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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38장, 승민은 이제 출감일이 몇 달 남지 않았다. 출감하는 날을 손꼽아 기다리면서도 승민은 앞으로 살아갈 일에 대해서 막연하다. 이제 다시는 취업을 할 수 없다는 생각에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 과연 무엇일지에 대해서 많은 고민을 한다. 그렇다고 자금이 없는 상황에서 장사를 생각해 볼 수도 없는 일이다. 어디에 대고 손을 벌릴 수 있는 처지도 아니었다. 어머니와 아내는 면회를 오면서 승민이 출소를 하기만 하면 자신들의 고생이 끝난다는 믿음과 희망을 가지고 있는 것을 보면 더욱 가슴이 답답해지지만 그렇다고 그 희망을 꺾을 수는 없는 일이다. 어머니와 아내의 모습은 참으로 많이 달라져 있는 것을 보면 가슴이 답답하고 가슴 밑바닥에 심한 통증이 일어난다. 어머니는 그동안 참으로 많이 늙고 지친 모습이다. 윤아 또한 억척스럽게 보일 정도로 고운 모습이 사라진 것이다. 그런 승민의 고민을 알고 있다는 듯 승혜는 카나다에 있는 큰오빠와 상의를 해서 방 두 칸짜리 전세를 얻어줄 준비를 한다. 오빠가 나오면 한 칸 방에서 네 식구가 살아간다는 것은 힘든 일이다. 그렇다고 어머니를 승혜가 모시고 살 형편이 되지 않는다. 이제 대학 입시공부를 하고 있는 아이들 때문이라도 어머니를 모신다는 것은 생각을 할 수도 없는 일이다. 그동안 엄마의 모습은 마르고 지친 모습이었지만 성품은 아직도 하나도 변하지 않고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엄마를 볼 때 참으로 한심하고 짜증이 나는 승혜였다. 아들만 나오면 당장 금덩어리라도 안고 들어올 것처럼 모든 희망을 가지고 당신이 고생하신 것이 억울하다는 엄마의 넋두리를 들을 때마다 승혜는 정말 가슴이 답답해진다. 승혜는 정선이 큰 식당을 인수해서 운영해 나가는 것을 보면서 마음 한 편으로는 반갑고 기뻐하지만 작은오빠를 생각하면 답답해진다. 이제 정선의 머리와 마음속에는 작은오빠에 대한 그 어떤 것도 한 조각남아 있는 것이 없다. 정선은 강승민이라는 남자와의 과거조차 깨끗하게 말살해 버린 사람처럼 아무런 감정의 찌꺼기조차 남김없이 털어버린 것을 볼 때 승혜의 마음은 뭔가 아쉽다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 없다. 언제 가 보아도 식당은 항상 손님들로 붐비고 정선과 조금이라도 한가하게 이야기를 나눌 시간조차 낼 수 없었다. 정선이 새로 식당을 인수하고 나서 점차로 손님들이 더 늘어난다. 정선은 최고의 재료로 음식을 만드는 것을 원칙으로 삼고 있다. 또한 손님에 대한 최고의 서비스와 친절로 식당의 분위기를 쇄신해 나간다. 처음에는 주인이 바뀌었다는 것을 느끼지 못했던 손님들이 차츰 주인이 바뀌었다는 것을 알면서 더 음식 맛이 좋아진 것에 좋아한다. 오히려 손님이 꾸준히 늘면서 언제나 북적거린다. 잠시 한가한 시간이 오후 두어 시간 동안이지만 그 시간에도 역시 손님이 끊어지지는 않고 있었다. 승혜는 그런 정선이를 보면서 참으로 다행스럽고 자식들을 데리고 억척스럽게 성공의 길로 한발 한발 나아가는 모습에 기쁨을 느낀다. 만일 오빠와 계속 살아가면서 가정에만 안주를 했더라면 정선의 그런 능력을 평생 발휘해 보지도 못하고 묻혔을 것이라고 생각을 하면서도 뭔가 아쉬운 마음을 떨칠 수가 없다. 친구로서 보다는 가족으로 정선이 자신의 곁에 있어주기를 바라는 승혜의 마음이었지만 이제는 영원한 남이 되었다는 것도 인정을 해야만 했다. 승혜는 오빠의 출소 일을 맞추어 집을 구하러 다닌다. 지환이 엄마나 자신을 낳은 엄마에게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승민과 상의를 해서 얻으러 다닌다. 큰오빠인 승원에게서 이천만원이 보내져 왔다. 지금 살고 있는 집에 삼천이라는 돈이 있다. 그 돈과 합치면 방 두 개짜리 전셋집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무슨 일을 한다고 해도 가족들이 살아가야 할 집은 있어야 한다는 생각에 승혜는 작은 연립을 계약한다. 지하철역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는 곳으로 계약을 한다. 