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영웅
얼마 전에 영화 <영웅>을 보았단다.
개봉하자마자 보려고 했는데, 이래저래 시간이 맞지 않아서,
거의 끝물에 봤지.
너희들은 사정이 있어서 못 봤는데,
나중에 VOD로 나오면 꼭 한번 같이 보자꾸나.
뮤지컬 영화이기 때문에 다소 지루하면 어쩌나 걱정을 했었는데,
재미와 감동을 모두 다 준 영화라 할 수 있었단다.
아빠가 생각하기에는 <레 미제라블>에 버금가는 영화라고 이야기하고 싶더라.
영화가 나오기 전에 오랫동안 뮤지컬로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던
이유를 알겠더구나.
안중근.
우리나라에서 손꼽히는 위인이고,
짧은 그의 삶이 강렬하고 고귀해서 여러 매체를 통해서 그를 이야기하고 있단다.
작년에는 김훈 님의 <하얼빈>이라는 소설이 출간되기도 했지만,
그 전부터 이미 많은 매체에서 그를 다루고 있었어.
그런데 아빠가 곰곰이 생각해보니
그에 대한 제대로 된 영화 한 편 없는 것 같았어.
오래 전에 <도마 안중근>이라는 흥행에는 실패한 영화가 있었어.
아빠가 싫어하는 사람이 감독을 맡아서 아빠도 보지 않았단다.
이번에 본 영화 <영웅>이 제대로 된 안중근 영화라고 아빠는 생각한단다.
영화를 보고 검색을 하다 보니
김훈 님의 소설 <하얼빈>이 영화로 촬영 중이라는 소식을 들었단다.
안중근 역으로 현빈이 나온다고 하는데,
그 영화는 어떨까, 궁금하구나.
엄마의 말대로 현빈의 외모가 가장 큰 장애가 되지 않을까, 싶기도 하네.
아무튼 영화 <영웅> 참 잘 봤단다.
그 영화를 보고 인터넷 서점에서 안중근에 관한 책을 검색해봤어.
아빠는 예전부터 안중근을 존경해서 책들을 여럿 읽었는데,
혹시 그 최근에 출간된 책 중에서 읽을 만한 것이 없나 검색해 보았단다.
그러다가 알게 된 책이 바로 <안중근, 사라진 총의 비밀>이라는 책이란다.
안중근 의거에 대한 색다른 접근이라서 좋았어.
안중근이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할 때 사용했던 총을 추적하는 일종의 다큐멘터리였지.
실제로 이 다큐멘터리는 KBS에서도 방영했다고 하는구나.
그 다큐멘터리는 보지 못했지만,
이 책을 통해 안종근 총에 대한 지식을 쌓아봐야겠다 싶었어.
아빠는 그 동안 안중근이 사용한 총은 어떤 총인지 한번도 생각해 본적이 없었는데,
그런 걸 기획하고 추적한 지은이 이성주 님께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구나.
아참, 이 책의 출간일을 보니 2019년 10월 26일.
정확하게 안중근이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한 지 110년째 되는 날에 맞춰 출간해서
그 의미가 더 큰 것 같다.
1. 이토
제국주의를 따라 근대화를 서둘렀던 일본은
서양 제국 열강들이 동아시아에 눈 돌릴 여유가 없는 사이,
동아시아의 강자가 되었단다.
그렇게 얻은 힘으로 한 것은 야비한 깡패의 짓과 마찬가지였어.
주변 국가들을 하나 둘 무력 침공을 하였지.
이토 히로부미는 메이지 유신의 정신적 지주였던 요시다 쇼인의 제자 중에 한 명이었단다.
이 이야기는 작년에 아빠가 <썬킴의 거침없는 세계사>를 읽고 쓴 독서편지에서 이야기했었어.
이토 히로부미는 요시다 쇼인의 제자 중에 막내로 심부름이나 하던 이였는데,
스승과 선배들이 일찍 죽고 일인자가 되었단다.
