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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 깊다.
글/행복촌장
가을이 깊다.
다람쥐 쳇바퀴 돌 듯 직장과 집을 오가다가 참 오랜만이었다. 이른 새벽부터 서둘렀지만 조금 늦은 시간 잠수교 남단 못미처 성수대교로 향했다.
조금은 장거리 여행이어서 9시30분 출발.
낙엽이 떨어지는 가을 길을 달렸다. 바람에 묻어온 커피색 보다 좀 더 짙은 가을향기를 맡으면서 달렸다. 파란 하늘 보다는 무거운 짙은 구름이 우리를 반긴다. 가을만큼 무게 있는 날씨였다. 잠실선착장에서 예전의 같은 동호회였던 동반자 식구들을 만나다.
반갑지만 아쉬운 만남이었다. 어떤 연유를 묻기 전, 조금만 양보하고 이해했다면 오늘도 함께 할 수 있었을 텐데 조금은 씁쓸함이 오고간 해후였다. 전 세계에 유일한 분단국가인 대한민국임을 감안할 때, 나누어짐 보다는 하나 됨의 가치가 더한층 크게 느껴졌다.
쭈욱 달렸다. 고덕령도 아주 쉽게 넘었다. 내리막길의 상쾌함을 온몸으로 느끼면서 달렸다.
하남시 자전거 도로는 언제나 늘씬한 여인의 다리가 연상된다. 둔치에서는 공수부대들이 낙하산 훈련이 한창이다. 헬리콥터가 굉음을 내며 분주하게 날개 짓을 하고 하늘에는 낙하산 꽂이 피어난다. 나라를 지키기 위한 젊은이들의 아름다운 도전이었다.
팔당대교가 보인다. 남한강이 절경사이로 흐른다. 양평 자전거 도로로 들어섰다. 언제 보아도 아름다운 길을 힘차게 페달을 밟았다.
팔당리 쉼터에서 잠시 쉼을 갖는다. 가쁜 호흡을 가다듬고 열일곱 명의 전사들이 전열을 정비한 후 다시 출발하다.
쉬임없는 전진이 계속되다. 마주치는 바람도 아랑곳 하지 않았다. 30km의 속도로 냅다 페달을 밟는다. 뻐근한 허벅지에 근육이 오르는 소리를 듣는다. 남한강을 옆으로 끼고 조안리를 지났다. 그 다음은 금남리 그리고 목적지인 ‘시를 쓰는 오리’ 집으로 달렸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란 말처럼 오늘의 식탁에는 오리로스구이가 올랐다. 지지고 볶고 아름다운 향기와 함께 입에 가득한 식감이 너무도 행복한 점심이었다.
음식점 형님이 시인 문일석 님이시란다. 그래서였을지 싶다. 음식점 이름 치고는 너무도 특이한 ‘시를 쓰는 오리’였다.
![](https://t1.daumcdn.net/cfile/cafe/2708C63D562EF25528)
여기서 문일석 님의 시 한 편을 읊어 보겠다.
“가마솥”
생긴 것부터 푸짐한 게
사람 눈에 잘 뜨이는 가마솥
장작불 활활 타올라
온몸을 뜨겁게 달구면서
푸푸 김을 내뿜으며
음식물을 익히고
태어나면서부터 폐철이 될 때까지
뚜껑이 들썩들썩
뜨거움을 감수해야하는
외길로 살더이다.
그 무엇을 위해
허구 헌 날
자신의 속을 팔팔 끓이며 사는
열정의 연속
온 가슴을 불에 달구지 않는
가마솥은 존재하지 않나니
그대, 한번뿐인 인생
누군가를 생각하며, 언제라도
불태움을 받아들이는
끝내는 빈 솥으로 돌아오는
가마솥의 보시행을 묵상하게나.
가마솥을 보면서 인생을 노래한 아름다운 시를 읽으면서 깊어가는 호명호수로 향했다. 남산길보다는 조금 가파르고 그보다는 긴 오르막길을 올랐다. 호명호수 길은 자전거 통행금지라서 아쉬움을 뒤로하고 문샨 님 뒤를 쫓았다. 가도 가도 끝이 없는 임도길 가파름에 끌바를 감행(?)했다.
