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부엌가구가 인간과 가구와의 자연스러움에 친근함을 위주로 한 디자인 중심의 전개방식이라면 일본 부엌가구는 기능과 수납의 데이터를 위주로 하여 인간생활의 실용성에 근거를 둔 점이 특징이다. 편리함을 지향한 일본 주방가구 트렌드는 2가지 단어로 정의된다. 바로 ‘브랜드’와 ‘데이터’다.
이번 칼럼에서는 철저하게 시스템화된 일본의 주방가구와 설계 트렌드에 대해 짚어 본다. 다소 전문적인 내용이지만 이는 주방을 사용하는 이들이라면 누구라도 알아 두면 좋을 내용이니 참고하길 바란다.
첫째, 일본의 주방가구시장은 브랜드가 전체시장의 약 80%를 차지하고 있다.
한국과 시장, 유통 형성이 다른 이유도 있고, 크고 작은 지진이 많은 나라이기 때문에 부엌가구에도 소방법이 적용된다. 따라서 소재의 제한이 있고, 규격과 환경 규제가 법적으로 규정되어 있기 때문에, 고객은 디자인만 보고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브랜드를 믿고 품질을 따져 구입한다. 특히 환경에 대한 관심이 많기 때문에 부엌가구의 주요 소재인 파티클보드(PB)를 Super E0 등급으로 사용하기 시작한 것도 일본이다. 일본은 가구가 설치되면 포름알데히드 수치를 검사하고 지정 등급에 못미치는 수치가 나오면 반품한다. 그만큼 까다로운 환경 기준을 법으로 정했기 때문에 브랜드를 찾게 되는 것이다. 이 외에 브랜드를 찾는 또 다른 이유는 회사들만의 특화된 기능성 제품을 지속적으로 개발하고 있다는 점이다.
둘째, 일본은 데이터로 디자인한다.
카탈로그, 인터넷 사이트부터 유럽과 일본은 판이하게 다르다. 일본의 모든 분야가 그렇겠지만 특히 일본 시스템가구의 카탈로그를 보면 데이터화 되어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인체 치수 뿐만 아니라 디테일하게 정리한 데이터들을 보고 있으면 처음에는 놀라고 나중에는 머리가 아프다. 2008년 건설사의 수납특화프로젝트가 시작되었을 때에도 많은 자료들이 일본 시스템부엌회사의 카탈로그에서 나왔었다. 때로는 수치에 대한 데이터와 기능들이 조잡하다 할 만큼 디테일하게 파고들지만 대부분의 일본집들이 좁은 상황이라 수납 할 수 있는 1인치라도 아껴서 공간을 마련하고자 안간힘을 쓰는 것이다.
자, 이제 일본의 시스템 부엌 트렌드를 살펴보자.
1. 핸들리스 디자인의 다양화
일본도 유럽 트렌드처럼 핸들리스가 대세다. 실제로 핸들리스는 글로벌 트렌드다.
현재 일본은 불황으로 인해 활발한 제품 개발을 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올해 초 일본에 Design trip을 갔을 때에는 몇 년 전 일본을 방문했을 때 봤던 전시장 모습 그대로 지금까지 유지하고 있었다. 그래서일까? 기존 제품에서 도어 디자인이나 컬러만 바꾸어 신제품을 출시하고 있었다. 그러나 불경기에도 신제품을 출시한 업체들은 일본의 핸들리스로 대표되던 삽입형 손잡이인 찬넬형(Clean-up社) 스타일의 핸들리스에서 INAX 社의 J형 핸들리스로 변화하고 있었다<그림1>. 도어를 손잡이 부분만 J형, U형으로 홈가공을 하고 도장으로 마감을 하는 것이 일반적인 디자인이다. 국내에서는 일본에 지사를 가지고 있는 H社에서 래핑 기법을 활용하여 J 스타일을 강조하는 제품을 런칭하여 판매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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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1] J형 도어 ( INAX 社)
2. 인조대리석 소재의 컬러 싱크볼
아크릴계의 레진(Rasin)으로 생산하는 인조대리석(이하 MMA-methyl methacrylate)은 부엌상판으로 많이 사용된다. 국내에서도 MMA 계열의 소재로 싱크볼을 제작 사용한 경험이 있지만 일반화 되어있지는 않다. 이유는 한국의 독특한 음식 문화 때문인데 간장과 고추장들이 인조대리석에 스며들면 잘 지워지지 않고 얼룩이 생기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문제점을 극복하고 일본은 자체적으로 인조대리석 싱크볼을 개발했다.
