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룡파천황 1/6 - 와룡강
제 1 권 목 차 序 章
제 1 장 萬年蔘王의 奇遇
제 2 장 天龍寶典
제 3 장 天龍破天大九式
제 4 장 瀑血修羅劍譜
제 5 장 西施毒后
제 6 장 天龍世家
제 7 장 月夜戀情
제 8 장 血風突然
제 9 장 天龍一寶, 天龍密珠
제 10 장 羅刹碎陽神功
제 11 장 天軍提督府
序 章
무림(武林)-------
피빛(血色) 은원(恩怨)과 야망(野望)으로 점철되어 온 역사(歷史).
수천년 무림사에 있어 바닷가 모래알 만큼이나 많은 영웅기인(英雄奇人)들이 나타났었다.
그러나,
그 많던 영웅기인들, 거마효웅(巨魔梟雄)들-----
그들도 어쩔 수 없는 인간이기에 결국 한줌의 흙으로 돌아갔다.
일세(一世)를 풍미하던 기인들과 풍운(風雲)을 몰아 천하(天下)를 울리던 영웅들이
남긴 것은 다만 허망한 영명(英名) 뿐......
하나 그 영명도 세월과 함께 잊혀졌다.
얼마나 많은 무인(武人)들의 이름들이 천하인들의 입에 오르내렸던가?
하지만...
그 찬란하던 영명들도 차츰 기억 속에 잊혀져 간다.
그러나,
천년 세월이 지났음에도 잊혀지지 않는 이름이 있다.
---천룡대법사(天龍大法師),
오백 년(五百年) 전 서역제일인(西域第一人)이었던 고수,
하나 서역인이었으면서도 그는 중원무림사(中原武林史)에 영원히 남았다.
무종(武宗)------
그는 사상초유의 대무종(大武宗)이었기 때문이었다.
찬란한 이름 천룡대법사(天龍大法師)-----
그는 중원무림에 기나긴 뿌리를 내린다.
하나, 광대한 중원의 역사를 이루어낸 이름들이 또 있다.
무림개사(武林開史)이래 중원을 주도해온 최강의 기인(奇人)들-----
---천외팔대무존(天外八大武尊),
천하최강의 팔인(八人)을 일컫는 말이었다.
아-----!
과연 그들보다 더 강했던 자(者)가 있었던가?
없다.
천외팔대무존이야말로 중원무림의 조종(祖宗)임이 틀림없다.
자하존자(紫霞尊子),
철사대제(鐵獅大帝),
절대마종(絶代魔宗),
태양성군(太陽聖君),
역천사황(逆天邪皇),
만황독존(萬荒毒尊),
천상옥마(天上玉魔),
천간요후(天姦妖后),
아------!
그들의 이름은 핏빛 혈사지장(血史之章)을 차례로 장식한다.
하나 운명(運命)의 장난인가?
아니면 하늘의 오묘한 안배인가?
기이하게도 그들 팔인은 동대(同代)에 무림에 나타났다.
그들은 같은 일백 년(一百年)의 시공(時空) 속에 공존(共存)했던 것이다.
개개인이 모두 능히 천하를 패도할 수 있는 절대무공을 지녔던 그들----
그들은 단지 천하를 팔분(八分)하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던 것이었다.
자하존자(紫霞尊子)
그는 검(劍)에 관한한 조종(祖宗)이었다.
또한 그는 도가기공(道家氣功)의 완성자였다.
수만 갈래로 갈라져 내려온 중원의 검법(劍法)이 그의 일신에 집약되어 발전하였다.
또한,
중원에 뿌리내린 수많은 도가신공(道家神功)들이 그에 의해 종합되고 완성되었다.
그는 검(劍)의 달인(達人)이요 도가조종(道家祖宗)이었다.
그가 천외팔대무존의 으뜸을 차지할 수 있었던 것도 결코 우연이 아니었다.
철사대제(鐵獅大帝)-------
패도(覇道),
그가 추구한 것은 오직 패도지학 뿐이었다.
강기신공( 氣神功)에 있어서 그는 무적이었으며 지존(至尊)이었다.
전설에 의하면 단지 그가 한손 일수(一手)를 듬에 있어서 작은 산(山)이 하나
사라졌다고 했다.
패도지존,
그것은 그를 이르는 말이었다.
태양성군(太陽聖君)-----
그의 무학은 정심하기보다는 박대(博大)하였다.
그가 알고있는 무학은 천외팔대무존의 다른 칠인(七人)이 알고 있는 모든 무공을
합친 것보다 많았다.
그가 연마한 기공만 해도 삼백육심종(三百六十種)이라 하던가?
가히 그의 일신은 무학(武學)의 보고나 다름이 없었다.
절대마종(絶代魔宗),
천상천하(天上天下)의 진정한 마도대종사(魔道大宗師).
중원에 마도의 뿌리를 내린 인물이 절대마종임은 두말할 나위도 없었다.
천만가지 갈래의 마도를 규합, 정리한 마도의 조종.
역천사황(逆天邪皇),
사술(邪術),
사술에 한해서는 역천사황이 그 원류(源流)임을 부인하는 자는 아무도 없다.
육백여 년 전,
각종 사술로써 천하를 희롱하다가 천하인의 공분을 사 멸망한 배교(拜敎).
그 배교의 끔찍한 사술도 알고보면 역천사황의 사술 중 극히 일부가 전해진 것이었다.
별호 그대로 그는 하늘조차 거슬릴 사술을 지닌 인물이었다.
만황독존(萬荒毒尊),
독문사상(毒門史上) 최대최강의 고수이자 최초의 독성지존(毒聖至尊).
그는 만독(萬毒)을 쓸줄 알았으며 천(千)가지 독공(毒功)을 창출해 내었다.
한번 손을 뻗으면 일순간에 백 리(百里) 이내의 생명이란 생명은 모두 암살시켜
버릴 수 있는 가공할 독인(毒人).
그는 독문지존이었다.
천상옥마(天上玉魔),
천하제일의 기재(奇才), 미남(美男).
그러한 말이 모두 그를 지칭하는 것이었다.
그는 하늘의 선택을 받은 인물이었다.
자질과 용모의 걸출함은 무림사상 초유였다.
하나, 아깝게도 그는 사도(邪道)로 흘렀다.
희대의 색마(色魔)!
그를 한번 본 여인(女人)은 아무리 절개가 굳어도 자청하여 정절을 바쳤다.
한번 본 것은 무엇이든 기억하는 기재(奇才), 천하여인을 사로잡는 용모.
그의 색심(色心)에 제물이 된 여인은 수를 헤아릴 수 없을 정도였다.
그의 무학은 잡다하고 그 끝은 알 수 없었다.
색공(色功)또한 가히 무림사의 원조(元祖)였다.
천간요후(天姦妖后),
천외팔대무존 중 유일했던 여인(女人),
그녀는 고금제일의 요녀(妖女)로 통한다.
그 지략(智略)의 간사함은 천외팔대무존의 칠인을 합친 것보다도 무서웠다.
또한, 그녀는 희대의 탕녀(蕩女)이기도 했다.
그녀의 치마폭에 휘감겨 영명을 잃어버린 젊은 기재들이 몇만이던가?
그녀의 음공색계야말로 가히 고금제일이었다.
이렇듯 천하를 풍미하던 천외팔대무존(天外八大武尊)---
한데, 그들이 사라졌다.
그것도 한낱 한시에 흔적도 없이 중원무림에서 사라진 것이다.
과연 그들 팔인의 절대고수에게 무슨 일이 생겼단 말인가?
그 어떤 사건이?
하나 아무도 알지 못했다.
그 이후 세월은 녹수(綠水)처럼 흐르고......
사람들의 뇌리에 그 수수께끼도 차츰 잊혀져 갔다.
한데, 어찌 알았으랴?
그 후 이백 년이 흐른 후,
유례없던 평화시대를 구가하던 중원무림이 갑자기 전례없던 대겁난(大劫難)의
소용돌이 속으로 휘말려 들줄을,
그는 천외팔대무존 중 일인인 절대마종(絶代魔宗)의 후예임을 자처하는 한
마인(魔人)의 손에 의해 펼쳐진 대겁난이었다.
---천마대종사(天魔大宗師),
아!
마도(魔道)가 만들어낸 절대마인인가?
천마대종사는 거대한 마의 세력을 규합, 일거에 천하(天下)를 석권해 버렸다.
천마대종사 악인의 손에 의해 그 전(前)에도 없었고 후(後)에도 없을 사상초유의
마도천하(魔道天下)가 이루어졌다.
아!
정도필승(正道必勝), 사필귀정(事必歸正)의 논리가 그에 의하여 어이없이 허물어지고
말았다.
암흑무림(暗黑武林)......!
아아...... 빛이 없다.... 질식할 것만 같다.....!
무림은 마침내 궤멸되려는가?
영원히 정(正)은 마도(魔道)에 굴복하고 마는가?
무림은 도탄에 빠졌다.
한데, 하늘(天)의 굽어살핌이신가?
아!
삼년(三年)!
천마대종사가 천하를 석권한지 삼 년이 지난 어느날.....!
갑자기 천마대종사는 원인도 모르게 자신의 수천 수하를 거느리고 서역(西域)으로
물러나 버린 것이 아닌가?
절대금지(絶代禁地)인 천마곡으로,
한번 천마곡으로 들어간 천마대종사는 그 이후 어디에도 나타나지 않았다.
대겁난의 혈풍에 휩쓸렸던 무림은 그로 인해 기적적으로 소생할 수 있었다.
대체 왜?
무엇 때문에?
천마대종사가 사라졌는지?
아무도 알지 못했다.
× × ×
한 줄기 싯구(詩句)가 나돌다------
누구의 입(口)에서,
언제부터 나왔는지 알 수 없이 한 줄기 싯구 나돌다-----
東海太陽出 光輝至千歲
鐵獅哮呱起 九州威振崩
丹木血花開 天地潛血香
天龍破天飛 半劍散血香
---동해(東海)의 태양이 떠오르면 그 광휘 천년(千年)에 이르고,
철사(鐵獅)의 포효가 일면 구주(九州)가 위진되어 무너지리니,
단목(丹木)의 혈화(血花)가 피는날 천지는 피의 향기 속에 잠기도다.
아! 천룡(天龍)은 하늘을 무너뜨리고 날며 반검(半劍)이 혈향(血香)을 흩으리라!
팔백 년(八百年(!
무려 팔백 년 간을 인구에 희자되어온 이 싯구(詩句).
그 싯구가 의미하는 것은 무엇인가?
하나 확실한 것은 무림인이라면 그 싯구를 모르는 이는 없다는 것이고 그 싯구가
끊임없이 이어져 내려온다는 것이었다.
아---- 무림(武林)----
돌고도는 피(血)의 바퀴(輪)속에 흐르는 혈겁의 세월.
피의 무림이여.....
강자생(强者生), 약자멸(弱者滅)의 철칙은 언제까지 이어지려는가....?
혈사(血史)는 다시 열리고 있다.
제 1 장 萬年蔘王의 奇遇
양춘지절(陽春之節)-----
봄(春)은 뭇생명(生命)에 활기를 준다.
따사로운 양광 아래 난발한 기화이초들이 초원(草原)을 메우고,
푸르른 초목들은 연이은 산봉(山峯)을 뒤덮는다.
간간이 들리는 산새들의 지저귐.......
계곡을 넘쳐 흐르는 옥수(玉水).......
너무도 아름답고 평화로운 풍광이 양문지절을 수놓는다.
무이산(武夷山)-----
기기묘묘(奇奇妙妙)한 산봉들이 신록의 푸르름을 덮고 널려있는 천하명산(天下名山).
그 누구라도 세속(世俗)의 번거로움을 잊고말 것 같은 선경(仙境)이 그림같이
펼쳐져 있는 곳.
무릉도원이런가?
꿈같은 도원경의 무이산에 문득 일인고영(一人孤影)이 나타났다.
아!
진실로 선인(仙人)이 존재한단 말인가?
나타난 인물,
약관전후의 초탈하기 이를데 없는 청년문사였다.
해맑은 얼굴은 명공의 조각품같이 수려하고,
맑고도 우연하게 빛나는 백색장포를 걸친 청년문사의 인상은 저녁무렵의 잔잔한
호수, 바로 그것이었다.
수려하고 백옥(白玉)같이 하얗게 빛나는 이마 위에는 붉은 홍옥(紅玉)이 박힌
문생건이 씌워져 있으며,
허리에는 주옥(珠玉)으로 단장된 패검(佩劍) 한 자루가 걸려 있다.
딸랑! 딸랑!
청년이 걸음을 옮길 때마다 패검의 수실에 매달려 있는 보옥들이 맑은 옥음을
내며 흔들렸다.
문득,
구름이 흐르듯 걸음을 옮기던 청년이 몸을 세웠다.
그곳은 맑은 옥계가 내려다 보이는 낮으막한 구릉!
구릉과 그에 연한 옥계가 온통 싱그러운 녹음에 뒤덮여 있었다.
"후----- 후! "
청년은 다소의 자조감이 서린 웃음을 흘렸다.
그와 함께,
스------ 윽!
그의 여인의 섬섬옥수같은 우수(右手)가 이마 위로 흘러내린 몇 가닥의 머리카락을
쓸어 올렸다.
너무도 수려한 모습!
옥수임풍(玉樹林風)이 이를 두고 하는 말이리라.
"사마장현(司馬長玄)아.... 아무도 무이산(武夷山)의 풍광(風光)에 취했기로서니
지나온 길마저 잊어버리다니..... "
청년은 자조의 중얼거림을 발했다.
하나, 청년의 태도,
그것은 어디까지나 유유자적, 그것이었다.
그의 유현하게 빛나는 봉목은 한가로움과 경이와 싱그러움으로 가득차 주위를
돌아보고 있지 않은가?
이제 겨우 약관이된 그의 몸가짐은 세속을 초탈한 선인의 자세였다.
세사(世事)에 연연해 하지 않고 삼라만상을 관조하는......
"핫하! 길을 잊었으면 진심으로 무이산인 풍광(風光)에 묻혀서 며칠 지낼
수 있으니 잘된 일이지....... "
청년은 태평스럽게 미소를 지으며 밝은 옥계(玉溪)로 걸음을 옮겼다.
차르르......
한점의 오탁도 없는 계류(溪流)가 매끄러운 수석(水石)을 안고 돌아 흐른다.
청년은 편편한 반석으로 올라 한쌍의 뽀얀 옥수로 계류에 담갔다.
촤르르르......
그리고는 두 손을 모아 상큼한 계류로 얼굴을 가져갔다.
"하하! 시원하구나! 사마일가(司馬一家)에 나를 있게 해주신 부모님들만
아니라면 모든 인연을 잊고 풍수(風水)와 벗하여 살련만.... "
청년은 반석 위에 편한 자세로 앉았다.
물기가 묻은 그의 얼굴은 뽀얗게 떠오른 만월같이 빛났다.
청년 사마장현은 미소를 머금은 채 계류에 노니는 작은 물고기들에게 시선을 주었다.
사마장현은 이내 자신이 처한 환경조차 잊고 자연에 몰입해 갔다.
한순간,
카----- 아----- 악!
한소리 듣기 거북한 괴성(怪聲)이 무이산의 선경을 뒤흔들었다.
"무슨 소린가? "
사마장현은 흠칫 놀라 귀를 기울였다.
잠시 후,
카----- 악!
다시 한번 구를 째는 괴성이 그의 귀를 울렸다.
그것은 가슴을 서늘하게 하는 그런 소리였다.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들리는 소리인데.... "
사마장현은 벌떡 일어섰다.
본능적인 두려움도 있었으나 그보다 호기심이 더 크게 일어났다.
"가보자! "
사마장현은 옷을 털며 괴성이 들려온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카----- 아!
다시 몇 번의 괴성이 더 들렸으며 그 소리는 점점 가까워져 갔다.
곧,
사마장현은 음침한 곡구(谷口)에 이르렀다.
양쪽으로 깎아지른 듯한 석벽이 수십 장 높이로 치솟아 있었다.
사마장현은 크게 호흡을 들이쉬며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그곳은 호리병과 같이 생긴 절곡이었다.
"헉! "
절곡 안으로 들어서던 사마장현의 초탈한 얼굴이 경악으로 물들었다.
절곡 안,
그곳에서는 아주 급박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었다.
카---- 아!
카---- 그!
귀를 찢는 괴성이 절곡을 뒤흔들며,
몸길이가 오 장이 넘는 괴망(怪 )이 발가벗은 어린아이를 덮쳐들고 있지 않은가?
괴망(怪 )!
그것은 실로 끔찍한 모습의 괴물이었다.
길이가 오 장이나 되고 몸통이 한아름이나 되는 몸뚱아리가 시커멓게 빛나는
비늘(鱗)로 뒤덮여 있었다.
머리는 솥뚜껑만하고 등으로는 한 줄기 붉은 선이 그어져 있다.
이마의 중앙에는 별(星)모양의 돌기가 달려 있고,
쩍벌린 아가리에는 세 치가 넘는 독아(毒牙)가 날카롭게 돋아 있었다.
"묵..... 묵린혈망(墨鱗血 )! "
사마장현은 안색이 하얗게 질려 버렸다.
사마장현의 뇌리에 괴이지(怪異志)에서 본 내용이 벼락같이 스치고 지나갔다.
<묵린혈망(墨鱗血 ). >
이는 만년(萬年)을 산다는 전설(傳說) 속의 영물(靈物)이다.
천로(天露)와 영약(靈藥)이 그 먹이고 지극령지(地極靈地)인 동굴에서 살아간다.
일신에 덮인 묵린(墨鱗)은 천하에서 가장 질기다.
무엇으로도 찢기지 않아 갑주(甲鑄)를 만들면 천하의 보의(寶衣)가 되어
도검(刀劍)에 찢기지 않고 수화(水火)를 막아낸다.
또한 영약을 먹고 산 그 피(血)는 천하의 영약이다.
영원히 젊음을 유지시켜 주며 무림인에게는 한 방울로 십년내공을 주는 공효가 있다.
하여, 무림인이라면 눈에 불을 켜고 찾는 묵린혈망이다.
그것이 사마장현의 눈앞에 나타난 것이다.
캬------- 아!
그때,
묵린혈망은 동굴같은 시뻘건 아가리를 벌린 채 발가숭이 어린아이를 집어삼키려
하고 있었다.
"위험하다! "
사마장현은 앞뒤도 가리지 않고 주먹만한 돌멩이를 집어 들었다.
그리고,
"에----- 잇! "
휘----- 익!
석벽가로 몰아넣은 어린아이를 집어삼키려는 묵린혈망의 머리를 향해 힘껏 던져 내었다.
탁!
캬----- 아악!
사마장현이 던진 돌멩이는 모질게 묵린혈망의 아가리를 가격했다.
캬----- 오!
갑작스런 방해를 받은 묵린혈망이 대노하여 홱 돌아섰다.
