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백산 자전거여행을 마치고
글/행복촌장
참 무심했다.
엊저녁 이것저것 내일 여행을 위해 짐을 챙기던 내게
‘함백산이 정선에 있네요.’ 아내가 뜬금없이 한마디 한다.
남편의 행선지가 궁금했는지 검색을 해보았단다.
난 그저, 아래쪽 지방이려니 했다.
새벽 3시에 알람을 맞춰달라는 아내의 말을 들으며 잠자리에 들었다. 이른 새벽 아내의 손길이 분주했다. 장거리 라이딩을 떠나는 남편을 위해서 도시락을 준비하기 위해서이다.
조심해라. 너무 무리하지 말라. 아내의 걱정과 당부를 들으면서 출근을 서둘렀다. 4시반 까지 일을 마쳤다. 숨 가쁘게 하루가 시작되었다. 직장에서 잠수교 선착장까지는 30분 거리, 서둘러 페달을 밟았다. 이른 새벽에 라이딩을 즐기는 많은 사람들의 부지런함을 보면서 습기 찬 공기사이로 달렸다.
5시 5분전, 선착장에 도착했으나 버스가 보이질 않는다. 이리저리 찾다가 노바 번짱님께 전화를 드리다 보니 저만치에 불이 켜진 버스가 보였다. 턱걸이하듯 자전거를 싣고 출발.
새벽 다섯 시 오 분. 열두 명의 회원과 함께 미명에 올림픽대로를 달렸다. 반가운 얼굴들과 오늘의 장도를 빌며 인사를 나눴다.
신정교에 도착 열여섯 명의 회원과 합류했다.
5시48분 출발.
28명의 정겨운 얼굴과 함께 본격적인 함백산 여행이 시작되었다.
연휴 탓일까? 서다가다를 반복하다 병목지점을 지나니 미끄러지듯 달렸다.
박학다식한 다솔감초님이 함백산에 대해서 일장 연설을 했다. 태백산과 마주한 함백산을 소개하면서 자전거로 오를 수 있는 가장 높은 산이라고 했다.
서대문 님은 오늘을 위해서 매일 2시간씩 연습을 하셨단다. 그에 비해 나는 2주간의 공백이 있었기에 조금은 두려움이 있었다. 도로위에서 맞는 일출의 태양이 연무에 보름달처럼 다가왔다. 강천터널을 지났다. 섬강교 아래에는 피서객들의 텐트가 쳐져있다. 아침을 짓기 위해 아낙네의 손길이 분주하다.
오늘의 여행 제목은 ‘일상을 떠난 일탈’이다. 다이렉트 님과 자리를 바꿨다. 조수석에서 길섶에 무심하게 피어난 야생화들, 논에는 잔디처럼 피어난 벼들이 알곡으로 여물어가는 뜨거운 여름날, 우리의 여행은 함백산을 향하여 달리고 있었다.
문막휴게소에서 잠시 정차 후, 다시 출발, 달려라종간 님이 준비해온 사과가 나누어지고 이야기꽃이 피어났다. 만중터널을 지났다. 그리고 제천시내로 접어들었다. ‘황금들’ 식당에서 아침을 먹다. 지난해 12월에 ‘밥이 맛있는 집’으로 선정되었다며 자랑 섞인 주인의 멘트를 들으면서 식사가 시작되었다. 천연조미료만을 쓴다는 사장님의 자부심과 함께 밑반찬을 아낌없이 제공하는 ‘훈훈한 인심’까지 단순에 두 그릇을 비웠다.
승용차에 달랑 자전거를 매달고 기차 님은 예산에서 오셨단다. 사과 한 상자를 가지고.
함백산까지는 80km 남짓, 차 안에서 자신들을 소개하는 시간을 가졌다. 자전거 입문한 지, 7개월 되신 분, 친구 따라 강남 간다는 말대로 하얀애비님을 따라온 두 분의 친구, 3년 만에 자전거를 타시 타신다는 럭키세븐님, 그리고 클래식 길짱 님의 라이딩 수칙과 함백산에 대한 안내를 들으면서 민둥산 역을 지났다. 가을이면 억새가 은빛으로 수놓는 산, 예전 기억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길가에는 인간의 탐욕을 부채질하는 카지노 강원랜드가 여리고성처럼 산위에 우뚝 서있다. 드디어 함백산 아래 도착했다. 좁은 길을 따라 오르는 길은 야생화가 반긴다. 방풍나물 노루오줌 벌개미취 등이 지천에 피어나고 있었다.
길조차도 정갈하다.
