安哲秀, 8월 10일 현재 法案 대표발의·공동발의 全無
⊙ 전체 初選 의원 147명 중 임기 100일 이내 ‘1호 법안’ 안 낸 의원은 24명뿐
⊙ 지역 현안 관련 활동도 미흡
취재지원 : 孔星閏 月刊朝鮮 인턴기자 niceball202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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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26일 4·24 재·보궐 선거에서 국회의원에 당선된 무소속 안철수 의원이 국회 본회의장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
“대한민국 국회의원으로 이 자리에 선다는 게 얼마나 큰 의미를 지니는지, 얼마나 엄중한 책임을 갖는지 선거 과정에서 많이 체감했습니다. 앞으로 유권자들과 약속을 지키고 기대에 절반이라도 부응하기 위해 국회에서 최선을 다해 의미 있는 성과를 만들겠습니다. 정치는 절대 혼자 할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앞으로 여기 계신 많은 여야 의원님의 말씀에 귀 기울이고, 늘 겸손한 자세로 함께하겠습니다.”
2013년 4월 26일 무소속 안철수(安哲秀) 의원은 이같이 약속했다. 국회의원 취임선서 직후 인사말을 통해서였다. 이틀 전인 4월 24일 서울 노원병 보궐선거에서 승리한 안 의원은 이날(26일)부터 의정(議政)활동에 돌입했다. 지난 8월 3일은 안 의원이 국회의원으로 당선된 지 꼭 100일째 되는 날이었다. 100일은 짧다면 짧지만 길다면 긴 시간이다. 안 의원은 작년 10월 23일 ‘새로운 변화 새로운 미래’를 주제로 한 세종대 강연에서 “(대선까지 60여일이 남았는데) 60여일이 짧다면 짧지만 어떤 분이 60일이면 조선왕조 600년 일이 다 생긴다고 했다”고 말했다. 안 의원이 그 어떤 분의 말을 아직 믿고 있다면 100일은 긴 시간이다. 국회의원 안철수의 100일은 어땠을까.
입법활동 全無
국회의원 의정활동의 기본은 입법(立法)이다. 국회의원이 ‘걸어 다니는 입법기관’이라 불리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안 의원의 입법활동은 국회 입성 전 그가 받았던 큰 기대에 비하면 초라하기 이를 데 없다. 국회의원 배지를 단 지 100일이 지난 현재(8월 10일) 안 의원의 대표발의 건수는 0이다. 공동발의 건수 역시 없다.
《월간조선》 분석 결과, 안 의원을 제외한 여야 초선의원 전체(새누리당 78명, 민주당 55명, 통합진보당 5명, 정의당 4명, 무소속 5명) 147명은 임기가 시작한 2012년 5월 30일부터 현재(2013년 8월 1일)까지 총 2675건의 법안을 발의했다.
법안 발의의 양으로만 의정활동을 평가하는 것은 큰 문제가 있다. 법안 발의 숫자를 늘리기 위해 ‘법안 재탕’과 ‘법안 새치기’를 일삼는 의원도 제법 많기 때문이다. ‘법안 새치기’는 국회 보좌진 사이에 통용되는 은어로, 이전 국회에 제출됐다가 임기 만료로 폐기된 다른 전·현직 의원의 법안을 재빨리 가져다 대표발의하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국회에 입성한 지 100일이 넘었음에도 불구, 단 한 건의 법안도 발의하지 않은 것 또한 본연의 업무를 소홀히 하고 있다는 지적을 피할 길 없다. 안 의원과 4·24 재·보궐 선거 당선 동기(同期)인 새누리당 김무성(金武星)·이완구(李完九) 의원의 경우 대표발의 건수는 제로였지만 공동발의 건수는 8월 1일 현재 각각 36건, 3건이었다. 김 의원은 5선, 이 의원은 3선 의원이다. 관례(慣例)상 다선(多選) 의원들은 발의할 법안이 있을 경우 초·재선의 후배 의원들에게 넘겨주는 경우가 잦아 대표발의 건수가 적다.
