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 내편 - 소요유 1-10 堯讓天下於許由(요양천하어허유)
1-10
堯讓天下於許由(요양천하어허유), 曰(왈): 「日月出矣(일월출의), 而爝火不息(이작화불식), 其於光也(기어광야), 不亦難乎(불역난호)! 時雨降矣(시우강의), 而猶浸灌(이유침관), 其於澤也(기어택야), 不亦勞乎(불역노호)! 夫子立而天下治(부자립이천하치), 而我猶尸之(이아유시지), 吾自視缺然(오자시결연), 請致天下(청치천하).」 許由曰(허유왈): 「子治天下(자치천하), 天下既已治也(천하기이치야). 而我猶代子(이아유대자), 吾將爲名乎(오장위명호)? 名者(명자), 實之賓也(실지빈야), 吾將爲賓乎(오장위빈호)? 鷦鷯巢於深林(초료소심림), 不過一枝(불과일지);偃鼠飲河(언서음하), 不過滿腹(불과만복). 歸休乎君(귀휴호군)! 予無所用天下爲(여무소용천하위). 庖人雖不治庖(포인수불치포), 尸祝不越樽俎而代之矣(시축불월준조이대지의).」
후쿠나가 미츠지 : 요(堯)임금이 허유(許由)에게 천하를 물려주려고 말하였다. “해나 달이 돋다 밝은데 횃불(爝火)을 끄지 않는다면, 그 빛을 밝히는 짓(光)은 정말(亦) 헛수고(難)가 아니겠습니까? 때맞추어 단비가 내리는데 여전히 물을 댄다면(浸灌), 그 물을 대는 짓(澤)은 정말 헛수고(勞)가 아니겠습니까? 선생께서 임금이 되시면(立) 천하가 잘 다스려질 터인데, 내가 여전히 천하를 다스리고(尸) 있으니 내 자신을 돌이켜 보건데 만족스럽지 못합니다(缺然). 청컨대 천하를 물려 드리고자(致) 합니다.” 허유가 말하였다. “그대가 천하를 다스려 천하가 이미 잘 다스려지고 있는데도 내가 오히려 그대를 배신한다면, 나더러 장차 명(名)을 추구하라는(爲) 겁니까? 명(名)이란 것은 실(實)의 빈(賓) (곁들여진 것)입니다. 나더러 장차 빈(賓)이 되라는 겁니까(爲)? 굴뚝새(鷦鷯)는 깊은 숲속에 둥지를 틀어도 나뭇가지 하나[를 쓰는 것]에 지나지 않고, 두더지(偃鼠)는 대하(河)에서 물을 마셔도 배를 채우는 것에 지나지 않습니다. 돌아가 쉬십시오. 임금이시여, 나에게는 천하가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요리사(庖人)가 요리를 제대로 못한다 하더라도, 신주(尸祝)는 술통(樽)과 고기 그릇(俎)을 빼앗아(越) 그를 대신할 수 없는 법입니다.”
묵점 기세춘 : 요堯 임금이 천하를 사양하며 허유許由에게 말했다. “해와 달이 나왔는데 횃불을 끄지 않으면 그 불빛은 성대하지 못할 것이며 때맞추어 비가 내렸는데 아직도 물을 댄다면 그 혜택이 도로가 아니겠소? 그대가 천자가 되면 천하가 다스려질 터인데 내가 아직도 신주를 맡고 있소. 나는 스스로 부족한 점을 잘 알고 있으니 그대가 부디 천하를 맡아주시오.” 허유가 말했다. “그대가 천하를 다스려 이미 천하는 잘 다스려지고 있는데 내가 그대를 대신한다면 나에게 이름을 취하란 말이오? 이름이란 실질의 안내자일 뿐인데 나에게 안내자가 되란 말이오? 뱁새가 둥지를 트는 곳은 깊은 숲속의 나뭇가지 하나에 불과하오. 그만 돌아가시오! 군주여! 나는 천하를 다스릴 마음이 없소. 요리사가 요리를 잘못한다고 시동과 축관이 요리를 대신할 수는 없지 않소?”
