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섬박물관
이흥근
이번 추석에는 그동안 지내던 차례를 지내지 않았다. 어머니와 형이 병원에 입원해 있어서다. 추석 전날 선친 묘소를 다녀온 뒤 어머니와 형이 있는 병원에도 다녀왔다.
추석날에는 결혼한 딸과 아들이 손주들과 같이 집에 와서 바람을 쐴 겸 가까이에 있는 안산 대부도로 갔다. 일찍 차례를 지내고 바람 씌러나온 차량들로 인해 교통이 막혀 힘들었다. 손주들은 좋아한다. 바닷물이 빠진 갯벌에서 호미로 모두 함께 게와 조개를 잡으며 손주들은 신이 났다. 손주들이 게와 조개를 잡는 것을 보니 어린 시절 내 모습이 떠오른다. 당시는 김포 검단 오류리 안동포 해안 바닷가 갯 벌에서 동네 사람들과 게와 조개를 캤었다. 그때만 해도 안동포와 해안은 게와 조개가 지천이었다. 어린 시절 그 바닷가 갯벌은 재미있고 신나는 놀이터요, 해산물 반찬을 채취하는 보물창고 였다.
손주들은 신기한가 보다. 조그만 돌을 들어내자 작은 게 서너 마리가 나온다. 놀란 표정을 하며 게를 잡는 모습이 귀엽다. 잡은 게를 놓아주었다. 마치 어린 시절 내 모습을 보는 듯하다. 그 모습을 사진으로 찍어두고, 인근 음식점에서 바지락 칼국수를 먹는데 바다 냄새가 난다. 모래사장에 텐트를 치고 휴식을 취했다.
오후에는 유리섬박물관에 갔다. 바다와 빛과 유리가 어우러져 살아 숨 쉬는 문화 예술 공간이다. 잠실 운동장 크기로, 드넓은 공간에 유리의 역사와 제작 기법, 현대 유리 조형물 전시 등 유리 예술에 관한 모든 것을 한 곳에서 느낄 수 있는 곳이다. 각 전시장이 다양한 편의 시설과 함께 잘 어우러져 있다. 다양한 조형 작품을 감상할 수 있도록 조성되어 있다. 유리섬미술관 과 맥아트미술관, 유리로 된 우주의 자연물에 조명을 더한 동화 같은 주제전시관을 비롯해 바다와 갈대숲의 자연경관까지 관람하였다.
유리 만드는 제조 과정과 아름다운 유리 제품을 구경했다. 유리가 만들어지는 과정은 많은 노력과 고도의 기술이 필요하다. 놀랍고 경이로웠다. 1,200도 온도에서 제작하므로 상당히 위험하다. 안전한 위치에서 영상을 통해서도 볼 수 있었지만, 마침 하루 세 번 열리는 시연에 맞추어 직접 볼 수 있었다. 시연장은 연극 공연장처럼 계단식 객석으로 이루어져 있다. 멀리서 보는데 그 열기가 확 확 느껴진다. 유리로 비둘기 만드는 과정을 시연한다.
1,500도 용광로에 블로우 파이프라는 쇠막대기를 넣는다. 벌건 불덩어리가 되면 쇠막대기를 굴리며 비둘기 몸통 모양을 만든다. 수십 차례 굴리며 물로 식힌다. 다시 용광로에 넣고 머리 모양을 만든다. 뾰족한 부리 모양을 내고 날개를 만들어 몸통에 접착한다. 색깔을 내어 다듬고 물로 식히고 다시 용광로 넣는다. 수차례 반복을 통해 마지막으로 눈을 만들면 비둘기가 살아서 날아가는 것 같이 눈앞에 나타난다. 이처럼 높은 온도에서 단 한 번의 실수도 없이 작업하는 것을 보니 그야말로 장인이라는 생각이 들어 저절로 찬사가 나온다.
주제전시관은 거울로만 이뤄진 미로 방이다. 들어가는 순간 어질어질하다. 사방이 거울이라 길을 찾기가 힘들다. 미로 속을 거닐면서 더듬거리며 통로를 찾았다.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피노키오, 청개구리 유리 작품들, 멋진 정원도 화려한 색의 유리 공예품으로 꾸며 놓아 동화 속 같다.
유리는 변하지 않고 스스로 빛을 내는 존재다. 깨지면 날카로운 모습을 보이는 것이 우리 사람과 닮았다고 생각된다. 서로 좋아하는 사이가 되면 깨끗하고 아름답지만, 관계가 나빠지면 날카로운 모습을 보이게 되니 말이다.
시원한 바람이 분다. 아름다운 조형물과 현란한 유리 공예품을 보고, 신비로운 유리 결정체를 오감으로 느낀다. 그 감동을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기기 위해 사진을 찍었다. 손주들이 좋아하며 귀여운 포즈를 취한다.
추석 전에 지나간 태풍 탓인지, 펜션 들어가는 입구에 잔가지와 나뭇잎이 떨어지고 풀이 무성하여 지저분하다. 자연은 아름다운 경치를 주었는데 관리가 잘 안되어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어린 시절 농촌에서 설 명절이나 추석을 앞두고 마을 입구에서부터 각 집안까지 대대적인 청소를 한다. 아름다운 경관을 가꾸기 위해 풀을 베고 낙엽을 쓸었으면 더 좋은 관광지가 되었을 것을 하는 생각을 해본다.
이제는 자연이 주는 것을 누리기만 할 것이 아니라 아름다운 자연환경을 후손에게 잘 물려 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집 아이들과 같이 어머니가 계신 병원에 가니 반가워하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