홑이불만으로도 충분한 여름에 구스다운 이불(컴포터 or 듀벳)을 얘기하는 게 계절적으로 맞지 않긴 하지만 이왕 침구 얘기를 시리즈로 시작했잖아요. 그렇다면 구스다운 얘길 빼놓을 수가 없어요. 호텔 스타일 베딩의 핵심이자, 또 구스다운이 있느냐 없느냐에서 침구와 관련한 라이프 스타일의 격이 확 달라지거든요. 한파가 매섭게 느껴지는 겨울밤에도 포근한 구스다운 이불 아래로 몸을 숨기는(?) 시간이 굉장히 행복했고, 그건 하룻동안 느꼈던 피로와 추위에 대해 충분히 위로 받는 듯한 느낌이었거든요. 덕분에 침대는 제게 항상 relax 또는 retreat라는 이미지로 각인되어 있어요. 모든 불편한 긴장을 내려놓고 휴식을 취하는 곳(relax), 낮 동안의 부산함과 소란스러움을 피해 밤의 고요함과 여유로 빠져드는 곳(retreat)이니까요.
카톨릭에서는요 일상을 떠나 고요한 수도원 같은 곳에서 종교적인 활동(성경 묵상, 자아 성찰, 금욕 수련 등)에만 집중하는 걸 ‘피정(避靜)’한다고 얘기하잖아요? 그 피정이 영어로 retreat랍니다. 그렇게 평생에 한번쯤 경건한 소원을 실현시키기 위해 유럽의 수도원을 찾아 피정하는 것도 삶에 도움이 되는 retreat고, 1년에 한번쯤 여유를 찾기 위해 고요한 리조트로 떠나는 것도 retreat가 될 수 있어요. 그런데 침댄 제게 매일의 retreat가 이뤄지는 장소에요. 현대인의 정신 없는 24시간 중에서, 침대에서의 시간만큼은 고요하게 그 정신 없는 집 밖 공간을 떠나 있을 수 있는 시간을 제공하는 장소니까요. 여기에서 제가 말하는 ‘침대’란 협소하게 침대 가구만을 말하는 게 아니구요, 프레임, 매트리스, 침구, 베개, 이불솜 등을 다 통틀어서 휴식과 수면을 취할 수 있는 곳이라는 광범위한 의미에서 침대를 말하는 그에요. 그래서 가구지만, 동시에 장소로서 바라 보는 거죠. 그런 retreat를 가능하게 하는 침구의 핵심인 구스다운, 미처 알지 못했을 정보도 쏙쏙 쉽게 전달해 보려고 합니다.
구스다운은 거위의 가슴에서 배까지 이어지는 몸통의 ‘아래(down)’ 부위에 나는 보들보들한 솜털을 말해요. 그래서 다운이죠. 조류의 털은 깃털과 솜털로 부위가 나뉘거든요. 대개 up side인 등과 날개 부위엔 깃털이 분포하고, down side인 가슴과 배에는 솜털이 분포합니다. 사람처럼 누워 자질 않으니 솜털이 나는 부분을 보여줄 사진이 마땅치 않더라고요. 자연적인 상태에서는. 그런데 배를 훌러덩 드러낸 사진을 봐야 깃털과 솜털의 구분을 명확하게 알 수 있기 때문에 찾으려 애는 썼으나 포기했어요. 그 노력만 알아 주세요. 결국은 잔인하지만(사실 구스다운 이불을 덮는 것 자체가 실은 굉장히 행복하면서도 동시에 거위에게 몹시도 미안한 일이기도 하죠), 사냥포획물로 잡힌 인증샷 속 거위의 가슴과 배 사진을 보여드릴게요. 가슴과 복부의 보들보들한 솜털과 날개의 깃털, 정확하게 구분되죠?
거위의 솜털은 조류를 포함한 모든 동물의 털 중에서도 공기층을 워낙에 많이 형성하는 특징이 있어요. 그래서 솜털이라 엄청 가벼우면서도 무척 따뜻해 보온성이 아주 뛰어나죠. 바로 그 점이 추위를 이기기 위한 인간의 니즈와 맞아 떨어져서.. 고급 패딩과 이불의 소재로 구스다운이 최고의 인기를 누리는 거랍니다. 겨울이면 다들 ‘구스다운’을 노래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죠. 물론 다른 동물의 털 중에서도 따뜻한 건 있지만 무겁거든요. 예를 들어 양모만 해도 엄청 따뜻하잖아요? 어그 부츠 속에 감싸인 겨울철 맨발을 떠올려 보세요. 하지만 양모는 이불로 만들어졌을 땐 굉장히 무거워요. 침구는 자고로 가벼워야 제 맛! 그래야 숙면을 취하기 좋죠. 그래서 양모 이불은 절대 추천하고 싶지 않더라고요. 호주나 뉴질랜드로 여행을 가시는 분들이 양모 이불도 많이 사오던데 전 글쎄요. 포유류 말고 같은 조류로 비교해 볼게요. 오리의 솜털도 가볍고 따뜻하기로 유명해요. 하지만 구스다운보다는 필파워(필파워 설명은 아래에서 해드릴게요!)가 떨어지거든요. 그래서 구스다운 패딩이나 이불 같은 걸 선전할 때 ‘초경량’, ‘ultra light’ 같은 표현을 습관적으로 갖다 붙이는 거랍니다. 가장 가벼우면서도 가장 따뜻한 털이기 때문에. 그게 덕다운보다 구스다운이 비싼 이유죠. 아래에서 구스다운 이불에 관해 여러분이 반드시 알아야 할 지식들을 소제목을 달아 쉽게 설명해 드릴게요. 글이 꽤 길어 시간 여유가 있을 때 읽어셔야 할 거에요. 긴 호흡으로.
1. 다운(down) vs 페더(feather)
구스다운 패딩이나 이불을 살 때 다른 건 몰라도 이건 아시죠? 깃털(feather) 보다 솜털(down)이 더 비싼 거. 그래서 솜털(down) 함량이 높은 거위털 이불이 고급인 거. 간혹 100% 깃털 또는 100% 솜털만으로 만들어진 이불도 있어요. 하지만 대개의 경우 이 둘이 혼합되어 있답니다. 때론 100% 구스다운이라는 이불에도 간혹 10% 미만 범위 내에서 페더가 섞인 경우도 있더라고요. 그 함량이 10% 미만이라고 100% 구스다운으로 표기를 하는 경우도 있더라고요. 물론 깃털 하나 안 섞인 진짜 구스다운 100%가 더 많지만요. 어쨌든!