오강남 : 요(堯) 임금이 나라를 허유(許由)에게 넘겨주겠다고 말했습니다. “해나 달이 떴는데도 켜 놓은 관솔불 빛은 헛된 것 아니겠습니까? 때가 되어 비가 오는데도 밭에다 물을 대고 있으면 그 노고도 헛된 것 아니겠습니까? 선생께서 위(位)에 오르셔야 세상이 바르게 될 터인데, 제가 아직 임금 노릇을 하고 있습니다. 제 스스로 부족함을 알고 있으니, 청컨대 세상을 맡아 주십시오.” 허유가 대답했습니다. “왕께서 다스려 세상이 이미 좋아졌는데, 제가 왕이 되는 것은 오직 이름을 위한 것 아니겠습니까? 이름은 실재의 껍데기일 뿐. 제가 그것으로 뭘 하겠습니까? 뱁새가 깊은 숲속에 둥지를 트는 데는 가지 하나만 있으면 되고, 두더지가 시내에서 물을 마시는 데는 그 작은 배를 채울 물만 있으면 됩니다. 임금께서는 돌아가 쉬십시오. 저는 세상을 다스릴 필요가 없습니다. 부엌의 요리사가 부엌일을 잘못해도 제사 시동(尸童)이나 신주(神主)가 술 단지와 적대(俎)를 들고 와서 그 노릇을 대신할 수는 없습니다.”
송영배 : 요(堯)가 허유(許由)에게 천하를 양보하려고 다음과 같이 말했다. “해와 달이 [이미] 나왔는데 횃불이 꺼지지 않는다면, [그것이 사물들을] 비추기에 또한 곤란하지 않겠습니까? 때에 맞게 비가 내리는데 아직도 빗물을 끌어오고 있으면 그것은 [땅을] 윤택하게 하는데 또한 헛수고가 아닙니까? 선생님께서 임금이 되신다면 온 세상이 평화로울 것입니다. 그런데 아직도 제가 세상을 다스리고 있습니다. 저는 스스로 제가 부족하다고 봅니다. 천하를 바치고자 합니다.” 허유가 말했다. “당신이 천하를 다스려 천하는 이미 안정되었습니다. 그런데 제가 당신을 대신한다면, 저는 [천자라는] 명분을 좇아야 하겠습니까? [실재란 명분의 주인이요] 명분은 실재의 손님입니다. 제가 앞으로 손님 노릇을 해야 하겠습니까? 콩새는 깊은 숲에 둥지를 틀지만 나무의 가지 하나면 충분하고, 두더지가 황하의 물을 마시지만 제 배를 채우는데 지나지 않습니다. 그대는 돌아가 쉬십시오. 저에게는 천하를 다스리는 일은 아무 소용 없습니다. 요리사가 요리를 잘못한다고, 시(尸)나 축(祝)이 술 단지와 고기 담는 그릇을 넘어가서 그를 대신할 수는 없는 법입니다.”
김정탁 : 요 임금이 천하를 허유에게 물려주려고 말했다. “해와 달이 떠 있어 밝은데도 횃불을 계속 태우면 헛된 일이 아닙니까? 때맞추어 비가 내리는데도 논에 물을 흘러 들어가게 해서 물을 대면 역시 소용없는 일이 아닙니까? 허유 선생께서 임금 자리에 오르시면 천하가 잘 다스려질 터인데 제가 여전히 임금 자리에 있으니 스스로 보기에도 부족한 것 같습니다. 청컨대 천하를 거두어 주시길 바랍니다.” 이에 허유가 대답했다. “그대가 천하를 이미 잘 다스리는데 내가 그대를 대신하여 왕이 된다면 나는 왕이란 허명만 얻자는 게 아닌가요?” 이름이란 실적의 껍데기에 불과한데 내게 어찌 그런 껍데기가 되라는 건가요? 뱁새가 나뭇가지 많은 깊은 숲속에 둥지를 쳐도 가지 하나면 충분하고, 수달이 강물을 마시더라도 작은 뱃속을 채우기만 하면 충분하지요. 요 임금이여, 들어가 쉬십시오! 나에게 천하를 위해서란 명분은 아무 소용이 없소이다. 요리사가 음식을 하지 않는다고 축관이 제사상을 놓아둔 채 부엌에 들어가 요리사를 대신할 수는 없지요.