이토 히로부미가 한국 병합을 주장하지 않았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비스마르크를 모범을 삼았던 그는 천천히 완벽한 병합을 노린 거야.
누군가는 안중근이 이토 히로부미를 죽이지 않았다면 한일합방이 이루어지지 않았을지도 모른다고
하는 이들이 있는 것 같은데,
그렇게 생각하는 것은 이토 히로부미의 전력에 완전히 넘어간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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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스마르크는 이 포위된 지정학적 위치를 ‘외교’로 극복해낸 것이다. 이토 히로부미는 비스마르크를 존경했고, 그를 늘 모범으로 삼았다. 그는 기본적으로 외교와 협상을 통해서 자국의 이익을 늘려가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각 단계별로 형식과 절차를 갖춰서 차근차근 접근해나갔다. 그렇다고 해서 이토 히로부미가 전쟁을 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류큐국(지금의 오키나와)을 복속시킨 것도, 대만을 식민지로 만든 것도, 한국을 식민지 직전까지 몰고 간 것도 모두 전쟁을 기반으로 해서 얻은 결과다. 이토 히로부미는 전쟁의 결과 얻어낸 권한을 가지고 큰 잡음 없이 식민지 확보에 나서겠다는 것이지 식민지를 포기한 것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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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들어는 봤나? M1900
지은이 이성주 님은 안중근이 사용한 총에 대한 분석을 위해 인맥을 최대한 동원하였는데
그들 중에는 밀리터리 덕후도 있었더구나.
그들을 통해 권총의 특징도 설명해 주었는데,
아빠도 그런 것은 처음 알게 되었어.
권총에는 리볼버 권총과 자동 권총이 가장 대표적인데,
리볼버 권총은 총을 쏠 때마다 둥그런 탄창이 돌아가는,
예전에 서부 영화를 보면 많이 나오는 그런 총이고,
자동 권총은 길쭉한 탄창을 꽂아서 아래에서 하나씩 올라오는 그런 총을 이야기한단다.
안중근이 사용했던 총은 M1900이라는 모델인데,
이는 자동 권총이라고 하는구나.
당시 이 총은 최신식 자동권총인데,
숫자 1900은 출시한 년도 1900년을 의미한다고 했어.
탄창에는 모두 7개의 총알을 넣을 수 있고, 약실에 한 개를 더 넣을 수 있어서
모두 8개의 총알을 넣을 수 있단다.
이 총의 장점은 리볼버에 비해 빠른 연사가 가능하다고 했어.
하지만 먼 거리 사격에는 불리했지만,
안중근의 타겟은 근거리 사격이었기 때문에 자동권총을 선택한 것은 적절했던 것이란다.
그리고 리볼버는 둥근 탄창 때문에 옷 속에 숨겨서 불룩 튀어 나올 텐데,
자동 권총은 둥근 탄창이 없기 때문에 옷 속에 숨기기도 유리했단다.
자동 권총이 리볼버에 성능이 다소 떨어졌는데,
그것을 보완하기 위해 안중근이 사용한 총알의 앞쪽에 +자 홈을 내서 사용했다고 하는구나.
…
안중근 의거가 일어나고 난 이후
안중근이 사용한 이 총은 어떻게 했을까?
사라진 상태란다.
일본에서는 그 총을 관동대지진 때 잃어버렸다고 하지만,
그 말을 믿을 수 있을까?
분명 지금도 어딘가에 잘 보관하고 있을 거야.
안중근이 죽은 이후 일본은 그의 흔적을 없애려는 노력을 했대.