게다가 안 의원과 같은 대선 유력 주자인 경우에는 더욱 엄격한 잣대가 적용되기 마련이다. 18대 대선을 앞둔 2012년 11월 1일 민주당 서영교(徐瑛敎) 의원은 “16년간 국회의원을 하면서 발의한 법안이 총 15개밖에 안 된다”며 당시 새누리당 대선 후보였던 박근혜(朴槿惠) 대통령을 공격했었다.
‘국회 들어가면 1호 법안으로 뭘 하고 싶으냐’는 질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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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6월 11일 국회 본회의에 출석한 무소속 안철수 의원이 생각에 잠겨 있다. |
《월간조선》 조사 결과, 초선의원 147명 중 임기 100일 이내에 1호 법안을 발의하지 않거나 못한 의원은 안 의원을 포함해 24명밖에 안 됐다. 전체의 83%인 123명은 100일 이내에 1호 대표법안을 발의했다. 123명 중 95명은 임기 첫 달과 두 번째 달인 6(53명)~7월(42명)에 1호 법안을 냈다.
임기 100일 이전에 1호 법안을 제출한 초선이 다수인 것은 일반적으로 1호 법안의 경우 국회의원이 되기 전부터 구상해 온 것을 법제화한 경우가 많은 까닭이다. 비약(飛躍)을 좀 하자면 1호 법안 발의가 늦어진다는 것은 국회 입성 전 입법에 대한 고민이 크지 않았다는 이야기가 될 수 있다.
2013년 4월 2일 《오마이뉴스》는 이러한 내용의 보도를 한다. 보도 내용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2013년 3월 28일 서울 노원구 상계동 한 음식점에서 열린 기자들과의 오찬 간담회에서 안 의원은 “국회 들어가면 1호 법안으로 뭘 하고 싶으냐”는 한 기자의 질문에 “지금은 사람 만나러 다니는 것조차 버겁다”고 답했다.>
물론 “국회 입성 여부를 확신 못하는 상황에서 1호 법안을 이야기하는 것은 김칫국부터 마시는 거 아니냐”고 반박할 수 있다. 하지만 그러기에는 안 의원의 4월 재·보궐 선거 기간 동안 지지율이 상당히 높았다. 당시 언론이 보도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안 의원의 지지율은 새누리당 허준영(許准榮) 후보에 비해 15%포인트 계속 앞섰다.
생각할 시간이 없었던 것도 아니다. 안 의원은 18대 대선투표 직후부터 82일 동안 미국에서 머무르며 혼자만의 시간을 가졌다. 다른 의원과 달리 정책개발팀도 있다.
안 의원의 입법활동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자 안 의원 측은 최근(7월 28일) 1호 법안으로 차명계좌 근절과 관련한 법안을 발의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전두환(全斗煥) 전 대통령과 CJ그룹 이재현(李在賢) 회장이 차명계좌를 통해 자금 은닉과 탈세를 했다는 게 사회적 논란이 된 시기와 교묘하게 맞물렸다.
시류(時流)에 편승하는 즉흥적 법안이 아닐까. 안 의원 측에 “언제부터 이 법안 발의를 계획했느냐”고 문의했다.
안 의원 측 관계자는 “4월 선거 이후부터 했다. 몇월 며칠부터 계획을 세웠는지까지 말해야 하나”라고 쏘아붙이듯 답했다.
인기영합 법안 여부를 떠나 안 의원 측이 1호 법안으로 발의하겠다고 한 차명계좌 근절과 관련한 법은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기 어려워 보인다.
우선 정부가 차명계좌를 전면 금지하면 선의의 피해자가 양산되고, 상당한 혼란이 예상된다면서 금융실명제법 개정에 반대하는 만큼 새누리당의 지지는 받을 수 없다. 민주당 전병헌(田炳憲) 원내대표는 “안철수 의원이 발의하는 법안이 민주당과 지향성이 같다면 민주당 당론으로도 추진할 수 있다”고 했지만, 이것은 안 의원이 독자세력화를 본격화하기 전 이야기다.