집값이 다른 곳보다 조금은 비싸다 해도 일을 해야만 하는 사람들에게는 지하철 가까운 곳이 훨씬 유리한 조건인 것이다. 물론 그 돈으로는 부족한 액수였지만 승혜자신도 모자라는 액수를 채운다. 집을 계약을 하고 나서 지환이 엄마가 있는 시간에 찾아간다. “어서 오세요.” 윤아는 승혜의 연락을 받고 기다리고 있었다. “네가 이 시간에 웬일이냐?” 오순애는 딸을 봐도 그다지 반갑지 않다는 투였다. “이제 오빠의 출소일이 얼만 남지 않았지요?” “네! 그래서 걱정이에요. 단칸방에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걱정이에요.“ ”오빠하고 상의해서 제가 집을 계약했어요.“ “네? 고모가 집을 계약하다니요?“ 윤아는 놀라며 승혜를 바라본다. “어떻게 하겠어요? 오빠가 출소를 하게 되면 방 한 칸에서는 살수 없는 일이니 모른 척 할 수는 없는 일이지요. 내일 나랑 함께 가 볼래요?“ ”넌 그런 일을 이 애미하고 상의 하지도 않고 한 거냐?“ ”엄마하고 상의한다면 엄마가 능력이라도 있어요? 공연히 나서지 말고 듣기나 하세요.“ 승혜는 엄마의 말에 퉁명스럽게 퉁박을 주고 윤아와 만날 약속을 하고 그 집을 나선다. 더 이상의 말은 엄마와 함께 있는 곳에서 하기 싫은 승혜였다. 다음날 승혜는 윤아를 만나 집을 계약한 곳으로 데려간다. 윤아는 우선 위치가 좋다는 말을 한다. 방이 두 개뿐이지만 거실이 있고 쓰기에 불편함이 없는 집이라 마음에 든다. “이런 집은 비쌀 텐데 무슨 돈으로 이런 집을 얻어요?” “지환엄마! 나도 무슨 돈이 있겠어요? 큰오빠가 모자라는 돈을 보내주었지요. 지금 전셋돈과 합치면 이 집을 얻을 수 있어요. 오빠가 출소를 하고 나면 무슨 일이라도 해서 생계를 유지해 나가지 않겠어요?“ “.........................” “어떤 일을 하던 가족들이 살아가야 할 집이 불안하면 어떻게 해요? 전셋집이라도 깔고 앉아야 가족들 마음이 편한 것이 아닌가요?“ “그야 당연한 말이지요. 허나, 그보다는 어머니와 한 집에 살아가는 것이 너무 힘들어요.“ 윤아는 처음으로 시누이에게 자신의 마음을 털어놓고 싶다는 표정을 짓는다. “알아요. 내 어머니에 대해서는 말을 하지 않아도 잘 알아요. 허나 그것은 지환이 엄마가 선택한 길입니다. 누구에게 원망도 하소연도 할 수 없는 자신이 선택한 길이라고 생각하면서 모든 것을 감당해 나가야겠지요.“ ”허지만........때로는 도망이라도 치고 싶어요.“ 승혜는 윤아를 측은한 눈으로 바라본다. 마음이 악하고 강한 여자는 못되었다. 엄마가 제대로 잘 가르치면서 살았으면 오빠를 그렇게 만들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을 한다. 엄마의 허황된 마음이 자식을 그르친 것이라는 생각을 한다. 승혜는 단 한 번도 윤아에게 올케라든지 언니라는 호칭을 쓰지 않고 있다. 오빠를 생각하면 당연하게 대우를 해 주어야 하는 것인 줄 알면서도 마음이 허락하지 않고 있다. “정말 우리가 이 집을 얻을 수 있어요?” “네! 허지만 지환엄마 이름이나 오빠의 이름으로 얻지는 않을 것입니다. 내 이름으로 계약을 했어요.“ “.........................” “오해를 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아무런 경험도 없는 오빠가 무엇을 하겠어요? 공연히 장사를 한다고 집을 빼서 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입니다. 지금은 막일을 해도 몸으로 일을 하면서 가족들 생계를 유지하게 했으면 하는 마음이거든요.“ ”네! 고모가 하는 말이 무슨 뜻인지 알겠어요. 어머니만 살림을 맡아주신다면 저도 열심히 돈을 벌려고 생각하고 있는데 어머니가 도움을 주지 않으시니.........“ “엄마는 내가 설득을 시켜 나갈 것입니다. 지환이 엄마가 혼자서 엄마를 상대하기엔 엄마가 만만치 않다는 것을 잘 알고 있어요. 그리고 이제는 오빠도 전 같지 않고 엄마를 대하는 태도가 많이 달라질 것이니까 그렇게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될 것입니다.“ 윤아는 승혜의 말을 들으면서도 깊은 한숨을 내 쉰다. 참으로 힘들고 야속한 시어머니였다. 윤아는 힘들고 지친 몸으로 들어와 밀려 있는 빨래를 해야 하고 지환이를 보살펴야만 한다. 지환이는 모든 것에 불만이었다. 