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 정형근 국민장기요양보험법안(가칭)을 마련하면서

[cafe지기]

국민장기요양보험법안(가칭)을 마련하면서



정부는 2008년 7월부터 치매중풍등으로 일상생활을 혼자서 수행하기 어려운 노인들에게 수발서비스를 제공하는 제5의 사회보험인 “노인수발보험법안”을 국회에 제출하였습니다.



현재 우리 사회의 가장 큰 문제인 인구고령화와 저출산에 따른 급격한 노인부양에 대한 부담증가 등을 고려 할 때, 노인에 대한 부양책임을 사회구성원이 사회보험 방식으로 공동으로 연대하여 부담하고자 하는 본 법안은 매우 환영할 만 한 법안입니다.



그러나, 국회에 제출된 정부법안의 내용을 볼 때, 과연 이 제도가 치매 중풍을 비롯한 노인성 질환으로 고통을 겪고 있는 어르신들을 제대로 돌보고 그 가족들에게 도움이 되는 제도인가에 대해서 매우 회의적입니다.



정부의 노인수발보험법안! 이대론 절대 안됩니다.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노인수발보험법안의 주요내용을 살펴보면,



첫째, 정부에서 제출한 노인수발보험법안은 말 그대로 “수발”이라는 비전문적 용어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수발이라는 용어에는 단순 복지개념의 의미는 있을 수 있지만 의료적 의미가 전혀 포함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정부안의 가장 큰 문제점이라 할 수 있습니다.



금번 정부가 제출한 제정안에서 수발대상자는 고령자(65세 이상의 노인)와 치매, 뇌혈관성 질환등 노인성 질병을 가진 64세 이하의 자로 되어 있습니다.



이러한 고령자와 치매 중풍환자의 경우 간병수발도 필요하지만, 약물치료등 의료적 서비스가 병행되어야 한다는 것은 상식중의 상식이며 의료적서비스가 제외된 간병수발은 상상조차 할 수 없습니다.



실제 지난 국정감사에서 보건복지부가 본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04년 한 해 동안 노인복지시설에서 사망한 노인의 숫자가 2,500명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전국 노인복지시설 372개소에 20,570명의 노인이 있는 것을 감안할 경우 수용노인의 12.7%가 시설내에서 사망한 것으로, 비시설에 계시는 일반노인의 사망률 3.9%에 비해 3배 이상의 높은 사망률을 보이고 있습니다.



만약 제대로 된 의료서비스를 받았다면 시설에서 이렇게 많은 노인들이 숨을 거두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노인요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의료적 서비스가 충분히 제공되는가? 되지 않는가? 하는 것입니다.

의료적 의미가 수반되는 요양이라는 용어를 무시한 채 수발이라는 용어를 고집하는 정부안은 의료적 서비스를 제외한 채 단순수발만을 제공하겠다는 것으로 병들어 거동조차 불편한 노인을 그냥 방치하겠다는 것이며, 심지어 현대판 고려장이 될 우려를 전혀 배제할 수 없는 잘못된 법안입니다.



둘째, 정부는 제도도입에 따라 2008년에는 8.5만명이, 그리고 2012년에는 18만명이 수발대상자가 될 것이라고 하고 있습니다.



이 같은 수치는 2008년 전체 노인인구를 5백만명으로 추정할 경우 1.7%에 불과한 숫자이며, 2012년 역시 노인인구 5.7백만명중 3.1%에 불과한 노인들만 수발대상자가 된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현재 우리나라 전체노인중 치매환자는 8%대로 40만명이 훨씬 넘고 있으며, 중풍환자나 노인성질환으로 거동이 불편한 환자를 모두 합할 경우 최소한 전체 노인인구의 15%인 75만명에 이를 것입니다.



이런 현실에서 정부가 계획하는 수발대상자는 고작 전체 노인인구의 1~3%뿐 입니다. 결국 정부에서 치매 중풍 노인을 책임지겠다고 한 광고는 국민들을 기만한 채 제도의 환상만을 심어준 허위광고에 지나지 않습니다.



또한, 전체 노인인구의 1~3% 정도만 혜택을 볼 수 있는 제도를 전 국민이 의무적으로 가입하는 사회보험방식으로 도입하겠다는 것에 대해 대다수 국민들은 납득을 하지 못 할 것입니다.