유지마을에 들어서자 다시 안개가 피워 올랐다. 정선아리랑의 발상지 남면에 들어섰다. 협곡을 가로지르고 길 따라 바람 따라 달렸다. 산을 넘자 푸른 하늘과 뭉게구름이 우리를 맞는다.
길에는 과속을 막기 위한 ‘구간단속구간’ 팻말이 보인다.
‘구간단속구간’이라
오늘의 여행과 많이 닮아있다.
그래! 모든 일상을 멈추고 ‘함백산 여행구간’에 들어선 것이다.
요리조리 오르다보니 오늘의 목적지에 도착했다. 차에서 자전거가 내려지고 함백산 정상을 향하여 업힐이 시작되었다. 안양 수리산 병목안보다는 완만하고 삼막사 길보다는 쉬운 2km의 길을 힘차게 달렸다. 맑은 공기 탓일까? 쉬지 않고 오르다보니 저만치서 정상이 손짓하고 있었다.
정상에서 ‘다솔감초’님의 ‘광복70주년 기념 행시’가 우렁차게 낭독되고 만세 삼창이 울려 퍼졌다. 그러고 보니 광복을 되새기는 의미 있는 여행이 된 것이다.
본격적인 임도여행이 시작되었다. 사람의 발길이 뜸한 돌길을 거침없이 내달렸다. 미호님 말씀으로는 비단길이라고 했다. 그러나 처음 임도를 접한 분들은 손에 쥐가 난다며 엄살을 부린다. 2시간 내리막길을 달린다고 상상해보라. 그것만으로도 행복은 가득 채워진다. 중간 중간에 만나는 오르막길은 인생의 쓴맛을 경험하는 시간이다. 중간 지름길을 택했다. 하이원 CC를 통과했다. 잔디사이로 미끄러지듯 달렸다. 그리고 만난 깔딱 고개를 위해 모든 기어를 풀고 오르기 시작했다. 가파른 경사만큼 숨이 차올랐다. 뜨거운 여름날, ‘이게 무슨 개고생이냐’를 마음속에 외치면서도 페달 질을 멈추지 않았다. 드디어 정상에 올랐다. 성취감이 주는 쾌감이 온몸을 감싸왔다.
‘그래 산이 있으니까 오르고, 깔딱고개가 있으니까 자전거를 탄다.’
그리고 ‘달리다 쉬다’를 반복하며 나아갔다.
석탄을 나르기 위해서 조성된 도로라 해서 ‘운탄길’이라고 했다. 광부들의 애환이 담긴 길이었다. 그 길을 따라 달린다. 가끔 멈추어 발아래 그림처럼 펼쳐진 마을들과 뱀처럼 조성된 아름다운 길을 내려다본다. 그동안 잊고 살아왔던 조국의 아름다운 산하를 바라보며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저만치서 고랭지 배추밭이 보였다. 비단처럼 깔린 농부들의 수고가 또 다른 절경으로 다가왔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멈춘 ‘엽기적인 그녀’ 촬영지에서 아름다운 소나무 한그루에 넋을 빼앗겼다. 타임캡슐공원에서 자신들의 꿈을 묻었던 전지현과 차태현이가 주연한 영화였다.
부는바람 카페지기님의 얼음과자로 열을 식힌 후, 출발역까지 무정차 라이딩이 시작되었다. 바람 따라 시작된 자전거여행이 간간이 뿌리는 빗방울에 마음이 철렁거리기도 했고 시원한 바람 속을 새처럼 달렸다.
자전거를 싣고 단종의 유배지 청룡포에 들려 권력의 속살을 되돌아보며 관광을 마치다. 인근에 있는 '솔잎가든'에서 푸짐한 식사를 했다. 피곤을 푸는 한잔이 돌려지고 이뽀님의 선창에 따라 수고하신 분들에게 '격려의 건배'가 울려 퍼졌다.
돌아오는 길 피곤한 다리를 쉬며 잠을 청했다. 잠실선착장 10시30분 도착.
‘일탈에서 일상’으로 돌아가는 시간
큰 사고 없이 꿈같은 자전거여행을 마치다.
첫댓글 촌장님의 장문에 글을 읽고나니 가슴에 추억이 새롭습니다!
그렇게 새벽정성 가득한 부인님의 도시락을 제가 독차지했네요ㅎ
정말 달달한 힐링 성찬이였습니다!
더불어 멋진 사진과 글을 남겨주심에 또한번 감사함으로 염치없는 인사대신합니다!
항상 건강하시고 행복하십시요 ^♡^
유쾌하신 캐논님과
만남이 행복했습니다.
처음 만남이었지만
구면인듯 스스럼없이
대해주셔서 고마웠습니다.
늘 건강하시고
활기찬 라이딩 하시길
기원합니다.
고맙습니다.
