한다. 문을 열고 들어서니 승혜가 가지 않고 기다리고 있다. “정선아!” 승혜는 정선의 모습을 보면서 놀란다. “너 왜 그래?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두 아이는 엄마가 온 것을 알자 방문을 열고 나온다. “엄마!” “엄마!” 두 아이 모두 엄마의 품안으로 달려들어 울음을 터트린다. “미안해! 엄마가 늦어서 미안해!“ 한참을 그렇게 아이들을 달래놓고 나서 승혜와 정선은 마주 앉는다. 승혜는 정선을 위해 따뜻한 인삼차를 준비해 준다. “말해 봐! 무슨 일이 있었는지 말해!“ “아냐! 이젠 아무렇지도 않아!“ 그러나 승혜는 끈질기게 묻는다. 정선은 하루 종일 있던 이야기를 해 준다. 승혜는 눈을 크게 뜨며 놀라서 입을 다물지 못하고 정선의 말에 숨조차 쉬지도 못한다. “어떻게 그럴 수가 있다는 말이냐? 그래서?....그대로 그 집을 나왔다는 말이야?“ “그럼 어떻게 해? 내가 아니라는 것을 밝혀졌으니 된 것이지.”
“이 바보야! 하루 종일 얼마나 놀래고 가슴이 새카맣게 탔겠니? 아무런 보상도 없이 사과 말 한 마디에 그대로 나왔단 말야?“ “보상금이라도 주시는 것을 그대로 놓고 나왔다. 내가 그런 것을 받아서 뭘 하겠어? 그렇다고 마음의 치료가 되는 것은 아닌데 뭐 하러 그런 돈을 받아?“
승혜는 자신이 당한 것이기나 한 것처럼 분해서 펄펄 뛴다. “승혜야! 네가 있어 줘서 정말 고마워! 너 아니었으면 우리 아이들 지금까지 무섭고 불안해서 어쩔 뻔 했니?“ “지성이와 지우가 나하고 남이니? 내 조카들이야! 비록 강씨 성을 버리고 유씨 성을 쓴다고 하더라도 그 아이들은 내 조카들이고 나하고 한 핏줄이야! 내가 어떻게 모른 척 할 수 있어?“ “그래서 고맙다는 생각을 하는 거다.”
“고맙다는 말과 생각은 남남일 때 하는 것이다.” “너무 늦었어! 어서 그만 가!“ 나도 너무 피곤하고 힘들어 쉬고 싶다.“ “그래! 푹 쉬어! 내가 내일 다시 올게!“
승혜가 돌아가고 나서 정선은 방으로 들어간다. 아이들은 안심이 되었는지 이미 잠이 들어 있다. 정선은 옷도 갈아입지 못하고 그대로 아이들 곁에 눕는다. 그리곤 하염없이 흘러내리는 눈물을 닦을 생각도 하지 않고 그대로 흐느끼는 정선이다. 지금까지 이렇게 서럽고 고통스럽다는 생각을 해 본 것 같지 않게 서러움과 가슴을 찢어내는 듯한 고통이 밀려온다. 남편 없이 혼자 산다는 것에 대한 억울함과 어디 기대고 의지할 곳이 없다는 서러움이 정선을 흐느끼게 한다. 지성은 잠결에 엄마의 흐느끼는 소리를 듣는다. 한 번도 엄마가 우는 모습을 보지 못한 지성은 잠이 깨어서도 움직이지 않고 오랫동안 엄마의 흐느끼는 소리를 들으면서 함께 눈물을 흘린다. 어린 지성의 마음에 그런 엄마의 고통이 고스란히 가슴속 깊숙이 각인이 되어간다. 다음 날 아침 정선은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한다.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야 하는 줄 알면서도 움직일 수가 없다. “엄마!” 지성은 엄마를 불러본다. 엄마의 얼굴에는 땀이 흘러내리고 있는 것을 본 지성은 놀라면서 수건을 가져다 엄마의 얼굴에 땀을 닦아준다. 그러나 엄마의 얼굴이 너무 뜨겁다는 것을 알고 지성은 승혜에게 전화한다. “고모!” “지성아! 이렇게 일찍 어쩐 일이냐?“ “고모, 엄마가.........” “뭐? 엄마가 왜?“ “엄마가 일어나지도 못하고 얼굴이 너무 뜨거워요.” “뭐야? 알았다. 고모가 지금 곧 갈게!“ 승혜는 아이들의 등교를 남편에게 부탁을 하고 집을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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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즐감 하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