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보
김명이
백일홍이라 착각했던 배롱나무를 심고
백일홍 꽃씨도 뿌려서 흙을 덮어줍니다
별안간 백일에 집착했던 두뇌에
한낮 어둠의 낙차가 커집니다
스쳐 가는 소나기
당신이 거세게 내리꽂힙니다
마치 기상청 예보가 떨어져서
흘러내린 액체에 대해
쏟아진 이유를 피해 갑니다
중심이 될까 봐 밀어낸 구석에서
은신하는 엉겅퀴 한 포기를 만납니다
단단하여 고통스런 야생화
당신의 무표정 비밀을 열 수 없듯이
보랏빛 우울한 노매드라고 불러줍니다
삽날이 엇나가고 깊이 패일수록
땅이 가까이 부르는 속삭임도 들립니다
기억의 용량은 잊기로 한 것을 꺼내며
떠나보내야 할 것도 선명하게 키워주는지
부스러지는 흙은 보이지 않고
기상청은 이 건기를 어찌하려고
또 금방 멈추는 예보를 하고 맙니다
빚의 음영
밤이 낮으로 연장되는 시간들
달력 단위는 유물론 규격이 되었지만
조명 아래 붉고 검은 다리는 사라지지 않는다
우리는 서로의 시계를 건너며
안심 코드가 통과했으니 의심이 미흡한 자
허가받은 만큼 숨이 허기진다
생수로 곱창을 채워볼래요 뚫릴 때까지
날벌레가 터를 판 사과를 들고서
편의점 주인은 쿰쿰한 향에 지구가 맛이 갔다고
난데없이 종말론 설파자가 된다
눈 밖에 난 것은 맹목의 희망을 제공한다
별들이 길을 잃어도 개의치 않겠다는 듯
구름이 폭등하는 어둠 골을 향해
몇 도로 구부려 렌즈의 제단에 받힌
무제한 사용량의 눈빛들
종일 타로는 인터넷 검색 조회 1위로 등극하고
아름다운 여자의 오늘 운세가 어긋난 것은
야자 시와 조자 시의 애매한 차이라는 듯, 툭!
3억 2천만 년 어둠 감별사 바퀴벌레 배가 뒤집혔다
안락한 밤을 찾아 스윗 항공 실검도 오르는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