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 가로등 불빛과 시커먼 밤이 뒤섞인 골목길에 발을 내딛는다.
곧 미풍이 불어 이맛머리를 쓸어 올린다.
마치 내 어머니의 손길처럼 부드럽게 그리고 따뜻하게..
길을 나서는 즐거움의 시작은 바람을 만나면서부터이다.
약속된 시간.
대장님의 사무실은 길을 나서는 자들의 설렘으로 가득 찼다.
밤을 달려 도착한 두모마을.
타프와 텐트를 세우고, 발그레 싯누런 웃음을 짓는 랜턴을 가운데 두고 길을 나선 사람들이 둘러 앉았다.
길을 나서는 즐거움의 절정.
더불어 야심한 밤에 만나는 그 짜릿함.
그래서 춤을 추고 싶을 정도로 즐거운 시간.
자신을 불사른 흔적들을 덩어리째로 고스란히 남기는 녀석을 따라 새까맣던 밤은 조금씩 옅어졌다.
길을 나선 자들은 밤새 놀았지만 피곤함을 잊은 채 아침 일찍 눈을 떴다.
"옷 좀 입자 제바알~"
-"아니야 아니야~ 더워 나 더워. 후라이! 후라이 먹을 사람? 반숙? 완숙? 몇 개~ 몇 개~?"
길을 나선 사람들 중 어떤 사람은 어느 곳에 있어도 제집인 듯 마음이 편안해지나 보다.
그 또한 길을 나서는 즐거움 중 하나가 아닐까..
"여기 좀 쪼아 주이소. 그라고 여기 바람 더 넣어 주시고예~"
대장님이 우리가 탈 자전거를 세세한 부분까지 점검 중이셨다.
이러니 우리들은 대장님에게 절대적인 신뢰를 보내며 별 걱정 없이 길을 따라 나설 수밖에 없다.
늘 무한 감사하옵나이다~
"뭘 이리 많이도 가지고 오시었소? 어디 집 나오시었소?"
-"무겁다이 고마 밑에 잡아라이~"
이침 일찍 길을 나선 두 분이 커다란 아이스박스를 데리고 도착하셨다.
집에 있는 음식 다 데리고 오셨나 보다.
이러니 베캠 어른들 믿고서 별 걱정 없이 길을 나설 수밖에 없다.
그저 사랑하옵나이다~
길을 나선 이들은 또 길을 나설 참이다.
두 발 달린 이놈들을 타고 멀찌감치 다녀올 참이었다.
삐끄덕 삐끄덕~ 열심히 오르막을 오른다.
형님의 양 대퇴부 엔진이 후끈 달아오른다.
자전거를 타고 길을 나서는 것도 제법 솔솔한 즐거움임을 새삼 깨닫는다.
부지런히 페달을 밟아 올라간 어느 전망대에서 두모마을의 또 다른 면을 맛보며 길 떠난 즐거움에 빠졌다.
"물 한 잔 얻어 먹을 수 있겠습니꺼~?"
다소 뻔뻔할 수도 있는 말을 던지자 민박집 주인 아저씨가 흔쾌히 커다란 대접에 시원한 물을 따라 내주셨다.
-"천천히 드시소. 내 아까 여기서 자전거 타고 가는 거 보다가 아 저 냥반들은 대체 뭐하는 사람들인데 여까지 힘들게 자전거 타고 오나 했습니더.."
낯선 곳에서 느끼는 정스러움. 이 또한 길을 나서는 즐거움 중 하나이다.
끙끙~ 자전거가 제법 무겁다.
파워 대퇴부 엔진 자랑하는 진미는 자전거도 소년 장사처럼 머리 위로 훌쩍 들어올렸다.
"자네 경륜 선수 해 볼 생각 없나? 아니.. 역도는 생각 없는가?"
다시 베이스캠프로 돌아와 잠깐의 휴식을 취하고..
이번엔 바다로 나섰다.
아침, 저녁으로 바닷물이 들어왔다 나갔다 반복하는 풍경을 구경하는 것도 흔히 볼 수 있는 게 아니니 길을 나선 즐거움이 두 배다.
바닷물을 씻어내고 나오니 근처 아주머니가 세면도구 바구니를 들고 눈에서 레이저를 쏜다.
'여자 샤워실'
어쩐지 음기가 느껴지더라..
그나저나 큰형님이랑 대장님이 여전히 샤워 중이다.
이번엔 떡메 체험을 하러 나섰다. 디게 바쁜 하루이다.
"이거 봐~ 이거 봐~ 떡은 요렇게 치는 것이여~ 요래 요래 돌리고 말이여.."
-"종인아아~ 그만 문때라이~"
그렇게 야시시한 떡메 체험의 결과물은 요런 꼴이 되어 우리들 입으로 골인했다.
