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버스터미널 시리즈 ＜8＞ : 또다른 관문 - 서부정류장 [대구광역시]

[Maximum]

 대구 버스터미널 시리즈의 마지막편, 서부시외버스정류장이다.

이름은 서부지만 실제 주소는 '남구 대명11동'으로서, 대구시내의 모든 버스터미널 중 가장 남쪽에 있다.

여기서 연결하는 노선이 구마고속도로, 88고속도로 연선지역이라 실제로 남부로 바뀌어도 상관없을 듯 하지만,

가장 동쪽인 수성구에 남부정류장이 있어 지금과 같은 이름으로 정해졌다.

 1975년 신축되어 영업을 시작하였는데 당시만 해도 대구 시내에서 가장 먼 외곽이었다.

근처에 농사를 위해 만든 저수지(성당못)가 있을만큼 외지여서 터미널 규모가 제일 작았지만,

시내가 커지고 특히 바로 옆의 달서구를 중심으로 개발이 이뤄지면서 지금은 가장 복잡해졌다.

 실제로 성당못네거리는 1년 365일 내내 갖가지 차와 버스가 엉키는 상습정체구역이다.

남대구IC까지 안 막히면 5분도 채 안 걸리지만 출퇴근시간엔 20~30분까지 잡고 들어갈 정도다.

건물은 작은데 사람과 차가 너무 많아 포화상태인 서부정류장 역시 옮기자는 이야기도 많이 나온다.

하지만 옮기면 옮기는대로 골치가 아파지는 교통의 요지라,

지금은 이도저도 못하고 현상유지만 계속하고 있을 뿐이다.

 서부정류장은 남구와 달서구의 경계선에 있다.

지하철 1호선 성당못역 3번출구로 나오면 바로 연결되는데, 출구에서 뒤돌아보면 터미널이 바로 앞에 있다.

오래된 터미널임을 증명하듯 서부정류장 역시 대로변에서 살짝 들어간 곳에 자리잡고 있다.

건물 주변은 사방이 진입로와 주차장으로 가득차있어, 사람과 자가용과 버스가 수시로 엉켜 안내원이 정리해준다.

 주차된 차들 사이로 아슬아슬하게 시외버스 두 대가 나란히 지나간다.

진안고속 바로 옆에서 가족들이 트렁크 열고 짐 정리를 하는게 왠지 아찔해보인다.

사진엔 보이지 않지만 주차장 한복판으로도 수많은 사람들이 지나가고 심지어는 서서 잠시 쉬기까지 한다.

 반대편 역시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일렬로 길게 줄선 버스 뒷쪽에는 큰 장벽같은게 있는데, 저기가 바로 관문시장이다.

대구로 들어오는 관문이라 하여 관문시장이라 이름붙였다는데,

유래만 봐도 서부정류장이 어떤 위치에 있는지 대충 알 수 있다.

 시장의 이름답게 서부정류장이 경남, 호남 지역에서 대구의 관문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런데 정작 대구시민들이 서부정류장으로 들어가는 관문은 찾기가 어렵다.

누가 보면 카페로 들어가는 입구 같은 저 조그만 문이 서부정류장으로 들어가는 문이다.

간판 사이로 코딱지만하게 대합실이라 붙여놓으면 누가 볼 수 있을까 싶다.

 서부정류장 내부도 사실 결코 작은 편은 아니다. 어찌보면 북부, 동부보다 더 넓어보이기도 한다.

그런데도 사람들로 꽉 차서 상당히 정신없다. 여지껏 갔던 곳들 중에서 가장 복잡하다.

게다가 40년된 건물답게 내부 조명도 제대로 안 켜놓아 낮이 오히려 더 어둡다.

 보통 수원, 전주, 청주, 천안급 되는 터미널들은 안으로 들어가면 정신없이 몰려드는 인파 때문에 사진을 찍기가 힘들어진다.

대구는 그런게 없었는데 서부정류장 와서 유일하게 그런 식으로 찍은 것 같다.

매표소까지 줄서서 표를 끊을 정도는 아니지만 매표소 창구가 그만큼 많기도 하다.