솜털과 깃털은 장단점이 있어요. 솜털은 필파워가 높기 때문에 적은 무게로도 엄청난 부피를 차지하며 부풀어 오릅니다. 하지만 그 사이 사이는 공기층이 다 메꾸고 있기 때문에 솜털만으로 채워진 베개는 그냥 놔두면 빵빵하고 제법 커 보이지만 머리를 뉘면 금세 푹 가라앉으며 꺼지죠. 너무 가볍워 조금 채워서는 티도 안 나기 때문에 베개든 이불이든 솜털만으로 만들 땐 꾸역꾸역 가득 넣어야 쓸만해져요. 그런데 보통 솜털은 거위 한 마리당 20g 정도 체취 가능하거든요. 보통 구스다운 이불 퀸 사이즈를 기준으로 1kg(1,000g) 이상은 채워져야 볼륨감 있는 구스다운 컴포터처럼 보이는데요, 그럼 도대체 거위 몇 마리가 필요한 건지 계산해 봅시다. 1kg 이불일 경우 무려 50마리네요. 그래서 구스다운이 비싼 거에요. 상대적으로 저렴한 거위털 이불이나 베개, 패딩을 보면 다운과 페더가 섞여 있는 걸 확인할 수 있으실 거에요.
하지만 깃털은 솜털에 비해 속속들이 공기층을 형성하는 힘이 떨어져요. 그리고 깃털엔 깃대가 있잖아요? 깃털펜처럼 두꺼운 깃대는 아니더라도 가늘고 뾰족해 삐져 나와 살을 찌르면 불쾌하거든요. 그래서 구스다운 이불이든 베개 패딩은요 면이나 폴리, 또는 혼방 천이든 뭐든 커버를 씌우잖아요? 아무리 800TC 이상, 나름 가는 실로 촘촘하게 짜인 천을 썼다 해도 깃털이 많이 들은 건 자꾸 삐져 나와 콕콕 찌를 위험이 있어요. 특히 박음질하며 생긴 봉제선은 최고의 탈출구라 아우~ 제가 중학생 땐 이랜드의 브렌따노, 헌팅 같은 브랜드에서 나오는 오리털 패딩이 붐이었거든요. 몇 년 전의 노스페이스의 구스다운 패딩처럼. 오리 깃털이 어찌나 봉제선을 따라 빠져 나오던지..으~ 그때 처음 느꼈죠. 깃털의 단점을.
그리고 처음 거위털 이불을 장만했을 때가 십 몇 년 전이더라? 벌써 꽤 오래 전인데 당시엔 백화점의 고가 거위털 이불엔 얼씬도 못하겠던 저라 제 첫 거위털 이불은 비교적 저렴한 걸로 했어요.지금처럼 구스다운 이불이 대중화되지 않은 때라 그땐 선택의 폭도 좁고, 그때 물가 대비 가격도 꽤 비쌌거든요. 그래서 그나마 덜 부담스럽게 가장 저렴한 축에 드는 걸로 골랐는데도 30만원 가까이 했던 것 같아요. 진짜 큰 맘 먹고 산 건데(지금 차라리 100만원 구스다운 컴포터를 하나 산다고 해도, 그게 덜 부담스러울 정도로 그땐 진짜 큰 맘 먹고 샀던 거) 근데 저의 높은 기대치와는 달리 실제 덮어 보니 호텔에서 덮었던 구스다운 이불처럼 가볍고 포근하지 않더라고요. 거위털 이불 가볍다더니 뻥이네 그랬어요. 은근 무거운 거에요. 오히려 마이크로화이버 폴리 이불솜이 더 가벼울 정도. 게다가 부풀어 오를 듯 포근한 볼륨감도 잘 모르겠더라고요. 심지어 거기에 닭장 냄새 같은, 약간 거슬리는 냄새도 못 참을 정돈 아녔지만 좀 났었구요. 결국 얼마 못 덮고 몇 년 쓰다 버린 것 같아요. 지금처럼 인터넷으로 정보 습득이 쉬웠던 때도 아니고, 사전 지식 없이 샀었는데 지금 생각해 보니 중국산 중에서도 가장 저급의 거위털이 재료인 이불이 아니었을까 싶네요.
처음 장만했던 거위털 베개도 그랬어요. 너무 비싼 거죠. 백화점에 구경은 가봤는데 베개 하나에 막 30~40만원 이랬으니까요. 그땐 지금처럼 해외 쇼핑 같은 것도 할 수 없었던 시절이고, 어디 거위털 베개를 흔하게 팔던 시절이 아녔거든요. 제가 어디서 찾았는지 기억도 가물거리는데 10만원대의 거위털 베개를 샀어요. 그러나 털~썩! 솜털 함량이 적어 깃털이 또 많이 들어 있었는데.. 누울 때마다 얼굴을 찌르니까 진짜 화가 나더라고요. 그게 싫어 베개 커버를 2겹으로 씌웠더니 이젠 천이 접히는 부분이 생겨서 너무 맘에 안 들고~ 불편하고. 그렇게 제 상상 속 푹~ 가라앉는 거위털 베개는 안녕~ 그 엄청 삐져 나오는 거위털 이불과 베개 때문에 청소만 아주 열심히 했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렇게 구스다운 잘못 사면 어설프게 돈 쓰고 성질만 버리는 일이 생기죠.
2. 필파워(fill power)
최근 몇 년 사이 구스다운 패딩이 겨울마다 인기인데, 우리나라에서 워낙 고가의 구스다운 패딩 브랜드가 인기를 끌었잖아요. 그래서 뉴스에서 구스다운 패딩 살 때 가격이나 브랜드보다 필파워 수치를 체크하라고 리포트를 해 준 적이 많아요. 그래서 필파워를 아시는 분도 많으실 듯! 필파워란 다운(솜털)이 얼마나 공기층을 많이 함유하며 크게 부풀어 오르느냐, 하는 수치라고 쉽게 생각해도 좋아요. 필파워가 높은 구스다운은 손으로 눌렀다가 떼면 다시 금세 부풀어 올라 밀도는 낮더라도 볼륨 빵빵! 필파워가 낮은 건 눌렀다 떼도 압력을 받은 그 모양에서 빨리 회복되지 않는답니다.