그런 일환으로 그가 사용했던 총도 없어졌다고 거짓말을 하는 것이 아닐까 싶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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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일본이 안중근 장군의 M1900 권총을 어떻게 바라봤을까? M1900은 증거품으로 분류돼 일본 검찰에 넘어갔다. 재판이 끝난 뒤에는 일본 본토로 옮겨졌다. 이후에도 계속 일본에 있었는데, 어느 순간 이 총이 사라진다. 일본은 “관동 대지진 당시 분실했다”고 주장한다. 1923년 9월 1일에 대지진이 일어나고 뒤이은 사회적 혼란과 수습의 과정에서 M1900을 잃어버렸다는 것이다. 과연 이 말을 그대로 믿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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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럼 M1900은 누가 개발한 것인가?
그것은 존 브라우닝이라는 총기 전문가라고 하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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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9)
2차 세계대전 영화에서 흔히 등장하는, 한국전쟁에도 사용됐고 우리나라에서도 제식화기로 쓰인 BAR나 현재까지도 쓰이는 MG50 같은 총들은 예비군으로 복무해본 이라면 익숙한 무기일 것이다. 한국은 MG50을 기반으로 하여 K-6 중기관총을 만들었는데, 거의 MG50을 베낀 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 당대 최고의 총기 회사라 할 수 있는 윈체스터, 레밍턴, 콜트, 그리고 벨기에 FN사와 함께하며 시대를 뛰어넘는 역작들을 만들어낸 사람이 존 브라우닝이었다. 분명 브라우닝이 없었다면 현대 자동화기의 역사는 다른 식으로 쓰였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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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중근이 사용한 M1900뿐만 아니라 M1900 모델 자체를 찾기 어렵다고 하는구나.
그래서 지은이는 M1900을 찾기 위한 여정을 시작하였단다.
무기 경매 사이트를 뒤지고,
미국에 있는 지인들에게 연락하는 등 오랜 노력 끝에 미국에서 M1900을 구했다고 하는구나.
그리고 그 총의 위력 시험을 위해 실제 사격도 해보려고 했지만,
총기 허가 없는 사람이 그것을 사용하는 것도 쉽지 않다고 했어.
지은이와 함께 이 프로젝트를 진행하던 이들은
M1900을 국내 반입하여 전쟁기념관에 기증을 하려고 했는데,
무기를 반입하는 것 또한 무척 어려운 일이라고 하는구나.
그들은 맞닥뜨린 문제를 하나하나 해결해 나가는 과정을 이 책에서 이야기해주었어.
우리나라의 총기 사용 제한이 시스템으로 잘 되어있다는 생각도 들었단다.
그들이 총기 반입하는데 엄청나게 어려움을 겪었거든.
어차피 전쟁기념관에 기증을 하려고 했다면
정부에 이야기해서 도움을 청하면 그 절차가 쉽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단다.
아무튼 우여곡절을 넘어 M1900은 국내 반입하게 된단다.
비록 안중근 의사가 직접 사용한 총은 아니지만 말이야.
언젠가는 꼭 안중근이 직접 사용한 총을 찾았으면 좋겠구나.
그런데 안중근의 권총뿐만 아니라,
우리 역사에서 찾아야 할 대표적인 무기가 세 개가 있다고 하는구나.
모두 일제시대 때 사라졌다고 하는구나.
일본 어딘가에 누군가 소유하고 있을 텐데,
제발 이제는 돌려주면 좋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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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1)
어떤 역사학자가 내게 건넨 말이다.
“한국사에서 꼭 찾아야 할 무기가 세 점 있다. 첫째는 신궁이라 평가 받는 태조 이성계의 ‘어궁(御弓)’이다. 태조 이성계가 고려 장수 시절부터 수많은 전투에 사용하던 실전용 활로서 일제시대까지 함흥본궁에 남아 있다가 사라졌다. 둘째는 충무공 이순신의 실전검인 ‘쌍룡검(雙龍劍)’이다. 마찬가지로 일제시대까지 종가에 전해지다가 사라졌다. 마지막으로 안중근 장군의 ‘M1900’이다. 이 세 점의 무기는 한국사에서 꼭 찾아야 할 유물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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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남겨진 가족들
안중근 의사가 서거하고 난 이후 가족들은 어떤 삶을 살았을까?