할머니가 대충 차려주는 밥상에서부터 제대로 먹을 수 없는 간식을 사 먹기 위해 돈을 달라고 떼를 쓴다. 아이는 학교에 다녀오면 집에 있지 않고 하루 종일 거의 밖에서 시간을 보낸다. 할머니의 잔소리도 듣기 싫고 이것저것 심부름을 시키는 할머니를 피하기 위해서도 집에 있기 싫다는 지환이의 투정이다. 오순애는 무엇하나라도 당신의 손으로 하려는 생각보다는 지환이를 시킨다. 저녁 한 끼를 해 먹어야 하는 일조차 오순애는 짜증스럽다. 게다가 반찬은 하나같이 입에 맞는 것이 없다. 그렇다고 제대로 해 먹을 수 있는 재료도 없다. 오순애는 지환이에게 당신의 그 모든 짜증을 퍼 붓는 것이 보통이다. 지환이는 그런 할머니와 좁은 방안에서 함께 있기를 거부하면서 밖으로만 나돈다. 윤아는 지환이 그렇게 밖으로 나 도는 것이 걱정이 된다. “그러다 우리 지환이가 나쁜 아이들하고 어울릴까 걱정이 되요.” 윤아는 승혜에게 하소연을 한다. 승혜 역시 아이들이 그렇게 밖으로 나도는 것을 바람직한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다. “엄마가 승환이를 제대로 보살피지 못할 것이라는 걸 알고 있지만 그래도 당신의 자손인데 어떻게 그렇게 하실 수가 있을지 참으로 걱정스럽네요. 내가 엄마를 만나 이야기를 해 보지요.“ 지환이를 위해서라도 엄마가 제대로 보살펴 주어야 할 것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승혜는 마음이 무거워진다. 윤아는 이사할 준비를 한다. 이사라고 해야 가진 것이 별로 없는 살림이다. 이제 남편이 출소를 하고 나면 이 지긋지긋한 고생도 끝이 난다는 생각을 하면서 이사 준비를 해 나간다. “방이 두 칸뿐이라며?” 오순애는 같은 물음을 벌써 수없이 묻는다. “네!” 윤아 또한 성의 없는 대답을 한다. “그럼 내 방은 없는 것이냐?” “어머니! 몇 번을 말씀을 드려야 합니까? 지환이와 같은 방을 쓰셔야 한다는 말씀을 벌써 몇 번을 드려야 해요?“ ”대체 너희들은 집을 얻으면서 왜 나한테는 한 마디 상의도 없니?“ ”상의를 드리면 어머니가 보태주실 수 있으셨어요?그것도 지환이 고모가 아니면 언감생심 생각할 수도 없는 일이었지요.“ ”그 망할 년은 이 에미를 이제 아예 죽은 사람 취급을 하고 있어! 그리고 기왕에 도와주려면 방이 세 칸짜리는 구해 주어야 할 것이 아니냐?“ “어머니! 요즘 전셋 값이 얼마나 비싼 줄 아십니까? 그 정도를 해 주는 것도 고맙게 생각해야지요. 우리가 언제 고모에게 돈을 가져다 맡겨놓았습니까?“ ”형제가 좋다는 것이 뭐냐? 제 년은 잘 처먹고 살면서 이 애미가 밥을 먹는지 굶는지 아랑곳도 하지 않는 매몰찬 년이다. 우리 승민이가 다시 돈을 벌기만 하면 내가 오늘의 이 모든 것을 고대로 갚아줄 것이야!“ 윤아는 그러는 시어머니를 어처구니없다는 듯 바라본다. 자식에게 앙가픔을 한다는 시어머니의 말이 선뜻해져 온다. 윤아는 더 이상 시어머니를 상대로 기운을 빼고 싶은 마음이 없어진다. 그들이 이사를 하고 나서 삼일 후에 승민이 오년의 형기를 마치고 출소한다. 승혜는 이른 아침 집을 나서 윤아를 태우고 교소도 앞에 가서 기다린다. 다른 사람들처럼 두부를 한 모 사들고 기다린다. 얼마를 기다렸을까 드디어 한 사람씩 교도소의 문을 열고 나오기 시작한다. 기다리고 있던 사람들은 가족이 나오는 것을 보고 달려가 얼싸 안고 두부를 먹이면서 흐느끼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아무도 마중 나와 주지 않은 출소자들을 모자를 더 깊게 눌러쓰고 떠나는 사람도 보인다. 그녀들이 그렇게 초조한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을 때 승민의 모습이 보인다. “오빠!” 승혜는 승민의 모습을 보고 달려가서 두부를 먹인다. 승민은 승혜가 주는 두부를 말없이 받아먹으면서 윤아를 본다. 두 사람은 서로 눈이 마주치면서 바라볼 뿐이다. 글: 일향 이봉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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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즐감 하고 갑니다
수고하셨습니다 ^^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