필파워를 측정하는 기계가 있어요. 다운 1온스(28.35g)를 24시간 동안 압축합니다. 그리고 압축을 해제했을 때 원래대로 부풀어 오르는 힘(복원력)을 수치로 구분하는데, 수치가 높을수록 솜털 사이사이 공기층을 켜켜이 형성한다는 얘기이기 때문에 그만큼 크게 부풀어 오른다는 걸 알 수 있어요. 고로 같은 양의 다운이 충전되었을 경우 상대적으로 더 보온력이 높고, 부피 대비 가벼움을 느끼기 좋기에 필파워가 높은 구스다운을 고급으로 쳐 준답니다. 한겨울에 춥다고 속옷에 두꺼운 코트 하나를 입는 것보다, 얇은 옷이라도 여러 겹 입으면 그 사이 켜켜이에 보온 기능을 하는 공기층이 형성되어 효과적이라며 그래서 내복 입으라고 종종 하잖아요? 얇은 벽과 1겹 창문에서는 외풍이 심하지만, 두꺼운 벽과 이중창에 2겹으로 된 창문에서는 외풍이 덜한 것도 그런 원리죠. 보온에서는 정말 공기층이 중요하거든요. 보통 필파워 600 이상이면 제법 가벼우면서도 따뜻하다고 느끼죠. 그리고 800 이상이면 그때부턴 고급으로 치는 분위기에요. 구스다운 패딩의 경우 아예 패딩 겉면에 필파워 숫자를 새겨둔 경우가 많더라고요. 문득 몇 년 전에 세일할 때 싸게 장만한 나이키 구스다운 패딩 소매에 600이란 숫자가 써 있는 걸 보고 ‘아~ 이거 필파워 600이면, 세일 가격에 꽤 괜찮네. 딱히 예쁘진 않아도 득템했다!’이러면서 샀던 기억이 떠올라요. 필파워가 높을수록 가벼우면서 보온력이 뛰어나다는 걸 명심하세요. 물론 그건 총충전량과 함께 고려되어야 할 사항이지만요.
3. 구스다운의 원산지, 최고급은 시베리안 구스
구스다운을 찾는 건 탁월한 보온성 때문이죠? 그러면 솜털이 따뜻할수록 좋은 거잖아요? 필파워가 높은 구스다운은, 거위의 솜털에 어떤 가공을 해서 만들어 내는 게 아니에요. 체취한 그 솜털 고유의 특성이랍니다. 그래서 원재료가 좋아야 하죠. 자~ 그럼 어떤 기후에서 사는 구스에서 따뜻한 솜털이 체취될까요? 답은 추운 기후, 시베리아나 헝가리, 캐나다처럼 북극과 가까워 추운 지역의 거위 솜털이 굉장히 필파워가 높습니다. 아주 차가운 물 위에서 헤엄을 치더라도, 눈이나 얼음과 함께 지내더라도 여리여리한 가슴과 뱃살을 따뜻하게 보온하도록 솜털이 기후에 적응해 발달하니까요. 그래서 이불에서는 시베리안 화이트 구스를 최고급으로 치죠. 캐나다 구스가 괜히 유명하고 비싼 게 아니랍니다.
사람만 해도 보세요. 알래스카에 사는 사람들은 살집이 두툼하죠. 지방층을 두껍게 형성해 추운 기후로부터의 보호하기 위해서에요. 하지만 적도에 가까운 발리 같은 동남아시아나 아프리카에 사는 사람들 보세요. 몸매가 날렵하고 지방이 별로 없죠. 거위도 그래요. 추운 기후에 사는 거위일수록 더 토실토실하고, 솜털은 더 촘촘하고 더 미세하고 보드랍게 나서 추위로부터 몸을 지켜 줍니다. 그렇게 극강의 보온력을 제공할 수밖에요. 아래 사진을 보세요. 거의 같은 종의 화이트 구스 같아 보이지만 푸른 풀밭 위에서 노는 거위들은 제법 날씬하고 털도 그리 미세한 편이 아니죠? TV에서 많이 보던 거위죠? 그런데 아래 눈 내린 풀밭 위에서 놀고 있는 거위들을 보세요. 토실토실 살이 올라 쓰담쓰담해 주고 싶은 데다 털까지 아주 촘촘빼곡, 거기에 결조차도 보이지 않을 만큼 보들보들 빵빵!
그래서 이불을 살 때는 시베리안 구스산이면 고급이라고 이해하면 되요. 시베리안 구스다운은 대개 필파워 800부터 시작하거든요. 그리고 어디에서나 사는, 딱히 야생의 추운 기후에 적응할 필요 없는 보통의 거위들(털이나 고기를 체취할 목적으로 사육하는 거위들)은 필파워가 평균 550쯤 되요. 시베리안 구스의 다음 급이긴 한데 이불 중에선 헝가리안 구스도 좀 알아 주는 편이에요. 그래서 ‘난 비싸도 한번 사는 거 최고급 구스다운 컴포터를 사야겠어!’라고 맘 먹은 분이라면..
1) 필파워 800 이상
2) 그렇다면 아마도 시베리안 구스다운
3) 솜털을 감싸는 순면 이불 커버는 최소 1,000TC 이상, 극도로 얇은 실로 짜여져 현미경으로 확대해도 틈새가 잘 안 보일 정도로! 깃털 빠지는 거야 손으로 치우면 그만이지만, 솜털 빠지는 정말 정말 대책이 없기 때문
4. TC or 다운-프루프 or 알러지 프리 표기 반드시 확인
이어서 얘기하죠. 오래 전에 저질 거위털 이불과 베개에 큰 실망을 한 뒤로 나중엔 반드시 그냥 ‘거위털’이 아니라 ‘구스다운’ 그러니까 솜털만으로 만들어진 이불이나 베개를 사야겠다고 두고두고 마음에 담아뒀었어요. 그런 질 좋은 고가의 침구는 주로 백화점에서 파는데 너무 비싸니까 한동안 엄두를 못 내고 있었지 뭐에요. 그러다 작년 봄에 이사하며 다시금 침구 욕심이 활활 타올라 그때 저는 생애 2번째로 거위털 침구를 장만하게 됩니다. 페더가 전혀 안 들어간 100% 다운으로 W호텔 브랜드로 장만했어요.