그만큼 사람들이 많이 이용하는데 실제로 서부정류장의 이용객 수가 대구 시외버스터미널 중 가장 많다고 한다.

 지하철 1호선(성당못역)과 연결되고 달서구(월배), 달성군에서 시내로 오는 입구여서 교통이 매우 편리하다.

그리고 관문시장 덕분에 상권이 발달해있고 남대구IC가 가까이에 있다.

여기서부터 유리한 점수를 먹고 들어가는데 경상남도, 경북 남서부, 호남 노선 대부분이 여기로 온다.

이러니 차가 많을래야 많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다만 동대구역 위치가 여기보다 더 좋기 때문에 동대구권 다섯개 터미널을 합치면 사정은 달라지기는 한다.

 장거리와 단거리 수요가 확연히 나뉘는데 가장 왼쪽의 시간표는 주로 장거리 위주.

이 중에 진주가 장사가 잘 되는 노선으로 서부정류장의 주요 밥줄 중 하나이다. 우등/일반으로 나뉘는 사실상 고속버스와 다름없는 노선으로, 배차는 약 50~60분이며 중간에 합천 경유 노선이 몇 회 있다.

 여순광으로 가는 노선도 있는데 동광양-광양읍-순천-여천-여수 순으로 경유한다.

주중 하루 7회 운행하며 주말 8회(순천·광양 9회)에 13:00(여수행), 18:10(순천행)은 주말 전용이다.

순천을 제외한 다른 터미널에는 노선이 없기 때문에 여수 광양을 가려면 반드시 서부정류장으로 와야 한다.

 이외에 안동-영주-원주로 가는 노선이 있지만 하루 3회에 불과해 시간이 맞지 않으면 다른 터미널이 나으며,

거창, 가조방면 완행노선이 있지만 구간수요 위주의 노선으로 거창을 가려면 후술할 곳에 안내되어 있다.

사천-삼천포행은 진주행과 분리되었지만 하루 4회로 시간이 맞지 않으면 진주에서 환승하는게 낫다.

 서부정류장은 경상북도 남서부인 성주, 고령을 주로 담당하고 있다.

고령은 윗 사진의 거창.가조방면과 성주행, 그리고 후술할 해인사행, 합천행이 중간 경유하고,

성주까지는 고령을 경유해 상대적으로 빙빙 돌아가지만 1시간 내외 간격으로 적지 않게 있다.

고령은 606번, 성주는 250번이라는 경쟁자가 있는데 고령은 시외버스가, 성주는 군내버스가 우세한 편이다.

성주의 경우 전설의 0번까지 있어 힘을 못냈지만 문양역으로 잘리면서 그나마 숨통이 트인 형편이다.

 무엇보다 주노선은 거창-함양-인월-남원행 완행노선으로 88고속도로를 따라가며 구간수요와 장거리수요 모두 잡고 있다.

시간표가 복잡하게 안내되어 있는데 거창까지는 시간당 3대씩으로 자주 있지만,

함양은 하루 19회로 반 이하로 뚝 잘린다. 특정 시간대에 몰려있어 평균 배차를 따지기가 어렵다.

남원까지는 겨우 하루 3대. 그나마 남원 직통이 하루 7회 있으며 07:55 첫차는 구례까지 들어간다.

88고속도로 완행의 끝은 광주로 하루 3대가 운행하고, 중간에 순창-금과-금성-담양을 모두 거쳐간다.

 울산, 경주행도 각각 있는데 동부정류장이 아닌 여기서도 취급한다.

대구-경주는 워낙 교류가 많아서인지 동부, 북부, 서부에서 모두 운행하는걸 확인할 수 있는데,

심지어 서부정류장조차 배차가 40~60분 정도로 크게 나쁘지 않다.

울산행 역시 비슷한 횟수이지만, 최근에 몇 번 감차가 이루어졌다.

 전라북도 방향은 여기에서 따로 더욱 자세히 안내해준다.

전주 완행은 거창-안의-서상-장계-천천-진안을 경유하며 하루 5회 있고,

전주 직통은 약 50~60분 간격으로 가장 자주 있다. 동대구행 고속버스보다 훨씬 횟수가 많다.

