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날
밤까지 망설이던 생각이 새벽에 다소 늦게였지만 깨오보니, 나의 의지는 이미 설악으로...
중학교동창들이 모인다는 청계산을 뒤로하고,
서둘러 빈베낭에 간이여벌 옷만 챙기고, 사탕조금하고...
청량리에서 낯익은 말방동창들을 보니, 엊그제 카나다 집에서 가족들과의
휴가를 끝내고,,긴 비행시간에도 피곤이 싹 가시더군. 승학의 합류를 끝으로 우리는 남교리로 즐거운 설악의 유명한 십이선녀탕을 찾아 출발. 3시간
반의 버스여행후에 도착한 남교리는 이미 한낮의 따가운 여름햇살이 내리쬐고, 입구의 작은 슈퍼를 지나 산행을 시작. 관광팀에 남은 자연인과 엄지,
희망을 뒤로하고, 우리는 모두 씩씩하게 좁다란 계곡입구를 지나 늘 느끼는 수풀과 흙냄새를 맡으며, 모두들 의기양양하게 오르기
시작한다.
이틀전 내린 비로 계곡의 물줄기는 힘차고 우렁차기까지 하고... 남교리에서 합류한 맹렬부산아지메 왈패(류인숙)과 속초의
인심좋은 아낙 늘봄(이순남)도 함께하여 더욱 뜻깊은 33인의 긴 산행형렬이 이어지며, 점점 비경에 빠져들기 시작하였다. 시원한 응봉폭포를 지나
본격적인 십이선녀탕의 갖가지 물줄기와 크고 작은 웅덩이로 패인 沼들은 무아지경의 선녀와 나무꿋으로, 아니 히말라야에 있다는 셀퍼들처럼 나도
찬희와 산들바람(경희)의 먹거리를 넘겨받아 정말 아주 즐겁게 발걸음을 옯겨가고 있었지.
복숭아탕에 이르러 우리들의 경탄은 절정을
이루웠지. 모두들 기념촬영을 하는 사이, 다소 지치기 시작한 혜준이를 도우며 산행을 하여 맛있는 점심시간장소인 막탕에 이르니, 10년전 가보았던
미국 로스앤젤리스 북부지역에 있는 요세미티공원의 폭포생각이 나더라.. 몇몇 선녀와 나뭇꾼이 호기를 부리다가 우리들을 놀라게 한것은 아쉬운
장면이었지만,,, 우리는 반주를 곁들이며, 삼삼오오 모여 점심을 하였단다.
대전에서 온 정강이, 찬희, 임마누엘(영복),
산들바람(경희),꽃님이..같이 쌈을 곁들여가고, 쇠주도 하면서, 정말 맛있게 먹었단다. 산악대장팀들의 출발신호로 나는 뒤에 처진 일부 여자
동창들을 청암(현복)과 만화(현각)와 함께 혜준을 도와 오르기 시작하는데, 저 만치 운성이도 힘겨워하고,, (?)볼 일을 보느라 뒤에 쳐진
퍼니(은영)와 꽃님, 정아는 별 걱정이 없이 잘도 오른다. 가파르고, 마지막 물줄기를 본 지점부터는 일부 패잔병같은 여성동창들이
헉헉거리고,,광자와 안경쓴 친구도 지팡이와 힘에 부치는듯이,,우리의 인솔자 대장인 가림도 말이 없이 가다가 쉬기를 반복한다.
오후
2시가 넘어선 대승령에 이르는 십이선녀탕의 지루한 마지막 지점은 바람마저 없었다. 먼저 오른 친구들이 정성스레 깍아준 과일과 물을 나누워 먹고,
마시면서 담소를 나누는데, 양양에 근무하는 성호가 꺼벙하게 장수대방향에서 기다리다 찾아왔다. 환영을 받으며, 잠시 얘기를 나눈 쉼터의 지점이
해발 1,360 미터였다. 마침 바람마저 산들거리고, 지친 우리를 달래주듯이...