그런데 웬걸 한참을 오르던 '문샨'님 왈
‘이 길이 아닌가벼!!!’ 우짜스까이
되돌아서 왼편 길을 안내 받아 오르다보니 기다리다 지친 아리아 님은 날쌔게 내려가시고 중간에 만난 ‘화야’님은 응원하며 되짚어 올랐다.
드디어 정상.
기념 촬영을 마치고 내려가는 길은 정말 시원했다. 우리의 인생길도 이제는 내리막길인데 조금은 조심해서 내려가야지. 그 생각도 잠시 이 세상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상쾌함과 짜릿함을 만끽하다.
깊어가는 가을!
곱게 피어난 단풍 사이로 가을이 바람에 나부낀다.
상천역에서 상봉행 기차를 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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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에 윈도우에 게시된 문일석 님의 시를 읽으며 고단한 여행을 마치다.
“불꽃놀이”
불꽃놀이 불꽃처럼
폭발하듯 살아봐
한번뿐인 삶
순간을 살더라도
한번, 멋지게 불꽃처럼
아낌없이 불태워 봐
공중에서 팡팡
요란스럽게 터지는
모든 사람이 바라보는
그런 삶, 멋지지 않아.
2015. 10.26
첫댓글 촌장님 잘 지내시지요?
"아닌가벼"하는 부근에서 누구던지
한번씩 경험 을 하는가봅니다
촌장님에 아름다운 글
진솔한 글을읽어내러가면서
어느 한부분에 책을 읽는듯합니다.
감사합니다~^^
봄빛세상 님 고맙습니다.
샛길로 빠져 험한 임도로
빠졌지만
그것이 인생이려니하고
배웁니다.
그러나 정신차려서
다시 정상을 향하여 나아갔습니다.
분명한 목표가 있기 때문이죠.
덕분에 추억 한 페이지가
남겨졌습니다.
고맙습니다.
후기글은 항상
지나칠수없는
꼭 봐야하는
여행지의 필수코스~!
하루의 일정을 상세하게 기록해주셔서
불참자도 함께한듯 합니다
항상 봉사하시는 모습 존경스럽습니다
몸은 어떠신지요.
빨리 재활하셔서
만나기를 소원합니다.
보고싶습니다.
샬롬!
오랜만에 굴렁쇠를 따라 도로 라이딩에 참여 하였다가 죽는줄 알았습니다.~~대단하신 님들이셨습니다. ㅎㅎ 하나 청평호의 아름다운 가을정취를 느끼면서 습기가부족한 단풍을 만끽하면서 즐거운시간을 추억의 한페이지를 장식했습니다~~지면을 통해 감사를 드립니다.~~^^.
저 역시 동감입니다.
원더우먼 님은 그렇다치고
다른 여성 분들 역시
너무 잘 달리시더군요.
저는 뒤에서 쫓아가느라
정말 힘들었습니다.
고맙습니다.
후기글
감동깊게
머물다갑니다
고맙습니다~
또
잊지 않으시고
찾아주셨네요.
언젠가 한 번
뵙고 싶은
얼굴입니다.
즐겁고 안전한
자전거여행이
되시길
기원합니다.
고맙습니다.
촌장님 후기 글을 읽다보면 늘~~감동받습니다
생생하게도 표현잘하시네요 부럽습니다
감사합니다^^
원더우먼 님
고생하셨습니다.
늘 앞장서서
애쓰심에
저희들은
행복을 가득
담았습니다.
선물까지
챙겨주시고
고맙습니다.
잔차 뿐이 모르는 무지한 저도 감동받았습니다!
철자와 띄어쓰기의 정교함, 읽는 이에 대한 세심한 배려에도 또 한번 감동 받았습니다!
니오타 님
재활에
성공하셔서
열심히 타시는
모습을
직접 뵙지는
못했지만
축하드립니다.
늘 건강하셔서
행복한
자전거 여행이
되시길
기원합니다.
고맙습니다.
또하나의 좋은추억 새겨 주셔서 감사합니다~~
넘 재능이 많으시니 바라보기가 거시기할까
걱정이 사료 되옵니다ㅎ~~^^*
과찬의 말씀요
늘 함께 해주셔서
행복합니다.
늘 그리운 얼굴이
있다는 것이
바로 행복인 것을
월정라를 통해
배웁니다.
고맙습니다.
좋은글 잘읽어습니다 여러모로 재주가많은신곳같습니다
워더우먼 씨도 사진으로뵈니반갑습니다
2015년도 달력이 한장남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