오후 늦게 길을 나선 분들이 도착하셨다.
누나들의 표정은 씁쓰름하지만 길 떠나기 홍보 담당이신 종인형님의 얼굴은 활짝 폈다.
걷는 게 취미인 사람들이다 보니 한적하게 앉아 오랜 시간을 보낸다는 건 고역이다.
하루 종일 이곳 저곳 이렇게 기웃거린다.
두모마을이 물고 있던 바닷물이 싹 빠져나갔다.
저녁 시간 쯤, 선희누나와 형님의 캠핑카가 도착했고 거나한 저녁상이 차려졌다.
길을 나서지 않았다면 맛 보기 힘든 음식들을 향해 열심히 젖가락을 놀린다.
길을 나선 이들의 키득거림에 운을 맞춰 마을의 불빛들이 바닷물 위로 마실 나와 잔잔히 춤을 춘다.
불빛들의 나풀거리는 춤사위에 거무스름한 밤이 그만 넋을 놓았다.
후두둑~
빗방울이 제법 거세게 텐트를 두드린다.
하루가 시작되었다.
간단히 아침을 먹고 카약을 타기 위해 길을 나선다.
경험하지 못 해본 것들을 경험한다는 것.
길을 나서는 자들의 가장 큰 즐거움이자 목적이다.
산 넘고 물 건너셔 바다 건너셔~♪
뗏목을 타고 가다 뒤집어져셔~♪
모타보트 타고 가는데~ 모타보트 기름 떨어져셔~♪
그냥 막 헤엄치면셔~셔~셔~♪
전날 피구를 할 때의 격한 몸짓으로 인해 컨디션이 난조인 유미 누나는 모타보트를 타고 바다로 나왔다.
하나, 둘~ 하나, 둘~ 열심히 패들을 젓는다.
오른쪽, 왼쪽 이리저리 물살을 가르며 방향 전환을 마음먹은 대로 하다 보니 웃음이 터진다.
이번에는 땅을 나선 즐거움을 느꼈다.
"호야이~ 이눔시키 거 있으라이~ 잡으러 간다이~"
-"하하하하하~ 움직이지도 않구먼.. 제자리에서 뭐합니꺼?"
육지를 떠난 이들의 팀웍이 붕괴되는 순간이었다.
길을 나서는 즐거움은 이성을 마비시킨다.
이동하는 차 안에서 친구들과 촘촘히 껴앉아도 마치 내 방의 책상 의자에 편히 앉아 있는 것처럼..
딱딱하고 차가운 바닥 위에 침낭을 깔고 누워도 마치 내 방의 보드라운 이불 속에 얼굴을 묻고 있는 것처럼..
밤새 텐트를 흔드는 바람의 울부짖음도 마치 어느 유행가의 달달한 가사를 음미하듯 눈을 감고 감상에 빠지게 되는 것처럼..
이른 아침, 입안이 까끌거려 혀로 입안을 훑어내고 마신 물 한 잔에 마치 칫솔에 치약을 듬뿍 발라 양치한 듯한 청량감을 느끼는 것처럼..
또 그런 내 꾀죄죄한 모습을 보고도 친구들이 노란 이를 드러내며 순진한 미소를 짓는다.
길을 나서는 내 최고의 즐거움은 바로 그런 친구들의 모습을 보며 나도 따라 샛노란 미소를 짓는 것이다.
함께 길을 나설 소중한 친구들이 있다.
그래서 코끼리거북이의 등짝처럼 커다란 배낭을 싸고 짊어지는 일도 그저 유쾌한 즐거움이 된다.
베이스캠프 가족들과 함께 나서는 길.
대문을 나서며 첫 번째 발길이 골목길과 맞닿자마자 자연스레 입꼬리가 하늘을 보고 두팔을 벌린다.
첫댓글 행님 멋진후기 재미나게 보고갑니다.. 항상 고맙고 미안하고 그렇습니다^^ㅎ
3일 동안 간을 쉬지않게 해준 행님, 누님 모두모두 감사합니다.
뭣이 미안하노 나는 항상 고맙다. 고맙데이~ ㅋㅋ
고맙다.. 용아^^ 재밌는 후기도 올려주고..
남해 두동마을에서의 추억으로 인해 당분간은 아~주 행복할 것 같습니다.. 모두 모두 사랑합니다.^^
용이 후기를 기다리며 하루종일 카페를 기웃기웃 ㅎㅎ 수고많았다^^
매주 용이 후기 읽는 재미를 어찌 포기할 수 있으리...
여자 샤워실에서 구석구석이 씻어내고...떡도 치고...정말 유익했습니다...--;
항상기다린다.. 니 후기. 고마워~ ^^
같이 못한 아쉬움이 ?용이후기보니더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