W호텔 구스다운을 택했던 이유는 미국 사는 친구의 강추 때문이었어요. W호텔에 베딩 라인이 의외로 가격대가 저렴하면서 굉장히 품질이 좋아 아주 잘 쓰고 있다고 강추하더라고요. 그런데 미국에서 파는 거라, 한국에서 사려면 관세를 내고 사야 해요. 그런데도 원래 가격 자체가 한국 백화점 구스다운보다 훨 싸니까 충분히 매리트가 있다고 해서 확 질렀죠. 볼륨감 있으면서 가벼운 구스다운 컴포터 퀸 사이즈 하나랑, 베개 2개를 샀거든요? 참고로 제가 샀던 제품 지금은 단종되고 싹 리뉴얼됐어요. W호텔 베딩이 심플하게 다시 라인업됐거든요 올해. 그래서 제가 샀을 때랑 사이즈도, 가격도 다 달라요. 가격은 오히려 리뉴얼된 게 더 싸던데요? 2가지가 있는데 그 중 더 비싼 걸로 골라도.
처음 받아 보고는 정말이지 너무도 환상적인 가벼움과 포근함에 감동해 세포가 찌릿찌릿하더군요. 정녕 이렇게 가벼운 구스다운이 있다니. 정말이지 그런 가벼움은 고급 리조트에서도 느껴 보지 못했거든요. 제 주위에 또 누가 구스다운 이불을 사야 한다기에 제가 W호텔 껄 강추했네요? 이미 미국 사는 제 친구가 잘 쓰고 있었고, 저도 만족하며 쓰고 있었으니까요. 그런데 W호텔 구스다운 컴포터를 저 따라서 산 분이 심한 알러지 비염을 평생 고질병으로 달고 사는 분이었어요. 그래서 항상 깔끔하게 항상 청소하고 사는 분. 근데 채 한 달도 안 되어 저한테 그 이불 도저히 못 쓰겠다고, 버리고 싶은 걸 참고 다른 가족한테 쓰라고 줘버렸다는 거죠. 미세한 솜털이 들썩들썩 움직일 때마다 빠져 나와서는 검은 가죽으로 된 침대 프레임 위에 눈에 많이 띌 정도로 보이고, 침대에 누울 때마다 자긴 재채기가 연신 나온다고. 약간 솜털이 빠져 나온다는 건 느꼈었지만 전 그 정도는 아니었기에 친구에게 이 구스다운 이불 복불복인가 보다고, 내 껀 괜찮은데 그렇게 털이 빠져 나와 고생을 한다고 했더니 친구가 고백할 게 있다는 거죠. 자기도 그 이불 장롱행이라 새로 구스다운 이불 살 거라고. 처음엔 안 그랬는데 몇 개월 지나니 솜털이 이불 위랑 방바닥에 하얀 가루처럼 올라타 도저히 못살겠대요. 그 얘길 듣고 설마 하고 1개월쯤 지나자 제 구스다운 이불에도 그런 증상이 확연히 나타나기 시작하더라고요. 불안해서 이불 커버까지 다 씌워놨거든요? 그런데도 불구하고 솜털이 마구 흩날려 제게도 골칫덩어리가 됐어요. 이불 커버를 벗겨 세탁기에 넣으려던 어느 날 극심한 피부 간지러움과 연신 재채기가 나와 그 날의 흔적을 사진으로 기록해 두었어요. 아무리 가볍고 포근해도 도저히 이건 쓸 수가 없겠더라고요.
이런 게 바로 구스다운 이불 구입의 대실패 사례입니다! 전 첫 번째도, 두 번째도 실패였네요 그래서 좋은 구스다운 이불을 사려면 씌워진 천의 TC가 1,000~1,200 이상은 되는 걸로 사라고 한 거에요. TC 수치는 이전에 설명해드려 아시죠? 그렇게 가는 실로 만들어진 천이라야 솜털이 삐져 나오지 않거든요. 안 그럼 진공청소기를 돌려도 공중으로 휘날리는 솜털 때문에 짜증은 폭발하고, 알러지 있는 사람은 하루 종일 재채기만 해댈 거에요. 콧속이 팅팅 부어서. 제대로 구스다운 침구를 만드는 브랜드일수록 다운-프루프(Down-Proof)나 알러지 프리(Allergy free)를 강조하며 자기네 물건을 팔고요, 또! 의외로 그런 가공은 우리나라 구스다운 침구가 참 신경을 잘 쓰는 편이에요.
천사가 덮는 이불이 아닐까 싶게끔 가볍고 포근해도, 그렇게 털 빠짐이 심하면 아무 소용이 없단 걸 W호텔 구스다운 컴포터로 알게 됐네요. 깃털만 안 사면 되는 줄 알았더니. 그래도 이런 저의 실패 경험이 여러분들에게 실속 있는 정보를 주는 원천이 되기에 이마저도 감사한 이유는 다 있네요.
5. 털 빠짐 심한 구스다운 이불엔 덧씌움을!
만약 저의 W호텔 구스다운 컴포터 같은 극심한 거위 솜털의 빠짐 현상으로 골머리를 썩는 분 계신가요? 그 이불 어떻게 하실 거에요? 심지어 이불 커버를 2겹 씌워도 계속 털이 빠질 텐데 말이죠. 구스다운이 아무리 싸다 해도 최소 30만원은 주고 샀을 텐데. 그쵸? 그럴 땐 방모(다운-프루프)천으로 기존 구스다운 이불에 다시 한번 덧씌움을 해주는 업체를 찾아 맡기는 수밖에 없어요. 제가 그렇게 해서 W호텔의 털 빠짐이 뒷목 잡게 하는 그 구스다운 컴포터를 쓰고 있어요. 방모천은 100% 코튼극세사 짜여진 것과 100% 폴리극세사 짜여진 것이 있는데요, 털빠짐을 완벽하게 방지하기 위해서는 폴리천을 선택해야 해요. 코튼천보다 더 무겁고, 촉감이 좀 더 나빠요. 인공적으로 맨들맨들 시원한 감촉이랄까요. 바삭거리는 소리도 더 심하고. 하지만 코튼극세사와 달리 폴리극세사가 다운털의 삐져 나옴을 완벽하게 방지하거든요. 전 10만원 넘게 주고 그렇게 덧씌움 작업을 해서 쓰니 이제 살겠어요. 많은 곳에서 하는 게 아니라 업체정보를 잘 못 찾겠는데 꼭 필요한 분이라면 제게 메일 주세요. 제가 맡긴 곳 알려드릴게요(여기에 주소나 연락처 남겨 괜히 업체홍보 오해 받거나 하는 건 싫어서요).
그런데 애초 좋은 거, 털 빠짐 없는 걸 사는 게 최고에요. 덧씌움을 하면 여러 가지로 불편하거든요. 추가로 돈이 더 들죠? 그리고 더 중요한 이유는 가볍게 덮으려고 구스다운 이불을 장만했는데 다른 천을 덧씌우면 이불이 더 무거워질 거 아니에요. 그게 더 덧씌움의 단점이에요.