평탄하고, 쿠션마저 느끼는 대승령으로 이르는
능선길은 좌우로 경치마저 제공하고, 말끔히 조금전까지 인간의 한계를 시험하는 코스에서 절로 콧노래가 나오게 하는 편안한 수풀길이었다.
귀떼기청봉과 안산, 주걱봉이 보이더니, 드디어 내리막 장수대롤 향하는 하산길에 접어들다보니, 오늘의 마지막 하일라이트인 장수대의 대승폭포가
장관을 뽐내며 우리의 시야를 의심케한다. 88 미터높이로 한반도 폭포들중에 금강산의 구룡폭포와 개성 천마산의 폭포와 3 대 폭포로 유명하단다.
다소 수량이 적어 아쉽긴 해도 낙차가 높고, 주변의 기암절벽, 소나무들의 모습이 어우러져 기막힌 장면을 우리에게
제공한다.
기념촬영과 힘든 7시간여의 악전고투끝에 다달은 마지막 설악의 비경에 모두 함박웃음을 지으며, 해냈다는 성취감과 아무런
사고없이(다소 아찔하고, 몇몇은 죽을 지경이었지만.) 하산을 거의 했다는 안도감에 조잘대며 사탕, 과일, 물, 초코렛을 나눠가며,, 가파른
계단과 장수대앞 입구로 내려가는 우리들은 모처럼 등산다운 등산을 한 기분이었을게다.
3번째로 내려온다면 환영해준 자연인, 희망,
엄지가 나를 껴안아주어 반가웠고, 다소 지루하였던지, 희망이(근태)는 이미 무아지경의 취기로 친구들을 반긴다. 아쉬운 늘봄과 성호를 뒤로하고
귀경길에 접어든 시각이 저녁 7시가 넘고, 버스안에서 펼쳐진 가무음곡은 필설로 표현키 어렵더라...말은 말들이거든.
홍천근처
조각공원식당에서 국수로 저녁을 먹은 시간도 오늘 여행의 빼어먹기 어려운 즐거운 시간이었다. 남근(?)을 주물럭대던 000 들....ㅎㅎㅎ 이름은
안 적는다...ㅎㅎㅎㅎ
고속터미널에 와서 멀리 내려가야 했던 지방출신 동창들에게 다시한번 고마움과 미안함을 함께
전한다.
부산의 왈패, 경희날개, 창원의 쿠키,(산 잘타더군...별 말도 없더니, 멍석을 깔아주니, 당돌한 여자를 참
잘부르더구나...), 청주의 성희, 임마누엘(영복), 김천에서 온 로즈, 대전에서 온 정강이.. 모두 잘 도착했는지?.... 후반전 버스안에서의
가무때 끼를 뒤늦게 발휘한 부산의 두 여자들.. 특히 경희의 현란한 춤솜씨는 대단하더구나..조만간 부산에서들
보세나...ㅎㅎㅎ
그리고, 두 차례나 산정과 버스안에서 기막힌 우리의 전통민요를 불러준 연희도 버스대절하여 혼자 집에
잘갔니?...이미 말한대로 나는 완전히 뿅갔다..자네 노래에..해룡이도 마찬가지이고,, 60,70세 생일에 특별공연을
부탁한다.
처음 만난 그밖의 많은 친구들.....항상 희생하는 청암이, 꼭 한번 다시 들 보자.. 근배, 해룡이, 승학이, 희덕이,
용철이, 정강이, 노래 잘하는 송파의진이.. 별 말없이 담배좋아하는 현각이, 술안주 밥안주를 정말 잘무쳐온 점순이, 돼지고기와 쌈을 싸온 찬희,
과일과 오이를 갖고온 산들바람, ...
멋진 사회를 보다 돌연 잠에 빠졌던 엄지(기옥), ....
다시 또 등산길에서
볼 날까지 건강하게 지내게나...모두들....
추신: 장수대 화장실에서 안경을 두고와서 스타간 된 운성이가 한방 쏠모양이다..조만간
버스를 되돌려가게 한 데 따른 폼으로..ㅎㅎ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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