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때가 되었나 봐요 한동안 잊고 있었는데 온몸이 나른해 오는 걸 보면 무서운 밤중에 더욱 영롱한 별들은 어두운 그믐께가 되면 은실타래를 지상에 내려 내 몸 깊숙이 씨앗들을 묻고 갔지요 깊고 푸른 달빛의 정기를 몸 안에 키우면서 세상은 아무 일도 없다는 듯 밥 먹고 일하고 카페에 앉아 시를 썼지요 칠흑처럼 깜깜한 나팔꽃 속에 씨앗들을 숨기고 착한 심장은 열심히도 신선한 산소와 양분을 실어 날랐지요 꼬물꼬물 열사흘은 기다려야만 했으므로 그런데 몸 안 구석구석에서 비밀스런 암호를 엊그제 보내왔어요 나만의 느낌으로 알 수 있는 통증이 사르르 복부 근처로 번져왔어요 어릴 적 연못에 떨어지던 빗방울의 파문처럼 그러고는 이내 가슴께로 올라와 스멀스멀 실핏줄을 부풀려 자꾸만 부드러운 곡선을 그리고 있어요 한 달에 한 번씩 무수히 달려와 소리 없이 스러지는 아름다운 죽음 서른 여 해 동안 나를 여자이게 한 사랑하는 나의 분신들 그것은 행복한 고통이었어요 붉은 꽃잎이 모여 강을 이루고 그러다 가끔씩은 뭉클한 그리움의 덩어리를 쏟아 내기도 한 그런 시절을 그리워할 날이 멀지 않았음을 알고 있기에 입술 지그시 깨물고 있습니다 이제는 기다릴래요 몇 번이나 더 오실지 모르는 그대 머리 곱게 감아 빗고 산문에 나가 기다릴래요 그리운 그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