수도권의 한 민주당 의원은 “안 의원의 입법안에 이름을 올리는 순간 안 의원에게 마음이 기울었다는 오해를 살 수 있다”며 “민주당 의원으로서는 섣불리 서명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지금의 안 의원과 비슷한 상황에 있었던 창조한국당 문국현(文國現) 의원은 2009년 10월 선거법 위반으로 의원직을 상실할 때까지 1년 5개월 동안 단 4개의 법안만을 발의했는데 모두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지 못하고 폐기됐다.
100일 이후에 1호 법안을 발의한 의원 23명 명단 (이름 옆 날짜는 해당 의원이 1호 법안을 제출한 날이다) [새누리당] 강석훈(姜錫勳·2013-03-12) 김종훈(金宗壎·2012-11-05) 김회선(金會瑄·2013-01-15) 류성걸(柳性杰·2012-09-20) 심윤조(沈允肇·2013-02-21) 심학봉(沈學鳳·2012-11-09) 이이재(李利在·2012-09-10 ) 전하진(田夏鎭·2012-09-17) 김상민(金相珉·2012-09-26) 김장실(金長實·2012-11-27) 이상일(李相逸·2012-10-30) [민주당] 김윤덕(金潤德·2012-09-27) 부좌현(夫佐炫·2013-02-04) 최원식(崔元植·2012-11-07) 김용익(金容益·2012-10-30) 전순옥(全順玉·2012-11-14) 홍의락(洪宜洛·2012-11-13) [통합진보당] 김미희(金美希·2012-09-28) 오병윤(吳秉潤·2012-10-23) 이상규(李相奎·2012-09-06) 이석기(李石基·2013-06-20) 김재연(金在姸·2012-11-06) [정의당] 서기호(徐基鎬·2012-10-05) [무소속] 안철수(미정) |
지역구 懸案 해결 노력은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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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의원이 2013년 3월 14일 서울 노원구 상계동의 한 노인정을 방문해 노인들의 요청으로 사인해 주고 있다. |
안 의원의 지역구인 노원병 지역의 최대 현안은 창동차량기지 이전(移轉)이다. 창동차량기지 부지를 성공리에 개발하면 일자리 창출 등 경제적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안 의원은 4·24 재·보궐 선거운동 당시 “서울시와 협의해 창동차량기지와 도봉운전면허시험장 부지에 (가칭) 서울미래산업단지를 조성, 의료·IT·BT·문화·유통 등 미래서비스산업의 중심지로 육성하겠다. 노원 주민 고용을 권장해 일자리가 만들어질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안 의원이 약속을 지키려면 예산확보가 전제돼야 한다. 실세 의원들이 자신의 대규모 지역구 사업 예산을 끼워 넣는 ‘쪽지예산’ 때문에 의미가 퇴색하긴 했지만, 여전히 ‘지역 예산 확보’는 국회의원의 중요한 임무 중 하나다. 여야 국회의원들이 요즘 정부의 내년도 예산편성 과정에서 지역·민원 사업 예산을 미리 반영하기 위해 막후에서 분주하게 뛰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안 의원이 지역구 현안 예산 확보를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지를 파악하기 위해 노원구청 관계자의 이야기를 들어 봤다. 국회의원의 지역구 예산활동과 관련해서는 해당 자치단체 예산담당자들이 가장 상세히 안다. 수시로 지역구 의원에게 지역구 예산을 요청하고 이후 확보된 예산현황을 파악하기 때문이다.
그의 이야기로는 안 의원은 지역구 예산확보를 위해 아직 이렇다 할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그와의 문답이다.
—안 의원이 지금까지 확보한 지역구 예산은 얼마나 됩니까.
“국회의원이 되신 지 얼마 안 되셨잖아요. 아직 저희에게 와 닿게 확보된 예산은 없습니다.”
—지역 최대 현안인 창동차량기지 이전과 관련한 예산도 확보 못한 것입니까.
“그 예산은 확보했습니다. 노원갑 지역의 새누리당 이노근 의원이 확보해 줬습니다.”
—창동차량기지는 안 의원 지역구 현안(懸案) 아닙니까.
