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차의 분류와 세계의 홍차 다원
찻잎을 발효시켜 만드는 홍차는 중국과 인도를 비롯한 아시아에서 생산되었지만, 19세기 이후로 유럽의 식탁을 점령했다. 티 타임을 통해 애프터눈 티로 홍차를 즐긴 영국은 18세기 초 홍차의 최대 소비국가가 되었으며, 홍차는 이내 빠른 속도로 유럽 여러 나라와 대서양을 건너 미국에까지 퍼져 나갔다. 이후 보스턴 차 사건, 아편전쟁의 발발 원인으로 작용하는 등 홍차는 그야말로 세계사를 바꾼 기호식품이었다. 이번 편에서는 아름다운 색과 매력적인 향과 맛을 자랑하는 홍차의 분류와 세계의 홍차 다원을 알아봄으로써 홍차의 세계에 한발 다가가기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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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사를 바꾼 기호식품 홍차. 발효차의 일종으로 떫은 맛이 느껴지며 짙은 홍색 혹은 검붉은 색을 띈다. 서양에서는 Tea 혹은 Black Tea라고 부른다.
홍차(紅茶)는 발효 정도가 85% 이상으로 떫은 맛이 강하고 짙은 홍색의 수색을 나타내는 차이다. 서양에서는 홍차의 찻잎이 검은색을 띈다고 하여 블랙티(Black Tea)라고 부른다. 참고로 서양에서 레드티(Red Tea)라고 불리는 차는 루이보스 차를 의미하는 경우가 많다.
찻잎을 채엽한 후 그대로 놓아두게 되면 찻잎은 천천히 시들면서 산화가 진행된다. 녹차의 경우는 이러한 산화를 방지하기 위해서 찻잎을 덖거나 쪄서 열에 약한 찻잎 내 산화효소를 파괴하지만, 홍차는 일부러 찻잎을 시들게 하는 과정인 위조(萎凋)를 거친다. 위조 과정을 거치는 동안 찻잎에 포함되어 있는 카테킨 등의 폴리페놀류 성분은 산화되어 테아플라빈(theaflavin)과 테아루비긴(thearubigin) 등의 새로운 성분을 생성시킨다. 테아플라빈은 홍차에 맑은 광택을 주며, 주로 밝은 오렌지색을 생성하는 데 영향을 미친다. 테아루비긴은 홍차의 색에 깊이를 더해주며 갈색을 생성하는 데 영향을 미친다. 발효가 진행될수록 찻잎 내 테아플라빈은 감소하게 되고, 테아루비긴은 증가하여 점점 진한 색을 나타내게 된다.
홍차는 인도, 스리랑카, 중국, 인도네시아, 케냐 등에서 주로 생산되며, 유럽 특히 영국과 한때 영국의 식민지였던 국가에서도 많이 소비되고 있다. 인도의 다르즐링(Darjeeling), 스리랑카의 우바(Uva), 중국의 기문(祁門) 홍차가 세계의 3대 홍차로 손꼽히고 있다. 홍차는 잎차를 그대로 우려서 마시는 스트레이트 티(Straight Tea)와 우유를 첨가해 마시는 밀크 티(Milk Tea) 등의 형태로 많이 소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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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차는 채엽 부위 및 찻잎의 크기에 따라 분류한다. 제일 위의 어린 싹 FOP를 시작으로 OP, P, PS, S로 분류한다.
홍차는 채엽 부위 혹은 찻잎의 크기에 따라 등급을 분류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보통 제일 위 어린 싹을 FOP(Flowery Orange Pekoe), 그 다음을 OP(Orange Pekoe), P(Pekoe), PS(Pekoe Souchon), S(Souchon)로 분류한다. ‘페코(Pekoe)’는 어린 싹을 뜻하는 중국 빠이하오(白毫) 지역의 사투리를 영국인들이 채택한 것이다. 보통 FOP가 가장 맛과 향이 뛰어나며, OP, P, PS, S 순으로 품질을 매긴다. 각 등급별 특징은 아래의 표와 같다.