묵린혈망의 두눈은 시뻘겋게 빛을 발하며 사마장현을 노려보았다.
"웃! "
사마장현은 섬칫하여 주춤주춤 한 걸음 물러섰다.
묵린혈망이 사마장현에게 눈길을 돌리는 순간,
휘----- 익!
발가숭이의 어린아이가 날아 사마장현이 서 있는 곡구쪽으로 달려왔다.
이제 사오세 정도 되었을까?
옥으로 빚은 듯이 귀여운 옥동(玉童)인데 뽀얀 서기(瑞氣)가 전신을 두르고 있었다.
그뿐 아니라 아이의 몸에서는 폐부를 시원하게 해주는 방향이 풍겼다.
(아이가 허공을 날다니.... )
사마장현이 놀라는 사이 어린아이는 사마장현의 오장 앞으로 달려왔다.
"아가야! 이리 오너라! "
사마장현은 아이를 보호할 양으로 마주 달려가 아이의 손목을 쥐어갔다.
휘----- 익!
하나 웬일인지 아이는 질겁을 하며 그의 손을 피했다.
"왜 그러느냐? "
사마장현은 의아해하면서도 급히 아이의 한쪽 손목을 잡아챘다.
그 순간,
"아----- 앙! "
찢어지는 듯한 어린아이의 울음소리가 들리고,
화르르르.....!
어린아이의 몸뚱이가 연기로 흩어지며 사마장현의 벌린 입속으로 빠려 들었다.
"윽! "
어린아이의 몸이 연기로 녹아 입속으로 들어가자 전신이 불구덩이에 들어간 듯이
화끈 달아 올랐다.
그리고,
툭-----!
사마장현의 발앞으로 빈 껍질만 남은 인형삼근(人形蔘根)이 떨어졌다.
"큭.... 만.... 만년삼왕(萬年蔘王)이었다니.....! "
고통 속에서 사마장현은 경악성을 발하며 휘청거렸다.
아!
어린아이......
그것은 인간의 아이가 아니고 만년삼왕(萬年蔘王)의 영정(靈精)이었던 것이다.
본시,
만년삼왕(萬年蔘王)이나 만년하수오(萬年河首烏)가 만년 이상 묵게 되면 영성
(靈性)을 지니게 된다.
그래서 어린아이의 형태로 변하여 스스로 움직이게 되는 것이다.
사마장현!
그는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엄청난 기연(奇緣)을 만난 것이다.
만년삼왕(萬年蔘王).
그 무궁무진한 공효를 어찌 필설로 다 형언할 수 있겠는가?
만독(萬毒), 만병(萬病)을 퇴치할 수 있고,
수명이 몇배로 늘어나며 영원히 청춘을 간직할 수 있다.
그 뿐인가?
무공을 익히게 되면 아무리 써도 바닥이 나지 않는 무궁한 공력(功力)을 주게 되는 것이다.
사마장현은 생각지도 않게 이런 만년삼왕의 영정을 복용하게 된 것이다.
하나,
"크------- 윽! "
우선 당장 사마장현은 전신이 터져나가는 듯한 고통에 몸부림쳐야 했다.
만년삼왕의 극강한 약력이 가공할 잠력으로 사마장현의 몸에 파고드는 때문이었다.
캬----- 아!
다 잡았던 만년삼왕을 사마장현에게 빼앗긴 묵린혈망은 대노했다.
카----- 르르!
쏴----- 아!
묵린혈망이 시뻘건 아가리를 딱 벌린 채 사마장현에게 쇄도해 왔다.
그때 사마장현은 만년삼왕의 약기로 전신이 터지는 듯한 고통이 몰려와 정신이 없었다.
그런 중에서도 사마장현은 위기를 직감했다.
"이..... 이놈의 미물이.....! "
차----- 창!
정신이 혼미한 중에 사마장현은 차고 있던 패검을 뽑아 들었다.
"우------ 욱! "
일단 힘을 쓰자 사마장현의 두 팔로 엄청난 잠력이 일었다.
그것은 만년삼왕의 약력이 일으키는 잠력이었다.
"물러나랏! "
위------ 잉!
패검은 달려드는 묵린혈망의 머리를 향해 폭포가 쏟아지는 기세로 날아갔다.
사마장현이 후두른 일검에는 족히 천근의 무게가 실려 있었다.
하나!
묵린혈망이 어떤 괴물인가?
카----- 캉!
파----- 가각!
캬------ 아!
고통스런 묵린혈망의 비명이 일었으나,
그대신 묵린혈망을 후려친 사마장현의 패검이 박살나 나버렸다.
묵린혈망의 가죽은 천하에서 가장 질긴 보물이 아닌가?
"크..... 이럴 수가......! "
패검이 박살나자 사마장현은 아연하여 물러났다.
캬---- 아!
그틈을 노리고 묵린혈망은 사마장현을 덮쳤다.
"크---- 윽! 네..... 네놈이.... "
사마장현은 뼈가 부서지는 고통에 신음을 토해야만 했다.
묵린혈망의 거대한 몸뚱이가 사마장현을 휘감아 버린 것이다.
캬----- 오!
그리고는 묵린혈망은 시뻘건 입을 벌려 사마장현의 머리를 깨물어왔다.
"이.... 익! 네놈에게...지지 않는다! "
사마장현은 본능적으로 묵린혈망의 목을 움켜 쥐었다.
우르르......!
어디서 생겼는지 대해같은 잠력이 그의 두 팔로 몰려 들었다.
캬----- 아!
천하의 묵린혈망도 숨통이 막히는지 고통스럽게 비명을 질렀다.
하나,
만년삼왕이 일으키는 잠력은 만년삼왕 전체공효의 백분지 일도 안되는 것이다.
무공이란 것은 거들떠 보지도 않던 사마장현이 만년을 살아온 묵린혈망의 괴력을
당할 수는 없다.
"크----- 으! "
캬-------- 아!
묵린혈망이 용을 쓰자 사마장현은 척추를 비롯한 전신골격이 가루로 부서지는
고통을 느꼈다.
그와 함께,
새---- 액!
묵린혈망의 시뻘건 아가리가 점점 사마장현의 머리로 다가왔다.
"크----- 으! "
사마장현의 두 팔이 전력을 다해 버텼으나 그의 팔은 점차 구부르졌다.
설상가상으로,
만년삼왕의 약기가 뇌수까지 치밀어 정신마저 혼몽해져왔다.
"으.......! "
이를 악문 그의 눈앞으로 묵린혈망의 아가리와 번뜩이는 독아(毒牙)가 점점
크게 확산 되어왔다.
"으...... 이대로 당하고 마는가? "
사마장현은 신음하며 점차 정신을 잃어갔다.
정신을 잃으면서도 그의 두 손은 여전히 묵린혈망의 목을 움켜쥐고 있었다.
과연.....
그는 이대로 묵린혈망의 먹이가 되고 말 것인지.......?
제 2 장 天 龍 寶 典
"크------ 윽! "
돌연 쥐어짜는 듯한 신음이 허공에서 울러퍼졌다.
그리고,
후드득,
허공에 피그림자가 퍼지며 하나의 혈영(血影)이 절곡으로 떨어져 내린다.
쿠---- 쿵!
지면으로 내려서는 순간,
그 인물은 피를 뿌리며 모질게 지면으로 나뒹굴었다.
"크으.... 쓰러져서는 아니 되는데.... "
폐부가 찢어지는 고통스런 목소리가 나며 혈인(血人)은 사력을 다해 몸을 일으켰다.
혈인(血人).
아!
너무도 끔찍했다.
전신이 수백 수천 개의 자상(刺傷)으로 난자당하여 선혈이 빗물같이 흘러내렸다.
가슴이 쩍 갈라져 늑골과 심장의 조각이 흘러내리고,
찢겨져 입을 쩍 벌린 복부에서는 마디마디 끊어진 내장이 부스러기가 되어 떨어진다.
어찌.....
어찌 인간이 이런 모습으로 살아 있을 수 있는가?
혈인의 몸에는 청색 경장이 걸쳐져 있으나,
청색경장은 혈포가 된지 오래였다.
그의 시뻘건 두눈에서는 처절한 분노가 줄줄히 흘렀다.
"크으.... 분하다. 그놈들이 비겁하게 무형추혼산(無形追魂散)으로 암습할 줄이야. "
광기를 띈 한과 분노가 사위를 얼린다.
혈인, 그를 지탱해 주고 있는 것은 강인한 정신력과 처절한 분노였다.
그것이 없었다면 혈인의 몸뚱이가 시신으로 나뒹군 것은 이미 오래 전이었으리라.
"크크..... 중독되지만 않았어도 천존사위(天尊四衛) 정도에게 당하지는 않았다. "
혈인은 이를 갈며 간신히 몸을 세웠다.
그 상태에서도 그의 오른 손에는 한 자루 검(劍)이 굳게 쥐어져 있었다.
본래는 검중지왕(劍中之王)의 품위로 지닌 보검(寶劍)이었으나,
아주 강한 내가기공과 충돌하여 반동강이 나 있었다.
"크하하... 나.... 천룡검황(天龍劍皇)이.... 이토록 어이없이 쓰러져야.... 하다니. "
돌연 괴인은 처절하게 광소를 터뜨렸다.
천룡검황(天龍劍皇).
이것이 혈인의 별호인가?
검(劍)의 황(皇)이라 불릴 수 있는 인물,
"오오.... 하늘... 하늘(天)이시여.... 당신은.... 정녕코 천룡세가(天龍世家)의
멸문을 바라셨나이까? 천룡세가가 사라진 중원무림(中原武林)에 불어닥칠 혈풍의
겁난을 어찌하란 뜻이오이까...... "
혈인, 천룡검황은 하늘을 우러르며 피를 토하는 절규를 토했다.
"크........! "
한 모금의 선혈이 내장조각과 함께 천룡검황의 입가로 흘러내리고,
쿠------ 웅!
그통에 천룡검황은 다시 모질게 지면에 나뒹굴었다.
선혈이 확 튀어 바닥이 선혈로 물들었다.
"크----- 으! "
천룡검황은 찢어진 살조각을 움켜쥐며 간신히 상체를 일으켰다.
이어, 그는 반검(半劍)을 짚어 몸을 일으켜 세웠다.
실로 처절한 모습이 아닐 수 없었다.
"크흐흐.... 설사 하늘(天)이 본 세가를 버렸다해도 본인... 천룡검황은 이대로
주저앉지 않는다..... 천룡(天龍)의 오백 년 기업을..... 수포로 돌릴 수는.....
없다. "
천룡검황은 부서져 흐르는 내장을 뱃속으로 구겨 넣으며 비틀비틀 절곡 안으로 들어섰다.
뚝! 뚝!
그가 일 보를 움직일 때마다 그의 몸에서는 한 사발의 선혈이 흘렀다.
(죽음(死)이...... 다가온다. )
천룡검황의 두 눈이 고통스럽게 빛났다.
"헛! "
이윽고 절곡으로 들어서던 천룡검황은 김빠지는 신음을 토했다.
천룡검황은 절곡 중앙에서 벌어지는 위급한 광경을 발견한 것이다.
절곡 중앙에 거대한 괴망(怪 )이 한 명의 청년을 휘감고 있었다.
청년은 바로 사마장현이었다.
"묵..... 묵린혈망(墨鱗血 )이 있다니! "
천룡검황의 전신이 경악으로 떨렸다.
캬----- 오!
묵린혈망은 막 사마장현을 집어 삼키려 하고 있었다.
그러나,
사마장현이 정신을 잃은 중에도 굳게 묵린혈망의 목을 거머쥐고 있어서 묵린혈망은
금방 사마장현을 집어 삼키지 못했다.
사마장현을 바라보던 천룡검황의 눈에 경탄의 빛이 흘렀다.
"정신을 잃고도 묵린혈망의 목을 놓지를..... 않다니... 범인(凡人)이 흉내낼 수
없는 정력(定力)이다! "
천룡검황의 사색(死色)이 깃든 혈안(血眼)에 기광(奇光)이 흘렀다.
"크흐흐.... 하늘이..... 본황을 끝까지 버리지는... 않는구나. 천룡의 혈한을
갚아줄 기재를 죽음에 맞아 보내주시다니..... "
천룡검황은 비틀거리며 묵린혈망과 사마장현이 뒤엉켜 있는 곳으로 다가갔다.
캬-------- 아!
천룡검황을 발견한 묵린혈망은 서둘러 사마장현을 삼키려고 힘을 가했다.
우두둑!
사마장현의 팔에서 뼈가 어긋나는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사마장현의 팔이 굽어지며 그의 머리가 묵린혈망의 입속으로 들어갔다.
천룡검황은 비틀거리며 묵린혈망과 삼 장을 격하고 몸을 세웠다.
다죽어가던 그의 두눈에서 휘황한 광채가 일어났다.
그것은 죽음이 다가오는 징조인 회광반조(廻光返照)가 아닌가?
"흐흐..... 원영지기(元靈之氣)마저 끌어올린다면... 한번 정도 더....
천룡파천검강(天龍破天劍 )을 펼칠 수 있다! "
위----- 잉!
천룡검황이 쳐든 반검(半劍)에서 휘황한 검강(劍 )이 일어나고....
그의 입가에 한 가닥 자부심어린 미소가 떠올랐다.
"흐흐.... 천룡파천검강은 천하제일(天下第一)이다. 묵린혈망의 가죽이 제
아무리 질겨도 뚫고 들어가 그 내부를 박살내리라! "
묵린혈망의 가죽을 격하고 내부를 박살내다니.......!
위------ 잉!
천룡검황이 두 손으로 움켜쥔 반검에서는 마주 바라볼 수 없는 찬란한 검강이 일어났다.
"부디.... 본황의 뜻을 알아.... 저 청년이 천룡세가의 심원을 풀어주기를 빌 뿐이다. "
우----- 웅!
츠츠츠!
천룡검황의 몸마저 찬연한 검강에 가려졌다.
그리고,
"차----- 핫! 가랏! "
검기 속에서 천룡검황의 폭갈이 터졌다.
푸----- 학!
쐐----- 액!
가공할 검기가 묵린혈망의 허리로 향해 날아들었다.
그때 사마장현은 목까지 묵린혈망의 입속으로 들어가 있었다.
파----- 카캉!
케------- 엑!
처절한 비명이 터졌다.
아름드리의 묵린혈망의 허리부분이 무너져 내려 즉사한 것이다.
쿠---- 웅!
묵린혈망은 사마장현의 목을 문채로 힘없이 나뒹굴었다.
가죽이 찢기지는 않았으나 극강한 검기가 묵린혈망의 내부를 박살낸 것이다.
"그대만.... 믿는다.....! "
차----- 앙!
쿠----- 웅!
그와 함께 천룡검황이 반검을 떨어뜨리며 뒤로 넘어졌다.
"하늘의..... 안배....를..... 믿는다......! "
천룡검황이 힘없이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향..... 향(香)아..... 애비....를 용서.... "
털썩!
천룡검황의 목이 힘없이 옆으로 떨구어졌다.
휘르르......!
산풍이 불고,
절곡에는 다시 적막이 찾아 들었다.
× × ×
(으........! )
얼마나 시간이 지났는지 모른다.
사마장현은 정신을 차렸다.
온몸에 활화산같은 힘이 넘치고 얼굴 전체가 끈적끈적한 것으로 뒤덮여 있다.
"윽! "
눈을 뜨자 끈끈한 액체가 흘러들며 못 견디게 따가왔다.
(이곳이 어디지? 유부(幽府)인가? )
한동안 몸을 움직이지 않고 전후사정을 생각해 보았다.
그리고 그는 자신이 어디에 있는 줄 알았다.
"아! 묵린혈망의 입.... 억! "
입을 벌리는 순간,
폭포가 쏟아지듯 끈끈한 액체가 그의 입안으로 쏟아져 들어왔다.
그것은 바로 묵린혈망의 선혈이었다.
"어----- 헉! "
숨을 쉴 수가 없었다.
코로 입으로 묵린혈망의 선혈이 그의 목구멍으로 쏟아져 들어왔다.
그리고 몸속으로 들어간 묵린혈망의 선혈은 즉시 거창한 잠력으로 변했다.
"크...... 질식하겠다! "
우드득!
사마장현은 다급히 묵린혈망의 입에서 몸을 빼내었다.
그의 얼굴은 온통 묵린혈망의 보혈로 뒤덮이고 그는 배가 터질지경으로 그
피를 마신 후였다.
엉겁결에 그는 만년삼왕에 버금가는 기연(奇緣)을 얻은 것이다.
만일 사마장현이 절정의 내공심법을 얻는다면 단시일내에 막강한 공력을 얻게 될 것이다.
그것은 실로 엄청난 기연이요, 기우(奇遇)였다.
남들이 천세(千世)에 한번 만나기 힘든 절대기연을 사마장현은 한 번에 두 가지나
얻은 것이다.
묵린혈망의 피를 얼굴에서 닦아낸 그의 눈에 허리가 부러져 즉사한 묵린혈망의
시신이 들어왔다.
"묵린혈망이 어째서 죽음을 당했는가? "
그는 검미를 모으며 주위를 돌아 보았다.
"엇! 웬 시신이..... "
그는 천룡검황의 시신을 발견하고는 급히 다가갔다.
천룡검황의 몸은 이미 싸늘히 식어 있었다.
"지독.... 하군. 어쩌다 이런 상처를 입었는가? "
사마장현은 끔찍한 천룡검황의 시신을 보고 혀를 내둘렀다.
천룡검황이 입은 상처는 범인(凡人)이라면 열 번은 죽었을 중상이었던 것이다.
이어,
그의 눈에 부러진 반동강의 보검이 눈에 들어왔다.
"으음.....! "
사마장현은 신음성을 발하며 반동강의 검을 집어들었다.
<천룡(天龍). >
"천룡검(天龍劍)! "
사마장현은 부르르 떨었다.
천하제일기재(天下第一奇才)로 불리던 그다.
사마장현의 뇌리에 전후사정이 눈에 본 듯 선하게 떠올랐다.
"이분 고인(高人)께서 중상을 입으신 상태에서도 나를 구하고 타계하셨다. "
사마장현의 추리는 마치 직접 본 듯이 정확했다.
"소생! 사마장현, 은공의 은혜, 결코 잊지 않겠습니다! "
사마장현은 천룡검황의 시신에 삼배를 올리고 그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았다.
"은공께서 미생의 목숨을 구해주셨으니 은공의 친인에게 그 천배 만배로 갚아
드리겠습니다! "
사마장현은 엄숙한 신색으로 천룡검황의 유체를 내려다 보았다.
천룡검황의 얼굴은 비록 피로 물들었으나 보면 볼수록 범상치 않은 모습이었다.
(은공께서는 강렬한 극독에 중독 당하신 채 많은 적에게 피습당하셨다. 중독되지만
않으셨어도 남의 손에 당하실 분이 아니셨거늘..... )
사마장현의 안색이 무겁게 가라 앉았다.