안중근 의사 서거 당시 나이는 우리나라 나이로 32세. 만으로 30세
그 젊은 나이에 삶을 마감하고 유족으로는
아내와 2남1녀가 있었어.
30살에 돌아가셨으니 아이들도 무척 어렸겠지.
안중근 의거가 있기 전 동료들은 안중근 가족들을 이미 하얼빈으로 피신시켰다고 하는구나.
아무래도 국내에 있으면 어려움을 겪게 될 테니 말이야.
그런데 안타깝게도 장남 문생은 7살 때 누군가 건넨 과자를 먹고 죽고 말았단다.
독살 당한 거야.
나머지 살아 있는 가족들은 얼마나 무서웠을까?
의거 이후 안중근의 동생들인 안영근, 안공근 형제들의 도움으로 연해주 등지에서 지내다가
임시정부가 세워진 다음에는 상해에서 지내게 되었대.
하지만, 임시정부 사정이 안 좋아져서 중칭으로 이전할 때
안중근 가족들은 상해에 남겨졌다고 하는구나.
그때 무척 어려운 생활을 하고 있었는데,
그때 나타난 이들이 일본인이었고, 차남이었던 준생을 회유했다고 하는구나.
생계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고,
형이 안중근의 아들이라는 이유로 독살당했던 상황에서
일본의 회유를 뿌리치기는 쉽지 않을 것 같구나.
안준생이 친일로 돌아서는 것은 잘못한 것이지만,
당시 상황을 알고 그를 조금이라도 이해해 보는 것은 어떨까 싶구나.
일본은 안중생을 교묘하게 이용하여 내선일체 정책에 적극 이용했단다.
대대적인 이벤트도 준비했어.
참 안타까운 역사의 현장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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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8)
1939년 10월 16일 박문사에서 있었던 이 이벤트는 조선총독부의 작품이다. 격화되는 전쟁 앞에서 내선일체를 외치던 일제로서는 안준생과 이토 분기치의 만남과 화해가 더없이 훌륭한 이벤트가 될 수 있었다. “조선 초대 통감이었던 이토 히로부미를 죽인 안중근의 아들이 30년이 흘러 아버지의 죄를 사죄하는 모습” 이것은 그 자체로 한일 병합의 정당성과 내선일체의 당위성을 한눈에 보여주는 그림이었다. 다시 말하자면, 이 모든 것은 철저히 기획했던 이벤트다. 안준생과 이토 분기치가 박문사 단상에서 처음 만났을까? 아니었다. 이들은 이미 조선호텔에서 만나 박문사에서 어떤 동선으로 움직일지 이미 ‘합’을 맞춰 놓고 박문사로 향했던 것이다.
그리고 조선총독부가 기획한 이벤트는 기대했던 효과를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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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이 패망 후 친일을 했던 안중생을 돌볼 이는 아무도 없었어.
중국에서 힘들게 지내다가 부인과 자식들은 미국으로 보내고,
자신은 국내로 들어온 후 조용히 지내다가
1952년 폐결핵에 걸려 죽고 말았단다.
1907년생이니까 46살이었어.
PS:
책의 첫 문장: <잃어버린 총을 찾아서>라는 프로젝트의 발상은 단순했다.
책의 끝 문장: 그것은 ‘영웅 안중근’을 넘어 ‘인간 안중근’이 걸어간 길이었으며 우리 모두가 걸어가야 할 길이기도 했다.
책제목 : 안중근, 사라진 총의 비밀
지은이 : 이성주
펴낸곳 : 추수밭
페이지 : 312 page
책무게 : 578 g
펴낸날 : 2019년 10월 26일
책정가 : 16,000원
읽은날 : 2023.02.03~2023.02.07
글쓴날 : 2023.02.26,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