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章 南宮世家 三大劍學.
지금 물론 연못가의 주변에 있는 사람들은 그녀들만이 아니었다.
연검을 하고 있는 그녀들의 가까운 곳에 서서 가끔씩 그녀들이 연검을 중단하고 의문 나는 점을 질문해 오면 자세하게 가르쳐주고 혹은 간간이 스스로 나서서 그녀들의 잘못된 자세를 교정시켜 주곤 하는 삼십대 중반의 중년인(中年人)이 하나 있었는데 그 사람은 바로 다름 아닌 남궁민의의 남편이자 전대가주의 대제자인 섬전검(閃電劍) 왕정안(王靜安)이었다.
남궁세가의 데릴사위로서 맞아들여진 그는 요즘 들어서 거의 매일같이 이렇게 아침마다 처제들에게 무공수련(武功修練)을 지도해 주고 있었는데, 말할 것도 없이 그것은 남궁완청과 유소하가 극성스럽게 거의 매일같이 형부인 왕정안에게 무공수련을 도와달라고 떼를 쓰고 있기 때문이었다.
어제 오후에 남궁청우의 눈에 보이지 않던 왕정안은 아마도 저녁 무렵에야 집으로 돌아온 모양이었다.
그리고 그들 세 명과는 달리 그보다 약간 떨어진 지점에서 특이하게도 각자가 장검(長劍)을 뽑아들고 현란한 검기(劍氣)를 일으키며 비무(比武)를 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었는데 바로 그 두 사람은 홍부용 남궁조영과 백호접 남궁민의였다.
----- 홍부용과 백호접 그 두 사람의 무공은 대략 한결같이 일류급에 도달해 있다고 알려져 있었다.
물론 나이는 남궁조영이 스무 살이나 더 많은 상태이지만 남궁민의의 자질(資質)은 보기보다 우수하여 이미 전대가주가 살아있었을 당시에도 일류 고수로서의 인정을 받고 있는 상태였다.
지금 두 사람의 비무하는 광경은 눈부신 아침햇살 아래에서 마치 두 사람의 능파선녀(凌波仙女)들이 검무(劍舞)를 추고 있는 것처럼 보기 좋고 아름다웠는데 사실은 그 가운데의 살기(殺氣)는 없어서 서로가 급소만은 피하고 있었고 그저 가볍게 몸을 푸는 정도이지 격렬하게 비무를 하고 있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원래 두 사람이 펼치고 있는 검법은 동일(同一)한 것으로 창궁십이검(蒼窮
十二劍)이라는 것이었는데 심오하고 웅장한 느낌을 주게 되는 본래의 검의(劍意)와는 달리 여인들이어서 그런지 우아하고 화려한 느낌이 오히려 주위를 휩쓸고 있었다.
한참동안 잘 정돈된 정원수의 사이를 날아다니며 비무를 하던 두 사람은 어느 한 순간에 약속이라도 한 듯이 검을 거두고 신형(身形)을 멈추었고 약간 가쁜 듯한 숨을 몰아쉬면서 남궁조영이 웃으며 남궁민의에게 말했다.
"너의 검술(劍術)이 상당히 많이 늘었구나. 이제는 내가 당하지 못하겠는 걸?"
남궁민의는 짐짓 아주 피곤하다는 듯이 고개를 절레절레 내저으며 약간 상기된 안색으로 대꾸했다.
"아니예요. 고모님의 무공실력은 갈수록 향상되어서 저로서는 도저히 따라갈 수가 없을 거예요. 오늘도 고모님이 일부러 봐주셨기 망정이지 하마터면 초반에 패배할 뻔 했었는걸요."
남궁조영은 조카인 남궁민의가 자신을 향해 이렇게 겸손해 하는 것을 보고약간 기분이 좋아졌는지 장검을 자신의 검집속에 집어넣으며 환하게 웃어보였다.
"하지만 어쨌든 간에 너만한 나이에 그와 같은 경지에 도달한다는 것은 쉽
지 않은 일이다. 나는 솔직히 너만한 나이에는 그다지 자신이 없었어. 그것은 아마도 돌아가신 오라버니의 자질이 그토록 뛰어난 것이었기 때문에 너희들에게도 영향이 있는 것이 아닌가 하고 생각되는구나......"