"은공의 신분을 알 수 있는 신물(信物)을 지니고 계시는지 모른다. "
사마장현은 조심스럽게 천룡검황의 품속을 뒤졌다.
곧,
사마장현의 손에 묵직한 피낭이 잡혔다.
"책(冊)이 들어있는 것 같군! "
사마장현은 역시 피로 물든 하나의 묵직한 피낭을 꺼내들어 들여다 보았다.
피낭 안에는 비단으로 엮어 만든 한 권의 비급과 둥그런 자옥패(紫玉牌)가 들어 있었다.
사마장현은 조심스럽게 비급과 옥패를 집어 들었다.
둥근 옥패에는 한 마리 천룡(天龍)이 구름을 뚫고 날아 오르는 형상이 정교하게
조각되어 있었다.
"천룡자옥패(天龍紫玉牌). 천룡(天龍)이 은공의 신분과 관련이 있는가? "
사마장현은 천룡자옥패를 자세히 들여다 보았다.
보면 볼수록 훌륭한 조각이었다.
이어 그는 비급을 집어 들었다.
붉은 비단의 겉표지에는 용사비등의 서체로 비급의 제목이 적혀 있었다.
<천룡보전(天龍寶典). >
"천룡보전(天龍寶典)! 무공비급(武功秘 )인가? "
사마장현은 그 비급이 적어도 수백 년 전에 만들어진 것을 알았다.
비급은 여러사람이 본 듯 반질반질하게 손때가 묻어 있었던 것이다.
사마장현은 겉장을 넘겼다.
그곳에는 아주 웅휘한 필체의 글이 한줄 적혀 있었다.
<서천검성(西天劍聖)이 적어 후세(後世)에 남긴다. >
"서천검성(西天劍聖)? "
사마장현은 호기심이 일어 그다음 장을 넘겨 보았다.
<천룡대승신공(天龍大乘神功). >
큼직한 제목이 적혀 있고 그 아래로 아주 난해하고 오묘한 구결이 적혀 있었다.
그 구결은 모두 열장분량이었다.
비록 열장분량이긴 하지만 그 안에 삼라만상의 모든 이치가 함축되어 있었다.
사마장현은 진결(眞訣)을 읽어나가며 경이로움에 사로잡히지 않을 수 없었다.
천하의 모든 학문은 통달했다고 자부하는 사마장현이다.
하나, 그는 자신의 안목이 너무나 보잘 것 없음을 통감해야 했다.
그만큼 천룡대승신공(天龍大乘神功)은 오묘한 것이었다.
무공에는 문외한인 사마장현이지만 그것을 느낄 수 있었다.
천룡대승신공의 진결을 모두 읽은 사마장현의 안색이 붉어졌다.
"부끄럽다. 무공(武功)이란 하류잡배들의 잔재간이라 믿어온 나의 좁은 안목이 부끄럽다! "
사마장현은 진심으로 자신이 부끄러워짐을 느꼈다.
"무공이란 것도 학문과 마찬가지로 도(道)를 추구하는 것임을 이제야 알겠다. "
사마장현은 중얼거리며 천룡대승신공의 끝부분에 적힌 글에 시선을 주었다.
<천룡(天龍)의 무공은 모두 천룡대승신공(天龍大乘神功)을 기반으로 한다. 천룡대승신공은
사부인신 천룡대법사(天龍大法師)께서 밀종비전(密宗秘傳)을 통합하여 만드신 신공
(神功)이다. 후인들은 필히 천룡대승신공을 연성한 후에 여타의 무공을 익혀야 할
것이다. >
<천룡대법사(天龍大法師). >
무림인이 이 이름을 접했으면 너무도 놀라 정신을 잃을 것이나 사마장현은 이
위대한 이름조차 알지 못한다.
"이글도 서천검성(西天劍聖)이란 분이 남기셨으리라! "
사마장현은 중얼거리며 다음장으로 시선을 옮겼다.
제 3 장 天 龍 破 天 大 九 式
<검(劍)은 만병(萬兵)의 으뜸이라. 이에 검(劍)으로 끝(終)을 맺노라. >
"지독히도 검(劍)을 사랑하셨던 분인 모양이군. "
사마장현은 시선을 옮겨갔다.
서천검성(西天劍聖)이란 인물의 글이 계속 이어져 있었다.
<본 검성(劍聖)은 확신한다. 고금(古今)을 통틀어 천룡검식을 능가할 검법은 전무
하다고.... 다만 오백 년 전의 일대검성(一代劍聖)이었던 천외팔대무존(天外八
大武尊) 중 자하존자(紫霞尊子)의 자령팔검(紫靈八劍)만이 천룡검식에 비견될 수
있으리라. >
"고금제일(古今第一)이라.... 자부심이 강한 분이셨군! "
사마장현의 검미가 찌푸러졌다.
인생 백 년은 억겁의 장구함에 비하면 수유와도 같은 것.
어찌 보잘 것 없는 인생을 살면서 고금제일(古今第一)을 자신할 수 있겠는가?
이것이 그의 생각이었기 때문이다.
하나,
"아.......! "
다음장을 넘기는 순간 사마장현은 안색이 경이로움과 찬탄으로 뒤바뀌었다.
<천룡파천검강진수(天龍破天劍 眞髓). >
<천룡검식은 천룡파천검강(天龍破天劍 )을 바탕으로 한다. 천룡파천검강이 없는
천룡검식은 존재가치가 없다. >
그것은 너무도 날카롭고 패도적인 검강기공(劍 奇功)의 구결이었다.
찬연한 검강(劍 )이 천룡이 승천하듯 퍼져 나가면 아무리 강한 물건이라도
내부로부터 박살나고 만다.
강(剛)과 예(銳)가 천룡파천검강의 요결이며 묘용이었다.
천룡파천검강은 그 날카로움으로 사마장현의 무학에 대한 선입감을 갈가리 찢어
놓고 말았다.
"이... 이것이 무공(武功)인가? 정녕코 학문외에도 이런 심오한 이치가 존재했다니..! "
사마장현은 경이로움에 사로잡혀 단숨에 천룡파천검강을 읽어 내려갔다.
<천룡파천대구식(天龍破天大九式). >
천룡파천검강의 진결 다음으로 도해(圖解)가 곁들인 구식(九式)의 검결(劍訣)이
적혀 있었다.
천룡보전(天龍寶典)의 대부분은 바로 천룡파천대구식의 검결을 이루고 있었다.
"천..... 천하에 이런 검식이 존재하였다니......! "
도해와 검결을 읽어내려가며 사마장현의 안색은 온통 경악으로 물들었다.
그는 자기가 처한 위치도 잊어 버린 채 천룡파천대구식에 몰두 하였다.
천룡파천대구식(天龍破天大九式).
이는 사천검성이 고금제일이라고 자부하기에 전혀 부족함이 없는 검법이었다.
천룡파천검식은 전육식(前六式)과 후삼식(後三式)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전육식(前六式).
제 일식(第一式) 천룡출운(天龍出雲),
제 이식(第二式) 천룡신사(天龍神射),
제 삼식(第三式) 천룡참마(天龍斬魔),
제 사식(第四式) 천룡자해(天龍刺海),
제 오식(第五式) 천룡번천(天龍飜天),
제 육식(第六式) 천룡전륜(天龍轉輪),
이것이 천룡파천대구식의 전육식(前六式)이니,
초식의 치밀함은 만상(萬象)을 뒤덮기에 충분하며,
그 예리함과 패도적임은 태산을 무너뜨리고 창해를 뒤덮기에 부족함이 없다.
사마장현은 경악과 경이로움으로 이제 탄성을 지를 수도 없게 되었다.
하나, 전육식은 후삼식(後三式)에 비교할 수 조차 없었으니......
서천검성이 천룡검식을 고금제일이라고 자부한 것은 그 후삼식의 절대신초
(絶代神招)를 바탕으로 하였음을 그는 깨달아야 했다.
---후삼식(後三式).
천룡멸겁파(天龍滅劫破),
천룡천승비폭류(天龍天乘飛瀑流),
만겁천룡파천무(萬劫天龍破天舞),
이것이 천룡파천대구식의 후삼식,
한 마디로,
신(神)의 검학(劍學)이라고밖에 달리 표현할 수 없는 검식,
천세(千世), 억겁(億劫)을 통하여 가장 완벽한 검식이 이것인 것이다.
이는 이미 형(形)만이 아니었다.
뜻(意)이 가는 곳에 마음(心)이 가고,
마음(心)이 이는 순간 이미 검(劍)이 기(氣)를 몰아 적의 심장을 가르는 것이다.
이를 일컬어 이심제기(以心制氣), 심즉살(心卽殺)의 경지라 한다.
"..........! "
사마장현은 한동안 천룡보전(天龍寶典)에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그가 꿈에도 상상치 못했던 충격이 엄습한 때문이다.
그러나,
그 충격에서 이내 상쾌하고 가슴 떨리는 희열로 변해갔다.
구도자(求道者)가 신천지를 발견한 심정이 바로 이러 하리라.
"모든 무학이 이와 같다면.. 나는 실로 너무도 어리석은 정저지와(井低之蛙)였으리라! "
사마장현은 떨리는 가슴을 가라앉히며 천룡보전을 곱게 접었다.
그리고는 천룡검황의 시신에 머리를 숙였다.
"은공께서 큰 한을 지니셨다면 미생이 대신 풀어 드릴 것이며 깊은 원(怨)이
계셨다면 미생의 손으로 받아내리다. "
그는 천룡검황의 유체에 일배를 하고 경건한 자세로 일어났다.
천룡검황의 피에 젖은 안면에 미소가 떠오르는 듯 하지 않는가?
사마장현은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벌써.... 황혼이군! "
이미 서천(西天)이 노을로 붉게 달아올라 있었다.
문득,
"소야(少爺)! 여기 계셨군요. "
곡구(谷口)에서 걸걸한 음성이 들렸다.
쿵쿵쿵!
지축이 울리며,
한 명의 팔 척 거한(八尺巨漢)이 사마장현을 향하여 달려오고 있었다.
두 어깨는 곰의 어깨같고 허리는 맹호같으며 두 다리는 사자의 그것 같았다.
마치 동(銅)으로 빚은 듯한 거구의 장한이었다.
"거산(巨山)..... "
사마장현은 달려오는 장한에게 고개를 끄덕이며 훈훈한 미소를 지어 보냈다.
"아..... 아니... 소야(少爺)! 이게 어찌된 일입니까? "
장한은 피투성이가 되어 있는 사마장현의 행색을 보고 질겁을 했다.
그의 우직한 얼굴에는 자기의 작은 주인에 대한 뜨거운 염려와 충정이 깃들어 있었다.
"거산(巨山).... 별일 아니니.... 걱정말아라! "
사마장현은 거산의 어깨를 툭툭치고 시선을 천룡검황에게로 돌렸다.
(반나절 동안 헤어져 계신동안 태산(泰山)같이 변하시다니..... )
거산은 두 눈이 휘둥그래져서 자기 주인을 바라 보았다.
사마장현,
오늘 아침까지만 해도 그는 그저 초탈한 일대 백면서생이었다.
한데,
지금의 그에게서는 태산을 보는 듯한 은은한 기도가 풍기지 않는가?
거산은 그런 주인의 변화에 놀라는 것이다.
휘르르르-----!
삭풍이 불어 두 청년의 옷깃을 날리고 이어서 혈향(血香)을 몰아 스쳐갔다.
× × ×
황강(黃岡),
무창(武昌)에서 동쪽으로 이백여 리 떨어진 풍광좋은 시진이다.
황강(黃岡)은 장강(長江)에 연하여 있어 제법 변화한 포구의 역할도 한다.
황강을 특히 유명하게 하는 것은 장강 팔십 리에 걸쳐 펼쳐진 갈대밭이다.
그 안에 서면 하늘과 땅이 온통 갈대라고 하지 않던가?
가을(秋),
계절의 수레바퀴는 인세의 애환을 아랑곳 않고 쉬임없이 돌아간다.
봄(春)인가 했더니 여름(夏)이 지쳐서 가을(秋).
가을도 깊디깊은 만추(晩秋),
황강의 교위에 아담한 장원(莊園)이 있다.
삼천 평 정도의 그리 넓지 않은 대지 위에 자리한 장원은 아담한 가운데 고아한
풍취가 풍겼다.
<추강원(秋江院). >
장원의 이름이다.
황강(黃岡)의 주민들은 모두 추강원의 주인을 안다.
천군제독(天軍提督) 사마천(司馬天).
나는 새(鳥)도 떨어뜨린다는-------
당금 천하제일세도가(天下第一勢道家)가 추강원(秋江院)의 주인이다.
이곳이 바로 천군제독부(天軍提督府)의 가을 별장(別莊)인 것이다.
천군제독 사마천은 중임(重任)을 맏고 있어 추강원에 들르는 일은 거의 없다.
다만,
반년 전부터 천군제독부의 소주인(少主人)이 추강원에 머물고 있을 뿐이었다.
추강원(秋江院)의 후원,
약간 높직한 가산(假山)위에 한 채의 정자가 서 있다.
정자에 서면 추강원의 담장너머로 바다같이 펼쳐진 갈대밭이 보인다.
가을인지라 하얀 갈대꽃이 흐느끼듯 추풍(秋風)에 흔들리고 있었다.
그것은 수많은 양떼가 움직이고 있는 듯한 장관이었다.
정자의 중앙,
하나의 포단이 있고,
포단 위에 백삼을 걸친 선인의 풍모를 지닌 청년문사가 단좌하고 있다.
스스스-----
위---- 잉!
청년문사는 두눈을 감고 있는데 그의 몸주위로 해맑은 불광(佛光)이 우러나오고 있다.
그리고,
정자 뒤에는 철탑(鐵塔)같은 거한(巨漢)이 우뚝 서서 청년을 지키고 서 있다.
팔 척 거한은 경이의 눈빛으로 청년을 바라보고 있었다.
"소야(少爺)께서는 참으로 신인(神人)이시다. 저 작은 체구에서 나에 못지 않은
신력(神力)을 내시다니... "
거산(巨山).
그는 천생신력(天生神力)을 지니고 태어났다.
그것은 만 근인 주석도 한 손에 들어 올릴 수 있을 정도의 대단한 것이었다.
거기다가 그는 절정의 외문기공(外門奇功)을 익혔다.
지금 그는 십만 근의 쇳덩이로 백 장 밖으로 집어던질 수 있는 천하제일의 힘을
지니고 있는 것이다.
"반년 동안... 작은 주인님은 너무도 변하셨다. "
거산의 우직한 눈에 청년문사인 그리 크지 않은 뒷 모습이 산(山)으로 보이는
것은 웬일일까?
문득,
스---- 윽!
위------ 잉!
뇌전(雷電)보다 빠르며,
만근의 무게가 실린 찬연한 강기( 氣)가 정자 밖으로 폭사되었다.
파가----- 각-----!
즉시 십 장 밖의 만근의 거석이 두동강으로 잘려 나갔다.
그 강기는 청년문사가 내뻗은 반동강의 보검에서 내뻗친 것이다.
스스스-----
한번 반검을 내친 청년의 몸이 가부좌를 튼채 허공으로 붕 떠 올라 정원으로 날아갔다.
콰르르르-----
위----- 잉------!
돌풍이 몰아쳤다.
날아오른 청년의 몸에서 강맹한 경기가 일어 폭풍을 일으킨 것이다.
그리고,
"천룡멸겁파(天龍滅劫破)! "
푸----- 학!
검기만천지(劍氣滿天地)!
새파란 검기가 돌풍같이 일어나 십 장 방원을 뒤덮었다.
모든 것을 갈가리 찢어 놓을 정도로 가공할 검세였다.
콰----- 자작!
우탕탕----
쿠------ 쿵!
돌(石)이고 나무(木)고 할 것 없이 한번 검기가 휘몰아 치자 모조리 박살이 나서 흩어졌다.
한치반 길이의 검신만 남은 반검(半劍)이 일으켰다고 믿기 힘든 위세였다.
화르르-----
주춤하던 청년의 신형이 날아오르는 천룡(天龍)같이 치솟고,
"천룡천승비폭류(天龍天乘飛瀑流)! "
한 마디 청청하던 외침이 후원을 뒤흔들고,
위----- 잉!
파츠츠츠츠------
추풍같이 새파랗고 예리한 검강(劍 )이 이십 장을 치솟았다.
일검에 천지를 함몰시킬 가공스런 검세였다.
하나,
스------ 슥!
검강이 안개와 같이 스러지고,
"으------- 음! "
검법을 펼치던 청년이 안색이 하얗게 변하여 지면으로 떨어졌다.
검세가 이어지지 않자 진기를 이끌고 내려한 때문일까?
"소야(少爺)! "
거산이 급히 달려왔다.
"거산! 괜찮다. "
안색이 창백하여 손을 젓는 청년은 바로 사마장현이란 청년이었다.
"흐음.... 삼갑자가 넘는 내공을 지니고 반년을 고심했지만... 어찌 천룡멸겁파
이상은 펼칠 수 없는가? "
사마장현은 검미를 모으며 침음했다.
무이산에서 기연을 얻은 것이 반년 전의 일,
사마장현은 천룡대승신공을 참수하여 삼갑자의 내공을 얻었다.
삼갑자(三甲子),
무림인이라면 아연하고말 기고한 내공이었다.
하나, 그것은 사마장현이 얻은 기연을 반도 채 자기 것으로 소화 못한 것이다.
그의 몸에는 아직도 대부분의 만년삼왕(萬年蔘王)의 영정(靈精)과 묵린혈망
(墨鱗血 )의 보혈이 녹지 않고 남아 있다.
만년삼왕(萬年蔘王)과 묵린혈망(墨鱗血 )의 보혈(寶血).
그 어느 하나도 천고(千古)에 얻기 힘든 기우(奇遇)다.
그것은 한꺼번에 둘씩이나 얻은 것이 오히려 탈이 된 것이다.
두 가지 서로 다른 잠력이 견제를하여 어느 하나도 완전히 내공으로 녹아들지
못하는 때문이다.
두 가지 기연을 일시에 자기 것으로 하기에 사마장현의 몸이 견디지 못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는 반년 동안 추강원에 머물며 천룡파천대구식(天龍破天大九式)을 참수했다.
그 자신은 모르나 그의 체질은 상승 절기를 익히는데 무쌍(無雙)의 체질이다.
반년만에 전육식을 완전히 자기 것으로하고,
후삼식 중 천룡멸겁파만 자기 것으로 할 수 있었다.
하나, 그 이상은 사마장현으로서도 일시에 내칠 수가 없었던 것이다.
"이론상의 묘리는 모두 깨달았다. 무엇이 부족한 것일까? "
사마장현은 심각한 표정이 되었다.
그리고는 이내 고개를 저었다.
"일시지간에 해결할 수 없는 문제.... "
사마장현은 거산을 돌아 보았다.
