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흔(傷痕) / 김광욱
(율포에서 두 시간)
우리가 함께했던 율포
우리의 첫정을 기약했던 율포
우리의 생을 설계했던 율포
문학을 위해
사랑을 위해
불나방처럼 외로이 춤추었던 율포
그 바다 그 초라한 해변에
두 시간 동안 나는 묶여 있다.
당신이 나였고
내가 당신이었고
당신은 내 마음 속에
나는 당신의 눈동자 속에
한 떨기 별이었던 달이었던 율포
밥 지을 양식 한 톨 없이
푸른 바다 속에 우리 젊음을 서식했던
너와 나의 애끓는 기다림 어떤 열망.
그 사막, 그 끝없는 표류.
슬픈 청춘의 독백들이 파도에 흩어진다.
차가운 백사장 위에.
율포는 기다림이었다.
율포는 가없는 그리움이었다.
그리고 율포는 구멍이었다.
당신과 내가 어쩔 수 없이
마주 손 흔들어야 했던
종착역의 손수건.
떠남과 만남의 기적 소리 같은
해묵은 고뇌의 여로였다 자국이었다.
언젠가 돌아와야 할
언젠가 돌아서서 제거해야 할 상흔이지만
당신도 나도 그 상흔 때문에
아프지 않단 걸 알고 있다.
내 속에 당신이 있고
당신 속에 내가 있으니.
이 율포라는 시간이 존재하는 한
우리는 손잡고 일어서야 할 것이다 영원히-
그렇게 우리는 살아 왔다
연인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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