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1 장 ------ 잘생긴 남자와 못생긴 여인
"후훗! 남의 방을 기웃거리는 밤고양이는 있어도 이런 대낮에 남
의 방 앞에서 기웃거리는 도둑이 있다는 말은 듣지 못했는데......?"
자신의 모습을 한차례 훑어본 금천풍호.
그는 몸을 문쪽으로 돌리며 입가에 미소를 떠올렸다.
기다리고 있다는 듯이 여인의 음성이 들리는 것은 그때.
"알고...... 있었나요?"
"후훗! 사내 혼자 있는 방이라고 들어오지 못한다면 무엇 때문에
그처럼 나의 뒤를 따라 다니는 것이오?"
"말이 생각보다 점잖지 못하군요. 나는 다만 감사의 뜻으로 술을
대접하고 싶었던 것이예요."
음성과 함께, 문이 열리면서 손에 술병과 잔을 들고 있는 여인의
자태가 드러난다.
음월.
여인은 뜻밖에도 귀문의 살수인 그녀였다.
들어설지 어떨지 망설이듯 금천풍호에게 시선을 던지던 음월은
마치 무슨 신비한 것을 본듯 눈을 휘둥그레 떴다.
"아......!"
부지중에 기묘한 탄성을 토한 그녀는 눈부신 것을 본양 휘둥그레
떴던 눈을 이번에는 거슴츠레하게 좁혔다.
그런 그녀의 눈은 금천풍호의 위아래를 감상하듯이 연신 쓸어보
는데, 그 어떤 강렬한 마력이 심혼을 빨아들일 듯한 모습이 있다면
바로 지금의 그녀가 그러할 것이다.
금천풍호는 그러한 그녀의 모습에 고소를 떠올렸다.
"후훗! 단지 그 이유뿐이오?"
"......!"
정신없이 금천풍호의 신태만을 보고 있던 음월.
그녀는 그제야 번뜩 정신이 든듯 얼굴을 붉히면서 시선을 돌렸다.
"무슨 뜻으로 그런......"
왜 그런 말을 하느냐는 뜻일 게다.
뒷말을 잇지 못한 그녀의 말뜻은......
금천풍호는 어깨를 한차례 으쓱하고는 담담한 음성을 흘려냈다.
"술 한 잔 사주는데 종일토록 뒤를 따라다닐 필요가 없기 때문에
하는 말이오. 그저 간단하게 청하면 되니까. 더구나 나에게 술을
살 이유도 있고......"
그렇지 않냐는 듯이, 턱을 내민 금천풍호의 말에 음월은 씁쓸한
미소를 떠올렸다.
"당신 말이 옳아요. 솔직히 말하자면......"
음월은 시선을 금천풍호에게 돌리며 눈부신 듯 다시금 눈을 좁혔
다.
"어려서 부모가 누구인지도 모르고 자라왔고, 지금은 손에 피를
묻혀온 살수이기에 천지가 넓어도 갈 곳이 없어요. 그래서 당신과
함께라면 외롭지만은 않을 것 같아서 뒤를 따라다닌 거예요."
말.
여인의 입으로는 차마 하기 어려운 말이다.
"그러나 이제는 생각을 바꾸었어요."
"왜 갑자기 마음을 바꾼 것이오?"
듣고만 있던 금천풍호는 의외라는 듯이 고개를 갸웃하였다.
음월은 그 말에 금천풍호의 얼굴을 세세히 뜯어보기 시작했다.
여인의 행동으로 보일 수 있는 것이 아닌 모습.
"내 자신이 초라해질 것만 같기 때문이예요. 조금 전의 당신은
그저 무공이 강한 사내라고 느꼈을 뿐 초라하게 보였었어요."
"헌데 지금은......?"
"믿지 않았어요. 세상에 이처럼 눈부신 귀공자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을......"
"귀공자......?"
금천풍호는 처음 듣는 말이라는 듯이 고개를 갸웃하였다.
음월은 그런 그의 모습이 재미있었던지 미소를 지었다.
"그래요. 나는 일찌기 남자가 이처럼 멋있고 준수한 사람이라는
것을 생각지 못했어요."
