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오름 |
제주도 서귀포시 남원읍 신례리 산2-1 |
사라오름은 한라산 동북사면 성판악 등산로 근처에 있으며, 오름 정상부에 둘레 약 250m의 분화구에 물이 고여 습원을 이루는 산정호수로서 오름 중 가장 높은 곳에 있다. 분화구 내에는 노루떼들이 모여 살면서 한가롭게 풀을 뜯어 먹거나 호수에 물을 마시면서 뛰어노는 모습을 볼 수 있는 곳으로 오름에서 바라보는 한라산 정상과 다양한 경관이 아름다워 조망지점으로서의 가치가 있는 명승지이다. |
상고대 피는 하늘 호수, 사라오름 제주는 오름의 왕국이다. 제주 사람들은 오름에서 태어나 오름으로 돌아간다는 말이 있을 만큼 오름과 관련이 매우 깊다. 하나 하나의 오름에는 모든 다 제주 사람들의 혼과 얼이 서려 있다. 오름은 제주를 만들고 마을을 품으며 제주 창조의 전설을 잉태하고 제주 역사를 길러낸 모태다. 제주 섬안에는 368개에 이르는 오름이 솟아 있다. 그중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사라오름은 한라산 동쪽 능선부에 자리하고 있다. 해발 1324m로 정상의 분화구에는 물이 고여 호수를 이룬다. 백록담 땅 아래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사라오름의 분화구를 ‘작은 백록담’이라 부르기도 한다 한라산 정상에서 동쪽으로 뻗어내린 능선에 자리한 사라오름은 아주 비밀스러운 호수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 한라산 1300m 고지의 능선에서 살짝 비껴 앉아 있어 등산객조차 잘 알지 못하여 어렵사리 숲을 헤치고 찾아가지 않으면 볼 수 없는 곳이다. 목구멍까지 차올라 터질 듯한 가슴으로 둔덕을 넘어야 비로소 잔잔하고 자그마한 사라오름의 호수는 그 내밀한 비경을 드러낸다. 마치 하늘 나라에 있는 듯한 기분이 들게 하는 천상의 호수 곧 하늘 호수다. 사라오름은 기온이 낮은 고지대에 위치해 있다. 그래서 가을에서 봄까지 하늘 호수에는 얼음이 언다. 강우가 많은 제주에서도 특히 눈비가 많이 내리는 사라오름은 차가운 기운 탓에 나무의 얼음꽃이 피는 일이 아주 많다. 나무와 풀, 대지에 물방울이 얼어붙은 모습을 ‘상고대’라고 하는데, 습한 공기나 짙은 안개에 자주 휩싸이는 사라오름의 숲은 하얗게 핀 상고대로 뒤덮여 그야말로 황홀한 얼음나라의 풍경을 연출한다. 호숫가를 따라 빙 둘러서 있는 겨울 숲의 나무 가지에 온통 은빛 상고대가 만발해 있는 사라오름의 풍경은 어떤 말로도 형언할 수 없는 비경 중의 비경이다. 대기 중에 함유된 수증기가 승화하거나 지나치게 냉각된 안개 속에 미세한 물방울은 빙점 이하로 기온이 내려가면 수목이나 지표에 부착 동결되어 얼음을 형성한다. 사라오름은 습기가 많은 지역이면서도 기운이 낮아 이러한 상고대의 아름다운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이처럼 신비스러운 비경을 감추고 있는 사라오름은 2010년 일반인에게 개방되었다. 한라산 정상을 중심으로 고지대에 지정되어 있는 국립공원에 위치한 40여 개의 오름 중에서 처음으로 개방한 것이다. 성판악 코스에서 사라오름으로 오르는 길은 이미 개설해 놓은 상황이다. 성판악에서 등산로를 따라 59km 정도 오르면 사라악샘터를 지나 사라오름 입구에서 등산로가 갈라진다. 이곳에서 남쪽 방향으로 난 길을 따라 산을 오르면 사라오름에 도달한다. 오랜 세월 사람들의 발길이 닿지 않는 사라오름 호수의 풍광은 태고의 자연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어 탐방객이 감탄을 자아낸다. |
사라오름은 서귀포시 남원읍 하례리에 위치한 한라산의 측화산(側火山)이다. 측화산이란 대형 화산체의 산등성이나 산기슭에 생긴 분화 측화구에서 분출된 물질에 의해 형성된 소형 화산체를 뜻하며, 기생화산(寄生火山)이라고도 부른다. 사라오름의 호수는 산 꼭대기의 화구에 생겼다고 해서 산정화구호(山頂火口湖)라 한다. 제주도내의 오름 가운데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타원형의 사라오름 호수는 수심이 얕아서 가뭄이 심하면 바닥을 드러내기도 한다. 사라오름의 명칭은 옛 문헌과 고지도에 몇 가지로 나타난다. 