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르키우 이어 루한스크서도 러군 철수?…우크라 측 주장 나와
우크라이나 하르키우주에서 우크라이나군에 밀려난 러시아군이 루한스크주 북쪽 주요 도시에서도 이미 철수했다는 우크라이나 측 주장이 13일(현지시간) 제기됐다. dpa, EFA 통신에 따르면 세르히 하이다이 루한스크 주지사는 “크레민나가 완전히 비어있다. 러시아군이 도시를 떠났다”며 “현지 유격대가 그곳에 우크라이나기를 게양했다”고 말했다.
한 우크라이나 군인이 12일(현지시간) 러시아로부터 탈환한 하르키우 지역에서 다친 전우를 부축하며 이동하고 있다. 하르키우=AP연합뉴스© 제공: 세계일보 크레민나는 루한스크주의 산업 중심 도시인 세베로도네츠크에서 서북쪽으로 불과 20여㎞ 떨어져 있는 곳이다. 러시아는 지난 4월 중순 크레민나를 점령한 뒤 이곳을 기반으로 루한스크·도네츠크주를 향한 공세를 전개했다. 하이다이 주지사의 발언은 검증되지 않았으나, 일부 러시아 군사 전문가들은 전날 우크라이나군이 크레민나 주변의 빌로호리우카 마을을 공격했다고 전했다. 미국의 싱크탱크 전쟁연구소(ISW)의 전황 분석에 따르면 루한스크주 대부분은 아직 러시아 점령지지만, 크레민나와 스타로빌스크, 스바토바는 우크라이나 유격대 활동 지역으로 분류됐다. 반면 러시아 국방부는 이날 일일 브리핑에서 “도네츠크주의 슬라뱐스크와 콘스탄티노우카의 우크라이나군을 겨냥한 고정밀 타격이 이뤄졌다”고 밝혔다.
우크라전 202일…대반격 우크라, 영토 탈환 속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202일째인 13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가
반격의 속도를 높이며 동북부 하르키우주 영토 탈환을 이어갔다.
[코스티안틴 리베로브=AP/뉴시스] 우크라이나 군이 12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하르키우 탈환 지역 도로 위에서 군용 차량으로 이동하고 있다. 2022.09.13.© 뉴시스 가디언, 뉴욕타임스 등 외신에 따르면 한나 말리아 우크라이나 국방부 차관은 우크라이나군이 하르키우 지역에서 300곳 이상의 정착촌을 탈환해 3800㎢ 이상의 러시아 점령 지역을 되찾았다고 말했다. 최소 15만명의 우크라이나인들이 전쟁 기간 이 지역에서 러시아 점령하에 살고 있었다. 그는 "이것은 확인된 수치일 뿐"이라며 하르키우 지역의 실제 점령 지역 수는 "거의 두 배"라고 주장했다. 전날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9월 반격을 본격화한 이후 6000㎢의 영토를 되찾았다고 발표했다. 우크라이나는 극적인 반격으로 거둔 성과를 축하하고 있지만, 관리들은 러시아가 점령했던 지역에서 직면한 과제들로 인해 절제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우크라이나군 참수, 약탈 등 많은 범죄가 드러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실제 우크라이나 검찰총장은 최근 해방된 북동부 마을에서 전쟁범죄 가능성을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하르키우 지역에서 민간인 4명의 고문당한 시신이 발견됐다고 우크라이나 측은 말했다.
레시아 바실렌코 우크라이나 의원은 부차 학살을 언급하며 "규모에 상관없이 심판과 보복, 정의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수세에 몰린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 동부와 남부 전역의 민간시설을 계속 공격하고 있다고 우크라이나군 측이 밝혔다. 루한스크주와 도네츠크주, 드니프로페트로우스크주, 미콜라이우주 등의 정착지를 공격했다고 전해졌다.