제법 오랫동안 숨가쁜 비무를 펼쳤음에도 두 사람은 이마에 땀 한 방울 흘러내리지 않았고 게다가 호흡 또한 거의 흐트러지지 않아서 마치 이 순간 잘 정돈된 풀잎들을 밟고 있는 두 사람의 모습은 이슬을 먹고 살아간다는 선녀(仙女)들처럼 고귀하고 아름다워 보였다.
이렇게 상승(上乘)의 무공을 수련하는 여인들이 세속의 여인들과 다른 점은 그녀들의 전신이나 얼굴에서는 다른 사람들의 시선(視線)을 모으게 하는 신비스러운 기운이 발산되어 더욱 형용할 수 없는 미태(美態)를 자아내는 등이라고 할 수가 있을 것이었다.
물론 그것은 하류(下流)의 무공들을 수련하는 여인들과는 크게 다른 것이었다.
남궁조영은 무심코 말을 하다가 문득 이미 세상을 떠난 전대가주에 대한 얘기가 나오게 되자 저절로 우울한 기분에 젖어들게 되어서 말을 중단하게 되었고 두 사람의 대화도 끊어졌다.
남궁민의는 역시 다소 우울한 표정이 되어서 검집속에 장검을 갈무리하다가 문득 아직도 검법수련에 열을 올리고 있는 그 두 명의 동생들이 있는 쪽으로 천천히 걸어갔다.
남궁완청과 유소하는 얼마동안 좀 더 연검을 하더니 이윽고 다소 지쳤는지 연검을 멈추고는 이번에는 왕정안을 향해 이런 주문을 해왔다.
"형부! 이번에는 형부의 그 섬전십삼검뢰(閃電十三劍雷)를 보여줘봐요."
현재 남궁세가에는 명실공히 검문세가(劍門世 라는 이름답게 세 가지의 대
표적인 검법이 전해 내려오고 있었는데 창궁십이검(蒼窮十二劍)에 이어지는 섬전십삼검뢰(閃電十三劍雷)는 각기 그것들 가운데의 하나였다.
말하자면 이 창궁십이검은 상승검법이고 섬전십삼검뢰는 일단 그것을 연성
한 다음에 수련할 수가 있는 최상승의 검법이라고 할 수가 있었다.
물론 남궁세가의 삼대검학(三大劍學) 가운데의 마지막은 역시 섬전십삼검
뢰를 연성한 다음에야 수련에 들어갈 수가 있다는 초절정(超絶頂)의 불가
사의한 검학으로서 그 이름은 제왕검형삼식(帝王劍形三式)이라고 했다.
섬전십삼검뢰를 연성한다고 하는 것은 일단은 백연탄(白筵彈)의 경지에 들어서 있어야 하는 것인데 남궁세가의 역사상 섬전십삼검뢰를 연성한 사람들도 많지 않았고 더욱이 제왕검형삼식을 터득한 사람은 더욱 드물었다는 얘기였다.
이 왕정안은 섬전검(閃電劍)이라고 하는 그의 별호에서도 알 수가 있듯이 지금은 거의 창궁십이검의 수련을 끝내고 섬전십삼검뢰의 수련에 들어가고 있는 검수(劍手)였다.
그는 하지만 남궁완청의 말을 듣고는 다소 안색을 붉히면서 이렇게 말했
다.
"아니야. 나는 일전에 선사(先師)께서 아직 창궁십이검의수련을 끝내지 못했으면서도 감히 섬전십삼검뢰의 수련에 들어가고 있다는 꾸중을 들은 적이 있었기 때문에, 사실 나의 이 섬전검이라는 별호는 다소 과장된 거야. 내가 어떻게 감히 섬전십삼검뢰를 보여줄 수가 있겠어?"
그러나 남궁완청은 실망하지 않고 다시 재촉했다.
"하지만 형부의 무공은 이미 황화예의 경지에 들어서 있는 상태라고 알고 있는데, 그렇다면 섬전십삼검뢰를 흉내라도 낼 수가 있을 거야. 그것을 우리에게 좀 보여줘요."
일반적으로 무학의 단계에는 모두 네 가지의 경지가 있다고 전해지는데 그 가운데의 황화예는 자매판(紫枚瓣)이라고 하는 경지 다음에 나타나는 경지라고 했다. 자매판이 힘으로 무학을 펼치는 단계라고 하면 그 황화예는 기예(技藝)로써 무학을 조절하는 단계라고 할 수가 있다.