참고로 구스다운 이불을 사다 보면 격자로 누빔 박음질이 크든 작든 되어 있어요. 우리나라에선 구스다운 이불이지만, 해외에선 구스다운 컴포터(comforter), 구스다운 듀벳(duvet), 구스다운 퀼트(quilt) 등으로 다양하게 불리거든요. 이불에서 퀼트는 누빔 봉제를 말하죠. 물론 일반 누빔처럼 촘촘하게 박진 않아요. 구스다운 이불을 누비는 건 다운이 한쪽으로만 쏠리기 쉽기 때문에 고루 분포하도록 섹션을 일부러 만들어 주는 작업이라서요. 많이 누비면 안 되죠! 누빈 봉제선을 따라 거기에 박혀 있던 솜털이 미세한 바늘구멍으로 탈출하니까요. 그래서 다운-프루프 구스다운의 경우 봉제선을 최소화하는 특징이 있구요, 100% 코튼극세사를 쓰는 경우도 있지만 진짜 완벽한 다운-프루프라면 폴리극세사 천으로 커버를 씌운 경우가 있죠. 위의 사진처럼 이렇게 봉제선이 많이 보이는 경우, 이불 사용 초반의 솜털 빠짐은 조금 예상하셔야 해요. 봉제선에 같이 박혀 있던 솜털이 바늘 구멍으로 빠져 나올 수밖에 없거든요. 그게 싫다면 처음에 쓰기 전에 창문 다 열어 놓고 탈탈 털어 준 뒤 쓰면 그나마 덜하죠.
6. 구스다운 침구 케어 팁1-드라이 클리닝 No! 물세탁 Yes!
물론 세탁소에 맡기면 알아서 깨끗이 빨아 줍니다. 하지만 집에서 그냥 세탁기 울코스로 중성세제를 사용해 물세탁을 하는 것도 나쁘지 않아요. 그리고 세탁은 자주 하지 마세요! 제 경우 최대한 깨끗하게 쓰면서 2~3년에 1번 정도를 세탁주기로 잡거든요. 어차피 이불과 맨살 사이에는 플랫 시트가 있어서 각종 오염(인체의 피지, 땀도 오염의 일종)으로부터 구스다운 이불을 보호해 주니까요. 저처럼 플랫 시트를 안 쓰는 경우엔 구스다운에 이불 커버를 따로 씌우는 게 필요해요.
구스다운은 석유계 세제로 세탁하면 절대 안 되요. 그래서 드라이 클리닝은 안 된다고 하는 거죠. 세탁소에 맡긴다고 다 드라이 클리닝만 하는 건 아니거든요. 그게 안 되는 이유는, 구스다운이 동물성 털이고 표면의 오일이 다 씻겨나가면 안 되기 때문입니다. 거위나 오리 같은 경우 물 위에서 헤엄을 치는 조류죠? 이런 생각해 본 적 없으세요? ‘맨날 헤엄치는데 쟤네들은 왜 물에 푹 젖지 않는 거지?’ 털에 자체 방수 기능이 있기 때문이에요. 그리고 눈에 보이진 않지만 털에 오일 성분이 코팅되어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입니다. 그래서 털에 함유된 오일이 드라이 클리닝 석유계 세제에 녹아 나오면 구스다운 특유의 필파워가 확 떨어지는 경우가 생깁니다.
에피소드 하나 짧게 전해드릴게요. 그럼 이해가 더 잘 되실 거에요. 전에 해외 다큐멘터리로 봤던 건데요, 바다에는요 포말이라고 부르는 씨폼(seafoam)이 생길 때가 있어요. 미국에선 이걸 sea cappuccino라고 부르기도 하는데요, 과하면 일종의 자연재해가 됩니다. 그냥 보통의 물거품은 지면에 부딪히면 사라지는 거 아시죠? 그런데 무슨 연유든 간에 물거품이 아주 끈적이고 뭉글뭉글한 비누거품처럼 만들어졌을 땐 해변가에 거품이 도달해도 사라지지 않아요. 바다에 사는 새들이 있잖아요? 오리 중에도 바다에 사는 오리들이 있죠. 근데 미국 어느 해변가에서 야생조류들이 해변가로 떠밀려 와 거품을 뒤집어 쓰고 죽어 가는 거죠. 야생동물보호센터에서 아직 살아 있는 애들을 데리고 와서 물에 잘 씻어준 뒤 따뜻하게 해 주니 다시 건강을 회복했어요. 자연방수 기능이 있는 조류의 털에 포말이 들러붙어 포말 속 계면활성제가 털 표면의 오일 성분을 제거하면서 방수 기능을 상실한 거죠. 그러면서 바닷물에 젖고, 추위에 오돌오돌 떨다 급격한 체온저하로 새들이 떼죽음을 당한 거에요. 그래서 그저 물로만 목욕시켜 포말을 제거한 뒤 따뜻하게 난방을 해 주니까, 걔네들이 다시 파닥파닥 생기가 돌고 다시 털에 윤기가 나는 거죠. 그새 건강을 회복해 피부에서 털 쪽으로 오일 성분을 흘려 보냈겠죠? 물론 해변가에서 조류가 집단폐사하는 경우 포말이 원인일 경우가 있답니다. 그러니 구스다운은 드라이 클리닝하는 게 아니에요. 아시겠죠?
7. 구스다운 침구 케어 팁2-햇볕 소독과 물먹는 하마
세탁은 최대한 버티다가 하되 구스다운 사이에 습기가 머물지 않도록 햇볕 소독은 자주 해 주세요. 겨울에 다들 가습기 틀고 살잖아요? 종종 탈탈 털어서 발코니 건조대에 널어두든 아님 옥상에 널어두세요. 햇볕은 구스다운에 최고의 소독제이자 살균제, 그리고 건조기입니다. 겨울이라 햇볕이 잘 안 나거나, 아님 장마철에도 여름용 구스다운 이불을 덮는 경우, 세탁기를 저온 건조모드로 해 놓고 구스다운 이불을 넣고 말리는 것도 괜찮아요.