여운 이준호 : 요 임금이(堯) 천하를 양보하기 위하여(讓天下於) 허유에게(許由), 이르기를(曰): 「“해와 달이(日月) 나왔거늘(出矣), 그런데도(而) 횃불을(爝火) 끄지 않는다면(不息), 그놈의 횃불이(其於) 어둠을 물리치는데(光也), 무슨 역할을 할 수 있으리오(不亦難乎)! 때마침(時) 비가 쏟아지는데(雨降矣), 그런데도(而) 오히려(猶) 물이 차고 넘치도록 흘려보낸다면(浸灌), 그놈의 빗물이(其於) 연못에(澤也), 무슨 노고가 될 수 있으리오(不亦勞乎)! 경께서(夫子) 임금의 위치에 오르신다면 천하에 질서가 잡힐 것이니(立而天下治), 그런데도(而) 내가 오히려(我猶) 정권을 잡고 있으니(尸之), 내가(吾) 내 자신을 보기에도(自視) 부족한 점이 그러하니(缺然), 진정으로 청컨대(請) 천하를 이루어주시길 간청드립니다(致天下).”」 허유가 아뢰기를(許由曰): 「“임금께서(子) 천하의 질서를 잡고 계셔서(治天下), 천하에(天下) 이미(既) 대단한(已) 질서가 잡혀있습니다(治也). 그런데도(而) 제가(我) 오히려(猶) 임금을 대신한다면(代子), 제가(吾) 장차(將) 이름을 이름한다 할 수 있겠습니까(爲名乎)? 이름이라는 허울은(名者), 열매의(實之) 껍데기이거늘(賓也), 제가(吾) 장차(將) 껍데기만을 내세울 수 있을 뿐 아니겠습니까(爲賓乎)? 작은 뱁새는(鷦鷯) 무성한 수풀에 둥지를 틀 뿐이니(巢於深林), 그래봐야 줄기 하나에 불과하지요(不過一枝). 고작 작은 쥐 한 마리가(偃鼠) 강물을 마셔봐야(飲河), 배가 차오름에 불과할 뿐입니다(不過滿腹). 돌아가시어 잠시 쉬시지요(歸休乎) 임금이시여(君)! 나에게(予) 천하를 다스림은(天下爲) 아무런 쓸모가 없는 무용지물입니다(無所用). 부엌을 관리하는 숙수가 있어(庖人) 비록(雖) 부엌이 엉망이라 해서(不治庖), 축문을 읽는 제사장이(尸祝) 제사상을 타고 넘어가서(越樽俎而) 부엌일을 대신할 순 있는 법은 아니지요(不代之矣).”」
堯(요임금 요) - 요임금, 높다, 멀다, 높은 모양.
讓(사양할 양) - 사양하다, 양보하다, 겸손하다, 넘겨주다, 꾸짖다.
許(허락할 허) - 허락하다, 승낙하다, 들어주다, 약속하다, 편들다, 기대하다, 곳, 이영차.
由(말미암을 유) - 말미암다, 쓰다, 좇다, 따르다, 행하다, 등용하다, 보좌하다, 꾀하다, 같다.
爝(횃불 작) - 횃불, 횃불을 피워 푸닥거리하다.
息(쉴 식) - 쉬다, 호흡하다, 생존하다, 살다, 번식하다, 자라다, 그치다, 망하다, 호흡, 이자.
光(빛 광) - 빛, 세월, 기세, 세력, 경치, 풍경, 명예, 영예, 문화, 빛나다, 비치다, 크다, 멀다.
難(어려울 난) - 어렵다, 꺼리다, 싫어하다, 괴롭히다, 물리치다, 힐난하다, 삼가다, 우거지다.
時(때 시) - 때, 철, 계절, 기한, 세대, 시대, 기회, 시세, 당시, 늘, 엿보다, 관장하다, 쉬다.
雨(비 우) - 비, 많은(흩어짐, 가르침, 벗) 모양의 비유, 비가 오다, 떨어지다, 윤택하게 하다.