홍차는 찻잎이 가지고 있는 성분 중 떫은 맛을 내는 카테킨이 위조와 발효에 의해 변화되어 독특한 맛과 향기를 내게 된다. 따라서 홍차를 만들 때에는 카테킨 함량이 많은 차나무 품종을 이용하는 것이 우수한 풍미를 만들어 내는 데 유리하다. 최근들어 홍차는 인도, 스리랑카 등 전통적인 홍차 산지뿐만 아니라 케냐을 중심으로 한 신흥 산지와 녹차를 주로 생산하던 일본과 한국에서도 생산되는 등 점차 생산량과 산지가 증가하는 추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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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차를 만드는 과정. 왼쪽 위로부터 시계 방향으로 채엽, 위조, 유념, 건조의 과정을 거쳐 만들어진다.
홍차를 만들기 위해서는 채엽한 찻잎을 위조대에 잘 펴서 넌다. 위조대는 열풍을 이용해 찻잎을 시들게 만드는 장치이다. 위조대에서 찻잎의 수분 함량이 40% 정도로 줄어들 때까지 위조를 진행한다. 이후 찻잎을 비비는 유념 과정을 각각 40분, 30분 정도로 진행한다. 유념을 진행하면 찻잎이 붉은빛을 내는 갈색으로 변한다. 이후 뭉쳐져 있는 찻잎을 풀어주고, 찻잎을 크기별로 분리한다. 분리한 찻잎은 25~30℃의 온도와 95% 이상의 습도를 갖춘 조건에서 30~100분 간 발효시킨다. 발효가 끝날 때 즈음에 찻잎을 건조시켜 수분 함량이 5% 이하가 되도록 만들어주면 홍차를 완성시킬 수 있다.
인도 다르질링(Darjeeling)
다르즐링산 홍차
홍차의 샴페인’이라는 별명을 가진 다르질링 홍차는 네팔과 부탄의 접경 지역인 인도 동부 히말라야 산맥의 고지대인 다르질링(Darjeeling) 지역에서 생산되는 홍차로, 세계 3대 홍차 중 하나로 손꼽힌다. 보통 3~11월에 수확되는데 3월 중순에서 4월경에 첫물차가 생산되고, 6~7월에는 향기가 가장 강한 두물차가 생산된다. 다르질링 홍차는 다른 홍차에 비해 엷은 오렌지색을 띄며 맛이 부드럽고 단맛이 도는 것이 특징이다. ‘홍차계의 샴페인’이라고 불리는 이유는 섬세한 맛과 함께 유럽산 포도인 머스캣(muscat)의 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다르질링 지역에서는 보통 FOP 등급 이상의 고급 홍차가 생산되는데, 다른 지역의 홍차보다 가격이 특히 비싸기 때문에 다른 지역의 홍차와 혼합하여 사용되기도 한다.
스리랑카 우바(Uva)
스리랑카의 우바 지역의 다원
스리랑카의 우바 역시 세계 3대 홍차로 여겨지는 것 중 하나로, 우바(Uva)는 스리랑카 중부 산악지대에 위치해 있다. 스리랑카는 1868년 처음으로 차가 전파된 이후 서양 열강에 의해 대규모의 다원이 조성된 곳이다. 스리랑카는 차가 재배되는 지역의 해발 고도에 따라 차를 구분하는데, 600m 이하에서 재배된 것을 Low-Grown Tea, 600~1200m에서 재배된 것을 Middle-Grown Tea, 1200m 이상에서 재배된 것을 High-Grown Tea로 분류한다. 이 가운데 High-Grown Tea를 최고로 여기는데 우바에서 생산되는 홍차가 바로 High-Grown Tea이다. 우바에서 생산된 홍차 중에서도 7~8월에 생산된 홍차가 품질이 가장 좋다. 우바 홍차는 꽃향기와 산뜻한 맛, 그리고 밝은 수색을 내는 것이 특징이다. 레몬을 첨가하거나 아이스티로 즐겨도 좋다.