아참! 건조대에 널어두거나 아니면, 사용 중 가끔 털어 주지 않고 그냥 쭉 놔두면 다운이 한쪽으로 축 쳐지면서 털 쏠림 현상이 나타나기도 해요. 사진 보세요! 특히 물세탁으로 세탁기에 돌린 뒤 가장 심해서 이거 버린 거 아니냐며 심장이 쿵 떨어지곤 하는데요 걱정 마세요! 필파워 높은 구스다운 아니겠어요. 건조 시킨 뒤 탈탈 털어 주고 매만져 주면 되요. 저질 구스다운은 완벽하게 보들보들 돌아오지 않고 털이 뭉치기도 하는데, 대개의 경우는 처음과 가깝게 복원되니까요.
그리고 이렇게 한쪽으로만 우르르 털이 쏠려서 울퉁불퉁하게 되는 걸 방지하려고, 누빔 봉제 작업이 필요한 거죠. 박음질로 털이 쏠리더라도 그 봉제선의 스퀘어 안에서만 쏠리도록 해서 비교적 균일하게 고루 분포될 수 있도록 말이죠. 그리고 저처럼 여름에 구스다운 안 쓸 때에는 습기가 차지 않도록 물먹는 하마 파우치형을 커버 속에 같이 넣어서 곱게 개어 보관하면 됩니다. 물론, 이렇게 넣어두기 전에 앞서 말한 광소독은 필수!
8. 가격 대비 만족도 높은 저렴한 대중적 구스다운-이마트 & 헬렌스타인
화장품처럼 가격이 안 비싼 편이라면 제가 이것 저것 다 써 보고 어떤 게 최고 좋더라고 쉽게 콕 집어 추천할 수 있을 텐데, 구스다운 이불은 경험에서 오는 한계가 있기 마련이죠. 그래서 진짜 괜찮다 싶은 구스다운이 아직 제 마음에도 없기 때문에(아마 언젠가 장만하게 될 저의 3번째 구스다운이 괜찮을 것 같은데.. 그땐 돈도 더 투자하고, 시간도 투자해 정보를 샅샅이 뒤져 정말 좋은 걸 사겠죠?) 이 정도 가이드만 할게요. 참고로 꼭 백화점 구스다운만 고집할 필욘 없어요. 앞서 말씀 드린 고급 구스다운 침구의 기준만 머릿속에 잘 넣고 고르시면, 낯선 해외 쇼핑을 하더라도 크게 실패하지 않을 거에요. 기사용자의 사용후기를 찾아 읽을 수 있다면 꼼꼼하게 하나도 놓치지 말고 읽고요. 그리고 저렴이 구스다운 이불 중에서 제가 써 보진 않았지만 많은 사람들의 평이 좋은 게 있어 알려드릴 건데, 바로 이마트에서 파는 헝가리안 구스다운 듀벳이에요. 가격이 진짜 놀랄 정도로 저렴한데도 불구하고 여러 가지 부분에서 큰 불만사항 없이 제법 괜찮은 스펙이에요 이 정도면.
그리고 W호텔 구스다운 컴포터에 놀란 미국 사는 제 친구는, 비교적 저렴하면서도 털 빠짐이 없다는 다른 이들의 후기를 참고해서 한국에서 구스다운 이불을 사서 미국으로 가져갔어요. 그게 헬렌스타인이었는데 벌써 반년이 훌쩍 넘었는데 털 빠짐이 없다고 하더라고요. 헬렌스타인은 브랜드 이름 때문에 해외 브랜드로 오인하기 쉬운데, 로열티를 주는 게 아닐까 싶어요. 순수 국내 업체에서 제작하더라고요. ‘럭셔리 스타일 오브 저머니(Luxury Style of Germany)’라는 슬로건을 내걸긴 했지만요. 여기에서도 호텔 스타일 침구가 나오긴 하는데, 딱히 좋진 않고 그냥 가격 대비 무난했거든요. 그런데 구스다운은 가격 대비 만족도가 꽤 높은 편인 듯해요. 둘 다 제가 경험한 건 아니라 확신에 차서 강추할 순 없지만 그래도 이 정도 구스다운은 거의 가격 부담도 없이 굉장히 저렴한 편인데도 불구하고 제법 쓸 만한 것 같으니 기억해 두세요. 아참! 국내 침구 업체의 기술력은 세계 시장에 내 놓아도 크게 뒤쳐지지 않아요. 물론 최고급 브랜드는 보통 유럽인 경우가 많으나, 가격 대비 만족도 높은 건 순면 침구도 그렇고, 구스다운 침구도 그렇고 국내 업체 제품들이 꽤 괜찮은 편이랍니다.
구스는 무리지어 생활하잖아요? 야생 구스다운의 경우 털갈이 시기에 빠진 털을 모아서 구스다운을 체취하곤 해요. 사냥해 잡는 경우도 있지만요. 하지만 인간의 수요를 그것만으로 다 따라가긴 힘들죠. 그래서 거위를 사육해 털갈이 시기에 수거를 하기도 하지만 잔인하게 뽑기도 해요. 그리고 거위는 추위에 덜덜 떨죠. 동물의 희생을 담보로 우리 인간은 이처럼 한겨울에도 굉장히 따뜻하게 이불을 덮고 자고, 눈 덮인 산도 따뜻하게 오르네요. 사실 털을 인위적으로 뽑아 만든 구스다운이냐, 자연적으로 수거한 구스다운이냐 그 원료의 경위를 알면 좋겠어요. 그런 게 택에 표시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마치 동물실험을 하지 않는 화장품에 cruelty free 심볼이 있는 것처럼요. 하지만 아직 구스다운 업계에 이런 분위기는 무르익지 않고 있네요. 실제 이불 하나 만드는 데에 거위 50마리쯤이 필요한 걸 보면 사육해 억지로 산 거위의 털을 뽑아 만드는 경우가 훨씬 많을 거란 생각을 하긴 해요. 무척 미안하지만.. 내가 참 잔인하다는 생각도 해요. 그렇지만 정말 이기적이게도 저는 겨울이면 구스다운이 꼭 필요해요. 딜레마적인 상황에서 저의 편안함을 선택하는 것으로 저울의 추가 기운 거죠. 비겁하게 저는 속으로만 거위에게 미안해 합니다. 욕 먹어도 싼 부분이죠. 에고~
그리고 구스다운의 충전량을 낮춰서 마치 차렵 이불처럼 납작하게 만든 사계절용 또는 여름용 구스다운이 나오기도 해요. 부피감 느껴지지 않게 얇은 편이지만 역시 일반 이불솜과 달리 매우 보온성이 뛰어나죠. 그러면서도 동시에 피부에 걸리적거리지 않고, 답답하지 않고, 딱 쾌적하고 상쾌해서 여름에도 여름용 구스다운이 꼭 필요하다는 사람도 많더라고요. 구스다운 이불 한번 쓰면, 다른 이불은 잘 못 쓰거든요. 제 경우 더위를 많이 타서 여름엔 홑이불만으로 충분하지만.