이들 제품은 워크 톱(주방 상판)과 세면대와의 단차나 연결고리가 눈에 띄지 않는 보다 일체감이 있는 디자인과 접속 부분에 더러움이 없는 것이 특징이다. 표면이 매우 매끈하기 때문에 더러워지지 않고 약간의 상처나 더러움이라면 전용 손질 방법으로 간단하게 제거할 수 있다. 특히 종래의 인공 대리석 세면대에 비해 탄성이 뛰어나 무심코 식기를 떨어뜨려도 깨지지 않는다고 하니 주부들에게 주목을 받을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그리고 보기에도 좋은 컬러를 가지고 있으며, 형태는 귀엽기까지 하다. 사용하면서 생긴 얼룩과 찌든 때는 수세미와 특수 세제를 이용하여 지울 수 있으며 판매도 한다.
야마하社의 제품<그림2>이 히트하면서 스테인리스 싱크볼이 주력이었던 크린업社에서도 유사 제품<그림3>을 런칭하였다. 아크릴계의 또 다른 제품은 TOTO社의 크리스탈 상판이 있다<그림4>. 벨벳 같은 질감의 이 제품은 반투과성을 가지고 있으며, 파스텔 컬러의 Backpainting을 통해 고급스러운 느낌을 전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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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2] 컬러 싱크볼(Yamaha社)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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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3] 컬러 싱크볼(Clean up社)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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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4] 크리스탈 인조대리석 상판(TOTO社)
3. 사용자 우선의 평면 설계로 차별화
부엌의 디자인 능력을 높이려면 설계가 그만큼 중요하다. 일본은 아일랜드의 활용도가 높아서 각 회사마다 차별화가 다양한 것이 특징이다. 한국은 설비 때문에 아일랜드의 기능이 제한적인 반면 일본은 건축 설비구조가 한국과 다르기 때문에 아일랜드의 다양한 설계가 가능하다. 한국에서 가능한 LDK(Living Dinning Kitchen)보다 훨씬 더 정확한 LDK 설계가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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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5] C형 아일랜드(INAX社)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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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6] 코너를 활용한 플랜(Panasonic社)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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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7] 걸레받이 부분에서 음악이 나오는 아일랜드 카운터(Yamaha社)
INAX社에서 출시한 C형 아일랜드 카운터<그림5>, 파나소닉의 코너를 활용한 주방 설계<그림6>가 사용자의 활동성과 동선을 고려한 인터페이스 중심의 디자인이라면 야마하의 아일랜드 카운터는 야마하가 악기회사라는 특징을 살려 음악이 나오는 아일랜드 카운터를 출시하여 라이프 스타일 중심의 디자인을 강조한 것이 특징이다<그림7>.
지금까지 일본의 트렌드 3가지를 살펴보았다. 사실 일본은 부엌가구에 대한 트렌드를 분석하기 보다는 기능성 수납 시스템을 분석하는 것이 훨씬 현명하다.
그러한 데이터를 통해 한국의 주거공간에 가장 적합한 주방 시스템을 개발하는 것이 관건이라 하겠다.
혹시 일본의 디자인 트립을 준비하고 있는 디자이너들이 있다면 사용자의 배려가 곳곳에 묻어있는 시스템 가구 전시장을 꼭 방문해 보길 권한다. 이는 단순히 가구를 아는 것이 아니라 가구를 통해 변화되는 생활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