이어 진기(眞氣)를 사용하는 백연탄(白筵彈)이라는 경지가 있는 것이며 마지막으로는 마음으로 무학을 펼친다는 대홍락(大紅落)이라는 초절정의 경지가 있는 것이다.
이 절정이나 최절정이니 하는 말들은 상황에 따라서 변하게 되어 있는데 현재 강호상에서 황화예의 경지는 절정고수(絶頂高手)의 경지라고 평가되고 있는 상태였다.
이 황화예의 경지에 오르기 위해서는 최소한 이갑자(二甲子)의 공력이 필
요한 법이었다.
한 사람이 육십년 동안 꾸준히 쉬지 않고 연공(練功)을 하여 모은 공력이 일갑자의 공력이라고 한다면 이 이갑자의 공력이라는 것은 인간의 힘으로는 이루기 어려운 것이었다.
그러나 지나간 시대와는 달리 당금에 이르러서는 공력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이 다각도로 발견되고 정착되어서 이런 일개 무림세가의 대제자의 신분으로서 그만한 공력을 갖춘다는 것은 그다지 불가능한 일만은 아니었다.
이른바 황화예의 경지를 가리켜서 유실반허(由實返虛) 자진귀박(自眞歸樸)
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그것은 물론 과거에 사용되었던 말이었지만 그 의미만은 분명하게 당금에 이르러서도 음미해 볼 수가 있는 것이었다.
지금 왕정안의 두 눈에는 강렬한 예기(銳氣)가 사라지고 오히려 한줄기 온화하고도 맑은 기운이 은은하게 감돌고 있었는데 그것은 그야말로 황화예의 가장 전형적인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라고 할 수가 있었다.
물론 사람에 따라서 드러나는 겉모습이 다르기 때문에 그와 비슷한 모습
을 하고 있다고 해서 무조건 그가 황화예의 경지에 들어서 있다고는 말할 수가 없다. 왕정안은 그 겸손한 심성으로도 남궁세가내에서도 알려져 있는 사람이었지만 워낙에 극성스럽게 떼를 쓰다시피 하는 남궁완청 등에게는 당할 수가 없었다.
그는 다소 안색을 붉히면서 대답했다.
"나의 무공이 황화예의 경지에 들어서 있다는 것은 약간 과장된 것이지만, 그러나 처제가 그렇게 원하고 있으니 그럼 한번 용기라도 내볼까?"
그것을 보고 가까이 다가온 남궁민의가 남편을 향해 박수를 치면서 동조했다.
"그래요. 한번 시전해 봐요. 우리는 이미 오랫동안 그 검법을 보지 못했거든요."
남궁민의는 남편의 대단한 능력(能力)이 발휘되는 순간이어서 그런지 다소 상기된 듯한 표정이었다.
남궁완청은 그것을 보고 다소 못마땅한 표정을 지었다.
(흥! 시집을 가서 잘난 남편이 있으면 단가? 그렇게 남편에 대한 생색을 내다니...... 나도 화가 나면 그냥 시집이나 가 버릴까 보다!)
그러나 이미 검법의 시전을 약속한 왕정안은 그 남궁완청의 심사가 어떻게 되어가든 간에 자세를 가다듬고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가 준비를 함에 따라 주위의 모든 사람들의 시선(視線)이 일제히 그가 있는 곳으로 급격하게 집중되었다.
......
왕정안은 등에 장검을 맨 자세로 하나의 커다란 바윗덩어리를 일 장 앞에 두고 섰는데 그의 안색은 갈수록 엄숙해지고 전신(全身)에서는 어떤 보이지 않는 기운이 구름처럼 일어나기 시작하는 것 같았다.
그러다가 한 순간 느닷없이 그의 우수가 희미하게 움직이는 것 같았는데 갑자기 그의 전면에서 번갯불과도 같은 기운이 일어나서 전면의 바윗돌을 감싸버렸다. 그리고는 왕정안은 언제 검을 발출했냐는 듯이 서서히 신형을 바로 세웠고 느릿하게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비록 그의 장검이나 손은 원래의 자리에 있었지만 그의 이마에는 약간의 땀방울이 맺혀있는 것으로 보아 그가 이미 출수(出手)한 것은 틀림없는 것 같았다.