그런데 정말이지 그냥 이불과 구스다운 이불의 차이는 ‘거위들아 너무 미안한데 어쩌지? 난 구스다운이 필요하단다’라고 못된 고집을 부리게 만들 정도로 어마어마한 차이가 있습니다. 얼마나 릴랙스하게 잠들 수 있는지, 불면증에 시달리지 않고, 자다 깨지 않고 눕기만 하면 그대로 꿀잠에 푹~ 빠질 수 있는 그 구름 같은 침구에 대한 경탄은, 경험해 본 사람만이 공감할 수 있어요. 호텔에는 보통 아주 최고급을 쓰는 게 아닌데도 불구하고 그냥 집에서 자던 사람도 좋은 호텔 가서 자면 그렇게도 잠이 솔솔 잘 오잖아요. 잠드는 순간이나 깨어나는 순간 모두 아주 컨디션이 좋구요. 호텔 꿀잠의 가장 큰 이유가 바로 구스다운 이불과 베개 때문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좋은 구스다운 이불과 베개가 있다면, 가족이 큰 침대 위에서 모여 행복한 시간을 보내기에도 딱이에요. 누구는 책을 읽고, 누구는 태블릿 pc를 만지고, 아이들은 베개를 던지며 뛰놀고, 그런 그림요. 그런 장면들엔 늘 구스다운이 있더라고요. 좋은 구스다운 침구가 갖춰진 집에선 소파보다 침대에서의 휴식을 더 좋아라 할 거요? 전 맨살에 침구에 푹 파묻혀 자는 게 정말이지 얼마나 행복한지.. 강조하고 또 강조하게 되네요. 좋은 침구의 중요성에 대해. 침구 욕심이 강한 저는.. 옷장마자 각종 침구가 구분되어 모셔 놓고 사네요. 옷 하나 더 사는 것보다, 침구 하나 더 사는 게 요즘의 제겐 더 큰 기쁨!
이 외에도 구스다운 침구를 이야기할 때 더 알려 주고픈 정보들이 많지만, 이 정도면 그래도 기본상식은 충분히 채울 수 있으리라 믿어요. 더 길어지면 저도 며칠 쓴 원고인데 탈진하겠어요. ㅋ 여기까지만. 그리고 침구 이야기 3편, 구스다운을 이야기하면서 뿌듯한 점은 저 때문에 구스다운 침구를 제대로 잘 장만하는 분들은 잘 때마다 얼굴 모를 저를 떠올리며 고마워 하시겠다는 생각? 그리고 굉장히 죄책감이 느껴지는 점은 이렇게 동물의 희생을 담보로 한 구스다운의 장점을 한껏 늘어 놓아 거위들에게 미안하다는 것. 그래도 구스다운이 대중화되면서 이젠 정말 부담 없이 장만할 법한 시대가 됐으니까요. 꼭 최고급이 아니더라도, 돌아오는 가을엔 구스다운 이불 장만해서 꿀잠 한번 주무셔 보세요. 한겨울엔 가스비도 더 적게 나올 걸요? 전 빵빵한 구스다운 베개가 있다 보니, 번갈아 쓰던 템퍼 메모리폼 베개를 요새 잘 안 쓰게 되요. 특히 전에 교통사고 이후엔 목에 무리가 와서 템퍼 메모리폼 베개가 제게 필수였는데, 딱히 그러지 않을 땐 확실히 푹 가라앉으며 포근함을 주는 구스다운 베개가 더 좋네요. 하나는 머리에, 하나는 옆으로 잘 때 허벅지 사이에, 천장을 보고 바르게 누워 잘 땐 무릎 아래에. 침대에 앉아 책을 읽을 땐 구스다운 베개 2개를 겹쳐 폭신 등받침으로! 이처럼 구스다운으로 일상 속 retreat를 경험하는 저, 한번 따라해 보시겠어요?
*ps-이렇게 긴 윤주메일 읽느라 고생하셨어요. 토닥토닥. 그럼에도 작은 기쁨이 있기에 끝까지 읽으셨이리라 생각. 며칠을 이 원고에 매달리다가 지금 심야영화 약속이 있어 나가야 하는데 아슬하게 마무리 짓고 나갈 수 있게 됐어요. 오늘 몇 번 발송 버튼 누르기 이전에 시간이 지체되어 다음의 오류로 몇 번 튕겨나가 조금 짜증이 날 뻔했거든요. 그래서 저 역시도 스스로에게 토닥토닥. 며칠 동안의 긴 원고 작업을 위로해주는 듯 남사 방향으로 난 창문에서 갑자기 불꽃놀이가 펼쳐지더군요. '와~'하면서 한참 넋을 읽고 바라 봤는데, 옥수동 아파트들에 가려 잘 보이진 않았지만 충분히 금요일 밤의 제게 기쁜 선물이었어요. 그러고 보니 오늘 7월 4일은 미국의 독립기념일. 그래서 미군부대에서 불꽃놀이를 한 거였군요. 주말 잘 보내세요 여러분~
첫댓글 여기는 미국...오늘이 독립기념일이네요...ㅎㅎ 구스다운 이불 안그래도 마련하려고했는데 마침 유용한정보 감사...ㅎㅎ 알러지가 조금있고 곧 아기가 태어나서 무지하게 서치중이었거든요....ㅎ 저는 한여름에도 에어컨 틀어놓고 겨울이불 덮는 스타일이라...ㅎ 구스다운은 오래쓸꺼 감안해서 돈을 좀 들이는것도 좋을듯 해요..ㅎ
맞아요. 아기 있는 집에서는 특히나 다 알러지 우려 때문에 구스다운 살 때 다운프루프 기능을 꼼꼼하게 확인하셔야 해요! ^^ 히힛~
저도 구스다운 광팬이에요 윤주님 말씀처럼 거위에게 미안하지만 한번 그 포근함과 가벼움에 빠져들면 헤어나지 못하죠.