"거산.... 어느덧 부중(府中)을 떠나온지 열달이 지났다. "
"그렇습니다. 소야! 대야(大爺)어르신네께서 심려하실 것 입니다. "
사마장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그만 황경(皇京)으로 돌아가야겠구나. 내일 떠날 것이니... 짐을 꾸리게! "
사마장현의 거산은 입이 찢어져라 웃었다.
"하하.... 알겠습니다. 짐이라고 해야 소야께서 보시는 고서(古書)가 전부이긴
하지만 즉시 꾸리겠습니다. "
거산은 지축을 울리며 멀찍이 선 전각으로 달려갔다.
사마장현은 미소를 머금은 채 거산의 뒷모습을 보았다.
"어머님께서.... 심려가 크시리라. "
차----- 앙!
사마장현은 반동강의 천룡검(天龍劍)을 꽂으며 정자 위로 올라갔다.
"응......? "
포단 위에 앉으려던 사마장현은 흠칫 몸을 돌렸다.
차---- 창----
"으--- 악! "
병장기 부러지는 소성과 처절한 비명이 들렸던 것이다.
그것은 범인(凡人)은 알아 들을 수 없는 아주 먼곳에서 들려온 것이다.
"이 조용한 곳에 혈풍(血風)이라니.... "
그의 검미가 꿈틀했다.
"가 보자. "
스슥------
사마장현은 가볍게 정원을 날아건너 갈대밭으로 날아갔다.
경공을 익히지는 않았으나 내공이 고강한 그의 발걸음은 흡사 나는 것 같았다.
< 제 4 장에 계속 >
제 4 장 瀑 血 修 羅 劍 譜
스스스.......
휘르르르.....
추풍(秋風)에 부대끼는 갈대의 소리는 흡사 귀곡성같이 음침했다.
갈대가 어지러이 흩날리는 사이,
무엇인가 무거운 것이 끌린 자국이 갈대사이에 나있다.
그리고,
점점이 붉게 빛나는 선혈(鮮血)!
갈대의 누런 줄기와 질퍽한 땅에 흐른 선혈!
그것은 섬칫한 느낌을 주며 길게 나 있었다.
무거운 것이 끌린 자국은 갈대사이로 지나서 낮으막히 쌓인 돌무더기로 이어졌다.
한순간,
스스슥!
휘------ 익!
서너 줄기의 아주 빠른 인영이 갈대 위로 날아갔다.
청색의 무복을 걸치고 손에 시퍼렇게 날이 선 병장기를 든 자들이었다.
"찾아라! 놈은 회생(回生)못할 중상을 입었다! 멀리가지는 못했을 것이다. "
만년빙동에서 흘러나오듯 냉혹한 목소리가 갈대밭을 뒤덮었다.
목소리는 들리되 모습은 보이지 않는 자였다.
낮으막한 돌무더기 뒤,
아!
한 명의 인물이 거기 앉아 있었다.
한 자루 피에 젖은 장검을 무릎에 얹고 가부좌를 튼 혈포중년인이다.
얼음으로 깎은 듯 창백한 안색과,
가슴을 찌르는 싸늘한 살기를 풍기는 인물이었다.
그의 행색은 말이 아니다.
혈포가 찢기고 피에 젖어 정녕 혈포가 되어 있었다.
전신에 수백 개의 암기가 고슴도치인 가시같이 박혀 있고,
살갗이 터지고 찢겨 갈라진 처참한 모습이었다.
그는 그런 중상을 입고도 눈썹하나 까딱하지 않았다.
스스스슥!
문득,
혈포중년인 전면의 갈대가 흔들렸다.
번------ 쩍!
한 줄기 광망이 흐르며 혈포중년인의 눈이 떠졌다.
죽음의 그림자가 뒤덮었건만......
그의 눈은 동천(東天)같이 차갑게 가라앉아 있을 뿐이었다.
일견하여 냉혹하고도 침착한 절정고수임을 알 수 있었다.
"하나... 둘..... 여섯.... 열하나....... "
중년인은 나직이 입속으로 숫자를 세었다.
스스스!
갈대가 흔들리는 중에,
심장이 터질 듯한 무거운 살기가 사위를 뒤덮였다.
그리고,
위------ 잉!
혼백을 얼려버릴 듯한 살기가 혈포인의 몸에서 쏟아졌다.
"수라혈! "
그의 몸이 앉은 채로 붕 떠오르고,
푸---- 학!
파추------ 웅!
한기가 심장을 뒤덮었다.
끔찍하도록 신랄한 북풍이 몰아치듯 뻗어간 것이다.
카----- 카캉!
"케----- 엑! "
"아----- 악! "
피가 튀고 비명이 일며,
열한 명의 청포장한들이 심장이 갈라져 나뒹굴었다.
어김없이 심장에 두 치의 검흔!
무섭도록 정확하고 빠른 살인검초!
"으..... 음! "
지면으로 내려서던 혈포인의 안색이 처음으로 일그러졌다.
주르르.......
그의 몸에서 시커멓게 썩은 독혈(毒血)이 흘렀다.
(빌어먹을..... 독기가 골수까지 미쳤다. )
혈포인은 입술을 실룩이며 장검을 쳐들었다.
휘---- 잉!
스스슥!
사방에서 무표정한 청의살수들이 유령같이 다가선 것이다.
그자들의 눈빛은 늑대같이 냉혹하게 빛나고 있었다.
하나같이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도록 훈련된 전문살수들이었다.
스------- 슥!
청의 살수들이 비켜서며 한 명의 청포중년인이 나타났다.
"사망교(死亡橋) 살혼파주(煞魂破主) 척살혈혼(剔煞血魂)..... "
혈포인이 청포인을 노려보며 싸늘히 중얼거렸다.
척살혈혼이 그 청포인의 별호인 모양이었다.
"수라혈성(修羅血星)... 이제 그만 죽어야겠다! "
스----- 릉!
척살혈혼이 잔혼척(殘魂尺)을 뽑아들며 냉혹하게 말했다.
"흐흐.... 혈우마제(血雨魔帝)가 본인을 죽이라고 청부했느냐? "
수라혈성이라 불린 혈포인이 장검을 고추들며 물었다.
"사망교의 제일철칙은... 고객의 비밀을 지키는 것이다. 쳐랏! "
위----- 잉!
슈슈슉!
잔혼척이 날아가고, 사위에서 일제히 살기가 휘몬 병기가 날아들었다.
"수라멸(修羅滅)! "
짜------ 작!
파츄----- 앙!
수라혈성의 장검이 먹이를 노리는 독사같이 살수들의 공세를 막아갔다.
파카------ 캉!
"크------ 윽! "
"악! "
피가 튀며 십여 명의 살수가 가슴이 갈라져 나뒹굴었다.
그 순간,
쐐---- 액!
만천(滿天)이 수백 수천의 암기로 뒤덮였다.
파파팍!
"크---- 윽! "
방어하기에는 너무나 지쳤다.
수라혈성은 사지와 전신으로 인두로 지지는 통증이 전해옴을 느꼈다.
그리고,
"누워랏! "
큭----- 학!
잔혼척이 살기를 품고 날아 들었다.
"우------ 웃! "
수라혈성이 피를 토하며 장검을 휘둘렀으나.....
카----- 캉!
푸----- 학!
"크----- 으! "
장검이 두 동강나고 허리가 갈라져 내장이 피와 함께 튀었다.
그는 척살혈혼보다 세 배 고강한 고수였으나 이미 빈사상태에 이른 맹호일 뿐이다.
파파팍!
"크------ 윽! "
뒤미쳐 살수들의 병기가 수라혈성의 등판을 난자했다.
피와 살점이 튀고.....
"흐흣! 잘가라. "
쉬----- 잉!
잔혼척이 수라혈성의 목을 잘라왔다.
(끝이다...... )
나뒹군 수라혈성은 날아드는 잔혼척을 절망에 차 노려 보았다.
절대절명(絶代絶命)!
휘---- 잉!
카----- 앙!
요란한 금속성이 들리며 잔혼척이 밤톨만한 돌에 맞아 옆으로 벗어났다.
"어느 놈이 ? "
척살혈혼이 대갈하며 홱 돌아섰다.
(웃! )
홱 돌아선 척살혈혼의 눈에 기이한 파문이 일었다.
스스슥!
갈대를 밟으며 한 명의 백포청년이 표표히 다가오는 것이 그의 눈에 들어온 것이다.
흔들리는 갈대끝을 밟으며 다가오는 그 청년의 모습은 하계에 내려온 선인(仙人)의
모습이었다.
(범상치 않은 자다! )
살수로서 단련된 직감이 섬칫하게 일어났다.
"흠! "
청년은 주위를 돌아보며 검미를 찌푸렸다.
그는 바로 사마장현이었다.
스슥!
그의 청의살수들의 머리를 타넘어 수라혈성의 앞으로 날아 내렸다.
".........! "
보이지 않는 중에 사마장현의 기도는 장내를 숨막히도록 뒤덮었다.
그것은 필시 선천적으로 타고난 것이었는데 최근 반년 동안 급격히 겉으로 드러난
기도였다.
"여러 명이 한 명을 공격함도 도리가 아니거늘.... 죽어가는 사람에게까지 살수를
쓰다니.....! "
정중한 사마장현의 일갈에 살수들은 부르르 떨었다.
본능적으로 그들은 사마장현을 이길 수 없다는 예감이 들었다.
이것은 무공이전의 심령상의 문제였다.
(이자가 무공을 지녔다면.. 우리로서는 어쩔 수 없는 상태다. )
척살혈혼의 안색이 무겁게 가라 앉았다.
그리고,
"사망교(死亡橋)는 방해자를 용납지 않는다! 쳐랏! "
위----- 잉!
쐐------- 액!
검풍도영(劍風刀影)이 날고,
화르르!
슈슈슈슉---!
암기가 사마장현의 요혈을 노리고 날아들었다.
"그대들과 다투고 싶지 않다! "
화르르!
사마장현의 대갈과 함께 막강한 선풍이 일어 암기과 도기(刀氣), 검기(劍氣)를
사방으로 흩날렸다.
(지.... 지독한 내공! )
척살혈혼마저 휘청이며 물러났다.
하나,
"잔혼멸(殘魂滅)! "
짜----- 자작!
척살혈혼의 잔혼척이 살기를 이끌고 쇄도했다.
"흠! "
사마장현은 검미를 모으며 다시 천룡대승신공으로 선풍을 일으켰다.
하지만,
츠------- 츳!
잔혼척은 선풍 속에 흔들리면서도 사마장현의 가슴으로 파고 들었다.
파------ 팟!
사마장현이 경악하는 순간 잔혼척이 가슴을 스치며 그의 가슴에서 선혈이 튀었다.
위---- 잉!
츠츠츠!
그와 함께 사위에서 살수들의 병기가 독사같이 파고 들었다.
"천방지축도 모르는....! "
사마장현은 대노했다.
"천룡멸겁파(天龍滅劫破)! "
사마장현의 소매에서 벼락이 치듯이 새파란 검강(劍 )이 뇌전같이 쏟아졌다.
천지사위가 거창한 천룡(天龍)같은 검세로 휘말려 들어갔다.
꽈---- 꽝!
쏴---- 액!
크르르르!
천번지복!
살수들이 아연하여 병기를 들어 막았으나.....
병기들이 수수깡 부서지듯 부러지고 그들의 몸뚱아리가 허무하게 두 동강 나서 나뒹굴었다.
"........! "
신음도 없다.
이십 장 내의 살수들이 단 일검에 몰살당하고 만 것이다.
갈대가 모조리 잘려져 나뒹굴고,
잘려진 갈대사이로 선혈에 범벅이된 팔다리들이 꿈틀거렸다.
"천...... 천룡... 재현(天龍再現).....! "
허리가 잘라진 척살혈혼이 처절하게 중얼거리고는 고개를 떨구었다.
"이...... 이런 정도였다니....! "
사마장현은 혈장(血場)의 중간에 망연히 서 있었다.
그의 오른손에는 천룡검이 스산한 광휘를 발하며 들려 있었다.
그는 천룡파천대구식의 진정한 위력이 어느 정도인지 몰랐다.
"사람을... 죽이단..... 그것도 일검에 수십 명을 몰살시키다니.....! "
사마장현은 살인을 했다는 죄책감에 가슴이 천만 근의 무게로 가라 앉았다.
"으.......! "
문득, 사마장현은 수라혈성의 신음소리에 정신을 차렸다.
"정신 차리십시오! "
사마장현은 급히 수라혈성에게 다가갔다.
그러나,
(틀렸다. )
사마장현은 한눈에 수라혈성의 상세가 회생불능임을 보고 안색이 어두워졌다.
"으........! "
수라혈성은 흐릿한 시선으로 사마장현을 올려다 보았다.
"천...... 천룡..... 후예(天龍後裔)......? "
사마장현은 급히 수라혈성의 몇군데 대혈을 눌러 주었다.
"그렇습니다. 천룡(天龍)의 검을 이어받은 사람입니다. "
수라혈성의 입가에 흐릿한 미소가 떠올랐다.
"나..... 나는 수라혈성(修羅血星)... 구양뢰(歐陽雷)... 천룡검황께서....
천룡세가와 함께... 참변을 당했다고하여 걱정했었는데.... "
(천룡세가(天龍世家)? )
사마장현은 놀랐다.
어디에선가 천룡세가에 대해 들어본 것 같았기 때문이다.
구양뢰는 끊어질 듯한 음성으로 말을 이었다.
"그.... 그대에게...... 한 가지 부탁이..... "
"말씀해 보십시오! 소생의 힘으로 할 수 있는 일이라면 무엇이든지..... "
수라혈성은 희미하게 안타까운 빛을 지었다.
"천.... 천하혈난은.... 그대가 막아줄.... 것이니.. 사적(私的)인..... 부탁을...
하겠네... 내게는 늦게 본 딸아이가..... 있네.... 구양혜미(歐陽慧美)라고....
복우산(伏牛山]).... 화정곡(花精谷)에.... "
사마장현은 힘주어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걱정마십시오. 소생이 따님을 돌보아 드리겠습니다. "
그의 말에 수라혈성은 안도의 빛을 떠올렸다.
"고.... 고마우이... 약소하나마... 노부의.... 폭혈수라검보(瀑血修羅劍譜)를....
주겠네.. 부탁... ! "
수라혈성의 목이 힘없이 꺾였다.
"대협! "
사마장현이 몸을 흔들었으나 수라혈성은 이미 세상사람이 아니었다.
"으음.......! "
사마장현은 침통하게 고개를 떨구었다.
수라혈성의 죽음은 여러 가지로 천룡검황의 죽음과 유사한 점이 많았다.
사마장현도 그것을 느낀 것이다.
"대협! 편히 눈을 감으십시오! "
사마장현은 수라혈성의 치켜뜬 눈을 감겨 주었다.
"검보(劍譜)를 언급하셨는데..... "
사마장현은 수라혈성의 가슴에 손을 넣어 보았다.
그의 손에 딱딱한 책자가 만져졌다.
꺼내어 보니 그것은 핏빛의 표지를 한 양피지의 검보(劍譜)였다.
<폭혈수라검보(瀑血修羅劍譜). >
전자체(篆子體)의 검경 이름이 눈에 들어왔다.
핏빛의 바탕에 검은 글씨라 섬뜩했다.
"음, 수라혈성, 이분도 무공을 스스로 세우신 것이 아니라 상고검경(上古劍經)을
얻어 무공을 이루셨구나. "
사마장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한 장을 넘겼다.
<폭혈수라검보는 오로지 피(血)를 원할 뿐이다. 본래 마도(魔道)에서 흘러나온
검경으로 마공(魔功)의 바탕이 없으면 대성(大成)할 수 없다. 마공을 익히면
천룡검식(天龍劍式)에 맞설 수도 있는 상승절기이나... 마성(魔性)에 빠져
마인(魔人)이 되길 원치 않으므로 천하제이검(天下第二劍)으로 만족하겠다.
수라혈성(修羅血星). >
"시간이 나면 보리라! "
폭혈수라검보를 품에 넣으며 사마장현은 몸을 일으켰다.
"이분을 안장해 드려야 할텐데.... "
문득, 사마장현의 검미가 찌푸러졌다.
"흐흐흐.......! "
스스슥!
음침한 웃음소리가 들리며 사마장현의 주위로 수십 명의 인물들이 나타났다.
모두 일신에 혈포를 걸친 인물들로 하나같이 사악한 인상의 인물들이었다.
"흐흐흐흐......! "
그 중에서 예의 음침한 웃음을 흘리며 한 명의 노인이 사마장현 앞으로 다가왔다.
염소수염을 기른 육십전후의 노인인데 음침한 인상이었다.
(선(善)한 자는 아니군! )
사마장현은 절로 검미가 찌푸러졌다.
"크크.... 수라혈성(修羅血星)..... 결국 죽었구나..... "
수라혈성의 시신을 발견한 노인의 입에서 음산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그때,
사마장현은 아무 말없이 수라혈성의 시신을 안아들었다.
이를 본 노인의 안색이 일변하였다.
"애송아! 당장 그놈의 시신을 내려놓지 못하겠느냐? "
사마장현은 힐끗 그자를 노려본 뒤 뚜벅뚜벅 걸어나갔다.
이 모습에 노인의 안색이 썩은 돼지간 빛으로 변했다.
"이놈! 감히 나 혈살인마(血煞人魔)를 능멸하다니.... 죽엇! "
슈----- 욱!
혈살인마라는 그자는 독랄하게 사마장현의 등으로 일장을 후려쳤다.
"비겁한 늙은이군. "
화르르르......!
사마장현의 냉갈이 일며 강력한 선풍이 일자 그자의 장력이 사방으로 흩어졌다.
휘------- 익!
혈살인마는 사마장현 앞으로 날아내려서 그를 잡아먹을 듯이 노려 보았다.
"크크..... 네놈이 감히 혈우문(血雨門)의 일을 방해하다니... 죽고 싶어서 환장했구나! "
"혈우문(血雨門)? "
사마장현이 냉랭히 되뇌였다.
<혈우문(血雨門). >
당금 중원에서 다섯 번째 안에 드는 마도대문파(魔道大門派).
혈우마제(血雨魔帝)란 자가 마두들을 규합하여 만든 방파로서 그 만행이 형언할 수
없을 정도로 극렬했다.
약탈, 방화, 강간을 예사로 아는 암적인 존재가 바로 혈우문(血雨門)인 것이다.
"흐흐흐... 본인은 혈우문 오대부방주의 한 명이다. 냉큼 무릎을 꿇고 용서를 빌면
사지중 하나만 자르고 살려 주겠다! "
혈살인마가 득의하여 사마장현을 노려보았다.
그러나,
그 자의 기대와는 달리 사마장현은 겁을 먹기는커녕 어이없는 표정을 지었다.
"정신이 제대로 박힌 늙은이가 아니었군! "
사마장현의 말에 혈살인마는 귓구멍에서 연기가 날 정도로 대노했다.