중국 기문(祁門)
중국 기문 지역의 다원
중국 기문 지역에서 생산되는 홍차는 세계 3대 홍차로 손꼽히는 동시에 중국 10대 명차 중 하나로도 알려져 있다. 원래 이름은 기문공부홍차(祁門工夫紅茶)이나 약칭으로 기문 홍차로 많이 불린다. 이 홍차가 생산되는 중국 안후이성 서남부에 위치한 기문(祁門) 지방은 아열대 기후에 연중 안개가 끼거나 비 오는 날이 많고, 토질이 비옥하여 차를 재배하기에 우수한 조건을 갖추고 있다. 주로 6~8월에 수확된 찻잎으로 홍차를 생산하는데, 일반적으로 8월에 생산된 것이 가장 우수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기문 홍차의 수색은 밝은 오렌지색을 띄며, 기문향이라고 불리는 독특한 향을 가지고 있다. 은은하고 부드러운 맛을 내는 것도 특징이다. 홍차를 선호하는 영국에 많이 수출되며 영국 황실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기도 했다. 그대로 마시기도 하지만 베르가못(bergamot) 향을 입혀 얼그레이(Earl Grey) 형태로 즐기거나 다른 재료와 블렌딩하여 즐기기도 한다.
인도 아삼(Assam)
인도 아삼 지역의 다원
아삼종 홍차는 방글라데시와 미얀마의 중간에 위치한 인도의 아삼 지역에서 생산되는 홍차이다. 이 지역을 가로지르는 브라만푸트라 강의 계곡과 스루마 계곡 사이에 다원이 위치해 있으며, 홍차 생산에 있어 적합한 풍토를 지니고 있다. 다원에는 강한 직사광선을 막기 위해 나무를 심어 빛을 차단시키고 있으며, 이러한 재배 방식으로 제조된 홍차에서는 부드러운 향기가 발생한다. 보통 3~11월에 찻잎 수확이 이루어지며, 강한 맛과 진한 적갈색의 수색이 특징이다. 아삼 홍차는 그 자체로도 즐기지만 잉글리시 블랙퍼스트를 비롯한 블랙퍼스트 티, 그리고 블렌딩 원료로 많이 활용된다.
인도 아삼(Assam) 지역은 홍차 제조법의 일종인 CTC 기법을 최초로 도입한 곳이기도 하다. 1930년대 아삼 지역에서는 기계를 사용하여 홍차를 가공하는 CTC 기법을 개발하여 홍차의 대량생산을 손쉽게 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CTC란 Crush(파쇄), Tear(찢음), Curl(말림)의 약자로 위조 과정을 거친 찻잎을 잘게 파쇄해서 둥글게 마는 방식이다. CTC 기법을 활용해 만든 홍차는 주로 저렴한 티백 제품에 많이 사용되는데, 전통적인 수제 방식으로 만들어진 홍차에 비해 차의 맛이 강하고 향이 떨어지는 단점이 있으나 대량생산을 통해 홍차의 대중화를 가능하게 만들었다.
얼그레이(Earl Gre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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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차에 베르가못 향을 입힌 얼그레이. 고운 선홍빛 수색이 눈을 즐겁게 하고, 베르가못 향이 오후의 나른함을 씻어주는 것이 일품이다.