우크라 게임체인저는 美 제공 ‘레이더 사냥꾼’
우크라이나가 최근 전세를 뒤집은 데는 미국이 제공한 고속 대(對)레이더미사일(HARM·High-speed Anti-Radiation Missiles)이 게임 체인저 역할을 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상대 레이더망을 무력화하는 HARM 공격에 방공망을 잃은 러시아군이 퇴각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F-16 팰컨에 장착되고 있는 AGM-88 HARM 공대지 미사일. 미국 국방부 제공© Copyright@국민일보
영국 주간 이코노미스트는 12일(현지시간) 미국이 지원한 HARM이 최근 우크라이나가 북부 하르키우 수복작전에서 대반격에 성공하게 만든 게임 체인저라고 보도했다. HARM은 전투기에서 지상으로 발사하는 공대지미사일로, 최장 145㎞ 떨어진 곳에서 지상의 레이더파 발신지를 추적해 정밀 타격한다. 러시아는 미사일 공격을 막기 위해 대공 방어 레이더를 상시 가동해야 하나 HARM이 큰 골칫거리다. 레이더를 가동하는 순간 우크라이나 전투기가 HARM으로 레이더를 타격하기 때문이다. 이에 러시아군은 반드시 가동해야 할 때가 아니면 레이더 가동을 멈추고 있다. 상대 방공망을 제압해 전쟁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하는 건 미국이 베트남전 때부터 사용한 전술이다. 미국은 1986년 리비아 공습과 2003년 이라크전에서 HARM을 활용했다. 다만 우크라이나에서 HARM이 등장한 건 ‘뜻밖의 일’이라는 평가다. 우크라이나 공군이 운영하는 미그기, 수호이 등 옛 소련 전투기와 HARM은 시스템이 달라 전투기 날개에 미사일을 부착하는 일부터 난관이었다. 임시로 제작한 어댑터로 둘을 연결했는데, 미 국방부는 최근 우크라이나가 성공적으로 HARM을 장착해 활용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미군이 우크라이나에 제공한 ‘고기동 다연장로켓 발사시스템(HIMARS)’. AP뉴시스© Copyright@국민일보
우크라이나군이 승기를 잡자 미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국가들이 무기 지원을 늘릴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뉴욕타임스(NYT)는 서방이 지금까지 우크라이나인들이 사용할 줄 아는 러시아산 무기를 제공했지만 앞으로는 탱크와 같은 더 정교한 중화기를 지원하자는 인식이 힘을 얻고 있다고 전했다. 카를 빌트 전 스웨덴 총리는 NYT에 “서방 무기는 더 많은 훈련과 정교함이 필요하지만 이런 무기 지원은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탱크 공급을 거부해온 독일에 대한 압박도 커질 전망이다. 우크라이나는 승기를 확실히 잡기 위해 장거리 미사일 시스템 등 더 많은 무기를 미국과 동맹국에 요청하고 있다. 사거리가 약 306㎞인 장거리 지대지미사일 ATACMS와 2000발의 미사일을 쏠 수 있는 고속기동포병로켓시스템(HIMARS·하이마스), 탱크와 무인항공기를 요청한 상태다.
한명오 기자 myungou@kmib.co.kr
1주간 되찾은 땅, 5개월간 뺏긴 영토보다 넓었다
우크라이나가 북부 하르키우주부터 동부 돈바스 지역, 남부 헤르손주에 이르는 광활한 전선에서 대반격에 성공하면서 수복 지역을 파죽지세로 늘리고 있다. 지난 1주일간 러시아군을 쫓아내고 되찾은 국토가 5개월간 러시아군이 점령한 지역보다 두 배 가까이 된다.
우크라이나 하르키우주 데르하치시의 바체슬라프 자도렌코 시장이 12일(현지시간) 하르키우를 되찾은 뒤 러시아 국기를 찢고 있다. 우크라이나군은 지난 하루 동안에만 러시아군 정착지 20곳을 수복한 것으로 알려졌다. 로이터연합뉴스© Copyright@국민일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12일(현지시간) 심야 화상연설을 통해 “9월 들어 우리 군이 6000㎢ 이상을 해방시켰다”면서 “진격은 계속된다”고 밝혔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를 근거로 “러시아군이 돈바스 지역 루한스크·도네츠크주의 3200여㎢를 획득하는 데 5개월의 시간과 엄청난 병력, 무기를 소진한 반면 우크라이나군은 거의 두 배에 해당하는 지역을 되찾는 데 1주일만 걸렸다”고 보도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이 언급한 수복 지역 규모는 하루 전 발레리 잘루즈니 우크라이나군 총사령관이 “탈환한 영토가 3000여㎢”라고 한 것보다 두 배나 많은 것으로, 진격 속도가 갈수록 더 빨라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셈이다. 이를 반영하듯 AP통신은 우크라이나군이 지난 24시간 동안 러시아군이 점령했던 정착지 20곳을 해방했다고 전했다. 우크라이나군 정보 당국은 러시아군이 대거 항복하는 일도 이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정보 당국 관계자는 통신과의 접촉에서 “상황이 절망적이라는 사실을 러시아 군인들이 더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미군 고위 관계자는 “우크라이나군이 전반적으로 상당한 성과를 내고 있다고 평가한다”면서 “러시아군은 하르키우 주변에서 그동안 점령한 영토 대부분을 내주고 북쪽과 동쪽으로 철수했다. 러시아군 다수는 국경을 넘어 러시아로 이동했다”고 전했다. 러시아군의 전력이 급격히 무너지자 러시아 내부에선 블라디미르 푸틴 정권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커지는 형국이다. NYT는 “최소 40명 이상의 선출직 공무원이 푸틴 대통령의 사임과 우크라이나 전쟁 종결을 주장하는 연판장에 서명했다”면서 “러시아 정국에 큰 영향을 줄 정도는 아니지만 푸틴에 대한 전면적·공개적 반대 자체가 매우 새로운 현상”이라고 전했다.