......!
왕정안의 별호가 섬전검인 것은 유명무실(有名無實)한 것이 아니었다.
확실히 그의 손속은 빨랐으며 그것이 오히려 너무나도 빨라서 남궁완청 등은 도대체 어찌된 영문인지 알 수가 없는 것이었다.
헌데 바로 그때였다.
느닷없이 현관쪽에서 누군가의 음성이 낭랑하게 울려오면서 주위의 긴장된 정적을 깨뜨렸다.
"하하하, 정말로 훌륭한 섬전십삼검뢰(閃電十三劍雷)요! 단지 그것을 시전하는 사람이 너무나도 능력이 부족하여 그것의 십분지 일도 발휘되지 못했을 뿐......"
사람들은 그 음성에 일시 약간 놀라서 그쪽으로 시선을 보았다.
다름이 아니라 바로 남궁청우가 천천히 밖으로 나오고 있는 중이었다.
남궁완청은 그렇지 않아도 의아해하고 있었는데 남궁청우가 나타나는 것을
보자 그쪽으로 다가가면서 웃으며 말했다.
"나는 네가 형부를 칭찬하고 있는 줄로 알고 있었는데 오히려 형부를 비방하고 있는 것이로구나. 헌데 너는 대체 무엇을 보고 그것이 십분지 일도 발휘되지 못했다고 말하는 거지?"
나이 차이가 적어서인지 이 남궁완청은 비교적 좀 더 남궁청우와 대화가 통하는 편이었다.
(......)
남궁청우는 갑자기 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자신을 향해 집중되는 것을 보고 약간 창피한 듯이 눈살을 찌푸리다가 이윽고 느릿하게 앞으로 다가서서 방금 전에 왕정안이 검법을 시전해 보인 그 바위의 윗쪽을 가리키며 대꾸했다.
"셋째누이는 나를 바보로 아는 모양인데, 그럼 여기에 있는 불에 탄 듯한 흔적이 보이지 않는다는 말이오?"
(......?)
남궁완청 등은 무심코 시선을 돌려서 그 바위의 윗쪽을 바라보다가 이윽고 그 위에 마치 우물정(井) 자를 새긴 듯이 선명하게 드러나 있는 흔적을 보고는 약간 놀라는 표정을 지었다.
그것은 분명히 방금 전에 생겨난 것이었고 또한 조금 전에 왕정안이 지극히 짧은 단 한순간에 그렇게 해놓은 것이 명백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쉽게 믿을 수가 없다는 듯이 남궁완청은 남궁청우를 향해 다시 질문했다.
"그럼 그것이 바로 조금 전에 형부께서 펼쳐보인 그 섬전십삼검뢰라는 말이야?"
남궁청우는 거의 건성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섬전십삼검뢰는 아니지만, 그것을 흉내 낸 자형의 솜씨인 것은 틀림이 없
소."
이른바 이 섬전십삼검뢰(閃電十三劍雷)라고 하는 검법은 앞의 섬전(閃電)이라는 말처럼 빠르다는 것도 있지만 더욱 훌륭한 점은 뢰(雷) 자를 보면 알수가 있듯이 그 기운이 아주 강하다는 데에 특징이 있었다.
일반적으로 강하면 빠르게 되는 것이고 또한 빠른 것은 강하다고 알려져 온 것이 사실이었다.
그러나 실상 정말로 가장 빠르고 가장 강한 것에 가까운 검법이라는 것은 아주 드문 것이 현실이었으니 이 남궁세가의 섬전십삼검뢰라는 검법은 그러한 아주 대표적인 검법이라고 할 수가 있었다.
왕정안이 조금전에 검법을 시전해 보일 때 아주 빠른 순간에 번갯불과도 같은 검망(劍芒)이 일었으며 그로 인해서 바윗돌이 타버린 듯한 흔적이 남게 된 것은 모두 그와 같은 이치에서였다. 물론 그와 같은 흔적은 단지 표면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내부에까지 미치는 것이어서 지금 그 바위는 아홉 개의 조각으로 나뉘어져 있는 상태인 것이었다.
그토록 빠른 순간에 그와 같은 강한 위력을 발휘할 수가 있다고 하는 것은 실로 놀라운 일이 아닐 수가 없었다.
