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 장을 남자들이 늘고 있다. 어쩔 수 없이 아내의 손에 이끌려 마트를 찾는 「쇼핑카트 운전기사」 역할에서 벗어나 이젠 혼자서 매장을 누비며 장을 본다. 미용과 패션 부문에서 두드러지던 「맨슈머」 파워가 이젠 식품으로까지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온라인 장터에선 이미 반찬거리 등 식품 매출의 절반 이상이 남자들의 호주머니에서 나오고 있다.
지난해 이마트 이용객 2억명 중 5천명이 남성인 것으로 추정됐다. 눈에 띄는 것은 이들 남성의 절반이 「나홀로 족」이었다는 것이다. 롯데마트의 경우에도 남성의 비중이 4년 전 20% 초반에 그쳤으나 지난해엔 30%에 육박할 정도로 높아졌다.
주위의 시선을 피할 수 있는 온라인에선 이 같은 현상이 더 짙어지고 있다. 온라인 오픈장터 옥션에서 남성의 구매 비중이 크게 증가한 카테고리는 식품과 유아용품 부문. 지난 2004년 39%였던 비율이 올 들어선 47%로 급증했다.
식품 구매에 있어서는 아예 남성이 여성을 뛰어넘었다. 2004년엔 여성이 53%를 차지했지만, 올해는 오히려 남성이 54%에 달한다. 인터파크 마트 역시 지난해 말 오픈 이후 찾아오는 고객 10명 중 3명이 남성인 것으로 집계 됐다.
이마트 용산역점의 송대주MD1 팀장은 『역세권에 있는 점포의 경우 귀가길에 매장에 들러 홀로 장을 보러오는 남성 직장인들이 특히 많아지고 있다』며 『최근엔 남성 고객들도 쇼핑 노하우가 많아져 밤 10시 이후 할인판매 먹을거리를 구매하기 위해 마트에 오는 남성들도 늘고 있는 추세』라고 말했다.
「장보는 남자=젊은 싱글족」이란 등식도 깨지고 있다. 기러기 아빠가 늘고 이혼율이 높아지면서 중년의 남성들까지 혼자 쇼핑카트를 끌고 있는 것이다. 실제 옥션의 경우 2004년 전체 남성의 24%에 그쳤던 40대 이상 구매 고객 비중이 올해엔 34%로 10%포인트나 뛰었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최근 이혼율이 늘고, 기러기 아빠들이 늘면서 혼자 마트를 찾는 남성들의 연령대가 높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체면을 중시하던 과거와 달리 합리성과 효율성을 우선하는 사회분위기도 「장보는 남자」를 낯설지 않은 풍경으로 만들고 있다.
나홀로 장을 보는 남자들이 늘면서 대형마트의 서비스도 바뀌고 있다. 이마트는 즉석조리식품을 강화하고 신선식품은 진열대에 요리 방법을 부착해 참고하도록 했다. 특히 최근엔 주부사원들에게 나홀로 남성이 식품코너를 찾을 경우 「반드시 좋은 상품」을 골라주도록 특별 서비스 지침도 내려보냈다. 이마트 김영관 판촉실장은 『남성 고객은 여성보다 짧은 시간 안에 원하는 상품을 구입하려는 성향이 있다』며 『그래서 상품설명서나 요리방법에 대한 안내문 부착 등을 대폭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