홍차를 즐기는 사람들은 스트레이트로 홍차 그대로의 맛을 즐기기도 하지만 다양한 형태의 향이나 재료를 첨가하여 즐기기도 한다. 그 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것이 홍차에 베르가못(bergamot) 향을 입힌 ‘얼그레이(Earl Grey)’이다. 얼그레이는 1830년대 영국의 수상이었던 찰스 그레이 백작이 차를 마실 때 베르가못 즙을 첨가해 마신 것에서 탄생됐다고 알려져 있으며, 오랜 시간을 거쳐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 받아왔다. 상큼한 기분을 돋구는 얼그레이는 마카롱이나 머랭 등 달콤한 디저트를 곁들인 티 타임에 활용하기에 좋은 차다. 얼그레이의 고운 선홍빛 수색이 눈을 즐겁게 하고, 베르가못 향이 오후의 나른함을 씻겨주는 데 도움을 주기 때문에 영국에서는 오랫동안 사랑 받아 왔다. 여름에는 깔끔한 맛으로 그냥 즐기기에 좋으며, 가을에는 우유을 더해 따뜻하고 부드럽게 즐기기에 좋다. 우유를 넣어도 얼그레이 고유의 향은 쉽게 지워지지 않는다. 우유를 더한 밀크티 형식으로 즐기기 위해서는 평소보다 시간을 조금 더 두어 얼그레이가 진갈색이 될 때까지 진하게 우려낸 후 사용하는 것이 좋다.
차이(Chai)와 애플티(Apple Tea)
홍차의 매력은 다양한 형태의 재료를 첨가하여 맛과 향에 변화를 줄 수 있다는 데에 있다. 허브, 과일, 꽃잎을 섞어 블렌딩한 홍차 가운데 기호와 취향에 맞는 것을 선택해 볼 수 있다.
차이(Chai)는 인도에서 홍차를 즐길 때 사용하던 방식으로 홍차에 우유, 계피, 정향 등의 향신료를 함께 넣고 끓여서 마시는 차를 말한다. 차이를 마시면 홍차의 맛과 어우러진 향신료의 강한 맛과 향을 느낄 수 있는데, 넣는 향신료의 종류와 양에 따라 다양한 변화를 줄 수 있다. 애플티(Apple Tea)는 홍차에 말린 사과를 넣거나 사과향을 첨가해서 만든 차이다. 보통 일반적인 홍차에 미량의 사과향을 첨가해서 만드는데 홍차 본연의 향과 사과의 향이 잘 어우러져 상쾌함을 느낄 수 있다. 직접 만들기 위해서는 사과를 껍질째 넣고 끓인 물을 사용하여 홍차를 우리면 된다. 이밖에도 시중에는 홍차에 커피 콩을 블렌딩하여 쌉싸름한 홍차와 커피의 그윽함을 함께 느낄 수 있도록 하거나 색다른 맛을 느낄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로즈힙 등의 허브, 파파야 등의 과일, 장미 등의 꽃잎을 섞은 홍차 등 다양한 종류가 많이 출시되어 있으니 기호에 맞게 선택해 보는 것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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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를 블렌딩한 홍차. 홍차의 쌉싸름한 맛에 커피의 그윽한 향을 함께 즐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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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파파야를 블렌딩한 홍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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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린 오렌지를 블렌딩해 상큼한 향을 더한 홍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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캔디를 블렌딩한 홍차.
발효 과정을 통해 매력적인 색과 향을 제공하는 홍차이지만, 영양학 측면에서 따져보았을 때 홍차는 우리 몸에 좋은 성분으로 각광받고 있는 카테킨이나 비타민C의 함량이 녹차에 비해 상당히 적거나 거의 없다. 찻잎이 본래 가지고 있었던 해당 성분들이 발효 과정을 거치면서 다른 물질로 산화되었거나 변성되었기 때문이다. 특히 카테킨 성분의 경우 발효 과정에 취약하기 때문에 발효가 진행될수록 그 함량이 급격히 감소한다. 따라서 몸을 생각한다면 홍차보다는 녹차를 마시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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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차, 우롱차, 홍차가 함유하고 있는 카테킨과 비타민C 함량의 차이. 산화나 발효를 거칠수록 영샹 성분들이 급격히 감소함을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