“네. 그런데 이 의원이 노원구청장 출신이라, 노원구에 애정이 있습니다. 그래서 당신 지역구가 아닌데도 민주당 박기춘 의원과 협조해서 국토교통부 창동차량기지 기본설계 및 타당성 용역조사비용 예산을 확보해 줬습니다.”
새누리당 이노근(李老根) 의원은 인터넷 팟캐스트 ‘나는 꼼수다(나꼼수)’ 멤버인 막말 파문의 김용민씨를 꺾고 당선된 초선이다. 민선 4기 노원구청장을 지냈다.
—일반적으로 자치단체는 지역구 의원에게 업무보고 형식으로 예산확보를 부탁하지 않습니까. 지금까지 안 의원에게는 업무보고를 몇 번 했습니까.
“한 번 했습니다.”
—안 의원이 재·보궐 선거 당시 내놓은 공약 중에 윤곽이 나타난 게 있습니까.
“확실히는 모르겠지만 아직은….”
안 의원의 선거공보 책자에는 선거 당시 그가 내놓은 공약이 잘 정리돼 있다. 다음과 같다.
<▲월 1회 상계동 청소년들을 위한 ‘노원콘서트’ 개최 ▲사이버 직접체험관과 휴먼라이브러리를 연계한 지역공동체 구축 ▲멘토센터/국제청소년 리더십 센터 건립추진 ▲서울과학관 확대 추진 ▲서울미래산업단지 조성을 통한 일자리 창출 ▲동북권 경전철 조기 착공 및 상계-노들 역까지 연장 ▲상계-덕송 간 광역도로의 차질 없는 추진, 상계로 연결구간을 추가로 광역도로로 지정(정부예산으로 추진) ▲보육기관의 공공성 확대와 보육교사 처우 개선 ▲장애인종합복지관 건립 추진 ▲어르신의 지역사회 역할 강화 및 노인복지층 확충 ▲평생교육 및 직업전환 시스템 확충 ▲노원비전위원회 구성 ▲지역사무소를 안철수 정책카페로 운영 ▲학부모님과의 정례 데이트.>
“구체적인 계획은 없다”
혹시 안 의원이 물밑에서 지역 예산확보 활동을 해 노원구청 관계자가 모르는 것은 아닐까. 안 의원 보좌진에게 물었다. 그와의 전화 통화 내용을 그대로 옮긴다.
—옆 지역구인 새누리당 이노근 의원이 안 의원 지역구 예산까지 챙긴다고 하던데요. 안 의원의 지역구 예산확보 현황을 알고 싶습니다.
“(헛웃음을 터뜨리며)이노근 의원이 챙겨 준다고 하니 고마운 일이네요. 처음 알았습니다. 구체적으로 우리 쪽에 말한 적은 없습니다. 예산확보는 필요한 게 있으면 할 것이고, 내부적으로 확보된 게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구체적인 계획은 없습니다.”
—예산확보 계획이 없다는 말입니까.
“편성된 것이 없는데 예산확보 현황을 어떻게 말하란 말입니까. 기자님 말의 의도를 모르겠습니다.”
예산편성 과정을 전혀 모르는 듯한 답변이었다. 정부 예산편성 과정은 다음과 같다.
<각 부처 6월 말까지 다음해 예산요구서 기획재정부에 제출-7~9월 기획재정부 각 부처 제출한 예산 요구서 토대로 심의-기획재정부 회계연도 개시 90일 전인 10월 2일까지 정부예산안 국회 제출>
이에 따르면 이미 웬만한 예산은 확정됐다고 볼 수 있다.
예산과정에 밝은 새누리당 3선 의원에게 안 의원 보좌진의 발언을 전한 뒤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그의 이야기다.
“예산확보에 능통한 의원들은 정부의 내년도 예산편성이 시작되는 지난 5월부터 해당 부처와 기획재정부 고위 간부들을 접촉합니다. 우리 당의 한 유력 의원이 이런 농담을 하더군요. 국회 예산심사 막판에 쪽지 넣는 의원은 못난 놈, 7~9월에 대정부 로비하는 의원은 뛰는 놈, 5월부터 미리 예산을 끼워 넣는 사람은 나는 놈이라고요.”