降(내릴 강/항) - 내리다, 떨어지다, 하사하다, 중히 여기다, 태어나다, 항복하다, 화합하다.
浸(잠길 침) - 잠기다, 담그다, 번지다, 적시다, 스며들다, 젖게 하다, 씻다, 깊다, 물을 대다.
灌(물 댈 관) - 물을 대다, 따르다, 붓다, 흘러들다, 마시다, 익다, 강신제, 주조하다.
澤(못 택/석/역/탁) - 못, 늪, 윤, 은혜, 덕택, 속옷, 자취, 습하다, 축축하다, 풀리다, 전국술.
勞(일할 노) - 일하다, 힘들이다, 애쓰다, 지치다, 고달프다, 고단하다, 괴로워하다, 근심하다.
立(설 립/위) - 서다, 똑바로 서다, 확고히 서다, 이루어지다, 정해지다, 임하다, 즉위하다, 곧.
治(다스릴 치) - 다스리다, 질서가 잡히다, 고치다, 배우다, 견주다, 돕다, 정사, 저치, 정도.
尸(주검 시) - 주검, 시체, 신주, 시동, 진을 치다, 주장하다, 주관하다.
視(볼 시) - 보다, 엿보다, 감시하다, 대접하다, 본받다, 견주다, 보이다, 지시하다, 뵈다.
缺(모자랄 결/규) - 모자라다, 없다, 이지러지다, 부족하다, 빠뜨리다, 비다, 머리띠.
請(청할 청/정) - 청하다, 요구하다, 바라다, 빌다, 부르다, 청탁하다, 묻다, 청커대, 받다.
既(이미 기/희) - 이미, 벌써, 원래, 처음부터, 이윽고, 끝나다, 쌀.
將(장차 장) - 장차, 문득, 무릇, 대저, 또한, 거의, 그리고 오히려, 어찌, 기르다, 장수.
實(열매 실) - 열매, 씨, 종자, 공물, 재물, 재화, 내용, 바탕, 본질, 넉봉.
賓(손 빈) - 손, 손님, 사위, 물가, 대접하다, 객지살이, 복종하다, 인도하다, 물리치다, 모으다.
鷦(뱁새 초) - 뱁새, 황작, 붉은머리오목눈이,
鷯(굴뚝새 요) - 굴뚝새, 메추라기, 개개비, 뱁새.
巢(새집 소) - 새집, 집, 큰 피리, 깃들이다, 모이다.
深(깊을 심) - 깊다, 깊어지다, 짙다, 심하다, 두텁다, 후하다, 무성하다, 우거지다, 많다.
林(수풀 림) - 수풀, 모임, 집단, 야외, 들, 시골, 임금, 많은 모양, 많다.
過(지날 과/ 화) - 지나다, 들르다, 경과하다, 왕래하다, 초과하다, 넘다, 나무라다, 재앙.
枝(가지 지) - 가지, 초목의 가지.
偃(나부낄 언) - 나부끼다, 쓰러지다, 눕다, 쉬다, 편안하다, 교만하다, 쏠리다.
鼠(쥐 서) - 쥐, 좀도둑, 병의 이름, 간신의 비유, 근심하다.
飲(마실 음) - 마시다, 호흡하다, 마시게 하다, 먹이다, 먹이게 하다, 머금다, 푼다, 음식.
河(물 하) - 물, 내, 강, 운하, 섬, 은하, 황하, 메다, 짊어지다.
滿(찰 만) - 차다, 가득차다, 그득하다, 풍족하다, 만족하다, 흡족하다, 꽉 채우다. 교만하다.
腹(배 복) - 배, 마음, 속마음, 가운데, 중심, 앞, 안다, 껴안다, 두텁다, 받아들이다, 임신하다.
歸(돌아갈 귀) - 돌아가다, 돌아오다, 돌려보내다, 따르다, 붙좇다, 의탁하다, 마치다, 시집가다.
休(쉴 휴) - 쉬다, 휴식하다, 사직하다, 그만두다, 멈추다, 말다, 아름답다, 너그럽다, 행복.
予(나 여/예) - 나, 주다, 하사하다, 승인하다, 허락하다, 인정하다, 매각하다, 함께, 미리.