"무..... 무엇이? 이..... 이놈의 애송이가..... 뒈져랏! "
콰르르르!
위----- 잉!
시뻘건 핏빛의 경기가 사마장현을 휘몰아쳤다.
"물러나랏! "
사마장현은 수라혈성을 한 손으로 안으며 마주 일장을 후려쳤다.
콰------ 쾅!
폭음이 작렬하며 사석이 휘날렸다.
"크------ 윽! "
그 중에서 혈살인마의 안색이 시뻘개져 비틀거리며 물러났다.
그 자가 마도의 절정고수라고 하지만 공력상으로 사마장현의 적수가 될 수 없었다.
사마장현의 안색이 싸늘해졌다.
"더 이상.... 본인을 화나게 하지 마시오! 더 이상 피를 보고 싶지 않으니! "
그 말에 혈살인마는 이를 갈았다.
"네놈의 아가리를 찢어 놓겠다! "
츠츠츠.......!
혈살인마의 몸주위로 섬칫한 혈기(血氣)가 피를 뿌린 듯이 일어났다.
(사악한 마공을 익혔군! )
사마장현의 검미가 꿈틀하였다.
제 5 장 西 施 毒 后
"죽어랏! 혈살마우뢰(血煞魔雨雷)! "
짜----- 자작!
콰----- 르르!
노도같은 혈기(血氣)가 혈살인마의 쌍장에서 쏟아져 나왔다.
마도의 절정고수답게 경혼읍백한 위력의 마공이었다.
(화를 자초하다니......! )
사마장현의 안면에 살기가 떠올랐다.
"천룡출운(天龍出雲)! "
사마장현의 입에서 벽력일성이 터지고,
파츠츠츠츠!
짜----- 장!
무지개같은 검기가 폭사되며 허공으로 거창한 천룡(天龍)의 형상이 일어났다.
"헉.... 천룡(天龍)......! "
검기의 바다 속에서 혈살인마의 공포에 찬 외침이 들려왔다.
카---- 카캉!
콰---- 작!
천룡검기(天龍劍氣)가 거침없이 혈살마공을 베어 들어갔다.
"크----- 윽! "
피가 확 일며 혈살인마가 뒤로 나뒹굴었다.
그 자의 오른팔이 팔꿈치에서 싹둑 잘려나가 있었다.
"으.... 천룡세가에.... 살아남은 자가 있다니.....! "
혈살인마는 벌벌 기어 일어나며 공포에 떨었다.
그리고는 발악적으로 수하들을 보고 외쳤다.
"죽..... 죽여랏! 저놈을 죽이는 자는 문주님의 포상이 계실 것이다. "
그러자,
"와----- 아! "
"죽여랏! "
파파팟!
휘----- 르르!
쐐----- 액!
암기가 벌떼같이 날고 혈우문도들은 독사떼같이 사마장현에게 몰려들었다.
사마장현은 울컥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들개같은 놈들이 아니냐? "
그의 대갈과 거의 동시에 천룡검(天龍劍)이 허공을 갈랐다.
짜---- 자작!
위---- 잉!
검기가 태양을 쓸 듯이 뻗혀 나갔다.
검기(劍氣)로 신(神)을 쏜다(射)!
바로, 천룡파천대구식의 제이식 천룡신사(天龍神射)!
빠----- 각!
짜------ 작!
"캐------ 액! "
"크------- 악! "
피가 뿌리고 혈향이 안개같이 일었다.
쿵!
쿠------ 쿵!
혈우문도들의 몸에 한두 개의 구멍이 뚫려 나무토막같이 나뒹굴었다.
"으으.....! "
이 모습을 본 혈살인마가 사색이 되어 뒤로 물러났다.
하나,
이미 사마장현은 그자를 베어버릴 생각을 하고 있었다.
(세상에 살아 남아있어 보았자 약자나 괴롭힐 인간 쓰레기! )
위---- 잉!
천룡검이 검명을 토하며 혈살인마에게 겨누어졌다.
"으드드.......! "
혈살인마는 턱을 덜덜 떨었다.
그러는 중에 그는 이를 갈며 마지막 발악을 결심한 듯 악독하게 눈을 빛냈다.
"오..... 오냐! 네놈의 몸뚱아리가 동철(銅鐵)로 만들어지지는 않았으리라! "
츠츠츠,
그자의 몸에서 칙칙한 혈기가 흐르고,
그의 좌수는 핏물에 담근 듯이 시뻘개졌다.
"죽.... 죽어랏! 혈기만천하(血氣滿天下)! "
콰르르.......!
혈살인마는 발악하듯이 외치며 핏빛 경기를 사마장현에게 쏟아내었다.
"천룡참마(天龍斬魔)! "
쉬----- 잉!
전육식의 제삼식!
천룡검이 비스듬히 허공을 가르고,
새파란 검강(劍 )이 수평으로 일어나 혈살인마의 허리를 잘라갔다.
푸----- 학!
"케------ 엑! "
처절한 비명과 함께 혈살인마의 몸뚱아리가 허리에서 두 동강이 나뒹굴었다.
쿠----- 웅!
"음.......! "
혈살인마의 시신이 나뒹굴자 사마장현은 침중히 신음했다.
최초의 살인!
그것도 일시에 백여 명의 인물을 죽였으니 마음이 편할 까닭이 없다.
(아무리 흉악한 마인(魔人)이라도 다같은 인간이거늘... 씻지 못할 죄악을 저질렀구나! )
사마장현은 어두운 안색으로 천룡검을 소매 속에 집어넣고 수라혈성의 시신을 두
손으로 받쳐 안았다.
(웃! )
그러다,
그는 한 쌍의 봉목(鳳目)이 자신을 바라보는 것을 느끼고 흠칫하며 천천히 돌아섰다.
"아.......! "
몸을 돌리던 사마장현의 입에서 부지불식간에 탄성이 터져 나왔다.
언제부터인가?
사마장현에게서 십여 장 떨어진 갈대 위에 한 명의 여인이 서 있었다.
일신에 분홍빛의 궁장을 걸치고 삼단같은 머리를 구름같이 틀어올렸다.
그 머리에는 극히 정교한 여덟 개의 호접차(胡蝶叉)가 꽂혀 있었다.
"........! "
여인의 얼굴을 바라본 사마장현은 그대로 넋이 나가 버렸다.
하마터면 수라혈성의 시신을 떨어뜨릴 뻔 하였다.
그만큼 여인의 얼굴이 아름다왔던 것이다.
나이는 조금 많아서 삼십 정도 되었을까?
그 여인은 나이가 든 것이 전혀 아름다움을 감소시키지 않는 그런 여인이었다.
아주 길고 은 속눈썹 밑으로 유현하게 빛나는 우수에 찬 봉목이 자리하고 있다.
미려한 코의 선은 날카롭게 이어지다가 단려한 선을 이루며 치솟았고,
백옥이 곱되 비견될 수 없는 피부에 살짝 홍조가 깃들었다.
서른 정도의 나이가 우아함과 풍요함으로 나타나는 여인!
그 여인은 사마장현이 보아온 수많은 여인 중에서 제일(第一)로 꼽을 수 있는
미인이었다.
"어머.....! "
미녀는 살짝 볼을 붉히며 시선을 내리 깔았다.
(저렇게 영준하고 초탈한 용모가 있다니.... )
미인의 가슴이 난생 처음 파도치듯 흔들렸다.
"흐흠! "
그제야 사마장현은 자신의 실태를 깨닫고 살짝 얼굴을 붉혔다.
"공자께선... 손속이 지나치시군요...... "
미인이 나직이 한숨을 쉬며 온화한 목소리로 말했다.
사마장현도 음울한 시선으로 피와 찢긴 시신으로 뒤덮인 장내를 바라보았다.
"저도.... 그렇게 생각하는 중이었오이다. 본의는 아니었는데... 격노하여 이같이
되고 말았소이다. "
여인의 미간에 미미하게 놀라는 기운이 떠올랐다.
(눈으로 보지 않았다면 이 사람이 초절정의 고수임을 믿지 못했으리라... )
여인은 멍하니 사마장현을 바라보다가 시선을 그의 팔에 안긴 수라혈성에게로 옮겼다.
"아... 아니.... 그분이....! "
수라혈성을 본 여인의 안색이 홱 변했다.
화르르!
여인은 다급히 달려와 수라혈성의 시신을 확인했다.
사마장현은 미인의 눈에 물기가 핑 도는 것을 발견했다.
"아시는 분이십니까? "
사마장현이 침중히 묻자 미인은 눈물을 참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분은.... 천녀와도 인연이 있으시는 분이시옵니다! "
그녀는 입술을 깨물며 주위에 널려진 사망교의 살수들의 시신을 바라보았다.
"사망교(死亡橋)의 살수들이 감히 중원십천(中原十天)에게까지 마수를 뻗치다니... "
사마장현은 의아한 기색을 지었다.
"중원십천(中原十天)이란 어떤 분들을 말씀하시는 것이옵니까? "
여인은 속눈썹을 살짝 치켜뜨며 의아한 듯이 사마장현을 올려 보았다.
"중원십천(中原十天)을 모른단 말씀이시오이까? "
사마장현은 솔직이 고개를 끄덕였다.
"부끄러우나..... 그렇습니다. "
여인은 그런 사마장현의 태도가 마음에 드는지 살포시 미소를 지었다.
"천녀의 소개부터 드리지요. 천녀는 서시독후(西施毒后) 사희영(査姬瓔)이라 하옵니다. "
"사소저셨구려. 소생은 사마장현이라고 하여이다. "
사희영은 사마장현의 이름을 입안에서 되뇌이며 고개를 숙였다.
"사마공자셨군요. "
사마장현은 시선을 자신의 팔에 안긴 수라혈성에게로 옮겼다.
"우선.... 이분을 모셔야겠습니다. 중원십천의 여러 고인들에 대해서는 그 후에
듣도록 하지요. "
"네! "
사희영도 고개를 끄덕였다.
사마장현은 수라혈성의 시신을 안고 양지바른 곳으로 갔다.
그리고는 사희영의 도움을 받아 아담한 봉분에 수라혈성을 안장했다.
잠시 수라혈성의 묘에 명복을 빈 사마장현은 서시독후를 돌아 보았다.
"가까운 곳에... 소생의 처소가 있으니... 소생에게 지주의 예를 다할 수 있는
기회를 주십시오! "
그의 말에 사희영은 포근히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감사하옵니다! "
"오히려 소생이야말로...... "
사마장현은 미소를 지으며 앞장섰다.
성큼성큼 걸어가는 사마장현의 뒷모습을 보며 서시독후의 시선이 흔들렸다.
(보이지 않는 중에 산(山)같은 기도가 있다. 서생같이 보이나.... 두 어깨로 천하를
떠멜 수 있는 영웅이다. )
"저곳입니다! "
사마장현이 서시독후를 돌아다보며 손짓을 했다.
그곳에는 추강원(秋江院)이 수려한 자태를 드리우고 서 있었다.
잠시 후,
옷을 갈아입은 사마장현은 서시독후와 서재에 마주앉아 차를 마시고 있었다.
"차(茶)의 향기가..... 그윽하여이다. "
서시독후가 섬섬옥수로 곱게 찻잔을 내려 놓으며 살틋 미소를 지었다.
"소생이 손수 다린 것인지라... 마음에 드시지 않을까 걱정했습니다. "
사마장현이 말을 하며 마주 미소를 지었다.
서시독후는 사마장현과 마주 앉아 있자 기이하게도 마음이 아주 포근해졌다.
그것은 서시독후가 어느 누구에게서도 찾아보지 못한 편안함이었다.
"이제 중원십천(中原十天)이란 고인들에 대해여 말씀해주시겠습니까? "
사마장현이 주시하자 서시독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중원십천(中原十天). >
일갑자(一甲子) 내에 가장 뛰어났던 중원무림의 지주들을 총칭하는 말이다.
그들은 모두 개세적인 무공을 지닌 당금 무림의 지주들이다.
중원십천의 대부분은 각기 한 문파의 지존(至尊)들이기도 하지만 몇 명은 자기혼자
독해(獨行)하기도 한다.
그들이 어떤 지위를 지녔든,
중원십천 개개인은 자신들의 행동 하나로 중원무림의 판도를 바꾸어 놓을 수 있는
막중한 영향력을 지녔다.
중원십천의 일인자는 천룡검황(天龍劍皇)이란 인물이다.
"천룡검황(天龍劍皇)! "
사마장현이 긴장하여 귀를 기울이는 것은 당연하다.
무이산에서 자신을 구하고 죽었던 인물이 천룡(天龍)과 관계가 있기 때문이다.
"천룡검황께서는 천하제일세가(天下第一世家)라는 황산(黃山) 천룡세가(天龍世家)의
당대 가주셨던 분이예요. "
서시독후는 말을 이었다.
천룡검황(天龍劍皇).
그는 당대 천하제일인자(天下第一人者)이며 천하제일검(天下第一劍)이었다.
검(劍)에 관한한 무적이던 그는 은연중 무림맹주의 역할을 해왔다.
항마천불(降魔天佛).
중원십천의 두 번째 인물이다.
소림(少林) 출신의 승인이지만 승려답지 않게 협골을 지닌 패한(覇漢)이었다.
그는 당금 소림장교인 법혜선사(法慧禪師)의 사백되는 인물로 실상 전대 소림사
방장이 되있어야 했다.
하나, 그의 불같은 성격이 방장의 지위를 날려 버렸다.
언젠가 그는 하룻밤 사이에 녹림도 오백인을 참살했다.
그 때문에 그는 스승인 만우법사(萬宇法師)에 의해 조사동(祖師洞)에 갇히고
말았던 것이다.
그가 창안한 항마천수강(降魔天手 )은 당대제일의 패도지학이다.
잠혼거사(潛魂居士).
항마천불과 동배의 인물,
기공(奇功) 방면에서 제일이라고 불리는 인물이다.
천룡세가에 버금가는 대문파인 잠혼궁(潛魂宮).
그의 성명절학은 잠혼무적기공(潛魂無敵奇功)이다.
혈우마제(血雨魔帝).
당대 마도제일인(魔道第一人).
전형적인 마두로서 사리사욕을 위해서는 어떤 끔찍한 일이라도 마다않는 자다.
그는 마도를 규합하여 혈우문(血雨門)이란 문파를 세웠는데 그 만행이 필설로
형언하기 힘들 정도였다.
중원십천 중 유일하게 마도를 걷고 있는 자.
수라혈성(修羅血星).
일명 독행마검(獨行魔劍).
정도인이면서 냉혹한 손속으로 유명한 인물로 불의를 보면 악랄하다고 할만큼
잔혹한 손을 쓴다.
그 때문에 혈우문과 번번히 충돌하여 혈우마제(血雨魔帝)와 세불양립(世不兩立)의
사이가 되었다.
천수나타(千手羅陀).
사천(四川) 당문(唐門)의 당대문주,
암기술(暗器術)에 있어서는 당대제일로 한 번에 서른 여섯 가지 암기를 쳐낼 수
있는 사람은 그 뿐이다.
그의 만천화우뢰(滿天花雨雷)의 수법은 거세무적(巨世無敵), 중원십천이라도 벗어날
수 없다고 전한다.
비천신투(飛天神偸).
천하제일의 대도(大盜)이면서 역용술(易容術)과 신법의 당대제일인,
훔치려고 마음만 먹으면 황제의 옥쇄라도 자기 주머니에 넣을 수 있는 인물이 그다.
중원의 거부(巨富)치고 그와 인연이 없는 인물이 없을 정도이며 그 누구도 그의 진정한
용모를 알지 못한다.
능운기사(陵雲奇士).
중원십천의 제일신비인.
무공을 지녔으되 그 깊이를 알 수 없으며 그 깊이를 알 수 없으며 십천의 누구에게도
지지 않는다고 한다.
그가 무림에 나타난 것은 채 삼 년이 아니 되었으나 만박통지의 학문과 기오막측한
무공으로 중원십천에 들었다.
특히, 기문진학에 있어서 그는 타의추종을 불허한다.
천환신장(天幻神掌).
장법의 제일인,
그의 천라환우신장(天羅幻宇神掌)은 삼십 년을 무적의 보위에서 밀려나지 않았다.
그는 하남(河南) 철장보(鐵掌堡)의 보주이기도 하다.
서시독후(西施毒后).
십천(十天)에 드는 유일한 여인,
십년 전부터 천하제일미(天下第一美)라 불려오는 미녀(美女).
아름다운 꽃에 가시가 있는 격이라고나 할까?
서시독후의 일신에 당대제일의 독공(毒功)이 감추어져 있다.
그녀의 소녀염화독강(素女艶花毒 )은 방원 오십장의 모든 생명체를 일시에
전멸시킬 수 있는 가공할 독문제일공(毒門第一功)이다.
독공 뿐아니라 그녀는 둔갑술(遁甲術)과 은신술(隱身術)로도 유명하다.
"소저께서도 십천(十天)의 일천(一天)이셨구려. "
사마장현이 주시하며 말하자 서시독후는 살짝 얼굴을 붉혔다.
그런 서시독후의 모습은 너무도 고혹한 모습이었다.
(어머니나 누님같은 분위기의 여인이다. 여인에게 넋이 나가기는 이번이 처음인걸... )
사마장현은 두근거리는 가슴을 누르며 서시독후의 풍족한 미모를 그윽히 바라보았다.
제 6 장 天 龍 世 家
"천룡세가(天龍世家)에 대해서 말씀해 주시지 않으시겠습니까? "
잠시 침묵이 흐른 뒤 사마장현이 말을 이었다.
"천룡세가는 오백 년의 전통을 지니고 있습니다. 달리 황산세가(黃山世家)라고도
불리는 천하제일세가이지요. "
서시독후는 나직하나 푸근한 어조로 입을 열었다.
오백 년 전,
서역(西域)에는 서역무림사상 최강의 고수가 나타났다.
<천룡대법사(天龍大法師).>
바로 이 인물로 그는 당시 서역황교의 총본산인 천룡사(天龍寺)의 주지였다.
그는 뛰어난 재질로 당시까지 수십 갈래로 이어져 내려오던 서역의 무공(武功)을
통합하고 발전시켰다.
천룡대법사!
그는 중원의 천외팔대무존(天外八大武尊)에 비견되는 서역무림의 대종사(大宗師)였던
것이다.
천룡대법사(天龍大法師)에게는 그 못지 않은 뛰어난 제자가 있었다.
후일 서천검성(西天劍聖)이라 불리게 되는 인물이 바로 그다.
---만병(萬兵)의 으뜸은 검(劍)이다-----
이것이 서천검성의 확고부동한 지론이었고......
그는 사부 천룡대법사가 만 가지 무공에 통달한데 반하여 일생을 검(劍) 한가지에 바쳤다.
검(劍)에 있어서만은 그는 사부인 천룡대법사를 능가하였다.