듣기에 따라서는 묘한 감정을 느끼게 하는 말인데...... 그러나
음월은 자신이 느낀 감정을 그대로 말한 것이라 결코 부끄러운 표
정이나 호감을 사려는 기색은 없었다.
"그렇기에 못난 내가 당신과 함께 있으면 더더욱 초라해 질것 같
기에 생각을 바꾼 것이예요. 역시 나는 혼자가 편안하고 혼자로 떠
다닐 운명인가 봐요."
음월은 음울하게 미소를 띄고는 몸을 돌렸다.
그런 그녀의 등에 와닿는 금천풍호의 말.
"하지만 나는 오히려 당신과 함께 강호를 떠다니고 싶은데?"
흠칫하며 다시금 몸을 돌린 음월, 그녀는 알수 없다는 듯이 미간
을 모았다.
"왜 그런 생각을 하게 되었지요?"
"소저의 말마따나 소저와 함께 있으면 내가 더더욱 빛날 것만 같
기 때문이오."
실로 여인에게는 자존심 상하게 만드는 말이 아닐 수 없다. 더더
욱 자신이 초라하게 느껴지는 지금의 상태에서는. 그러나 그 말이
그의 입에서 나오는 순간 오히려 음월의 입가에 미소가 떠올랐다.
"호호, 못들은 것으로 하겠어요. 그 말은 사실이니까."
"왜...... 외로운 사람끼리 천하를 유랑하는 것이 싫다는 것이오?"
"당신 같은 사람도 외로움을 느끼는가요?"
"이상하게 들리는군요. 나 또한 고아로 자라나 하늘을 이불로 대
지를 요로 삼고 떠돌 수밖에 없는 신세인데 소저와 무슨 다른 특별
한 것이라도 있단 말이오?"
"......!"
음월은 믿을수 없다는 듯이 눈을 크게 떴다.
"당신 같은 멋있는 사람이 고아라고......?"
"후훗! 외모가 뛰어나다 해서 남다르게 행복한 것은 아니오. 너
무 아름다워 천하를 무너뜨린 달기도 있고 불행해진 서시 같은 여인
도 있소. 나도 사람인데 인간이 가진 행불행이 없겠소?"
"하지만 믿을 수 없군요. 당신같이 호쾌하고 쾌활한 사람이......?"
금천풍호는 어깨를 으쓱하고는 음월이 들고 있는 술병이 탐난다
는 듯이 응시하였다.
"그런 문제는 접어 치웁시다. 그보다 그 술의 향기가 그럴듯하게
느껴지는데......?"
막돼먹은 말이다.
그러나 음월은 그 말이 그의 입에서 나오자 그다지 싫지 않았다.
지금 그 말은 곧 금천풍호가 간접적으로 자신에게 함께 강호를 유
랑하자는 뜻으로 제의해 온 것임을 알았기 때문이다.
(이사람...... 나이는 그다지 많지 않아도 사람의 마음을 편안하
게 만들어 주는구나. 거북한 나에게 오히려 그 자신이 청을 함으로
써 나의 자존심을 세워주다니......!)
정말이지 그녀는 난생 처음으로 편안한 마음으로 미소를 지을 수
있었다.
금천풍호. 그는 자신이 밖으로 나가며 그녀를 이끌었다.
"갑갑한 방보다는 걸으면서 술을 마셔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이오."
술.
이 기괴한 물건은 때로 사람의 마음을 가볍게도 만드는가 보다.
무척이나 어색하게 느껴지던 두 남녀가 자연스럽게 말을 주고 받
을뿐만 아니라 농담까지 나눌수 있는 걸 보면......
"후훗! 왜 갑자기 나와 강호를 유람하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소? 설마하니 그때 이미 나의 이 잘난 얼굴을 간파한 것이 아
니오?"
"호호! 대단한 착각이로군요. 아마 술이 몇잔 더 들어가면 자아
도취에 빠지는 게 아네요?"
음월은 금천풍호의 말에 피식 웃음을 흘려냈다.
금천풍호는 자신의 손에 들려있는 술병을 다시금 입에 대고 들이
키다 어깨를 으쓱하였다.
