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Re: 5-4 H 언니에게 - 목련화

[프리지아]

H 언니에게

목련화

대학 입학해서 언니를 만났으니 벌써 40여 년의 세월이 흘렀어요! 1년 재수를 해서 대학에 들어온 언니는 늘 나보다 지혜로웠고 재치가 있었지요. 국문학과에 입학해서 수업도 같이 듣고 점심도 항상 같이 하면서 언니와 나는 친자매 이상으로 돈독한 사이가 되었지요! ⓵개망초가 흐드러지는 캠퍼스 한쪽에 앉아 우리는 시대에 대한 고민도 하고, 각자의 집안 이야기도 하면서 많은 얘기들을 나눴던 것 같아요! 학교 방송국 아나운서였던 언니의 그 맑고 고운 음성은 점심시간 캠퍼스의 분위기를 한껏 높여 주었었죠! 하루 전 준비해둔 녹음 방송이라 ⓶언니와 나는 그 음악방송이나 캠퍼스에 관련한 뉴스를 교정의 소나무 아래에서 들으면서 서로 피드백을 헤주면서 시간을 보냈던 것 같아요!

어느 날이었어요! 언니가 서울대 다니는 학생과 미팅을 하게 되었는데 좋은 감정으로 만나고 있다고 했어요! 그러면서 언니의 얼굴은 살풋 홍조를 띄며 잔잔한 미소를 머금었었죠. 언어학을 지도하시는 J 교수님께서 너희 둘은 맨날 그렇게 붙어 다니냐며 농담조로 혹시 ‘레즈비언’같다고 할 정도였으니 ⓷우리는 이성도 잘 만나지 않고 둘만 열심이었던 것 같아요. 그런데 그때 언니가 연애를 한다니 내가 얼마나 기뻤는지 몰라요! 몇 개월 후 언니는 그 서울대생과 헤어지겠다고 제게 말해 왔어요! 그 친구에 비해 언니가 많은 게 부족한 것 같아서 보내야겠다는 거였어요. ⓸저는 사랑하면 서로 만나야지 왜 이별을 생각해야 하는 거냐며 언니랑 입씨름을 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영문을 모르는 제게 ‘사랑하니까 보내주는 거야’ 했지요. 나는 그때도 지금도 그때의 순수한 청춘의 사랑법이 무엇인가에 대한 현명한 답을 내리지 못하고 있어요.

대학을 졸업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언니는 지금의 형부를 만나 곧바로 결혼을 했지요! 출판사에 다니고 있던 제가 개봉동에 사는 언니를 찾아 갔을 때, 언니는 첫 아이를 낳고 가정생활에 충실한 주부였어요. 오랜 만에 만난 제게 맛있는 식사를 대접하고, 집을 나서려는 제게 신발장 위에 있는 종이로 접은 감꽃을 보여 주면서 ‘내가 하는 부업이야’라고 하며 쑥쓰러워 했어요. 나는 그것을 보고 눈물이 날 뻔했어요. 이쑤시개 같은 것에다 종이로 감아 올린 아주 작은 감꽃은 세상에서 제일 예쁘기도 했지만, 제겐 또 세상에서 가장 슬픈 꽃이기도 했거든요. 이것이 생활이고 현실이구나 했어요. 언니는 그렇게 절약하면서 지혜롭게 살림을 꾸려갔죠. 언니가 산본, 안산, 시화, 지금의 죽전으로 이사 오기까지 두 딸아이를 모두 출가시키고 손주들이 태어나서 잘살고 있고, ⓹나도 결혼을 해서 두 딸 아이들과 잘 살아가고 있으니 언니와 나는 욕심부리지 않고 일상에 감사하며 잘 살아왔던 것 같아요.

그런데 3년 전 언니가 대장암이라는 병에 걸렸을 때는 하늘이 무너지는 줄 알았어요. 애들 다 키우고 이제 행복한 시간을 보내야 할 때 언니의 소식은 충격이었어요. 항암치료를 무려 20번이나 하는 투병 생활을 했을 때 한 번도 같이 해주지 못한 제가 원망스러웠어요. 백혈구 수치가 낮아져 항암을 할 수 없다는 진단을 받고, 온갖 과일을 넣고 ‘과일탕’을 해먹었더니 좋아졌다며 너도 힘들 때 끓여 먹으라며 오히려 저를 걱정해 주는 언니를 보면 저는 참 행복한 사람이구나 하고 존재의 이유를 새삼스럽게 느꼈답니다. 죽도록 힘든 시간에 있으면서도 그 사이 저를 걱정해 주다니, 언니처럼 저를 위해주는 사람이 또 있을까 싶을 만큼 고마웠어요.