일갑자를 고심참담한 후.
서천검성은 구식(九式)의 검법을 창안하고 고금제일(古今第一)을 자신하였다.
그것이 바로 천룡파천대구식(天龍破天大九式).
가히,
고금제일로 불리기에 부족함이 없는 절대검학(絶代劍學)이었다.
천룡파천대구식을 창안 후,
서천검성은 중원여인이었던 부인을 위해 황산(黃山)에 가문(家門)을 연다.
그것이 천룡세가(天龍世家)의 시초로 지금부터 오백 년 전의 일이다.
그후 오백 년의 세월이 흘렀다.
서천검성 이래로 그 누구도 천룡파천대구식의 후삼식은 완벽히 터득한 후인이 없었다.
그럼에도 천룡세가는 무적이었으며,
단 한 번도 천하제일의 보좌를 남에게 건네주지 않았다.
오백 년 내에 크고 작은 수십 차례의 혈풍이 중원무림을 강타했으나,
천룡세가는 항시 정의의 선봉에 서서 모든 풍파를 잘 막아왔다.
여기까지 말을 한 서시독후의 안색이 어두워졌다.
그녀는 나직이 탄식을 하며 말을 이었다.
"반년 전이었어요. 어느날 갑자기 황산의 천룡세가가 완전히 초토로 변했어요. "
"으음...... "
사마장현은 묵직하게 신음했다.
(반년 전.... 역시 그 인물은 천룡검황(天龍劍皇)..... )
사마장현의 뇌리에 수많은 상처를 입고 죽어간 혈포인의 모습이 떠올랐다.
그의 안색이 변하는 것을 보며 서시독후는 말을 계속했다.
"천룡세가 일천여 식솔들이 모두 장렬히 최후를 마친 것 같아요. 천룡세가 주위 십
리가 폭풍이 스친 듯이 풍지박산이 되고 천룡세가의 후원에는 천명의 시신이 묻힌
거대한 봉분이 남아 있었을 따름이예요. "
말을 하며 서시독후의 봉목은 맑게 빛났다.
(이분 공자는 천룡세가와 깊은 연관이 있으리라! )
염두를 굴리며 서시독후는 사마장현을 바라보았다.
"이제 공자께서 말씀해주실 차례군요. 공자님께서는 천룡세가와 어떤 인연이 있으신지요? "
서시독후의 말에 사마장현은 멈칫하다가 소매에서 반동강난 천룡검을 뽑아들었다.
"이 검을 아시겠습니까? "
서시독후는 반검을 받아들며 안색이 홱 변했다.
"천.... 천룡검(天龍劍)! 천룡검이 어떻게 반검이 되어 공자께 있사옵니까? "
격동하는 서시독후를 바라보며 사마장현은 침중히 입을 열어 무이산의 기우(奇遇)에
대해 이야기를 했다.
사마장현의 이야기를 듣는 중에 서시독후의 안색이 여러 번 바뀌었다.
경악!
경이!
그리고 슬픔으로......
"결국....... 천룡검황께서 변을 당하시고 말았군요....... "
사마장현이 이야기를 마치자 서시독후는 섬섬옥수를 들어 눈가를 닦았다.
(정(情)이 많으신 분이다! )
"추태를 보였사옵니다! "
서시독후는 수줍게 웃으며 고개를 떨구었다.
그 모습에 사마장현은 다시 한번 심신이 걷잡을 수 없이 흔들림을 느껴야했다.
서시독후의 손짓 하나 몸놀림 하나 그렇게 고혹할 수가 없었다.
"천룡검황께서 가신 지금, 이제 중원무림은 공자 한 분을 의지하여야 지탱할 수 있을
것이옵니다! "
서시독후의 말에 사마장현은 고개를 저었다.
"소생이 무공일도에 든 것이 이제 겨우 반년.... 다소의 기연이 있었다고 하나
소생의 미천한 힘으로 어찌....... "
사마장현이 겸허한 태도로 말했다.
"그렇지않사옵니다. 천녀의 보는 안목이 미천하기는 하나 공자께서 태산이 되실
것을 믿지 않을 수 없사옵니다! "
사마장현을 올려다 보며 서시독후가 나직이 말했다.
사마장현,
그에게는 범인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 기도가 있다.
그 기도는 허허로운 중에 아주 큰 것으로 사마장현을 태산으로 느끼게 한다.
무림의 절정고수이며 민감한 육감을 지닌 여인인 서시독후,
그녀는 흡사 그림자와도 같은 그 무형의 기도를 한눈에 알아본 것이다.
이러한 기도는 평시에는 두드러지게 나타나지를 않는다.
기(氣)로 승패를 결하는 고수자 사이의 대결에서나 겉으로 내비치는 것이다.
"천룡파천대구식을 몇식까지나 연성하셨사온지요? "
서시독후,
그녀는 사마장현이 전 육식 중 사오식정도 익혔을 것으로 기대하고 물었다.
"반년을 고련하였으나.... 후삼식의 천룡천승비폭류(天龍天乘飛瀑流)에서 막혀
있사옵니다! "
사마장현이 자신의 진도를 부끄러워하며 대답했다.
"천룡멸겁파(天龍滅劫破)도 연성하셨단 말씀이옵니까? "
서시독후가 놀란 표정으로 두 눈을 크게 떴다.
그녀의 놀란 표정에 사마장현은 더욱 부끄러운 표정이 되었다.
"재질이 아둔하여.... 반년을 고심참담하였으나 겨우 천룡멸겁파를 연성하였을 뿐입니다! "
"호호! "
서서독후가 입을 가리며 교소를 지었다.
"공자의 진도가 느려서 놀란 것이 아니옵고 반대로 너무나 빠르기 때문에 놀란
것이옵니다. 천룡검황께서도 꼬박 사십 년을 고련하시고서야 천룡멸겁파를
이루셨을 정도예요! "
"아! "
사마장현의 입에서 탄성이 흘렀다.
하나, 이내 그의 안색에는 담담한 미소가 떠올랐다.
"소생의 자질이 우둔한 편이 아니라니.... 다행이군요! "
"..........! "
서시독후는 넋을 잃었다.
싱그러운 미소가 떠오른 사마장현의 얼굴이 갑자기 눈부시게 떠오른 때문이다.
그녀의 작은 방심(芳心)은 걷잡을 수 없이 콩닥거렸다.
(내.... 내가 왜 이러지? )
이내 정신을 차린 서시독후는 고개를 떨구며 가슴을 쓸어 내렸다.
눈에 드는 사내가 없어 혼기를 지나고도 홀몸으로 강호를 주유하던 여걸 서시독후,
뜻밖에도,
그녀의 방심은 십여 세 연하의, 겉보기에 백면서생같은 사마장현으로 인하여 서서히
열리기 시작한 것이다.
서시독후도 그것을 깨닫고 당황한 것이다.
잠시,
두 사람 사이에 적막이 흘렀다.
그리고,
"천룡세가에는 생존자가 없었는지요? "
침묵을 깬 것은 사마장현쪽이었다.
"지금으로서는... 다만 뇌온향(雷溫香)이라는 천룡검황의 천금(千金)이 한분
기인을 따라 무공을 익히러 출가하였었으니.... 화를 면했을지도..... "
"뇌온향(雷溫香)...... "
서시독후가 미소를 지었다.
"아주 아름다워서 신주일미(神州一美)라 불리던 귀여운 동생이지요. "
사마장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찻잔에 다시 차를 따랐다.
향긋한 방향이 김과 함께 피어 올랐다.
"천룡세가를 무너뜨린 흉수가 누구였는지는 밝혀내지 못했겠군요. "
"유감이지만 그렇사옵니다. "
서시독후의 안색이 어두워졌다.
"천하의 천룡세가를 무너뜨릴 수 있는 세력이 암중에 있다는 사실은 참으로
공포스러운 것이지요. "
"그랬겠지요. 천룡세가를 무너뜨릴 정도의 세력이라면 천하를 일거에 쓸어버릴
잠력을 지닌 세력일테니..... "
"하나, 천룡세가의 멸겁이후 무림에는 그 어떤 세력도 나타나질 않았어요. 여러
가지 가능성이 있지만 그 암중세력이 비록 천룡세가를 무너뜨리긴 했으나 그들
자신도 일시에 일어설 수 없을 정도의 큰 타격을 입었을 거예요! "
서시독후의 말에 사마장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천룡세가의 식솔치고 일류고수 아닌 사람이 없을 정도예요. 더구나 그들은 적이
강하다고 물러설 비겁자들은 더욱 아니지요. 천룡세가의 천여 식솔이 몰살당한
것도 누구하나 적을 피해 달아나지 않았기 때문이예요! "
서시독후는 입술을 꼭 깨물었다.
천룡세가의 식솔들이 최후의 일인까지 자기 자리를 고수하다가 장렬히 쓰러져가는
모습이 눈에 보이는 듯한 때문이다.
"그분들의 투혼에 적들도 감탄했는지 식솔들의 시신을 정중히 매장하고 제사까지
지냈더군요! "
사마장현의 안색이 어두워졌다.
(그런 여유를 보인다함은 그만큼 자신들의 힘을 믿는다는 뜻! )
사마장현은 본능적으로 천하무림이 거대한 암운에 덮이고 있음을 느꼈다.
"암중세력이 드러나지는 않았으나 무림은 사망교(死亡橋)라는 청부살인업자들의
발호로 크게 어지러워지고 있어요. "
"사망교(死亡橋)! "
사마장현은 수라혈성을 협공하던 자들을 떠올렸다.
"대가만 치루면 무슨 짓이든 하는 굶주린 늑대같은 자들이예요. 그자들이 최근
크게 극성을 부리고 있어요. "
서시독후는 향차를 한 모금 마시고 말을 이었다.
"그자들은 떼거지로 몰려다니며 은악한 수법으로 무림명숙을 암살하고 있어요.
소림의 당대 방장이신 법혜선사가 그자들의 암습에 크게 다치신 것을 비롯하여
화산파의 장문인 매화신검(梅花神劍), 북칠성 녹림총표파자 철수무정제(鐵手無情帝),
하남 남가부(南家府)오 보주 하락일웅(河洛一雄) 등의 명숙들이 암살당하셨어요. "
그리고, 서시독후의 눈에서 싸늘한 한망이 뻗쳤다.
"그자들이 감히 간이 부어 저희 십천(十天)에게까지 마수(魔手)를 뻗친 거예요! "
사마장현은 서시독후가 수라혈성의 죽음에 분노하고 있음을 깨달았다.
분노하는 서시독후의 모습은 평시의 푸근하던 모습과는 달리 한기가 뻗치는
싸늘한 모습이었다.
"그자들은 필경 구양대협과 견원지간인 혈우마제(血雨魔帝), 그자의 사주를 받았음이
분명해요. "
"혈우마제......! "
"그래요. 그자가 감히 구양대협을 모해하였으니.... 저희들 칠천(七天)에게서 그
대가를 받고 말거예요! "
말을 마치고,
서시독후는 자신이 흥분한 것이 부끄러워 볼을 도화빛으로 물들였다.
"천녀가 감정이 격하여 공자의 흉이나 되지 않았는지요? "
사마장현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아닙니다. "
그때,
밖에서 거산(巨山)의 걸직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소야(少爺)! 저녁 식사를 어디서 하실 것이온지요? "
사마장현은 밖을 향해 대답했다.
"거실(居室)에서 하겠다. 거실에 준비해주고... 손님이 한분 계심을 잊지 말도록! "
"알겠습니다! "
그리고,
쿵쿵!
지축이 흔들리는 소리가 들리며 거산이 물러갔다.
"함께 가시지요. "
사마장현이 일어서자 서시독후는 미소를 지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폐를 끼치겠사옵니다! "
"폐라 하시면 섭섭하오이다! "
사마장현은 서시독후와 서재를 나섰다.
"이제 어디로 가실 것입니까? "
걸음을 옮기며 사마장현이 묻자 서시독후는 그의 옆얼굴을 올려다 보았다.
"대홍산(大洪山) 잠혼궁(潛魂宮)에서 저희 십천(十天)의 모임이 있사옵니다. "
"십천 사이의 유대가 독독한 모양이군요! "
"혈우마제, 비천신투를 제하고 팔천은 각별한 우의를 유지해왔어요. 이제
육인으로 줄어들기는 했으나..... "
서시독후는 음울한 표정을 지우며 사마장현에게 물었다.
"공자께서는 이곳에 계속 머무실 것이온지요? "
사마장현은 고개를 저었다.
"아닙니다. 본래는 황경의 집으로 돌아갈 생각이었습니다만.... 황산(黃山)에
들러볼 생각입니다. "
"황경에 본가(本家)가 있으신 모양이군요? "
"그렇습니다. "
서시독후는 사마장현을 바라보았다.
"조금 후에 돌아가시게 되겠지만 대홍산(大洪山)에 들러 가실 수 있으시온지요? "
"잠혼궁(潛魂宮)에......? "
"네, 십천 중의 여러분들을 소개해드리고 싶어요. "
그리고, 서시독후는 촉촉한 시선으로 사마장현의 대답을 기다렸다.
"오랜만에 집으로 돌아가는 것이긴 하나 며칠 늦어지는거야 상관없겠지요. "
서시독후의 얼굴에 환한 미소가 번졌다.
제 7 장 月 夜 戀 情
대홍산(大洪山).
장강(長江)의 북안(北岸)을 따라 천 리에 이어진 대산(大山)이다.
동정호의 북단에서 시작되어 하남(河南)의 남단까지 그 산역이다.
수려하지는 않으나 호쾌한 산세로 유명하다.
대홍산의 절곡(絶谷).
백여 장을 들어가면,
돌연 지면이 도끼로 찍어낸 듯이 끊어지며 음산한 곡풍이 불어나오는 절애가 나타난다.
절애의 건너편,
백 장 석벽을 의지하여 한 채의 웅장한 장원이 서 있다.
장원이라고 하기보다는 궁(宮)이라하여 어울리는 화려 장중한 장원이다.
삐거덕!
끼기긱!
절애를 가로질러 쇠로 주조한 운교(雲橋)가 하나 걸려있다.
곡풍에 흔들리며 금속성을 내는 운교는 매우 위태로워 보였다.
절지(絶地)!
그것은 한 마디로 절지였다.
아무리 무공이 고강한 자라도 운교를 통하지 않고는 예의 장원에 이를 수 없는 것이다.
능히 일인으로 천 명을 막을 수 있는 절지에 그 장원은 서 있는 것이다.
정오(正午) 무렵,
휘---- 잉!
화르르르!
산풍과 함께 세 명의 인물이 운교를 항하여 다가왔다.
천상선녀같은 분홍궁장의 절색미녀,
그 미녀와 한쌍인 듯이 어울리는 영준, 초탈한 백삼청년,
그리고 두 사람을 따르는 작은 산(山)같은 체구의 거한(巨漢).
거한은 길쭉한 책상자를 하나 가슴에 안고 있었다.
그들은 바로 사마장현 일행이었다.
황강에서 대홍산까지의 삼일노정(三日露呈).
그사이 사마장현과 서시독후는 급격히 친밀해졌다.
서로가 호감을 갖고 있었는지라 이제 누님, 아우님 할 정도로 발전한 것이다.
"누님! 저곳이 잠혼궁(潛魂宮)입니까? "
사마장현이 운교너머의 장원을 바라보며 물었다.
"네, 그래요! "
서시독후가 미소를 지으며 운교로 다가갔다.
"어서 오십시오! "
운교를 지키고 섰던 건장한 장한들이 서시독후를 향해 공손히 예를 올렸다.
하나같이 맹호같은 장한들이었다.
"모두 도착하셨나요? "
서시독후가 묻자 한 장한이 고개를 숙이며 대답했다.
"넷! 수라혈성 구양대협만 아니오시고 다른 분들은 모두 도착하셨습니다. "
"수고하세요! "
서시독후는 사마장현과 거선을 데리고 운교를 건넜다.
끼기긱!
끼----- 긱!
거산의 거구가 한발씩 옮길 때마다 운교는 요란하게 흔들렸다.
"하하.. 거산! 네가 서너 번만 오가면 운교가 부서지고 말리라! "
사마장현이 말하자 거산은 뒤통수를 긁으며 멋적게 웃었다.
운교를 건넌 세 사람은 장원의 웅장한 보루 앞에 이르렀다.
<잠혼궁(潛魂宮). >
보루의 처마에 단목으로 만든 편액이 높이 걸려 있었다.
"서시독후(西施毒后) 사여협께서 오셨습니다! "
보문을 지키고 섰던 장한들이 안쪽을 향하여 크게 외쳤다.
"허허..... 질녀! 어서 오시게. "
삼인이 보문을 들어서 오십 보를 걷지 않았을 때 전면에서 창노한 음성이 들려왔다.
사마장현이 바라보니 한 명의 백포노인이 환한 미소를 지으며 걸어오고 있었다.
하얀 수염을 가슴까지 드리운 선풍도골의 노인.
(저 노인이 잠혼거사(潛魂居士)..... )
사마장현의 시선은 어느덧 백의노인의 뒤쪽을 고 있었다.
눈에 확 들어오는 영준하기 이를데 없는 삼십 전후의 문사.
흑포를 걸친, 냉혹한 인상의 비쩍마른 노인.
청포의 전형적인 협객모습을 한 청포노인.
그리고,
누가 누군지 구별할 수 없도록 똑같이 생긴 십 육칠세의 쌍둥이 소녀.
"백부님, 안녕하셨어요? "
서시독후는 백의노인에게 허리를 숙여 인사를 했다.
"헛헛! 질녀는 어찌하여 나이가 들수록 아름다워지는가? "
백의노인과 중인들이 환히 웃으며 서시독후를 에워쌌다.
여러 사람과 인사를 나눈 뒤 서시독후는 침중하게 안색을 굳혔다.
"슬픈 소식을 전해드려야겠습니다. 수라혈성 구양대협께서 사망교의 들개들에게
시해 당하셨어요! "
서시독후의 말에 중인들의 안색이 홱 바뀌었다.
"구양대협이 모살을.....! "
"어.... 어떤 놈들이......! "
흑포의 냉혹한 인상의 인물이 이를 갈았다.
"필시 혈우마제(血雨魔帝)! 그놈이 사망교와 배가 맞았으리라! 나 당천성(唐天星)이
그 놈팽이를 육시를 내지 않으면 성을 갈고 말리라! "
중인들은 수라혈성의 죽음에 격분을 금치 못하였다.
문득,
예의 영준무비한 문사가 사마장현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계집같지 않은가? )
사마장현이 그 문사에게서 받은 인상이었다.
(아! )
문사도 사마장현의 영준초탈한 모습에 나직이 탄성을 발했다.
"하하... 독후(毒后)! 함께 오신 분들을 소개해 주시지 않으시겠습니까? "
문사의 말에 중인들의 시선이 사마장현에게로 모였다.
"아! "
사마장현을 주시한 중인들은 한결같이 탄성을 발했다.