읽기 쉽게 쭉 피력한 정갈한 기행문....우리가 다녀온 흔적이 매끈하게 고스란히 담겨있슴에 감동의 아지랭이가....각자의 타고난 능력이 있지만 부럽네요...구석구석 자연도 솎아내고 찍어내고...소중한 만남으로 내주위가 참으로 풍족하고 감사하니...난 참으로 복 받은사람~^^
늘 씩씩하신 미호님
아름다운 격려
마음에 담습니다.
조금은 힘든 작업이지만
저의 조그만 섬김이
모든 분들께
기쁨이 되기에
저또한 행복합니다.
고맙습니다.
함백산과 하늘길
멋지 라이딩 하셨네요.
처음이었습니다.
숲길과 하늘 길을 걸어
함백산을 다녀왔습니다.
좋은 분들과
함께 했기에
조금 더 멋진
라이딩이었습니다.
고맙습니다.
행복촌장님의 후기글로 현장의 모습이 생생하게 느껴집니다.님 참으로 수고 많으셨습니다. 입니다^^*
늠늠하신 회원님들 모두 수고 많으셨고
멋진 함백산 라이딩 추진 하신 노바 번
회원님들의 멋진 추억을 정성스럽게 담아주신 행복촌장님 또한 고생많으셨습니다.
모두모두
작은새 님의
변함없는 응원에
힘을 얻습니다.
함께 하지
않았음에도
잊지 않으시고
찾아주셔서
더 기쁘고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작은새/이연희님 감사합니다..^^
비엔피의 홍보 번짱님!
멋진 라이딩이었네요!
비엔피의
홍보 번짱이라
새로운 별명이
썩 마음에 듭니다.
서대문 님
함께 해서
더 행복했습니다.
고맙습니다.
촌장님의 수고로 함백산 황제라이딩이 더욱 빛나고 다음라이딩때도 조기마감 될듯 합니다 .
가리왕산 임도어머니 라이딩때에도 부탁 해봄니다 감사 합니다
♥노바 번짱님 .다음엔 백두산 라이딩도 추진하면 좋겠습니다♥
과찬이 싫지만은
않습니다.
미력하나마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있습니다.
고맙습니다.
행복촌장님의 글을 읽으며 함백산의 새벽부터 저녁까지 모든 일정이 다시한번 정리가 되는듯 파노라마가 펼쳐집니다.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행복촌장님이 계셔 행복합니다..^^
미소가 아름다우신
노바님을 만나게
되어서 반가웠습니다.
모임을 기획하고
집행하는
모든 일들이
쉽지 않은 일인데
많이 애쓰셨습니다.
끝까지
투명하고
마무리까지
완벽하게 하신
추진력이
압권이었습니다.
노바 님 덕분에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고맙습니다.
와우...
만나뵙고 싶었는데
오랜만에 오셔서
반가웠습니다.
고맙습니다.
촌장 정말 멋진 기행문이야
아주 하루의 일정이 생생하구먼 정말 표현도 너무좋고 싱그럽고 시원하다
이개 무슨 개고생 인가 하는 생각이 들긴 나도 마찬가지 그러나 돌이켜보면 정말 멋진 추억의 한장을 써놓은거야
도저히 잊을수 없는 함께 참여한 모든분들도 잊지 못할것이고
촌장의 후기글을 보니 더욱더욱 그날이 새로와 너무 좋다
오늘 수고 많았다 그러게 말이야 이게 무슨 고생이냐 하면서도 열심히 달렸던 함백산 라이딩이 아직도 마음애 생생하다
촌장님 덕분에 더욱 행복합니다.
깊은감사 드립니다~^^
농부님 만나 뵙게 되어서 반갑고 좋았습니다
건강하시고 행복한 라이딩 하시길 빕니다 고맙습니다
사진과 더불어 글을 통해 추억이 완성된 느낌입니다
사진, 글, 라이딩
이 세가지가 어울어진다는 것이 참 멋지다는 느낌입니다
만나서
반가웠습니다.
자전거 하나로
유쾌할 수 있다는 것이
또 다른 행복입니다.
오늘의 격려 마음이 담습니다.
고맙습니다.
4년전 바익님 함백산 번개 참여를 기억합니다. 그때는 임도 경험 없이 따라온 풀꽃세상님 때문에 먼저간 분들은 맞지않은 소나기를 흠뻑 맞은 추억이 있지요. ㅎㅎ
좋은 경험은 오랫동안 추억으로 남습니다.
후기 잘읽었습니다. 항상 건강하시고 행복하세요.
퓨렉스님이
닦아놓으신
길을
저희들이
달렸군요.
꿈같은
시간이었습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