庖(부엌 포) - 부엌, 요리인, 음식, 복희씨, 성씨.
祝(빌 축/주) - 빌다, 기원하다, 축하하다, 축문하다, 말하다, 경사, 기쁨, 저주하다.
越(넘을 월) - 넘다, 건너가다, 초과하다, 지나다, 빼앗다, 멀다, 어둡다, 흐트러뜨리다, 월나라.
樽(술통 준) - 술통, 술 단지, 술잔, 술그릇.
俎(도마 조) - 도마, 적대.
장자 내편 비교역주 저자 소개
후쿠나가 미츠지(福永光司, 1918-2001) 일본 도교연구의 선구자이다. 원래 유교 연구를 하였으나 1942년 태평양 전쟁으로 군대 징집 등 생사의 문제에 맞닥뜨림에 따라 노장사상과 도교 연구를 시작하게 되었다. 오오이타현(大分縣) 출신으로, 쿄오토대학에서 중국철학사 전공으로 학위를 받았다. 토쿄 대학 교수, 쿄토 대학 인문과학연구소 소장, 칸사이 대학 교수, 키타큐우슈우 대학 교수 등을 역임하였다. 저서에 《장자-고대중국의 실존주의》, 《장자》, 《노자》, 《열자》, 《도교사상사연구》, 《중국의 철학·종교·예술》, 《위진 사상사 연구》 등이 있다. 도올 김용옥 스승이기도 하다.
『후쿠나가 미츠지의 장자 내편』 - 번역 정우봉, 박상영 : 문진 2020
후쿠나가 미츠지는 일본 내에서 노장철학이 현대적 학술체계 내에 자리 잡는 데 크게 기여했을 뿐 아니라, 그의 저작은 일본·한국·중국을 넘어 서양에까지 적지 않은 영향을 끼쳤다. 특히 그의 『장자』는 국내 『장자』 번역 및 연구에서는 어김없이 인용되는 주요 저작 가운데 하나이며, 우리나라에서는 안동림의 『장자』 번역에 큰 영향을 미쳤다. 그리고 우리에게 사마천 연구자로 잘 알려진 버튼 왓슨(Burton Watson)의 『The Complete Works of Chuang-Tzu』에 큰 영향을 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본서는 후쿠나가 미츠지가 이룩한 큰 족적을 국내에 소개하는 한걸음에 불과하지만 그의 걸음이 얼마나 컸는지 가늠하게 해줄 한걸음이 될 것이다.
기세춘(奇世春, 1933~2022) 재야운동가이자 한학자이다. 본관은 행주고, 호는 묵점(墨店)이다. 그는 제자백가 중 한 명인 묵자(墨子)를 국내에서 처음으로 완역한 학자로, 동양사상과 민주화·통일 운동을 접목시켜 민주화운동에 영향을 일으켰다.
1933년 전라북도 정읍에서 태어났다. 조선 선조 때 성균관 대사성을 역임한 고봉 기대승의 15대손이며, 조부는 의병활동을, 부친은 항일운동을 했다. 일본학교에 다니는 대신 서당에서 사서삼경 등 한학수업을 받다가 나중에 초등학교 5학년으로 편입하였다. 전주사범학교를 졸업하고 전남대학교 법과대학에 입학했으나, 4.19혁명에 적극가담하고, 5.16이 일어나자 입산했다.
서울시에 근무하면서 1963년 동학혁명연구회를 창립, 후진국개발론, 통일문제를 연구했다. 1968년 통일혁명당 사건에 연루되어 신영복 교수 등과 함께 조사를 받았으나 기소유예로 판결을 받아 옥살이를 하지 않았다.
이후 대전에서 작은 기계공장을 운영하며 사출기, 자동포장기 등을 설계, 제작하며, '평화통일연구회' '사월혁명연구회' '전북민주동우회' '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 '국민화합운동연합' 등에서 사회운동을 했다.
동서양의 철학에 몰입하여 다수의 번역서, 해설서를 냈다. 기모란 교수의 부친이다.
저서 『묵점 기세춘 선생과 함께하는 장자』 바이북스, 2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