신창호 선임기자 procol@kmib.co.kr
밀알복지재단, 우크라이나 지방정부로부터 감사장 받아
우크라이나 난민 지원 활동을 펼쳐온 밀알복지재단이 최근 우크라이나 지방 정부로부터 감사장을 전달받았다고 밝혔습니다. 우크라이나 빌로꼬만시키 지역 킨드라트 군수는 감사장을 통해 "전쟁 기간, 단체의 지원 덕분에 살아가는 데 필요한 물품들을 갖출 수 있었다"며 "관심과 배려, 선한 마음에 감사드린다"고 전했습니다.
밀알복지재단은 지난 3월부터 60만 달러 규모의 긴급구호 활동을 진행하며 무료급식과 생필품 지원, 아동 대상 심리정서 프로그램 제공 등의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밀알복지재단은 "전쟁 장기화로 빠르게 상승한 물가 탓에 어려움이 더욱 커지고 있다"며 "난민을 위한 다양한 지원을 이어가겠다"고 밝혔습니다.
밀알복지재단이 받은 감사장.© 제공: 노컷뉴스 밀알복지재단이 받은 감사장.
시진핑 ‘SCO·일대일로·푸틴’ 키워드로 해외순방 재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코로나19 확산으로 중단했던 해외 순방을 2년8개월 만에 재개하면서 첫 행선지로 카자흐스탄과 우즈베키스탄을 택했다. 카자흐스탄은 시 주석이 2013년 일대일로 프로젝트 구상을 처음 밝혔던 곳이고 우즈베키스탄에선 중국 도시 이름을 단 첫 국제기구인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의가 열린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018년 6월 중국 산둥성 칭다오에서 열린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의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는 모습. AP연합뉴스© Copyright@국민일보 시 주석은 SCO 정상회의 기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는 별도 회담을 할 예정이다. 다음 달 16일 개막하는 중국 공산당 제20차 전국대표대회(당 대회)에서 3연임을 확정할 그는 이번 순방을 통해 집권 이후 치적을 강조하고 대미 전선을 공고히 하려는 것으로 해석된다. 15일 우즈베키스탄 사마르칸트에서 열리는 SCO 정상회의에는 시 주석과 푸틴 대통령을 비롯해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세예드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 셰바즈 샤리프 파키스탄 총리 등이 참석할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서방과 중국·러시아·이란·북한 간 대치 전선이 뚜렷해진 상황에서 미국 견제에 뜻을 같이하는 세 나라 정상이 한자리에 모이는 것이다. 13일 중국 인민일보에 따르면 양제츠 중국 공산당 외교 담당 정치국원은 전날 안드레이 데니소프 주중 러시아대사를 만나 “양국은 핵심 이익 문제와 관련해 서로를 확고히 지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러 정상회담은 양국 밀착을 재확인하는 자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SCO 정상회의에선 회원국 확대 문제가 주요 의제로 다뤄질 전망이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이란을 회원국으로 받아들이는 양해각서를 채택하고 벨라루스의 회원국 가입 절차를 밟을 것”이라고 전했다.시 주석은 우즈베키스탄에 앞서 14일 카자흐스탄을 방문해 카심 조마르트 토카예프 대통령과 회담할 예정이다. 시 주석은 2013년 9월 카자흐스탄에서 ‘실크로드 경제 벨트’를 처음 제안했고 이어 인도네시아에서 ‘21세기 해상 실크로드’를 꺼냈다. 집권 10년 역점 과제 중 하나인 일대일로 프로젝트의 성과를 부각할 수 있는 셈이다.
베이징=권지혜 특파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