결국 국가 재정지원 문제와 보험료 인상에 대한 국민들의 반발을 우려 해 수혜대상자를 대폭 축소하면서, 오로지 2007년 대선만을 위해 도입부터 하고 보자는 식으로 추진하고 있는 정부안은 반드시 재고되어야 합니다.



최소한 도입초기인 2008년에 중등증이상의 노인들에게 수발혜택을 주어야 하며, 2012년에는 전체 노인인구의 10%가 넘는 노인들에게 수발혜택을 줄 수 있도록 제도를 설계해야 전 국민이 강제적으로 가입하는 사회보험으로 제도가 제대로 정착될 수 있을 것입니다.



현 정권 이후 급격히 증가한 불필요한 공무원 인력을 과감히 정리하고 정부 부처 곳곳의 낭비성 예산을 감축한다면 전체 노인인구의 10%가 넘는 노인들에게 보험혜택을 충분히 줄 수 있을 것입니다.



셋째, 정부는 이 제도를 도입하면서 보다 많은 요양시설을 건립하여 주로 시설보호 위주로 노인요양문제를 해결하려 하고 있습니다. 정부 계획안에 따르면 제도 도입 직후인 2008년의 경우 시설 對 재가 서비스 이용자의 비율이 70:30으로 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실제 우리나라 보다 이 제도를 먼저 도입한 유럽 선진국들이나 일본에서는 집단 시설보호가 제대로 요양서비스를 충실히 제공받지 못한다는 것을 깨닫고 주로 재가요양 위주의 탈시설화로 가고 있습니다. 현재 독일과 일본의 경우 시설 對 재가 서비스 이용자의 비율이 30:70 입니다.



실제, 보건복지부가 조사한 자료에 의하더라도 대다수 노인들은 ‘가족속에서, 가족중심으로’ 노인요양을 받기를 원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노인요양제도는 지역사회 내에서 지역의 보건자원의 통합적 기능을 강화할 때 비로서 가장 효과적인 요양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습니다.



정부의 시설중심 수발보험은 자칫 거동이 불편한 노인들이 가족들의 외면을 받은 채 그동안 거주했던 곳에서 멀리 떨어진 매우 낯선 외진 지역의 시설에 “수용”당하는 일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제도를 도입하는 시작단계에서부터 이에 대한 철저한 계획과 준비가 필요합니다.

넷째, 정부안은 이 제도의 보험자 및 운영주체를 건강보험공단으로 하고 있어 거의 대부분의 업무가 공단에 의해 이루어지도록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현재 공단은 직원이 1만명이 넘는 거대한 비효율적 공룡조직으로 많은 비판을 받고 있으며, 인력 감축을 통한 조직의 효율성 제고가 시급한 실정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단은 오로지 요양보험의 사업주체가 되어 수천명의 직원을 새로 채용하여 조직을 확대하여 자리를 보전할 생각만 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정부안에는 공단에 상임이사 3명을 추가로 신설하여 공단 고위 직원이나 보건복지부등 고위관료의 자리보전용으로 사용하려 한다는 비판마져 제기되고 있습니다.



또한 노인요양보험에 있어서 중요한 것은 예방사업입니다. 그러나, 행정 인력이 전부인 공단에서 예방업무를 제대로 수행 할 수 있을지 매우 의문입니다.



예방업무는 지방자치단체의 보건소에서 이미 수행하고 있으며 예방업무를 비롯한 요양서비스는 지역밀착형으로 이루어져야 하며, 현재 지방자치단체의 복지서비스와도 상호 연계되어 운영되어야 합니다.



따라서 요양보험은 공단보다는 지방자치단체의 시군구가 주도적으로 업무를 수행해야 합니다.



다섯째, 장애인과 관련된 요양보험에 대해 정부안에서는 제외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보험료 부담을 건강보험가입자, 즉 전국민에게 지우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요양대상을 노인으로 한정하는 것은 보험원리에 전혀 맞지 않습니다.



물론 요양보험 서비스가 간병, 수발위주이고 장애인에게 필요한 전문 재활이나 교육등의 서비스가 아니지만, 일부 중증 장애인에게는 간병, 수발 수준의 요양서비스가 절실히 필요합니다.