서시독후가 안색을 펴며 중인들에게 사마장현을 소개했다.
"이분 아우님은 사마장현이라고 하세요. 천하에 모르는 것이 없는 분으로
능운소협의 좋은 사대가 되실 거예요! "
(이 인물이 능운기사(陵雲奇士)! )
사마장현은 문사에게 시선을 던지다가 중인들에게 정중히 포권을 취했다.
"미생! 사마장현이라 하오이다. 초대도 받지 않고 불청객으로 찾아왔음을 용서하십시오! "
그의 말에 백의노인이 껄걸 웃으며 사마장현의 손을 마주 잡았다.
"헛헛! 이 늙은이의 집에 온 것을 환영하네! "
그리고 잠혼거사는 중인들을 소개했다.
흑포의 냉혹한 인상의 인물이 천수나타 당천성.
청포노인이 천환신장(天幻神掌).
그리고, 문사가 능운기사(陵雲奇士).
중인들은 모두 사마장현을 진심으로 반겼다.
특히,
능운기사는 봉목을 희열로 물들이며 사마장현의 손을 쥐고 흔들었다.
"하하.... 우형이 능운기사이네. 많은 가르침을 바라네! "
"문형(文兄)의 말씀은 누님으로부터 많이 들었습니다. 가르침은 오히려 소제가
청해야지요. "
말을 하며 사마장현은 당혹함을 금치 못했다.
능운기사의 손이 뼈가 없는 듯이 야들야들했기 때문이었고,
그뿐 아니라 한 줄기 그윽한 향수내음까지 풍긴 때문이다.
"어머머! 할아버지, 우린 소개시켜 주시지 않을 생각이세요? "
뒷전에 밀려있던 쌍둥이 소녀 중 한 명이 앞으로 나서며 예쁜 입술로 종알거렸다.
"허허....... 할아버지가 우리 공주님들을 잊고 있었군. "
잠혼거사가 껄걸 웃으며 두 소녀를 사마장현에게 소개했다.
두 소녀는 쌍둥이면서도 매우 성격이 달라 보였다.
앞으로 나선 소녀는 활달하고 개구장이로 생겼다.
그녀는 대담하게 사마장현에게 추파를 던지기까지 했다.
반면 뒤에 선 소녀는 얼굴을 상아빛으로 물들이며 고개를 푹 숙이는 것이 아주
내성적인 성격임을 알 수 있었다.
"허허 이 말괄량이는 수려(銹麗)라고 하고 이쪽 새침떼기 아가씨는 가려(佳麗)라고 하네! "
잠혼거사가 소개를 끝내기도 전에 은수려라는 말괄량이는 사마장현의 손을 쥐고 흔들었다.
"호호 은수려예요! 잘 부탁해요! "
사마장현은 은수려의 활달한 성격에 유쾌해졌다.
"하하! 꼬마아가씨! 만나뵙게 되어 영광이오이다! "
은수려는 까르르 웃으며 사마장현과 인사를 나누었으나 은가려라는 소녀는
서시독후의 등뒤로 숨어 나오질 못했다.
"하하..... "
"호호호! "
그런 대조적인 두 소녀의 모습에 중인들은 어두운 심사를 잊고 크게 웃었다.
"허허! 가자! 안으로 들어가세! "
잠혼거사가 중인들을 이끌고 대전을 향하여 걸어갔다.
삼경(三更).
잠혼궁 후원의 객사(客舍).
깨끗한 방안에 그런 듯이 영준한 두 명의 문사가 앉아 있다.
바로, 능운기사와 사마장현.
문득, 능운기사가 미소를 지으며 일어섰다.
"하하! 이거 내가 너무 사마아우를 괴롭혔군. "
사마장현도 미소를 지으며 함께 일어났다.
"아닙니다. 형님께 맡은 가르침을 받았습니다. "
사마장현의 키는 오척 아홉치,
그리 크지 않은 키이건만, 능운거사는 그의 어깨에 밖에 오지 않았다.
"하하! 그럼 쉬도록 하게. 내일 다시 봄세! "
"안녕히 주무십시오! "
사마장현은 능운기사를 배웅하고 다시 방안으로 들어왔다.
"흠.... 폭혈수라검보(瀑血修羅劍譜)나 보아야겠군. "
사마장현은 의자에 앉아 폭혈수라검보를 펼쳐 들었다.
<폭혈수라검보(瀑血修羅劍譜). >
---수라섬(修羅閃),
---수라혈(修羅血),
---수라멸(修羅滅),
---수라단천겁(修羅斷天劫),
---수라흡혈척(修羅吸血剔),
---수라폭혈뢰(修羅瀑血雷),
..........
똑똑!
"들어오십시오! "
사마장현은 폭혈수라검보를 덮으며 일어섰다.
"호호! 가려야 거보아! 아직 안주무시잖아! "
앙증맞은 목소리가 들리고,
사르르!
두 명의 판에 찍은 듯이 똑같은 소녀가 다과를 들고 들어왔다.
"두분 아가씨께서 어인 행차시오니까? "
사마장현이 미소를 지으며 짐짓 정중하게 두 소녀를 맞았다.
"애.... 공..... 공자께... 방해되는 것 아니야? "
은가려가 고개를 떨군 채로 은수려의 소맷자락을 잡아다녔다.
"호호, 방해가 될게 무어니? 우리같이 예쁜 아가씨와 함께 있으면 즐겁지 무어! "
당돌하게 말을 하고 은수려는 사마장현에게 눈웃음을 쳤다.
"호호, 안 그래요? 오빠? "
사마장현은 유쾌하게 웃었다.
"하하! 그렇고 말고, 수려와 가려같이 아름다운 아가씨들과 함께라면 얼마든 함께
있어도 좋지! "
사마장현의 말에 은수려는 득의하여 은가려를 돌아보았다.
"그것 보아! 오빠도 즐겁다잖아! 자 앉자 우리! "
말을 하고는 은가려를 끌고 사마장현과 마주 앉았다.
"호호! 오빠는 좋아하는 언니가 있어요? "
은수려가 두눈 가득히 장난기를 담은 채 사마장현을 바라보았다.
"글세.... "
사마장현은 모호한 미소를 지으며 두 소녀를 바라보았다.
"호호... 그럼 없다는 말씀이세요? "
은수려는 두 눈을 빛내며 때를 만났다는 듯이 재잘거렸다.
그녀의 수다는 옥계에 창수가 흐르듯이 막힘없이 쏟아져 나왔다.
끝없이 재잘대는 은수려와 달리 은가려는 얼굴을 붉힌 채 다만 때때로 사마장현의
모습을 훔쳐볼 따름이었다.
"호호! "
그 모습을 발견한 은수려의 얼굴에 짙은 장난기가 떠올랐다.
은수려는 은가려의 소매를 잡아다니며 은근한 어조로 물었다.
"호호, 가려야 너 오빠가 좋은 모양이구나. "
그녀의 말에 은가려의 상아빛 뺨이 장미빛으로 물들고,
그녀의 고운 옥용은 가슴으로 푹 파묻혔다.
"호호! 오빠가 좋으면 좋다고 말해, 그럼 이 언니가 책임을 지고 오빠가 너를 좋아하게
만들어줄게! "
은수려가 더욱 짖궂게 은가려에게 달라붙었다.
이에 은가려는 더욱 어쩔줄 몰라 울상이 되었다.
그리고는 입술을 꼭 깨물며 은수려를 노려 보았다.
그 모습을 보고 은수려는 재미있다는 듯이 깔깔 웃어 대었다.
"호호! 어머 너는 오빠가 마음에 안드는 모양이지? 그럼 오빠는 내차지야! "
말을 하며,
은수려는 보라는 듯이 사마장현 곁으로 옮겨 사마장현에게 찰싹 달라 붙었다.
"호호! 오빠도 수려를 좋아하시죠? "
은수려가 사마장현의 턱밑에 얼굴을 붙이고 올려다보며 추파를 흘렸다.
그 모습을 보자 은가려는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뜨릴 듯한 모습이 되었다.
그리고 두 입술을 꼬옥 깨물며 발딱 몸을 일으켰다.
"나.... 갈.... 래! "
은가려는 몸을 홱 돌려 밖으로 사라졌다.
"호호호! "
그 모습에 은수려는 깔깔 웃었다.
"오빠! 안녕히 주무세요! "
몸을 일으키며,
쪽-------!
은수려는 사마장현의 볼에 소리나게 입맞춤을 하였다.
"호호호! "
사마장현이 얼떨떨하는 사이에 은수려는 팔짝 뛰어 방을 나섰다.
"허.... 참! "
사마장현은 어이없어 하며 입맞춤을 당한 볼을 쓰다듬었다.
자기도 모르게 얼굴이 화끈 달아오름을 느꼈다.
비록 장난기 서린 행동이었으나 난생 처음 당하는 일인지라 가슴이 두근거렸다.
"잠이 올 것 같지는 않군! "
사마장현은 고소를 지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산책이나 해야겠다! "
폭혈수라검보를 탁자 밑으로 집어던져 놓은 뒤 그는 방을 나섰다.
잘 다듬어진 후원은 괴괴한 달빛이 흐르고 있었다.
찌르르.....
괴괴한 적막을 깨며 여기저기서 풀벌레의 울음소리가 들렸다.
사마장현은 서늘한 야풍을 맞으며 후원을 거닐었다.
은가루같은 달빛이 그의 발에 밟혀 처연하게 부서져 나갔다.
(엇..... )
화원의 관목사이를 걷던 사마장현의 발길이 문득 멈추어졌다.
그는 어느덧 작은 인공연못이 만들어져 있는 가산(假山)가에 이르러 있었다.
작은 연못,
연못가의 관목사이로 아담한 정자가 자리하고 있었다.
지금,
괴괴한 월광을 받으며 한 명의 미인이 앉아 있었다.
월하미녀(月下美女),
분홍의 날아갈 듯한 궁장을 걸치고 난간에 기대어 우수에 찬 모습,
아!
월궁항아가 하계에 내려왔는가?
너무도 환상적이고 아름다운 모습이었다.
사마장현은 아찔한 현기증을 느꼈다.
그의 가슴은 여인의 아름답고 사랑스러움에 그대로 와르르 무너져 버렸다.
(누님......! )
사마장현은 꿈꾸듯 미인을 바라보았다.
그 여인의 이름은.....
서시독후(西施毒后) 사희영(査姬瓔)!
서시(西施)가 환생했다하여 붙은 이름!
사마장현은 지금같이 사희형의 별호가 어울림을 느낀적이 없었다.
서시독후의 모습!
그것은 바로 사마장현읜 뇌리에 있는 연상의 영니!
문득,
"휴--- 우! "
사희영은 허공에 뜬 반월을 우러르며 땅이 꺼져라 한숨을 토했다.
"휴.... 사희영아! 왜 그러느냐? 그분과 너는 어울리지 않거늘... "
사희영은 우수에 찬 눈길을 연못으로 던지며 한숨을 쉬었다.
사마장현의 가슴은 걷잡을 수 없이 흔들렸다.
(누님이 연모하는 분이 계시는가? )
그 대상이 꿈에도 자신임을 모르는 사마장현,
사희영의 독백이 그대로 화살이 되어 그의 가슴을 갈가리 찢어 버렸다.
"하지만.. 그분만 대하면 가슴이 떨리고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형언할 수 없이
행복하니.... "
사희영은 고뇌에 차 고개를 떨구었다.
"아... 어찌... 어찌해야 좋은가? "
"으음.........! "
사마장현은 자신도 모르게 휘청하며 신음을 토했다.
"아! "
그제서야 인기척을 느낀 사희영은 나지막한 규성(叫聲)을 토하며 몸을 일으켰다.
"흠! "
사마장현은 헛기침을 하며 화목의 그늘에서 걸어 나왔다.
"아.... 아우님! "
사마장현을 발견한 사희영은 얼굴이 도화빛으로 물들었다.
"아..... 아우님.... 언제 나오셨어요? "
사희영은 다가오는 사마장현을 바라보며 당황하며 말했다.
"방금 이리로 오는 길입니다. "
사마장현은 본의아니게 거짓말을 하며 정자로 올라가 사희영과 마주 앉았다.
"야심하데 주무시지 않고... 걱정되시는 일이라도 계시는지요? "
사마장현은 찢어지는 듯이 아픈 가슴을 누르며 미소를 지었다.
"아.... 아네요. 별로.... "
사희영은 당황하여 얼굴을 붉혔다.
사마장현은 진지하게 사희영의 유연한 봉목을 들여다 보았다.
"말씀해 보십시오. 소제가 혹시 도움이 될지도 모르는 일이 아니옵니가? "
사희영의 봉목이 촉촉히 빛났다.
그녀의 눈에 언뜻 야속하다는 빛이 스치고 지나갔다.
(무심한 분... 당신께서는 전혀 천녀의 마음을 헤아리시지 못하신다는 말씀을
하시오니... )
사희영의 고개가 떨구어졌다.
사마장현과 함께 있었던 사흘간,
삼십 년이 넘게 굳게 닫혀있던 사희영의 방심(芳心)이 급격히 사마장현에게로
무너져 내렸다.
사희영이 사모하는 대상이 바로 자신임을 사마장현은 꿈에도 모르는 것이다.
"휴---- 우! "
사희영은 한숨을 쉬며 사마장현을 올려다 보았다.
그녀의 붉고 촉촉히 젖은 입술이 힘겹게 열렸다.
"제 마음 속에는 한 분의 영상이 있어요. "
사희영의 말을 듣자 사마장현의 영준한 얼굴에 한 줄기 고통스런 빛이 스치고 지나갔다.
하나,
그 빛은 사희영이 발견하기도 전에 빠르게 지워졌다.
(누님을 행복하게 해드릴만한 분이시라면.. 내가 물러나야지! )
사마장현은 부드러운 미소를 띄웠다.
사희영은 꿈을 꾸는 듯한 시선으로 사마장현을 올려다보며 입을 열었다.
"그분은 영준하시고 모든 면에서 인중용봉이라 할만한 분이지만... 목석(木石)같은
분이시라 천녀의 마음을 전혀 헤아려 주시지도 않으시고.... "
사희영은 자기 앞에 앉은 사마장현의 모습을 형용한 것이다.
사마장현은 그녀의 말에서 엉뚱한 인물을 떠올리고 있었다.
(능운기사(陵雲奇士).... )
바로 능운기사의 얼굴이었다.
사마장현은 미소를 지으며 사희영의 섬섬옥수를 꼬옥 쥐었다.
"걱정 마십시오. 누님! 그도 언젠가는 누님의 마음을 이해할 것입니다. "
사희영은 웃어야할 지 울어야할 지 기묘한 기분이 되었다.
(바보! 맹추! 쑥맥! )
사희영의 마음 깊은 곳에서 울컥 서러운 느낌이 치솟았다.
"흑! "
그녀는 참지 못하고 얼굴을 가리며 오열을 터뜨렸다.
"누..... 누님! "
사마장현은 깜짝 놀랐다.
"누..... 누님.... 소제가 무슨 잘못이라도.... "
사마장현의 당황하여 말하자 사희영은 더욱 섦게 흐느꼈다.
여인의 눈물!
그것도 천하미인의 눈물.....
사마장현은 여인의 눈물이 얼마나 위력이 있는지 알지 못했다.
사희영의 가녀린 어깨가 흐느끼며 물결을 일으키자 사마장현은 와락 껴안아 달래주고
싶은 충동이 일었다.
그러나 선뜻 손을 내밀어 사희영을 달래줄 엄두도 나지를 않았다.
(난감하군! )
그러나,
"누님! 고정하십시오! 소제가 죄를 지었다면 벌을 받겠습니다. "
사마장현은 사희영의 작은 어깨를 두 손으로 감싸안았다.
"흑! "
사희영은 기다렸다는 듯이 사마장현의 가슴에 쓰러지듯이 안겨왔다.
(헛! )
그 순간 사마장현은 무어라 형용할 수 없는 뭉클한 감촉이 눌러와 심신이 날아갈 듯이
아찔해졌다.
봉긋한 사희영의 젖가슴이 맨살로 닿은 듯 느껴진 것이다.
"누님! "
사마장현은 자신도 모르게 사희영의 풍만한 허리를 두 팔로 으스러져라 끌어 안았다.
"아우님! "
사희영은 가슴을 사마장현에게 붙이며 꼬옥 파고 들었다.
생전 처음 안아보는 여체,
사마장현은 정신이 황홀한 중에 단전에서 열기가 불끈 치솟음을 느꼈다.
그것은 아주 순수하고 본능적인 욕정이었다.
"으으음...... "
그의 품에 안긴 사희영은 나직이 신음하며 교구를 파르르 떨었다.
사마장현의 손길이 허리에서 밑으로 내려간 것이다.
그의 떨리는 손길은 풍만하기 이를데 없는 사희영의 둔부를 더듬어 내려갔다.
사희영은 쿵쾅거리는 사마장현의 심장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그의 손길이 어느덧 둔부를 쓰다듬으며 둔부의 갈라진 틈으로 사희영의 가장
은밀한 곳으로 다가가고 있었다.
그것을 느꼈으나.....
사희영은 그의 손길을 거부하지 않았다.
오히려 흥분에 떨며 그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었다.
치마를 사이에 하고 막 사마장현의 손이 사희영의 중지로 들어갈 때,
파파팟!
쉬------ 잉!
< 제 8 장에 계속 >
제 8 장 血 風 突 風
비단을 가르는 소성이 일고,
뼈골까지 스미는 한기가 실린 경기가 사마장현과 사희영에게로 쇄도했다.
"누구 ! "
사마장현의 대갈이 터지고,
파파팟!
위---- 잉!
그의 몸주위로 강력한 호신강기가 일었다.
따가각!
날아온 경기가 호신강기에 부딪쳐 튕겨졌다.
휘르르----
황홀경에 들어있던 양인은 다급히 떨어지며 몸을 세웠다.
몸을 세우는 순간,
휙-------!
휘---- 익!
양인의 눈에 정자를 향해 쇄도하는 야행인들의 그림자가 들어왔다.
"감히......! "
단꿈을 깨어버린 서시독후가 교갈과 함께 섬섬옥수를 내쳤다.
짜----- 자작!
그녀의 교수에서 분홍독가이 뇌전같이 쪼개져 나갔다.
"웃! "
"크------ 으! "
독강이 스치고 지나가는 순간 야행인들은 짚단이 쓰러지듯, 맥없이 나뒹굴었다.
나뒹군 시신들도 순식간에 한줌 독수로 녹아들었다.
실로 놀라운 독강(毒 )이었다.
츠츠츠!
위----- 잉!
뒤마쳐 십여 명의 야행인이 폭풍같이 두 사람을 휩쓸어왔다.
사마장현의 두눈이 번쩍 빛났다.
"수라섬(修羅閃)! "
짜---- 작!
그의 소매 속에서 새파란 검광(劍光)이 작렬하듯이 쏟아졌다.