"아마도 그런 착각은 영원히 없을 것이오. 이미 술이 떨어졌으니
까."
"술이 처음이라면서 그렇게 잘 마시는 걸 보니 아마 타고날 때부
터 호주가로 태어난 것이 아니예요?"
"처음과 달리 갈수록 기이하게 온몸을 훈훈하게 감싸오는 기운이
매우 마음에 들었소. 우리 주루로 가는 게 어떻겠소?"
금천풍호의 제의에 음월은 다시금 웃음을 지었다.
"잠시 생각해야겠는데요? 술이 더 들어가면 엉뚱한 착각이 또 일
기 시작할 테니 말이오. 호호......!"
"후훗! 그런 일은 없을 거요."
금천풍호가 나직하게 웃자 음월은 약간 굳어진 신색을 했다.
"사실 내가 그런 결심을 하게 된 것은...... 당신이 처음 웃었을
때지요."
"웃음......?"
"그래요. 당신의 웃음을 본 순간 어쩐 일인지 마음이 편해지는 것
을 느꼈기 때문이라고 해야겠지요."
"그럼 나는 매일 웃어야겠군."
"......?"
"그대의 마음을 편하게 하기 위해서 말이오."
"호호...... 하지만 썩은 미소는 싫어요."
일순 금천풍호의 안색이 험악하게 일그러졌다.
"써...... 썩은 미소......?"
"호호...... 그래요. 괜히 하릴 없이 웃는 사람, 머리 속으로는
엉뚱한 생각을 하고 있다는 증거고...... 실없이 웃으려면 얼굴이
평생 이그러져 있어야 하니까요."
"......!"
음월은 일그러진 금천풍호의 얼굴을 보면서 깔깔 웃었다.
어쨌던 기분이 좋았다. 웃는 것만으로도......
지금까지 웃음이라는 것을 생각해 보지 못한 자신이 이렇게 웃는
것부터가 좋았던 것이다.
그래서일까? 서로 부르는 호칭이 변한 것도 좋았다.
이렇게 호젓하게 산길을 걷는 것도 좋았으며 온갖 색색으로 물들
어 가는 주변의 단풍이 보여주는 풍경도 좋았다.
지금까지 그녀의 가슴에 느껴보지 못한 새로운 감정이 일기 시작
한 것이다.
헌데 돌연 그녀의 미소가 소리 없이 굳어지는 것이 아닌가?
번쩍!
동시에 그녀의 눈에서 새파란 섬광이 스쳤다.
"누군가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듯 하군요."
"후훗! 아무래도 그런 것 같소."
금천풍호는 고개를 끄덕이며 여전히 미소를 머금었다.
음월은 그런 그를 돌아보며 미간을 모았다.
"이미 알고 있었나요?"
"아니오."
"......?"
"그대가 말해줬기 때문에 알았을 뿐이오. 그리고 그대의 말이 틀
림없으리라는 것도......"
음월은 어이없어 웃으려 했으나 그녀의 얼굴은 자꾸만 굳어져 갔
다. 뿐만 아니라 그녀의 눈빛도 야우와 격전을 벌일 때와 같이 무
섭도록 차갑게 굳어져 갔다.
"느낄 수 있어요. 살수의 훈련을 받으며 본능적으로 키워온 감각
으로.....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인물은 결코 좋은 뜻을 가지고 있
는 것 같지 않아요. 살기를 발하고 있으니...... 더우기 보통 인물
이 아니예요. 지금까지 이처럼 강렬한 살기를 느껴보기는 처음이니
까요."
아닌 게 아니라 음월의 안색은 무서울 정도로 굳어져 버렸다.
바로 그때.
"대단한 감각이로군. 느낌만으로도 나의 존재를 알아냈으니 말이
다."
음성.
꽃잎에 구르는 이슬의 잔떨림처럼 영롱하기 그지없는 음성.
헌데 차갑다. 마치 억년의 세월 동안 눈이 쌓여온 백설대산 위에
서 이는 으풍처럼 차갑고 무심했다.
그리고 하나의 인영이 어느 사이엔가 소리 없이 산길에 모습을 드
러내고 있었다.