따라서 전국민이 보험료를 부담하는 요양보험을 노인으로만 한정하는 것보다는 일부 장애인을 포함시킬 수 있는 제도로 운영하는 것이 보험원리상 적합합니다. 더구나 장애인 복지시설이 턱 없이 부족한 현실을 감안할 때 요양보험으로 그 부족한 일부를 보완 할 수 있어야 합니다.



전국민을 대상으로 요양서비스를 제공하는 국민요양보험이 필요합니다.



우리나라의 노인인구는 전체인구의 10%로, 고령화 사회의 분기점인 7%를 훨씬 넘어 본격적인 고령사회로 진입하고 있으며, 인구고령화는 저출산과 더불어 가장 큰 사회문제로 부각되고 있습니다.



따라서 노인 의료비용과 부양비용의 급격한 증가는 더 이상 개인이나 한 가정이 단독으로 감당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기에 그 부담을 사회전체가 부담하기 위한 요양보험제도의 도입은 반드시 필요합니다.



그러나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정부가 제출한 노인수발보험법안에는 많은 문제점이 있습니다.



저는 지난해 12월 각 계 전문가를 모시고 국민요양제도에 대한 정책토론회를 개최하였으며 토론회에서 논의된 내용을 바탕으로 “국민장기요양보험법안(가칭)”을 마련했습니다.



국민장기요양보험법안(가칭)은 “요양이 필요한 전국민이 의료적서비스가 포함된 지역밀착형 시설과 가족속에서 건강회복과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도록 요양서비스가 제공되어야 한다”라는 원칙과 철학을 갖고 있습니다.



법안의 주요내용을 보면,



첫째, 제도 명칭을 수발이 아닌 의료적서비스 개념이 포함된 “요양보험”으로 함으로써, 전국민이 보험료를 부담하고 전국민이 대상이 되는 보험원리에 맞게 노인이 아닌 전국민이 대상이 되는 요양보험안을 마련했습니다.



둘째, 제도의 운영주체를 건강보험공단과 지방자치단체로 이원화하여 서로의 강점을 살려 효율적으로 제도를 운영하도록 하였습니다.



즉, 보험료 징수, 요양등급의 결정 및 급여비의 지급등의 업무는 보험자인 공단이 맡고 실제 요양인정 신청, 대상자에 대한 실사, 케어플랜 작성 및 예방업무등은 요양보험 사업의 실행주체인 지방자치단체가 맡도록 하였습니다.



셋째, 의료적서비스가 충분히 전달될 수 있도록 요양인정 신청단계에서부터 의사, 간호사등 의료인의 참여를 대폭 확대 하였으며, 특히 장기요양시설이나 재가요양시설에는 반드시 의사나 촉탁의사를 두도록 하여 의료적 접근을 높였습니다.



넷째, 재정조달에 있어 가입자의 보험료뿐만 아니라 국고부담 40/100, 지방자치단체 부담 10/100을 법에 명확히 하여 안정적으로 보험재정 이 운영되도록 하였습니다. 물론, 재정자립도가 열악한 지방자치단체는 부담분을 국고에서 지원 가능하도록 보완을 하였습니다.



다섯째, 요양대상자에 노인뿐만 아니라 장애인을 포함시켰습니다. 물론 장애인 복지법의 모든 장애인을 포함시킨 것은 아니며 보험재정등을 감안하여 정부가 탄력적으로 대상을 정 할 수 있도록 위임해 놓았습니다.



여섯째, 지방자치단체에 시군구별로 요양관리센터를 설치하고 요양관리센터에는 일정요건을 갖춘 간호사, 간호조무사 및 사회복지사등을 요양관리사로 두도록 하여 보다 더 전문적이고 가입자에게 밀착된 요양서비스를 제공하도록 하였습니다.



요양보험제도는 반드시 철저한 예산검증과 재원조달에 대한 국민적 합의를 거친 후 도입되어야 합니다. 그리고, 처음부터 반쪽이 아닌 제대로 된 제도를 도입해야 합니다. 일단 도입 먼저하고 나중에 제도를 보완하겠다는 정부안은 반드시 실패한 정책으로 남을 것입니다.



국민장기요양보험법안(가칭)은 4월 임시국회 회기중에 국회에 제출될 예정이며, 제출이후 정부안과 함께 국회 보건복지상임위등에서 열띤 논의가 진행 될 것입니다.



병이 들어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들은 물론 장기요양이 필요한 많은 국민들에게 진정 필요한 제도가 마련되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