다행히 언니의 병이 지금은 말끔하게 치유가 되어서 얼마나 고마운 일인지 하느님께 무한 감사를 드리는 요즘입니다. 얼마 전 1년여만에 만나 얼굴을 보았는데 여전히 예쁜 모습으로 잘 살아가고 있어 이제는 마음이 놓인답니다. 애들 둘 다 출가하고 걱정거리도 없으니 이제 남은 시간 언니를 위해 여행도 하고 즐겁게 지내시기를 소망합니다. 저도 열심히 살다 시간을 내어 해외여행 가자는 언니와의 약속을 곧 지키도록 할게요. 고마워요, 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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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암 수술을 스무 번이나 했다니 어떻게 견뎠을까. 그것도 아직 겨우 3년밖에 지나지 않았네요. 글을 너무 급히 쓴 것 같습니다. 아무리 글쓰기 선수라도 하루나 이틀 안에 글을 완성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됩니다. 일주일쯤 미리 써두고 일주일 동안 몇 번 읽으면서 수정하고 다시 수정한 다음에 발표해야 합니다. 바삐 써서 그랬겠지만, 진심을 진심으로 표현하지 못했습니다. 나도 H를 알고 있으니까 정황을 잘 파악할 수 있겠는데 글이 사실보다 훨씬 건조하게 표현되었습니다. 밑줄을 그은 곳은 언어습관을 지적한 것입니다.

“~~한 것 같습니다”라는 표현은 가능한 한 지양해야 할 표현입니다.

H와 나는 수업도 같이 듣고 점심시간에도 함께 식사를 하면서 가까워졌습니다. 필자의 표현을 그대로 옮기면  “언니와 나는 친자매 이상으로 돈독한 사이가 되었”습니다.

⓵개망초가 흐드러지는 캠퍼스 한쪽에 앉아 우리는 시대에 대한 고민도 하고, 각자의 집안 이야기도 하면서 많은 얘기들을 나눴던 것 같아요! 

개망초가 흐드러지는 캠퍼스 한쪽에 앉아 둘이는 공동의 화제에 몰입하면서 많은 얘기들을 나눴을 것입니다. 그런데 선명하게 표현하지 않고 왜 “나눴던 것 같아요.”라고 표현했는지요. 나눴는지 어쨌는지 잘  생각이 나지 않고 분명하지 않을 때 “~~~것 같아요”라고 합니다.

언젠가 “아이스크림을 좋아하세요? 커피를 좋아하세요?” 묻는 말에 “커피가 좋은 것 같아요.”라고 말하는 장면을 TV를 통해서 듣고 보았습니다. 어머, 저 아이는 자기가 뭘 좋아하는지도 모르나 봐. 커피를 좋아하는 것 같다니... 흉을 보았습니다. 그것은 내 미각이고 내 취향이기 때문에 명확해야 합니다.. “~~같아요”의 화법은 명확하지 않을 때나 사용합니다.

그런데 그 아래 서너 줄 아래에 ~~같아요 용법이 다시 나옵니다.

“⓶언니와 나는 그 음악방송이나 캠퍼스에 관련한 뉴스를 교정의 소나무 아래에서 들으면서 서로 피드백을 해주면서 시간을 보냈던 것 같아요!”라는 대목입니다.

“~~언니와 나는 그 음악방송이나 캠퍼스에 관련한 뉴스를 서로 피드백 해주면서 유익한 시간을 보냈습니다”라고 했다면 얼마나 깔끔하겠습니까.

⓷우리는 이성도 잘 만나지 않고 둘만 열심이었던 것 같아요.

이 부분도 “우리는 남학생들과는 잘 어울리지도 않고 둘이서만 열심이었습니다.”로 고치겠습니다.

⓸“저는 사랑하면 서로 만나야지 왜 이별을 생각해야 하는 거냐며 언니랑 입씨름을 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여기에는 “~같은데”가 나와 있지 않지만 나와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입씨름을 했는데"로 분명하게 기억하고 있어야지 “~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는 너무 거리가 있고 확신도 없습니다. 또 있습니다.

⓹나도 결혼을 해서 두 딸아이들과 잘 살아가고 있으니 언니와 나는 욕심부리지 않고 일상에 감사하며 잘 살아왔던 것 같아요.

“나도 언니처럼 딸만 둘 낳았지만 욕심 부리지 않고 감사하면서 살아가고 있으니 이만하면 잘 살고 있다고 자부합니다.”로 수정합니다.

오늘부터 “~~같아요”를 쓸 경우에는, 반드시 써야 할 자리인가를 살피기 바랍니다. 때로는 써야 할 때도 있기는 합니다, 그러나 대부분 문맥을 허약하게 하고 믿음이 부족함을 드러내는 어투입니다. 최혜숙이가 그런 고생을 했다니 적지 않은 충격입니다. 어서 완치되기를 바랍니다. 아직 3년밖에 지나지 않아서 조마조마하네요. 몸을 잘 돌봐야겠습니다. 

[유향순]

네! 교수님! 급하게 쓴 것이 들통날 만큼 많이 부족합니다.
다시 다듬어서 잘 정리하겠습니다. 혜숙언니가 수술을 20번이나 한 것이 아닌 항암치료를 그리 했다는 내용입니다.
항암이 엄청 힘들기 때문에 수술하는 거나 진배 없지만 지금은 잘 이겨내서 완치 판정을 받았습니다.
제 마음이 잘 드러나도록 정리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프리지아]

혜숙이가 그렇게 되도록 모르고 지냈네. 너무 미안하다.

[유향순]

에고! 교수님 바쁘신데 제자들 근황을 다 아실 수 없는 일입니다.
저도 걱정하실까봐 일부러 말씀 안 드리다가 이번 글에 쓰게 됐습니다.
이제 건강관리 잘 하면서 즐겁게 지내고 있습니다.
연락해서 같이 한번 뵙도록 하겠습니다.
심려 끼쳐드려 죄송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