조선 숙종 때 제주 목사로 부임한 이형상(李衡祥, 1653~1733)이 저술한 [탐라순력도(耽羅巡歷圖)] 에서는 ‘사라악(舍羅岳)’이라 표기하고 [제주읍지]에서는 ‘사라봉(紗羅峰)’으로 [조선 지형도]에는 ‘사라악(紗羅岳)’으로 기록하고 있다. 이러한 명칭은 모두 사라오름이란 제주 고유의 지명을 한자로 옮기는 과정에서 만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사라오름의 ‘사라’에 관한 의미나 유래는 현재 명확히 알려져 있지 않다. 사라오름은 높은 곳에 위치한 신성한 지역이어서 예로부터 제주 사람들이 성스러운 장소로 여겨왔으며, 특히 풍수 지리상으로는 제주 제일의 명혈(明穴), 최상의 묘자리로 인식한 곳이다. 그래서 과거에는 명당으로 소문난 이곳에 묘를 쓰려고 오르는 사람이 많았다고 한다. |
오름은 시각적으로 뚜렷하게 인지할 수 있는 표지물이다. 그러므로 아름다운 조망 대상이 되기도 하고, 오름 아래 펼쳐진 파노라마 같은 풍광을 바라보는 좋은 전망 지점이 되기도 한다. 이처럼 제주의 경관 중에서 조망의 주요 대상이 되는 오름은 제주의 역사에서 중요한 무대가 되어 온 곳이기도 하다. 고려 원종 14년(1273) 삼별초의 대몽황쟁이 마지막으로 패한 장소가 붉은오름이다. 이 오름에서 전투가 끝난 후, 제주는 최영이 목호의 난을 진압할 때까지 200여 년 동안 몽골의 가혹한 수탈에 시달리게 된다. 그 이후에도 제주의 오름은 말을 생산하는 터전이 되었고, 공마제가 지속된 조선시대에도 제주는 수탈의 근원지가 되었다. 또 우뚝 솟아 전망이 빼어난 오름은 조선시대를 비롯해 일제강점기까지 군사적 요충지로 활용되기도 했다. 아울러 오름은 4.3 사건 등의 제주 현대사에서도 중요한 의미를 지닌 장소가 되었다. 이처럼 제주의 역사는 곧 오름의 역사라 할 수 있다. |
제주 사람들은 옛날부터 오름 주변에 거주지를 만들어 오름을 삶의 터전으로 삼았다. 그리고 죽음과 함께 오름의 묘지를 만들기도 했다. 제주의 삶은 이렇게 오름으로 시작해서 오름으로 끝을 장식한다. 따라서 제주의 오름에는 많은 전설과 민간 신앙이 깃들어 있다. 오름에는 마을의 제사를 거행하는 신당이 있거나, 당오름처럼 오름 자체가 민속 신앙의 대상이 된 경우도 있다. 이처럼 오름은 제주 사람들의 삶의 터전으로 일생을 함께한 장소이자 성스러운 대상이었다. |
제주를 상징하는 오름은 제주의 자연을 대표한다. 다양한 자생식물은 물론 수많은 야생동물을 생육하는 자연의 보고다. 특히 오름은 지하수를 함양하는 중요한 수리 기능을 담당하기도 한다 사라오름 같은 호수를 지닌 오름은 제주의 水源을 함양하는 천연 습지로서의 중요한 기능을 한다. 습지는 다량의 수분을 포함하는 땅으로서 물이 영구적으로 혹은 일시적으로 표면을 덮고 있는 지역을 말한다. 외부에서 유입되는 오염 물질을 정화하는 자연의 콩팥 같은 역할을 하는 곳으로 풍부한 생물종을 품고 있는 요람이다. 최근 들어 환경 문제가 대두되면서 습지의 가치는 더욱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제주가 옛날부터 목축업이 발달한 것은 곳곳에 위치한 습지 덕분이라 할 수 있다. 말이나 소의 방목의 습지는 필수 요소다 제주의 중산간 지역에 대규모 목축지가 형성된 것은 이러한 습지가 있어 가능한 일이다. 한라산 천연보호구역(천연기념물) 내에는 많은 습지가 자리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물장오리, 어승생악, 사라오름 등은 모두 산정의 화구호인데, 이들은 강수로 물을 공급받는 고층습원으로 한라산의 중요한 습지 자원이다. |
사라오름 분화구에서는 한라산에 살고 있는 노루가 떼를 지어 호숫가로 와서 물을 먹거나 한가롭게 주변에 풀을 뜯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야생의 자연이 그대로 살아 숨쉬는 광경이다. 또 사라오름은 한라산 정상과 다양한 경관을 한눈에 살펴볼 수 있는 아주 빼어난 조망 지점이기도 하다. 작은 백록담, 천상의 호수, 하늘의 못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는 사라오름은 신비스러운 비경을 간직한 하늘이 내린 한라의 아름다운 명승이다. 오랫동안 감춰줬던 사라오름은 한반도 삼신산의 하나인 영주산의 내밀한 원시적 풍광을 보여주는 비밀의 화구호로서, 성판악 코스로 한라산에 오르면 꼭 들러봐야 할 경승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