금천풍호와 음월의 눈 속으로 빨려들 듯 떠오르는 한 사람.
여인이었다. 일신에 걸친 것은 산뜻하게 느껴지는 백의궁장인데......
오...... 그 여인의 전신에서 흐르고 있는 고매하고도 싸늘한 기
운을 무엇으로 설명하랴!
백사장의 한족 구석에서 말없이 모습을 감춘 채 피어있는 난초처
럼 우아하면서도 한풍난설 속에 그 푸르름을 잃지 않는 청청한 대
나무와도 같은 도도함이 물결처럼 흐르고 있으니......
용자 또한 마치 교수장공이 온 심혈과 평생을 바쳐 깍고 다듬어
온 보석처럼 완벽한 조화를 이루고 있으며 그 보석이 발하는 빛처
럼 아름다웠다.
보석. 분명 그녀는 보석처럼 아름다운 여인이었다.
게다가 금천풍호의 눈에 들어오는 그녀의 자태는 마치 안개 속에
감싸이는 듯한 신비로운 분위기까지 흐르고 있었는데......
그러나 이 무슨 조화란 말인가?
차갑다. 조금전 흘러나왔던 음성만큼이나 그녀의 얼굴도, 눈빛도
심지어 그녀의 전신을 휘감고 있는 분위기마저 지금 이 순간 무섭
도록 차가운 한기를 머금고 있었다.
살기...... 분명 그것은 살기였다.
전신에서 음랭하게 서리서리 피어오르는 한기는 살기였다.
금천풍호는 그것을 온몸으로 감지하였고 그 엄청난 살기에 자신
도 모르게 미간을 모은 것이다.
"우리는 생면부지인 것 같은데......?"
"그렇다. 그러나 구면이기도 하다. 나는 이미 그대가 권풍으로
대유가신기를 발휘했던 것을 보았으니까."
여인은 여전히 세상 모든 것을 오식하는 고고한 자태로 입가에 차
가운 미소를 떠올렸다.
"......!"
이번에는 눈썹이 꿈틀 치켜 올라갔다.
정말이지 금천풍호가 보여주는 동요는 오늘따라 강렬한 것이었다.
대유가신기!
세상에 그 불문의 절공을 알아보는 사람이 있으리라고는 상상조
차 못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자신은 권풍에 실려 발휘하지 않았던가?
"대유가신기를 간파하다니...... 무후대상인의 무공은 이미 사람
들의 뇌리에서 지워졌을 터인데......"
"궁금한가? 본녀의 신분이......? 그렇다면 이것을 보면 알게 될
것이다. 본녀가 누구라는 것을......"
말과 함께 백의여인은 손을 들어 올렸다.
언제부터인지 모르지만 그녀의 손에는 하나의 장검이 들려 있었
다.
검집도 그러했지만 검자루마저도 투명하리만큼 백색을 띠고 있어
옆구리에 끼고 있던 그 검을 알아보기 어려웠던 탓이리라.
헌데 기이하게도 장검의 길이는 그리 긴편이 아니었으나 매우 검
신이 넓어 보이는 듯 하지 않는가? 거기에 그 장검이 예사로운 것
이 아니라는 것을 드러내 주고 있는 것은 너무도 멋들어지고 섬세
하면서도 화려한 검자루였다.
검자루의 끝은 봉황의 머리요 검자루는 봉황의 몸통과 목으로 이
어져 형성되었고 호수(護手)또한 봉황의 날개라.
아마도 세상에서 그처럼 멋들어진 백색검은 두번 다시 찾아볼 수
없으리라.
"......!"
허나 그 검을 바라보는, 아니 봉황의 형상을 하고 있는 검자루를
바라보고 있는 금천풍호의 눈빛은 무섭도록 흔들리기 시작했다.
그것을 감지했음인가?
백의궁장여인은 입가에 싸늘한 미소를 떠올리며 화편같은 입술을
살며시 움직이며 투명한 옥음을 서릿발처럼 차갑게 흘려냈다.
"이 검의 이름은 백상봉황...... 그대가 무후대상인의 후예라면
내가 누구인지도 알리라."