유력 대선주자인 안 의원이 단순히 지역구 현안만 챙기는 ‘조랑말’급 정치를 할 수 있겠느냐고 말할 수도 있다. 하지만 YS(김영삼 전 대통령)와 DJ(김대중 전 대통령)도 국회의원 시절 지역 현안을 챙겼다. 박찬종(朴燦鍾) 변호사는 “안 의원은 국회 도서관에 가서 YS와 DJ의 의정활동이 담긴 대화록부터 찾아 읽어야 한다”고 했다.
출발부터 삐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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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5월 13일 국회에서 무소속 안철수 의원이 상임위 배정문제로 강창희 국회의장을 찾아가 만나고 있다. |
안 의원의 의정활동은 출발부터 삐걱거렸다. 국회 상임위 배정 문제에 잡음이 있었던 것이다. 당초 안 의원은 보궐선거로 등원한 후임자는 전임자가 속했던 상임위로 가는 관행에 따라 정무위로 가야 했다. 하지만 정무위로 가면 안 의원은 안랩 주식을 매각하거나 백지신탁해야 했다. 공직자윤리법에 따르면 국회의원은 소속 상임위와 관련된 주식을 보유할 수 없다. 정무위는 공정거래위·금융위원회·산업은행 등을 관장하는데, 국회의원이 자기 회사에 유리하게 심사하거나 대출·정책 등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안 의원이 난처한 상황에 빠지자 민주당 이학영(李學永) 의원은 안 의원에게 보건복지위 자리를 양보하고 자신이 정무위로 간다는 뜻을 밝혔다. 이에 여야 원내대표도 동의했다. 해법을 찾는 듯했다. 그러나 이번엔 강창희(姜昌熙) 국회의장이 제동을 걸었다. 국회법상 무소속 의원의 상임위 배정 권한이 국회의장에게 있는데 여야 원내대표가 자신과 한마디 상의도 없이 안 의원을 보건복지위로 보내기로 합의한 것은 문제가 있다는 것이었다.
국회법 48조 2항에는 ‘어느 교섭단체에도 속하지 않는 의원의 상임위원 선임은 의장이 행한다’고 명시돼 있다.
상황이 심각해지자 안 의원은 급히 강 의장에게 면담을 신청했고, 이 자리에서 “절차상 잘못에 대해 죄송하게 생각한다”며 “제가 전문성을 살리고 열심히 할 수 있는 교육, 보건복지, 환경노동 등 3개 상임위 중 한 곳에 배정되기를 희망한다”고 사과했다. 그제야 안 의원은 보건복지위로 갈 수 있었다.
7월 8일에는 불법 개조한 카니발 차량을 타고 다니는 것이 언론에 알려져 논란을 일으켰다.
당시 《중앙일보》 보도에 따르면 안 의원의 차량은 11인승에서 7인승으로 개조된 상태였다. 원래 차량이 출고될 때 장착됐던 시트가 아닌 더 편안하고 큰 시트로 바꾼 것이다. 일반적으로 좌석 개조엔 700만원에서 1000만원까지 든다고 한다.
이런 차량 개조는 모두 불법이다. 자동차관리법 34조는 자동차의 ‘구조·장치’를 변경하려면 시장·군수·구청장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고 돼 있다. 이 법의 시행규칙 55조는 ‘자동차의 종류가 변경되는 구조변경’과 ‘변경 전보다 성능, 안전도가 저하되는 변경’은 교통안전공단이 구조변경을 승인해선 안 된다고 명시했다.
논란 직후 안 의원 측은 “차량 처분을 검토하겠다”고 했다. 현재 차량은 처분된 상태다.
언론의 관심도 크게 줄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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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의원이 지난 4월 26일 국회에 처음 등원하여 여야의원들의 대정부 질의응답에 대해 메모를 하고 있다 |
안 의원의 의정활동에 대해 민주당 당직자는 “박지원 의원 말이 딱 맞다”고 했다. 민주당 박지원(朴智元) 의원은 지난 4월 안 의원과 관련, “결국 300분의 1(국회의원 300명 중 한 명이라는 뜻)이 될 것”이라고 했다. 실제 안 의원의 정치적 존재감은 희미해지고 있다. 이는 그를 향한 언론의 관심도를 보면 잘 알 수 있다.