하루 3회(07:50, 13:10, 17:50)는 김제-부안까지 운행하며 나머지는 모두 익산-군산으로 들어간다.

 서부정류장의 커버리지 특성상 경북과 연결이 많이 안 될줄 알았는데 의외다.

포항, 경주, 구미, 안동 등 경북 내 주요도시와 모두 연결을 하고 있다.

포항행은 30~40분 간격, 구미행은 20~25분 간격으로 운행중.

서부정류장의 주 수요처인 달서구와 남구 인구만 합해도 80만에 달하기 때문에,

이 많은 사람들의 요구 때문에 원래 지역이 아님에도 괜찮은 배차로 운행하는 것 같다.

 청주행도 있다. 구미행의 일부가 남청주 간이정류소를 거쳐 운행하는 형태로 약 90분 간격(하루 9회)이다.

해인사까지도 버스가 있는데 고령과 합천 북부의 구간수요와 관광을 위한 노선. 40분 간격으로 의외로 자주 있다.

 대구가 영남지방 한복판에 있고, 경남의 우두머리 부산이 워낙 동쪽 끝에 치우쳐 있는 까닭에,

서부정류장이 담당하는 경남 서북부 지역의 상당수는 대구 영향권이다.

특히 합천, 거창, 창녕은 창원이나 진주보다도 대구가 가까울 정도고 의령, 함양, 밀양도 적지 않게 영향을 받는다.

 하지만 배차는 생각보다 좋지 않은 편. 고작 하루 14회만이 합천을 운행하며, 그 중 3회가 삼가까지 연장 운행한다.

초계는 합천 땅이지만 경로가 달라 따로 운행하는데 하루 7회 있다.

이 지역이 워낙 인구가 적은 오지여서 실질적 생활권임에도 배차가 많지 않은 것 같다.

 달성군 구지면(40~60분 간격), 창녕군 이방면(하루 13회)으로도 시외버스가 자주 다닌다.

둘 다 인지도 없는 시골인데도 굳이 버스가 다니는 이유는 '대구국가산업단지'의 영향이 크다.

물론 둘 다 대구 '생활권'인데도 대구시내와 너무 멀어서 시내버스의 역할을 대신 한다고 보는게 맞겠다.

 의령 역시도 계통이 매우 다양하다. 의령까지는 하루 6회, 신반은 8회 운행중.

의령읍내가 신반보다 크지만 더 멀어서 신반은 대구, 의령은 진주의 영향을 더 많이 받는 까닭이다.

그 밑에 현풍행 시간표가 적혀있지만 절대 저 노선만 현풍을 가는게 아니다.

구지, 이방, 의령, 십이리-왕산행이 전부 현풍을 경유하니 참고하시길 바란다.

 시간표가 매우 많지만 이게 끝이 아니다.

그 옆으로는 자동발매기 위에 또다른 시간표가 걸려있다.

여기 있는 노선들은 매표소 발매가 불가능하다. 무조건 자동발매기에서 표를 끊어야 한다.

 이쪽은 구마고속도로 라인 전용으로 주 노선은 마산, 창원행이다.

마산행은 대략 30분 간격으로 적당히 다니는 편인 반면에, 창원행은 고작 하루 14회로 막차마저 저녁 7시대에 끊긴다.

대부분 마산행 노선이 창원까지 들어가는 형식으로, 직통은 얼마 없다.

통영행은 40~50분 간격으로 창원행보다 더 자주 있으며 남마산-배둔-고성을 중간 경유한다.

남마산까지 합하면 마산 가는 노선은 매우 자주 다니는 셈인데,

안타깝게도 통영행은 남마산터미널의 타격을 간접적으로 받고 있어 횟수가 조금씩 줄고 있다.

 구마고속도로 중간에 있는 창녕도 빠질 수가 없는데 어지간한 노선들만큼 배차가 있다. 대략 40~50분 간격.

이들 중 일부가 남지를 거쳐 부산(사상)까지 운행한다. 전구간 승차가 되는지는 확인을 못해봤다.

창녕 남쪽의 중심지 영산과 부곡온천으로 가는 노선도 있는데 역시 일부차가 김해까지 연장 운행중.