"봉황신녀......!"
"그렇다. 본녀가 바로 봉황문의 제 이십삼 대 문주인 봉황신녀이
다."
오오...... 금천풍호가 어찌 봉황신녀를 모르겠는가?
무후대상인이 마지막으로 남긴 글에서 뚜렷하게 경고로 남긴 인
문이거늘.
그러나 새카맣게 잊어버린 이름이다.
천오백년이나 지난 지금에 무슨 연이 있으랴 싶어 아예 마음 속
에 지워버린 이름.
헌데 그 인연이라는 것이 그처럼 질게 이 자리에서 그 후대를 만
나는 인연이라니......!
"이름은 설난지라 하며...... 본문에서는 태검후라 불린다. 봉황
신녀로 선택받은 순간부터 오직 검 하나로 모든 것을 바쳐왔고, 검
하나로 인생을 불살라 왔기에 붙여진 또 하나의 이름으로...... 그
대의 죽음을 장식하게 될 이름이기도 하다."
차가운 음성 때문만은 아니었다.
말, 그 자체가 가진 의미에 금천풍호는 다시금 미간을 모았다.
(아득한 옛날의 은원을 풀기 위해 저토록 깊은 서리서리 한으로
모든 것을 희생당해온 여인이다.)
설난지......
태검후란 또 하나의 이름까지 지닌 이 여인의 전신에서 흡사 검
자체가 검신을 드러낸 채 서 있는듯한 예기를 느끼는 금천풍호였다.
그리고 계속해서 이어지는 설난지의 말은 더욱 무서운 의미를 담
아가고 있었다.
"그대의 대유가신기는 이미 견식했으니..... 본녀는 그대에게 봉
황천검을 보여 주겠다. 봉황천검은 모두 십이식으로 각기 아홉 개의
변화를 지니고 있어 백팔변을 일으킨다. 그 모든 변화의 유와강, 그
리고 환은 검무로써 그대에게 보여질 것이다."
"......!"
"그 검무는 전설과 신화속의 봉황들이 군무하는 모습에서 창안된
검예...... 검을 잡을수 있었던 어린 시절부터 익혀 왔기에 그 어
떤 봉황신녀보다 완벽하게 연성된 본녀다. 그렇기 때문에...... 봉
황천검을 견식하게 되는 순간부터 그대는 죽을 것이다. 주어진 운
명처럼......"
마치 물 흐르듯 이어지는 말.
금천풍호는 심혼에 몸서리가 이는 것만 같았다.
(전신에서 뻗어 나오는 예기만 보아도...... 그녀의 검도에 대한
성취는 이미 나를 능가하고 있다. 그녀 말대로 어쩌면 죽음이 이미
나에게 운명처럼 주어졌을 지도 모른다.)
직감으로 다가오는 느낌. 금천풍호는 그것을 느꼈으나 곧 그 느
낌을 떨쳐 버리듯 입가에 잔잔한 미소를 떠올렸다.
"느낄 수 있소. 당신의 설명이 없어도...... 당신의 검신에서 발
하는 예기만으로도 검도에 대한 당신의 성취가 어떠한지...... 그
러나 세상 운명이란 알수 없는 것이오."
"......!"
"때로 점괘란 것이 운명에 대한 것을 알아낼 수 있듯이...... 운
명을 알면 능히 그것을 바로 잡을 수 있으니까."
"그럴 수 있기를 바란다...... 나는 허무하게 쓰러지는 상대를 향
해 검을 쓰고 싶지 않으니까."
말과 함께 그녀는 섬연한 손가락을 뻗어 검집을 가볍게 튕겨냈다.
스르르릉......!
검집이 밀려나고 살을 후벼파는 듯한 냉기와 검광이 뿌려지는 가
운데 청량한 검명이 울렸다.
음월.
그녀는 무엇이 어떻게 되어가는지를 알수 없지만 한 가지 분명하
게 느낄 수 있었다.
------ 설난지! 이 여인의 검도는 이미 최극상에 이르렀다. 신검
합일의 입신조화......!
살수만이 가진 본능과 감각의 느낌으로......!
첫댓글 늘 재미있게 보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