정치부에서 안 의원을 담당하는 한 일간지 기자는 “안 의원이 7월 5일 대전, 6일 경남 창원, 18일 전북 전주 등 지역을 순회하며 세미나를 열었는데 당시 동행 취재 기자 수가 급격히 줄었다”며 “안 의원 측에서 취재 편의를 위해 25인승 버스를 빌렸지만, 취재진은 10명 정도밖에 안 왔다”고 전했다.
위기의식에서였을까. 안 의원 측은 부쩍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안 의원측은 7월 1일부터 18일 동안 총 12개(▲도시철도 무임수송비용 국고보조 추진을 위한 간담회 ▲7월 임시국회가 필요합니다 ▲안철수 의원 7월 5일(대전), 7월 6일(창원) 일정공지 ▲대덕이노폴리스 벤처협회 간담회 전체 발언 ▲대전세미나 평송수련원 안철수 의원 인사말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오찬 간담회 발언 전문 ▲안철수 의원 진주의료원 간담회 ▲정책네트워크 내일 창원세미나 안철수 의원 인사말 ▲보건복지부는 진주의료원 해산조례를 공포한 경남도를 대법원에 제소해야 합니다 ▲국정원 재정립을 위한 개혁방안 토론회 인사말 ▲전주방문(효성공장, 복숭아농장) 발언전문 ▲전주 기자간담회 발언)의 보도자료를 뿌렸다.
하지 않던 언론 인터뷰에도 응했다. 그는 7월 28일 하루 동안에 《중앙일보》 《부산일보》 《광주일보》 모두와 인터뷰했다. 국회 의원회관에서는 민감한 내용이 전혀 없었던 것으로 봤을 때 안 의원이 인터뷰를 먼저 요청했을 것이란 예상이 설득력을 얻었다. 안 의원 측은 “그쪽에서 먼저 연락이 왔다”고 했다.
의무 수행 소홀해도 200개 넘는 特權 누릴 수 있어
국회의원을 바라보는 국민의 시선이 싸늘한 이유는 온갖 특권을 누리면서도 정작 자신에게 주어진 의무 수행에는 소홀하기 때문이다.
올해 초 《시사저널》이 여론조사 전문 기관인 ‘미디어리서치’에 의뢰해 전국 만 19세 이상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시행한 여론조사 결과, 국회의원의 직무수행 활동 점수는 10점 만점에 평균 4.36점에 불과했다.
지난 2월 사회통합위원회가 발표한 ‘2012년 연례보고서’에도 성인 남녀 2000명 중 국회를 신뢰한다고 답한 비율은 5.6%에 머물렀다. 국회의원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은 통칭 200개라고 한다. 이 특권은 직무수행 능력에 관계없이 국회의원 모두에게 동일하게 적용된다.
본회의 출석률, 상임위 출석률, 대정부질문 재석률, 의안표결 참여율, 의원발의 법안 표결참여 현황, 법안발의 현황, 제정법 대표발의 통과건수, 발의 법안 가결률로 평가하는 시민단체 기준으로는 ‘국회의원 안철수’의 성적이 초라하다. 그게 국회 입성이 얼마 되지 않아 그렇다고만 말할 수 있을까.
안 의원은 8월 7일 자신의 홈페이지에 이런 글을 올렸다.
“어떤 분들이 새 정치가 뭐냐고 하십니다. 아시지 않습니까? 대한민국 3대 미스터리^^. 많은 국민들께서도 정치는 원래 할 일을 해야 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싸우지 말고, 막말하지 말고,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하지 말라는 게 국민들의 요청이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새 정치가 뭐냐라는 답과 정치가 뭐냐라는 답은 같다고 생각합니다. 정치가 뭐냐는 미스터리가 아니지 않습니까? 답은 간단하다 생각합니다. 목소리조차 내기 힘든 분들을 대변하고, 민생을 해결하는 것입니다.”
안 의원은 국회 입성 이후 누구를 대변하고, 민생해결을 위해 어떤 노력을 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