남궁완청은 내심으로 그러한 생각을 굴리면서 문득 이렇게 속으로 중얼거렸다.
(그런데 청우(靑牛)는 어떻게 우리보다 쉽게 이러한 사실을 알아낼 수가 있었을까? 혹시 그 사이에 무공이 크게 늘어난 것이 아닐까?)
----- 남궁청우(南宮靑牛) 이 사람의 무공은 남궁세가의 내에서도 거의 알 수 없는 것으로 되어 있었다.
과거에 남궁청우는 다른 모든 세가내의 사람들처럼 어려서부터 무학의 수련을 받게 되었었는데 학문의 방문에 있어서는 아주 뛰어난 총명함을 나타내는 그였지만 실상 무학의 방면에서는 그다지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었다.
아니 세가내의 젊은이들에 비교해 본다면 오히려 아주 둔재(鈍才)라고 할 수가 있는 상태였다.
그의 무학의 진척 속도는 가우왕이나 그 밖의 친구들보다 못했을 뿐만 아니라 심지어 누나인 남궁완청보다도 훨씬 못했던 것이 현실이었다.
무학의 자질이 부족한 반면에 남궁청우는 간혹 엉뚱한 짓들을 저지르기가 일쑤였고 그리고 무학의 성취가 거의 겉으로 드러나지 않은 사람이었다. 그리하여 전대가주인 무적검(無敵劍) 남궁소천(南宮嘯天)은 어쩔 수가 없이 다른 곳으로 외아들인 남궁청우를 보내서 수련을 받게 하였는데 열네 살의 봄에 나가서 올해 돌아왔으니 꼭 칠년 동안 밖에 나갔다가 돌아온 셈이었다.
한동안 세가 내의 사람들은 거의 남궁청우의 존재를 잊어버리고 살다시피했었는데 느닷없이 세가내의 불행한 일이 생겨나고 남궁청우가 돌아와서 가주의 자리에 앉게 되자 모두가 그에 대해서 갑자기 주목하게 되었다.
대체 이 남궁청우가 어디에 가서 무엇을 배우고 돌아온 것인지에 대해서는 워낙에 비밀처럼 되어 있었기 때문에 그것에 대해서 아는 사람은 전대가주와 남궁청우 본인 밖에는 모른다고 할 수가 있었다.
그리고 이제 남궁세가의 가주가 된 그에게 그러한 사항을 일일이 캐물을 수가 없어서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그의 무학의 경지를 과거의 삼류급(三流級)의 경지에서 벗어난 이류급(二流級)의 수준이거나 혹은 좀 더 나아진 일류급(一流級)이 아닐까 하고 상상하고 있었다.
사실상 이 남궁세가의 신임가주의 무공이 어느 정도일까 하는 것은 중대한 문제이며 매우 궁금한 사항(事項)이 아닐 수가 없었다.
(아닐 거야!)
남궁완청은 문득 고개를 내저었다.
갑자기 과거 남궁청우가 그녀에게 했던 말이 뇌리에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 이 무공이라고 하는 것은 치졸하기 짝이 없어. 나는 결코 다른 사람들처럼 그와 같은 무공은 배우지 않을 거야.
남궁완청은 당시의 남궁청우의 깊은 뜻이 어려 있는 것 같은 말을 기억하
고 있었기 때문에 아직도 남궁청우의 무공이 나아졌을 가능성(可能性)이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조금 전에 대체 남궁청우는 어떻게 쉽게 장내의 상황을 파악해 버린 것일까 혹시 그는 밖에 나가있는 칠년 동안 무슨 다른 특이한 공부(工夫)라도 배우고 돌아온 것이 아닐까?
남궁완청은 속으로 열심히 생각을 굴리고 있는 사이에 남궁청우는 다시 왕정안을 돌아보면서 말을 이었다.
"이 섬전십삼검뢰(閃電十三劍雷)라고 하는 것은 이와 같이 완력(腕力)을 사용하는 것은 아니오. 그야말로 예술(藝術)에 가까운 것이라고 할 수가 있지."
"......"
왕정안은 잠시 뭔가 깊이 생각하는 듯이 남궁청우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이때 옆에서 잠자코 있던 유소하가 나서서 웃으면서 남궁청우에게 물었다.
"조금 전의 무공은 전혀 완력을 사용하는 것 같지 않던데 어째서 그것을
완력을 사용하는 것이라고 하지?"
