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세계 최고봉 에베레스트를 오르는 이들은 자신의 배설물들을 챙겨 베이스캠프로 내려와야 한다고 현지 당국이 밝혔다.
에베레스트를 관할하는 파상 라무 농촌 지구의 밍마 셰르파 의장은 8일(현지시간) 영국 BBC에 "우리 산들이 고약한 냄새를 풍기기 시작했다"며 예전보다 더 폭넓은 새로운 조치들이 취해질 것이라고 예고했다. 혹독한 기온 탓에 에베레스트에 남겨진 배설물들은 제대로 썩지 않는다.
밍마는 "배설물이 돌들에 남겨져 있고 몇몇 등반객들이 이것 때문에 어지러움을 느낀다는 불평을 듣는다"고 설명했다.
에베레스트 뿐만 아니라 아주 가까운 로체 봉우리를 오르는 이들은 이른바 배설물 봉지에 담아 베이스캠프로 가져온 뒤 당국의 확인을 받아야 하산할 수 있게 된다고 했다.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에는 별도의 텐트들이 화장실로 이용되고 있고 그 아래 구덩이를 파 배설물들을 모아둔다. 하지만 위로 올라가면 배변 처리가 힘들어진다. 대부분 구멍을 파 일을 보게 된다. 그런데 눈이 많지 않은 곳도 있어 배설물이 그대로 노출되는 경우도 있다.
몇 주가 걸리기도 하는 에베레스트 등정 도중 극히 일부 등반객만 생분해 봉지에 배설물을 담아 산 아래로 가져온다.
네팔 육군이 주도하기도 하고 산악인 스스로 청소 캠페인을 벌이는 일도 늘고 있지만 에베레스트 뿐만아니라 네팔 히말라야 여러 산들에서 쓰레기 문제가 커다란 골칫거리가 되고 있다.
비정부 기구(NGO) 사가르마타 오염통제위원회(SPCC)의 치히링 셰르파 최고경영자(CEO)는 "쓰레기는 쉽게 도달할 수 없는 위쪽 캠프들에서 중요한 문제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공식 통계는 없지만 이 단체는 에베레스트 캠프 1과 캠프 4 사이에 대략 3t의 배설물들이 있다고 본다. 치히링은 "그 중 절반은 캠프 4로 알려진 사우스 콜 지역에 있는 것으로 믿어진다"고 말했다.
에베레스트 탐사를 조직하는 국제 산악가이드 스테판 켁은 사우스 콜은 "열린 화장실"이란 악명을 떨치고 있다고 전했다. 해발 고도 7906m의 사우스 콜은 에베레스트와 로체를 오르는 등반객들에게 베이스캠프 역할을 하는데 바람에 아주 취약한 지형이다. 켁은 "얼음과 눈도 적은 곳이다. 해서 어디에서나 배설물들이 눈에 띄게 된다"고 말했다.
SPCC는 현재 미국에 8000개의 배설물 봉지를 주문해놓고 있다. 다음달 시작하는 등반 시즌에 맞춰 대략 400명의 해외 등반객들과 800명의 자국민 스태프 인력들에게 나눠줄 요량이다. 이 봉지 안에는 화학 성분과 파우더가 들어있어 배설물을 딱딱하게 만들고 냄새도 덜 풍기게 한다.
평균적으로 등반객 한 명은 하루에 250g의 배설물을 남긴다. 정상 도전에 나서는 이들은 대략 2주 동안을 위쪽 캠프들에서 지낸다. 치히링 CEO는 "기본적으로 우리는 한 사람에 봉지 둘을 나눠줄 계획이다. 봉지 하나에 5~6차례 배변을 담을 수 있다"고 말했다. 네팔 탐사조직자연맹의 담바르 파라줄리 의장은 "분명히 긍정적인 일"이라면서 "우리는 이 일이 성공을 거둬 우리 역할을 다하게 되면 기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에베레스트에서 성과를 내 다른 봉우리들로 옮겨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밍마 셰르파는 8000m 이상 14좌를 모두 오른 최초의 네팔인이기도 하다. 그는 다른 산에서도 이런 봉지를 사용해 봤다고 털어놓았다. 예를 들어 북아메리카 최고봉인 데날리와 남극에서도 많은 산악인들이 써보고 있다고 했다. 켁 역시 이런 아이디어가 산을 깨끗이 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동의했다.
네팔 중앙 정부도 과거에 여러 산악 규제 조치들을 발표했지만 그 중 많은 것들이 제대로 손질하지 않는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그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산에 일종의 연락 장교 같은 인력 파견이 절대 부족하다는 것이었다. 정부 관리가 베이스캠프들에 배치될 것이라고 공언했지만 실제로는 나타나지 않는다는 비판이 있어왔다.
밍마의 말이다. "베이스캠프에서는 늘 나라가 사라지게 되는데 이렇게 되면 허가를 받지 않고 우리 산들을 오르는 사람들을 비롯해 모든 종류의 반칙이 난무하게 된다. 이제는 모두 바뀔 것이다. 우리는 연락사무소를 운영해 등반객들이 배설물을 가져오게 하는 등 새로운 조치들을 확실히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