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홍의 나쁜 생각682 - 마음의 소리
나의 잘못을 생각지 않고 남의 잘못만 생각하는 자는
어느 곳에 가더라도 시비가 그칠 새가 없어
항상 자신의 성품 때문에 항상 괴로워지는 것이니
모든 일을 나의 부덕함으로 돌리고 남의 잘못을 이해하여라.
- 마음의 소리 중에서
평이한 이 문장이 오늘따라 가슴을 조용하게 흔든다. 마치 필자에게 이야기하는 듯한 이 문장은 아마도 불경의 한 모퉁이에 적혀있을 듯하다. 필자가 가는 곳마다 시비가 그칠 새 없었고 늘 내 잘못 보다는 남의 잘못에 더 분노했던 까닭은 무엇일까? 타고난 성품이라면 아마 불교적으로 보면 전생의 業임에 틀림없고, 전생에서도 분명 필자는 이 성품을 극복하지 못했기 때문에 윤회되었을 것이다. 필자는 아직도 이런 성품을 극복할 자신이 별로 없다. 사람이란 변화하기가 거의 불가능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점점 굳어지는 요즘. 오랜 세월 스스로를 극복하는 일에 거의 실패해왔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지금 이 글을 묵상하고자 하는 이유는 그래도 사는 날까지 혹시 어긋나거나 잘못된 일이 있으면 나의 타고난 경박한 성격 탓으로 돌리고 진정으로 그대들의 잘못을 이해하고 싶기 때문이다. 이는 시혜의식이나 정죄의식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그 길만이 필자를 깊은 평화 속으로 밀어 넣을 것 같기 때문이다.
음악을 무엇보다 좋아하는 필자에게 시간이 지날수록 확신처럼 다가오는 것 중 하나가 좋은 음악은 코드 진행이 단순하고 멜로디도 담백하다는 것이다. 음악 중에 좋은 음악과 나쁜 음악이 어디 있겠냐마는 그래도 오래 살아남아 우리의 내면을 적셔주는 음악일수록 구성 자체에 사변적 기운을 버릴 때 아름답고 깊은 여운을 준다는 것이다. 단순한 것이 아름답다. 왜냐하면, 단순할수록 무한한 상상력을 열어주기 때문이다.
비록 내일 이 글귀를 잊어버린다 해도 오늘 밤만은 이 글귀를 꼭 끌어안고 잠들고 싶다.
해는 우리를 향하여 / 허수경
까마귀 걸어간다
노을녘
해를 향하여
우리도 걸어간다
노을녘
까마귀를 향하여
결국 우리는 해를 향하여,
해 질 무렵 해를 향하여 걸어가는 것이다
소문에 의하면
해 뜰 무렵 향하여 걸어갔던 이들도 있다고 한다.
이를테면, 나이 어려 죽은
손발없는 속수무책의 신들이 지키는 담장 아래
살았던 아이들
단 한 번도 죄지을 기회를 갖지 않았던
아이들의 염소처럼 그렇게
폭탄을 가득 실은 비행기가 날아가던
해 뜰 무렵
아이와 엉겨 있던 염소가
툭 툭 자리를 털면서
배고파, 배고파, 할 때
눈 부비며 염소를 안던
아이가 염소에게 주던 마른 풀처럼
마른 풀에 맺힌 첫날 같은 햇빛처럼
물 좀 가져다주어요 / 허수경
아이들 자라는 시간 청동으로 된 시간
차가운 시간 속 뜨겁게 자라는 군인들
아이들이 앉아 있는 땅속에서 감자는
아직 감자의 시간을 사네
다행이군요,
땅속에서 땅사과가 아직도 열리는 것은
아이들이 쪼그리고 앉아 땀을 역청처럼 흘리네
물 좀 가져다주어요
물은 별보다 멀리 있으므로
별보다 먼 곳에 도달해서
물을 마시기에는
아이들의 다리는 아직 작아요
언젠가 군인이 될 아이들은 스무 해 정도만 살 수
있는 고대인이지요. 옥수수를 심을 걸 그랬어요.
그랬더라면 아이들이 그 잎 아래로 절 숨길 수 있을
것을 아이들을 잡아 먹느라 매일매일 부지런한 태
양을 피할 수도 있을 것을
아이들을 향해 달려가는
저 푸른 마스크를 쓴 이는 누구의 어머니인가.
저 어머니들의 얼굴에 찍혀 있는 청동의 총,
저 아이를 끌고 가는 피곤한 얼굴의 사람들은
아이들의 어머니인가
원숭이 고기를 끓여 아이에게 주는 푸른 마스크의
어머니에게 제발 아이들의안부 좀 전해주어요.
아이들이 자라는 그 청동의 시간도, 그 뜨거운 군인
이 될 시간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