침대위에 구수다운 패더 깔고 그 위에 구스다운 이불 덮으면 끝...전기장판도 안켜도 돼요 근데 지난번 말씀드린대로 커버를 씌어서 사용해보니 구스다운 특유의 가벼움이 사라져요 그래서 커버 안씌우고 사용하긴 했지만 이불을 통째로 세탁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었는데 지난번 윤주님 글에서 힌트를 얻어 조만간 캐닝베일 사서 플랫시트로 활용해보려고 해요 근데 300TC와 370 TC 중에 어떤걸로 해야할지 고민이에요 구스다운 플랫시트로 활용하는건 어떤게 더 나을까요? 알려주세요
구스다운 패더를 매트리스 탑퍼로 까시는구나요! 그것도 많이들 하시더라고요~ 저는 근데 매트리스를 워낙 폭신한 걸로 쓰다 보니, 탑퍼까지는 필요 없겠다 싶어서 그것까지 아직 욕심은 안 내고 있어요. 근데 폭신폭신한 거 되게 좋아하고, 워낙 추위 많이 타거나 하는 분들은 탑퍼도 되게 좋아라 하시더라고요 진짜! ㅎㅎ 글구 네네~ 구스다운 커버 씌우면 특유의 가벼움이 많이 반갑돼 아쉬우시죠? 그러니 플랫 시트 깔고 이불만 그대로 쓰세요! 구스다운이 빠져 나오지만 않음 그리 쓰심 되용~ 그리고.. 캐닝베일 시트 세트 조언을 해드리자면.. ^^ 그렇게 패더 까는 정도로 포근하고 뭔가 따뜻하게, 가볍게 이런 거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300tc보단 370tc를 쓰시는 게 나을 것 같아요. 둘 다 코튼이지만, 300tc 이집션 클래식은 딱 보통 상상하는 코튼이고요, 370tc는 특수가공이 되어 있어 빨리 마르고, 구김 안 생기고, 좀 더 얇고, 그런데 좀 더 포근하고 그렇거든요. 물론 한여름에 쓸 땐 약간 여름이불과 달리 좀 덥지 않나 싶을 수도 있으나~ 왠지 푸른천사님 스타일엔.. 370tc가 더 나을 것 같아요. 대신 보드라운 만큼 강하게 세탁이게 돌리면 필링이 다소 생길 수가 있으니, 세탁기에 돌릴 때 약한 울코스 등을 활용하시면 될 듯! ^-^ 저 진짜.. 구스다운 없이 못 살겠어요. 진짜 구스다운만큼 중독성 강한 보온성도 없는 듯해요. 그 가벼운 포근함, 궁극의 따뜻함이란..
@닥터윤주 추천 감사해요~~저도 370 tc에 마음이 더 쏠리고 있었거든요 조만간 윤주님 믿고 또 지르러 가야겠네요.. 앞으로도 좋은정보 많이 부탁드려요
전 어머니가 마련해주신 구스다운 이불을 쓰고 있는데 츤운 한겨울에는 정말 따뜻하고 포근하죠. 전에 이 아이 없이 어떻게 겨울을 보냈는지 모를정도로요. 털빠짐과 오염방지를 위해서 커버를 씌워서 사용하고 있는데, 언젠가는 윤주림이 알려주신대로 제대로된 구스다운 마련해서 그 가벼움을 제대로 누려볼랍니다.
네~ 역시나! 커버 씌워서 사용하시는군요. 저도 실패 끝에.. 다음엔, 커버 따로 안 씌워도 충분히 그 자체로 이불 기능을 톡톡히 해내는 그런 구스다운 컴포터를 사서 쓸 거에요. 히히 전 특히 구스다운 베개도 넘 좋아서요~ 매일 호텔처럼 머리가 푹 파묻히는 그 포근한 잠자리의 아늑함이 넘 좋아요! : )
맞아요ㅠㅠ구스다운은 커버가 필수에여!!저두 올겨울 구스다운으로 따뜻하게 보내면서도, 봉제선 사이로 삐져나오는 거위털들때문에 스트레스 엄청받았어요. 일단 드라이클리닝해서 보관중인데, 시간내서 커버쇼핑해야겠어요. 사실 잊고있다가 윤주님 메일 읽으면서 생각났네요^^ 늘 감사합니다!!!!
전요즘 아사이불만주구장창 ..구스다운은 좁은집에선 땀흡수도염려되고 해서 자주씻고 막사용하기에 아사이불홀릭중이어요 그리고베개는 편백나무베개홀릭 중이어요 근데 올겨울엔구스다운 접해볼까생각합니다
구스다운베게추천좀해주세요 누우면푹들어가는폭신한걸루요ㅠ
한스크루건 구스다운 추천해요~ 저 솜털 100%짜리 4년째 쓰고있는데 털빠짐 하나도 없어요~ 빨기는 10번정도 빨았는데도 여전히 팡팡 쳐주면 도톰하게 올라온답니다~ 따로 이불커버 안쓰고 몸통 그대로 덥고 있어요
윤주님~쌩뚱맞지만 이번에 한정나온 입생로랑 르 땡 뚜쉬 에끌라 꽁성트레 도르 로즈 혹 사용해 보셧나요? 예쁜거 같긴한데,,봐도잘모르겠구.. 평소 윤주님같이 메이크업하는걸 좋아하기에^^~ 핑크색하이라이터를 보니 윤주님이 생각나기도 하고..해서 실례지만 여쭤봅니다아^^:~~ 플루이드쉬어나 로라메르시에랑 비교했을때 느낌도 궁금하네욧!
윤주님 메일 보고 지난주 이탈리아 세라발레 아울렛에 가서 침구류 매장 돌아다녀서 시베리안 구스 다운 100% 이불과 베개 사왔어요..^^ 사용해보니 윤주님 추천이 맞았어요.. 특히 베개요..
늘 잠자리가 불편하고 목이 아팠는데 싸악 나았어요..^^ 너무 감사해요..
너무 신나서 한국에 있는 제 친구들이랑 단체 카톡으로 자랑겸 구스다운이불과 베개 찬양을 했는데
그 중 한 친구도 독일사는 어떤 분께 구매대행한 브랜드더라구요..저보다 100만원 이상 비싸게 샀다는게 함정이에요..저는 이불 지르면서 679 ->476유로(69만원 정도)로 세일가로 샀거든요..좀 고가라서 망설였는데 윤주님이 살 때 좋은거 사는게 좋다셔서 지름..완전 만족요ㅎ
윤주님의 자세한 설명 덕분에 많은 것을 알게 되었어요! 감사합니다. 헝가리 구스다운 이마트 온라인 몰에서 주문했는데, 품절되었다고 연락이 왔습니다.. 어디서 구입하는 게 가장 저렴할까요? 직구는 어디가 좋을까요? 개인적으로 메일을 보내 주시는 건 어렵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