앞의 거창, 합천과 더불어 같은 군이지만 면 단위로 계통이 쪼개져 있는데,

그만큼 대구의 영향을 강하게 받는다는 뜻으로도 해석이 된다.

 북부정류장은 대부분 경북 내륙지방 위주이고 경상북도를 벗어난 노선이 별로 없는 반면에,

서부정류장은 외지로 나가는 노선의 비중이 적지 않은 차이점이 있다.

그만큼 여러 지역에서 온 사람들이 섞이는 용광로 같은 터미널로,

낡고 좁아보이지만 영향력만큼은 어느 곳도 따라가기 힘들다.

 안이 붐비는만큼 바깥도 붐비는건 마찬가지다.

건물의 안쪽에는 아예 1층에 승차장을 만들어놨다.

지금의 주상복합에서나 볼 법한 구조가 40년 전에 만들어졌다는게 놀라울 따름이다.

지금처럼 복잡하게 붐비는 것을 예견이라도 한 것일까. 설계자의 선견지명에 그저 감탄한다.

버스 한 대를 기다리기 위해 수많은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서 있다.

위치상 진주행이었던 것 같은데 차가 들어오기도 전부터 버스가 지나가는 도로까지 나와 차를 기다린다.

제아무리 선견지명이 있었어도 승차장 길이까지 생각은 못했나보다.

 건물 안쪽에만 승차장이 있지 않고 옆에도 길게 늘어서있다.

그러나 사람이 설 공간이 너무 좁다. 버스가 건물과 바로 붙어있을 정도인데,

그렇다고 인도를 늘리자니 차도가 좁아져 버스가 못 다니는 사태가 생길 수도 있으니 이리저리 골치아프다.

 복잡한 인도 바깥의 주차장도 수많은 버스들로 몸살을 앓고 있다.

사진만 보면 부산처럼 보이겠지만 엄연히 대구다. 경남 노선이 많은만큼 경남 차가 많은 것일 뿐.

얼핏보면 차량 간격이 넓어보이지만 버스의 커브 반경이 매우 크다는걸 감안하면 전혀 공간이 많지 않다.

사람이나 버스나 들어오고 나갈 때 스트레스 받는 것은 매한가지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고 확장하자니 부지가 없고, 옮기자니 지금 위치가 완전 딱이다.

심심하면 화원읍으로 옮기자고는 하지만 달성군으로 옮기면 리스크가 너무 크기에 결국 흐지부지되고,

지금은 이도저도 못한채 몇 십년 전의 물건을 그대로 쓰고 있을 뿐이다.

대구의 후문과도 같은 서부정류장은 예나 지금이나 계속해서 몸살을 앓고 있다.

*p.s. 이런저런 이야기에 묻혔는데 원래 서부정류장에서 현풍으로 넘어가려고 했습니다.

서부정류장에 도착했던 시간이 오후 5시였고 사진을 찍으니 5시 20분이 조금 넘었으니 아슬아슬했죠.

그런데 시간표를 보니 5시와 5시 20분에 차가 있고 그 다음차가 6시...

시외버스를 기다리면 해가 떨어지고 시내버스로 가면 한시간 반을 가야한다는 말에 결국 못 갔습니다.

현풍터미널도 엄연히 대구에 속하니 진짜 시리즈의 끝은 현풍이 되어야 맞겠습니다만,

결국 가지를 못했으니 대구 시리즈는 '대구시내 시리즈'에서 끝을 냅니다.

연결되는건 없었지만 그래도 대구시리즈 봐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__)

[안동]

그런가요. 전 대구 김해시내는 구포역 이용이 대세라고 들어서요

[Maximum]

열차 이용이 더 나을 수도 있습니다. 가격은 훨씬 저렴하면서 환승시간까지 감안해도 둘 다 별다른 차이 안나고, 무엇보다 대구역, 동대구역 접근성이 서부정류장보다 훨씬 좋은 편이니까요. 배차간격에서도 열차가 훨씬 많습니다. ㅎㅎ

[바다이야기]

서부정류장의 메인노선은 진주가 아니라, 마산일걸요,그건 50년전이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일듯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