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은 간다 /노을풍경(김순자)
어느 날 양지에 내리는 햇살에
따스한 등을 기대며
하얀 설렘으로 기다렸었던 봄
작은 가슴에 안겨준 연분홍 설렘도
단 며칠에 짧은 행복으로
다시 먼 어느 날을 기약하며
뜨락 가득 채워져 가는 울긋 불긋
다양한 색으로 꽃등을 밝히며
어느새 넓어진 잎새의 그늘 만큼
깊고 길어진 햇살
보랏빛 라일락 향기 속으로
봄날은 또 그렇게 지워져 가며
어느새 내려 쬐는 성근 햇살은
반쯤 걸친 모자의 얼굴을 감추게 하며
나른한 봄날의 잠깐의 꿈처럼
소리 없는 어느 바람 속으로
그렇게 또 봄날은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