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용인시 상현동 힐스테이트 단지는 지난해 10월 완공 후 올 여름까지 빈 집이 40% 정도였다. 기존 집이 안 팔려 입주를 못한 계약자가 많았기 때문이다.
일부 계약자들은 입주를 포기하고 전세로 내놨지만, 주변에 새 아파트가 많아 세입자를 구하기도 쉽지 않았다. 그런데 최근 입주율이 껑충 뛰었다.
인근 윌공인중개사 서영환 사장은 “서울의 전세난이 심화하면서 전세 수요가 많이 옮겨왔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전용 101㎡형은 수요가 넘치면서 전셋값이 연초보다 6000만원이올라 2억1000만원을 호가한다.
입주가 몰리면서 불 꺼진 집이 수두룩했던 수도권 새 아파트 단지에서 최근 나타나고 있는 현상이다. 용인 뿐 아니라 입주 물량이 많은 파주 교하신도시, 양주 고읍지구 단지들도 속속 불을 밝히고 있다. 서울의 전세난이 빈 집을 속속 채워주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대형 주택은 분양이 쉽지 않은 데다 전세 수요도 없어 여전히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
전세난에 입주율도 껑충=양주 고읍지구 한양수자인 아파트는 8월 초 입주를 시작했는데 입주율이 5일 현재 90%다. 이 회사 이재환 차장은 “전세 수요가 많은 전용 59~85㎡ 규모의 중소형 단지이다 보니 찾는 사람이 많다”며 “전체 764가구의 30% 정도가 전세로 입주한 경우”라고 말했다.
5월 입주한 용인의 래미안이스트팰리스, 7월 완공한 교하신도시 벽산•우남연리지와 두산위브는 입주가 마무리 단계다. 이들 단지는 최근 들어 입주율이 껑충 뛰어 지금은 빈 집이 10%도 안된다.
교하신도시 드림파크공인 임정남 실장은 “서울의 전세난이 심각해진 8월 이후 이곳의 새 아파트를 찾는 세입자가 부쩍 늘었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전셋값도 오르고 있다. 래미안이스트팰리스 전용 84㎡형은 7월까지만 해도 2억원 정도였으나 지금은 2억3000만원을 호가한다. 8월 말 집들이를 시작한 안성시 공도읍 벽산블루밍 디자인시티 전용 84㎡형도 한달 새 1000만원이 올라 8000만원 선에 나온다.
◆
중대형 아파트는 여전히 외면=하지만 이같은 효과가 모든 단지에서 나타나는 건 아니다. 중대형 아파트가 몰려 있는 지역은 여전히 입주율이 낮고 전세 수요를 찾기 어렵다.
대표적인 곳이 용인 성복동의 중대형 아파트 밀집지역. 지난 5월말부터 입주를 시작한 전체 3600여가구 규모의 현대 힐스테이트와 GS자이 아파트 단지에는 불 켜진 아파트는 20% 정도에 불과하다.
여전히 절반 가량이 미분양이며, 계약 물량 가운데 30% 정도만이 입주를 했을 뿐이다. 이 아파트 시행사인 일레븐건설 송창의 대표는 “매매든 전세든 거래가 거의 일어나지 않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상황이 이러니 대형아파트 전셋값이 중소형과 비슷하거나 더 낮은 사례도 흔하게 나타난다. 지난달 입주한 용인 수지자이2차 118㎡형의 전셋값은 2억원으로 158㎡형(2억3000만원)과 큰 차이가 없다.
3.3㎡당 기준으로는 118㎡형이 555만원으로 158㎡형(479만원)보다 비싸다.
용인시 수지구 상현동 S공인 관계자는 “전셋집을 찾는 사람들이 관리비 부담이 큰 대형아파트는 피하므로 대형과 중소형의 전셋값이 비슷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