유소하의 말은 남궁청우의 말에 불복하고 있다라기 보다는 그저 그의 말을 거들어 주려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어서 그녀의 얼굴에는 화사한 아양으로 가득차 있었다.
그러나 남궁청우는 전혀 그러한 것을 생각하지 않는지 이번에는 그녀를 향해 시선을 돌리면서 이렇게 대답했다.
"물론 황화예의 무공은 자매판의 경우와는 달리 힘을 사용하지 않고 그기운(氣運)을 조절하는 것이오. 하지만 나의 말은 황화예의 무공이라고 해도 무식하게 펼쳐지는 것이라면 그것은 완력을 사용하는 것이나 다름이 없다는 것이오."
(......?)
이 무식하다는 말은 완력을 사용한다는 것보다도 더욱 심한 말이었다.
유소하는 본의 아니게 말이 심하게 흐르자 은근히 왕정안의 시선을 의식하면서 다소 붉어진 안색으로 다시 물었다.
"그것을 어째서 무식(無識)하다고 하는 거지?"
남궁청우는 주위의 시선을 아랑곳하지 않는 듯이 천연덕스러운 표정으로 대꾸했다.
"하누이는 그의 검을 빠르고 예리하다고 생각하는 모양인데, 나의 생각은 그것과는 아주 다른 것이오. 내가 보는 바에 의하면 그의 검은 그다지 빠르지도 않고 또한 예리하지도 않아서 둔하기 짝이 없는 것이오. 그것은 마치 나뭇꾼이 도끼로 장작을 후려 패는 것과도 같은 것인데 그 어찌 무식하지 않겠소?"
......!
유소하는 그만 너무나도 놀라서 입을 다물었다.
지금 이곳에 있는 사람들 가운데에서 그래도 왕정안의 무공이 가장 뛰어난 것이라고 할 수가 있는데 남궁청우가 그와 같은 심한 험담을 해대고 있는 것이니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문득 이제까지 말이 없던 남궁조영이 앞으로 다가오면서 입을 열어 말했다.
"조카, 하지만 내가 보기에는 조카사위의 무공은 비록 최절정의 경지는 아니라고 해도 이미 높은 경지에 이르러 있어서 강호의 명숙(名宿)들이라고 해도 쉽게 받을 수가 없을 것 같은데?"
남궁청우는 다시 그녀를 돌아보면서 대꾸했다.
"그것은 고모님이 잘못 생각한 것이오. 지금의 강호는 옛날과 같지 않아서 저마다 새로운 무학들을 개발해내고 부단히 연마하고 있어서 실로 자형만한 고수들은 얼마든지 볼 수가 있을 것이오."
(......!)
남궁조영은 자신이 나서서 말을 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전혀 달라지지 않고 있는 남궁청우의 태도에 대해서 안색이 창백해지도록 놀라며 다시 말했다.
"하지만 그의 무공을 무식하다고 하는 말은 너무 심한 말이 아닐까?"
남궁청우는 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는 상태인데도 여전히 안색하나 바꾸지 않고 대꾸했다.
"그렇지 않소. 나는 오히려 아주 좋게 말한 것인데, 내가 정식으로 말하자면 자형의 무공은 무식할 뿐만 아니라 어린아이의 장난이나 다를 바가 없는 것이오."
......
남궁조영은 이에 일순 어이가 없다는 듯이 망연히 남궁청우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남궁민의도 문득 앞으로 나서서 말했다.
"청우(靑牛)! 너 그 말은 좀 심한 말이 아니냐?"
(......)
남궁민의가 자신의 남편의 체면이 손상되었다고 생각하고 기분이 나빠져서
힐난하는 듯이 물어오는 것을 보고는 남궁청우는 그저 묵묵히 그녀의 얼굴을 바라볼 뿐이었다.
헌데 그때의 일이었다.
느닷없이 한쪽에서 한줄기의 서늘한 음성이 흘러나와서 약간 긴장되어 있
는 주위의 분위기를 크게 술렁이게 만들었다.
"조금도 심하지 않다!"
......?
사람들은 즉시 그쪽으로 고개를 돌려서 말한 사람이 다름 아닌 가심의(賈心意)라는 것을 알고는 놀라서 저마다 눈을 휘둥그레 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