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십니까?
11월의 북카프카스입니다.
한 달 어떻게 살았는지 노트북 앞에 앉으니 지난 한 달 뭐 했는지
생각이 가물가물합니다.
전에는 세세하게 기억했는데 나이가 먹어지나봅니다.
이제는 하루하루 메모라도 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오늘 엄청 추웠습니다. 올해 들어 가장 추웠던 하루였습니다.
저는 쌀을 주겠다는 고려인제자를 만났습니다. 아스트라한에서 가져온 쌀과
직접담은 김치 그리고 깍두기와 소 곱창을 줬습니다.
이 제자는 마흔이 넘은 노총각고려인인데 예전에 우즈베키스탄에서 살다가 러시아로
이민 와서 어머니랑 누님가족이랑 해서 바타이스키라는 작은 마을에서 살고 있습니다.
이 학생은 한국교육원에서 저에게 한국어를 배워 한국에서 3년 정도 직장 생활 했었는데
어머니가 중풍으로 쓰러져 병간호하려고 다시 러시아로 돌아 왔습니다.
이 학생은 저에게 의지를 많이 합니다. 전에도 한번 이야기 했지만 여기도 차별은 있습니다.
민족 간의 차별도 있지만 세대나 계층 간에도 차별이 있습니다. 마흔이 넘어 공사장에서 막일 하는 고려인 노총각이라 그런지 늘 위축되어 있습니다.
얼마 전에도 치과에 같이 가 줬습니다. 나야 교사를 하다 보니 발이 넓어 어디든 아는 사람이
있어 오히려 평범한 러시아인들 보다 인맥과 정보가 많습니다. 그리고 외국인이고 교사라는
신분이라 그런지 존중받으며 살고 있습니다.
며칠 전에는 한인모임을 처음으로 했습니다. 전쟁 때문에 대사관에서 영사하고 실무관이
방문해서 이곳에 살고 있는 한인들을 처음 만났습니다.
유학생3명과 교환학생3명 예전 전쟁발생 때 제일 먼저 한국으로 피신했던 목회자 부부가
다시 돌아 왔습니다. 그리고 60세이신 남자인데 고려인여자와 결혼해서 이곳에서
살고 있었습니다. 우리는 저녁식사를 하면서 전쟁이 이곳까지 확대될 때를 대비해서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최근에 전쟁은 더욱더 거칠어진 듯합니다. 요 며칠 전투기와 헬기 이동이 많았습니다.
휴전을 앞두고 서로 간 땅을 더 차지하기 위해 마지막으로 쏟다 붓고 있나 봅니다.
저는 곧 휴전이나 종전이 있을 거라 예견하고 있습니다.
날이 너무나 추워져서 빨리 전쟁이 끝나야 합니다.
저희 아조프 고려인문화학교가 올해 재외동포재단에서 지원금을 받았습니다.
일 년 이백만 원 정도 될 것입니다. 여기를 섬기는 분들이 총 4명입니다.
교장선생님 그리고 노래반과 시니어 반 선생님 로스토프나도누 고려인 도의원 그리고 저
저와 도의원은 자원 봉사입니다.
그래서 지원금을 운영비로 시니어 반 선생님 인건비로
사용합니다. 열약한 환경이지만 그래도 꾸준히 운영되고 있습니다.
저는 주니어 반을 받아 어린영혼들에게 복음을 전하고 있습니다. 조심스럽고 염려되는 부분도
있지만 지혜롭게 전하려고 노력중입니다. 올 초에는 16명이였는데 지금은 7명 정도 됩니다.
한국으로 2명의 학생이 이사 갔고 몇 명은 춤 배운다고 떠났습니다.
나머지 학생 중 한명이라도 복음이 제대로 들어가 훗날 이곳의 리더가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 하겠습니다.
고려인문화학교는 한국대사관 소관이라 복음을 전하는데 있어 러시아교육부기관 학교보다
자유롭습니다. 단 전쟁이야기나 러시아비방만 하지 않고 종교 비화만 하지 않음 되는 것 같습니다. 좀 아쉽다면 대학교 때는 수업시간외에도 자주 만나 친교도 하고 소통도 했는데
여기는 어린이들이라 수업시간 (일주일에 두 번)외에는 소통이나 친교가 어렵다는 것입니다.
저는 12월부터 내년에 강의할 대학교 프로그램을 준비합니다.
대학교에서 세종학당 설치를 원해서 신청서류를 작성하려고 여러 정보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당연히 세종학당이 설치되면 저도 좋습니다. 재정이 넉넉지 않기에 세종학당 운영비로
사역까지 같이 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직접 복음을 전하는 것 매우 중요하지만
미디어 등 여러 플랫품을 이용해 다양한 콘텐츠를 활용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아쉽다면 작은 도시라는 것인데 사실 이것 때문에 세종학당이 안될 수도 있습니다.
저에게 여러 사람들이 왜 시골로 가려고 하냐고 묻습니다. 외국인인 저는 당연히 큰 도시가 좋습니다. 안전하기도 하고 편리하고 다양하고 많은 사람들과 교류할 수 있고
더 많은 기회가 생기겠고 하지만 저는 생각합니다. 저의 이동은 어쩌면 그분들의 간절한 기도에 대한 응답이 아닐까 하고 말입니다.
그 분들은 3년 간 저를 초빙했습니다. 그곳은 작고 가난한 곳입니다.
산업시설이 없어 젊은 사람들은 직업을 찾아 도시를 떠나야합니다.
도시가 작다 보니 입학생들도 점차 줄어들고 있다고 합니다.
주민들도 대부분 몽골계통의 사람들입니다. 도시의 이미지도 나이 먹은 분들이 많다 보니
미래보다는 과거 같은 그런 모습들입니다. 과거에서 미래로 절망에서 희망으로
제가 남은 6개월 그곳에서 사역 잘하도록 준비를 잘하고 또 비자(전쟁이라 취업비자가 좀
까다로워졌습니다)문제가 잘 해결되도록 기도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