"케----- 액! "
카----- 캉!
"크------ 악! "
단 일검에 전열 오 명의 허리가 두 동강났다.
"수라혈(修羅血)! "
위---- 잉!
스스스!
잔독한 검세가 십 장을 뒤덮으며 내쳐갔다.
파파팟!
카---- 캉!
"케------ 액! "
달려들던 야행인들의 나머지가 검풍 속에 화려한 혈우(血雨)를 뿌리며 쓰러졌다.
"대단하세요! 수라혈성 구양대협의 절기를 당사자 못지않게 펼치시다니.....! "
찬사를 보내던 서시독후의 안색이 곧 도화빛으로 변했다.
사마장현의 손이 자신의 깊은 곳에까지 이르렀음을 깨달은 것이었다.
다행히,
사마장현의 안색이 침중했다.
"심상치 않습니다! 감히 잠혼궁을 야습하는 자들이 있다니.....! "
사희영도 퍼뜩 상황의 심각성을 깨달았다.
"혹시... 십천의 모임이 있는줄 아는 적들이 저희 십천을 위해하려고....! "
그때,
"와------ 아! "
"저.... 적의 야습이다! "
창!
차----- 창!
"으------ 아악! "
"크----- 윽! "
대전 주위로 화광(火光)이 충천하며 천지를 뒤흔드는 함성이 있었다.
"누님! 수려, 가려, 두분 소저를 돌보아 주십시오! "
화르르르!
사마장현이 정자 밖으로 몸을 날리며 외쳤다.
"아우님은? "
사희영은 급히 난간으로 서며 날아가는 사마장현에게 물었다.
"대전의..... 잠혼거사 일행을 도와드리겠습니다! "
화르르르-----!
쉬----- 익!
말을 마치기도 전에 사마장현은 후원을 벗어나고 있었다.
"방해만 받지 않았으면.. 그분의 계집이 될 수도 있었는데..... "
사희영은 아쉬운 표정으로 후원 깊은 곳으로 날아갔다.
화르르!
차---- 창!
"아------ 악! "
잠혼궁 곳곳에서 화광이 충천했다.
시뻘건 화염 속에서 수도 셀 수 없는 야행인들이 잠혼궁도들을 쓰러 뜨리고 있었다.
숫적으로 딸리는 것은 아니나 잠혼궁도들은 기습을 당한지라 속수무책으로 쓰러지는
것이다.
"우---- 웅! "
돌연, 후원쪽에서 창룡음이 일고,
위------ 잉!
쐐------ 앵!
새파란 검기로 휩싸인 사마장현이 날아왔다.
"누워랏! "
검기 속에서 사마장현의 폭갈이 일고 맹렬한 검기의 소용돌이가 장내를 휩쓸고 지나갔다.
"크--- 악! "
"크으.... 검.... 검신(劍神)이다! "
일거에 수십 명의 야행인들이 피를 뿌리며 나뒹굴었다.
"힘을 내시오! "
화르르!
츠츠츠!
사마장현은 잠혼궁도들을 독려하며 검기를 휘몰아 대전쪽으로 날아갔다.
그가 스치는 곳에서는 어김없이 수십 명의 야행인들이 피를 토하며 쓰러졌다.
위----- 잉!
특별한 초식을 내치는 것은 아니나 검기가 휩쓸면 사람이고 병기이고간에 모조리
잘려 나갔다.
쐐---- 액!
야행인들을 질타하며 사마장현은 대전 앞으로 이르렀다.
"이----- 얏! "
"흐흐흐! "
콰르르르.......
쿠------ 쿵!
화광이 충천하는 중에 대전 앞에서 잠혼거사가 세 명의 회의노인과 격렬하게
싸우고 있었다.
쿠쿠쿵!
콰르르릉!
잠혼거사의 일장일장에는 대해를 뒤엎을만한 잠력이 실려 쏟아졌다.
하나,
세 명의 노인의 무공은 괴이신랄하여 오히려 잠혼거사의 공세가 밀리고 있었다.
츠츠츠!
세 줄기 청회색경기가 휘몰아칠 때마다 잠혼거사는 고통스런 표정을 짓고 있었다.
"궁주! 도와드리겠습니다. "
쐐---- 액!
사마장현은 지면을 박차고 날아올라 세 회포노인들을 덮쳐들어갔다.
"수라멸(修羅滅)! "
파파팟!
"악! "
폭죽이 터지듯 검세가 쏟아지고,
예기치 못한 사마장현의 공격에 아연하던 한 명의 회의 노인이 머리가 뽀개져서
나뒹굴었다.
"헛허! 자네가 무공을 익혔다니... 신세를 졌군! 한놈 맡김세! "
날아내린 사마장현을 보고 잠혼거사가 껄걸 웃었다.
"이놈! 죽어랏! "
자기동료를 죽인 것이 새파란 애송이 임을 발견한 회포노인이 잔독하게 외치며
그에게 쇄도했다.
"천룡참마(天龍斬魔)! "
위----- 잉!
새파란 검강이 부챗살같이 수평으로 잘라갔다.
파---- 팟!
"크---- 악! "
회포노인이 아찔하여 피하려 하였으나 이미 허리가 두 동강난 후였다.
"헛허! 대단하군! 대전 뒤의 팽노제를 도와주시게! "
쿠쿠쿵!
잠혼거사가 회포노인을 몰아치며 말했다.
"알겠습니다. "
휘르르르!
위----- 잉!
사마장현은 대답과 즉시 검막을 일으키며 대전의 뒤쪽으로 날아갔다.
"이----- 얍! "
우르르----!
쿠---- 쿵!
대전 뒤쪽에서도 천환신장(天幻神掌)이 세 명의 회포노인에게 합공당하며 고전하고 있었다.
그자들 개개인의 무공은 십천(十天)만은 못하나 강호절정고수에 낄 정도의 기오신랄한
것이었다.
(어디서 저런 자들이 대거 나타났단 말인가? )
사마장현의 가슴에 의구심이 무럭무럭 치솟았다.
하지만,
쐐---- 액!
츠츠츠------!
그의 몸과 천룡반검은 광폭풍우를 몰아 전장에 뛰어들고 있었다.
"헉! "
"으헛! "
뒤쪽에서 예리하기 이를데 없는 검기가 쇄도하자 회포노인들은 질겁을 하여 회색의
경기를 내쳤다.
하나,
짜------ 작!
"크----- 악! "
"아------ 악! "
피가 확 튀면서 두 명의 회포노인의 배심이 갈라져 나뒹굴었다.
"우------- 웃! 천라환우(天羅幻宇)! "
쿠----- 쿵!
피----- 엉!
"케----- 엑! "
그 순간,
당황하던 마지막 회포노인은 천환신장의 철장에 휩쓸려 피를 토하며 나뒹굴었다.
"자네가 무공을.....! "
적을 쓰러뜨린 천환신장은 날아내린 사마장현을 경이의 눈으로 바라보았다.
"나중에 말씀드리겠습니다! 그보다 우선 다른 분들을 도와 드려야지요! "
천환신장은 퍼뜩 정신을 차렸다.
"그렇군! 자 가세! "
"옛! "
화르르!
양인은 몸을 날려갔다.
멀지 않은 곳에서 능운기사가 삼인의 회포노인과 돌아가고 있었다.
한데 놀랍게도 능운기사는 장강대하같은 공세를 쏟아내어 오히려 세 회로노인들을
압도해가고 있었다.
(오히려 잠혼거사보다 강하다니.... 지금도 전력으로 저자들을 상대하는 것 같지
않으니 정말 신비한 분이다. )
사마장현은 염두를 굴리면서 전장으로 날아들었다.
"형님! 한 명은 맡기십시오! "
"핫하! 자네가 도우러 올줄 알았지! "
능운기사가 크게 웃으며 기뻐했다.
"누워랏! "
쐐---- 액!
천룡검에서 폭풍이 쏟아졌다.
"크---- 윽! "
전력으로 마주 장력을 내치던 회포노인이 가슴이 갈라져 피를 뿌리며 나뒹굴었다.
"케----- 엑! "
"아----- 악! "
그 순간,
능운기사의 쌍장이 찬연한 광휘를 흩뿌리자 두 회포노인이 비명을 지르며 튕겨졌다.
콰----- 릉!
쐐---- 액!
"케----- 엑! "
"크------ 악! "
천환신장의 도움을 받은 천수나타도 상대를 고슴도치로 만들어 쓰러뜨렸다.
"헛허! 사마공자! 감쪽같이 이 늙은이를 속이셨군! "
천수나타가 천환신장과 함께 사마장현에게로 날아오며 크게 웃었다.
"하하..... 본의는 아니었으니... 용서하십.....! "
크게 웃던 사마장현의 안색이 홱 변했다.
"크크크.......! "
철판을 긁는 듯한 음산한 웃음소리와 함께,
쐐----- 액!
한 줄기 흑영이 허공으로부터 날아 덮쳐오는 것을 발견한 것이다.
"조심하십시오! "
사마장현이 크게 외쳤다.
"에------ 잇! "
쿠------ 릉!
동시에 천환신장이 흑의인을 발견하고 맹렬히 쌍장을 짓쳐 내었다.
콰---- 릉!
꾸---- 궁!
폭죽이 터지듯 굉으미 일었다.
"훗! "
사석이 풀썩 날리는 중에 천환신장이 울컥 선혈을 토하며 밀려났다.
(천환신장을 일격에 물리치다니. )
중인들은 흠칫했다.
"흐흐흐.. 중원십천(中原十天)! 이름값은 하는군! "
혈의인은 음침하게 웃으며 중인들 앞으로 날아내렸다.
그자는 아주 음악하게 생긴 삐적마른 노인이었다.
(음사한 음한기공(陰寒奇功)을 극한까지 익힌 자다! )
그자의 몸에서 으스스한 한기가 흐름을 느끼고 사마장현은 눈을 빛냈다.
"클클... 어찌되었든 네놈들 십천도 오늘밤으로 끝이다! "
그자가 천수나타 등을 돌아보며 음침하게 뇌까렸다.
"미친 놈! 뒈져랏! "
위------ 잉!
스스스!
성질급한 천수나타가 노갈하며 일장을 흩뿌렸다.
그의 장력 속에는 남망이 번뜩이는 우모독침들이 함께 날아갔다.
"흐흐.... 이따위 잔재주를 믿고 날뛰다니.....! "
쿠----- 쿵!
흑의노인의 삐적마른 우작에서 칙칙한 회색강기가 내뻗었다.
콰---- 릉!
"크----- 윽! "
우모독침이 사방으로 날고 천수나타는 선혈을 뿌리며 나뒹굴었다.
"당형! "
천환신장 당천성이 달려가고,
"크크.... 네놈들 십천정도야.... 헛! "
득의하던 흑포노인은 질겁을 하며 안색이 홱 변했다.
위----- 잉!
츠------ 팟!
골수까지 스미는 싸늘한 검기(劍氣)가 측면에서 날아든 것이다.
"차----- 핫! "
흑포인은 전력을 다해 호신강기를 두르며 몸을 휘돌렸다.
카---- 캉!
"녠! "
호신강기가 검기에 무베듯 잘라지며 그자의 허리에서 선혈이 확 튀었다.
"어느 놈.......! "
대노하여 외치던 혈포인의 눈에 사마장현이 반동강의 검을 쪼개며 휩쓸어 오는
것이 보였다.
그와 함께 사마장현의 주위로 순간적이지만 창창한 천룡(天龍)의 형상이 일어났다.
"천..... 천룡검식(天龍劍式)! "
흑포노인의 안색이 경악과 공포로 물들었다.
츠츠츠!
그와 동시에 흑포노인은 쌍장을 전력으로 내쳤다.
그러자 그자의 쌍장에서 살을 에이는 듯한 한기를 품은 혈강(血 )이 뇌전같이 쏘아졌다.
이를 본 능운기사의 안색이 홱 변하여 외쳤다.
"아우님! 조심... 그것은 혈빙마강(血氷魔 )......! "
카---- 카캉!
짜----- 자작!
찬연한 불꽃이 튀며 혈강(血 )과 검강(劍 )이 맞부딪쳤다.
중인들의 눈에는 사마장현의 검강이 혈강을 베어 쪼개가는 것이 그림같이 눈에 들어왔다.
푸---- 학!
"크---- 윽! "
피가 확 튀며 흑포인이 허공으로 날아올랐다.
그자의 가슴이 쩍 갈라져 선혈이 무지개처럼 허공을 수놓았다.
"퇴..... 퇴각하라! "
말이 끝나기도 전에 그자의 신형은 이미 백 장 밖을 날아가고 있었다.
"으음! "
사마장현도 안색이 창백하게 변하여 휘청이며 물러났다.
"아우님! "
"사마공자! "
능운기사 등이 깜짝 놀라 사마장현에게 달려왔다.
"괜찮습니다. "
사마장현은 고개를 저으며 몸을 세웠다.
"아우님이 묵공을 지니고 계시는 것은 알았으나... 천룡(天龍)의 후예인 줄은 몰랐어요! "
능운기사가 사마장현을 부축하며 미소를 지었다.
그의 미소는 미인의 그것같이 황홀하였다.
"오빠! "
"할아버지! "
후원으로부터 은수려와 은가려가 서시독후와 달려오는 것이 보였다.
제 9 장 天龍一寶, 天龍密珠
대폐허(大廢墟).
영고성쇠(榮枯盛衰)가 한낱 나부끼는 낙엽같지 않은가?
폐허의 대장원(大莊園)!
그 화려하던 웅자(雄姿).... 지금은 어디로 갔는가?
무너진 석축과 불탄 석가래로 잿더미 속에 누워 있지 않은가?
휘르르.......!
스스스.......!
스산한 추풍(秋風)이 다만 쓸쓸한 잔해를 어루만질 뿐이다.
인생만사(人生萬事)!
어느 것 하나 폐장의 잔해와 다를바 없음이다.
인간이 다만 그것도 모르고 애증과 희노애락에 휘감겨 살다가 한줌의 부토로
스러져 갈뿐.....
"아.......! "
그 한숨소리,
석양을 등지고 한 명의 백삼청년이 추풍에 옷깃을 날리며 초연한 자세로 서 있다.
맹호의 눈썹,
대붕(大鵬)의 두눈,
허허로운 탄식을 담은 붉은 입술,
신선이 초탈함을 드리운 봉목이 폐허의 대장원을 바라보고 있었다.
황산(黃山).....
대천룡세가(大天龍世家)!
그 오백 년의 찬란한 무명(武名)이 싸늘한 재로 누워 스러져 있다.
다시 일어설 수 있는 대거인(大巨人)의 시신......
보는 이의 심사를 천만길의 나락으로 끌어내리지 않는가?
"천룡(天龍)..... 그 영화가 이토록 허무하다니..... "
사마장현의 입에서 깊은 침음성이 흘러나왔다.
사마장현의 이 장 뒤,
일남일녀가 다소곳이 시립해 있다.
날아갈 듯한 자의궁장미인(紫衣宮裝美人).
서시독후(西施毒后) 사희영(査姬瓔).
작은 산(山)을 연상케 하는 철탑거한(鐵塔巨漢)....
그는 물론 사마장현의 충복, 거산(巨山).
"........! "
"........! "
두 남녀의 시선은 폐허 위에 선 거룡(巨龍)을 보고 있다.
몸을 움추렸으되 구만 리 장천을 뒤덮어버릴 거대한 창룡(蒼龍)을......
"으음..... "
나직한 신음을 발하며 사마장현은 폐허의 가운데 우뚝 솟은 작은 산(山)을 보고 있다.
산(山)은......
황토가 채 마르지 않았으며,
그 앞에 삼 장 높이의 거대한 석비가 긴 그림자를 드리우고 서 있다.
<대천룡투혼총(大天龍鬪魂塚). >
오!
대천룡투혼총!
대천룡(大天龍)!
그 불굴의 투혼이 장(壯)함으로 잠들어 있는 곳!
바로 그렇다.
이것이 천룡의 오백 년 위엄을 지키려 최후의 일인까지 장렬함으로 천하를 울린
대천룡(大天龍)의 무덤이다.
지금 대천룡투혼총의 석비는 그 뿌리를 지전(紙錢)의 재로 묻혀 있다.
대천룡의 웅혼을 잊지 못하는 수많은 무림인들의 뜻이 타버린 지전의 재로 남아있는
것이다.
"누님........! "
사마장현은 석비 앞으로 걸어가 뒤에 선 서시독후에게로 손을 내밀었다.
"여기 있사옵니다. "
서시독후가 들고 있던 보자기를 사마장현의 손에 건네 주었다.
사마장현은 경건한 자세로 보자기 속의 제수를 석비 앞에 차렸다.
화르르.....!
지전이 그의 손에서 불꽃으로 춤추며 타올랐다.
"........! "
그 불길을 바라보며 무릎을 꿇은 사마장현의 두 봉목이 결연함으로 빛났다.
"대천룡(大天龍)의 투혼(鬪魂)들이시여! 소생 사마장현을 지켜보아 주소서! 그대들의
한이 천룡검(天龍劍)을 의지하여 구천(九泉)을 이르리라! "
그의 목소리는 나직하나, 황혼을 타고 멀리멀리 울려나갔다.
잠시 무릎을 꿇고 앉아 있던 사마장현은 정중히 일배를 하고 일어났다.
"누님.... 거산(巨山).... 돌아갑시다! "
사마장현은 침중히 얼굴을 굳히며 걸음을 옮겼다.
그들이 삼보도 걷지를 않았을 때,
"공자! 잠깐만! "
돌연,
창노한 음성이 대천룡투혼총의 뒤에서 들렸다.
".......! "
사마장현은 흠칫하며 몸을 돌렸다.
그의 눈에,
봉분 뒤에서 한 명의 노인이 피에 젖은 몸으로 걸어나오는 것이 보였다.
용모......
너무도 평범한 용모의 노인이었다.
어디서나 쉽게 볼 수 있는 구부정한 노인,
너무도 평범하여 기억하려고 애쓸수록 더욱 모호해지는 그런 인상이었다.
허나, 노인의 모습을 발견하는 순간,
사마장현의 봉목이 특이한 이채를 발했다.
(나의 공력으로도 오 장 주위에 접근해 있음을 알아차리지 못했다니... )
사마장현은 내심 노인의 내공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물같이 잔잔하게 흐르는 눈빛,
그것은 곧 노인의 내공이 반박귀진에 달했음을 말해준다.
"노인장께서.... 소생을 부르셨습니까? "
사마장현이 조용히 입을 열었다.
그의 물음에 온몸이 피로 젖은 노인은 두눈을 빛내며 사마장현을 바라보았다.
노인은 난전(亂戰)을 치룬 듯이 전신에 수십 군데의 상처를 입고 있었다.
"한 가지 공자께 여쭐 것이 있소이다..... "
"말씀해 보십시오! "
"공자께서는 어떻게 천룡검(天龍劍)을 지니시게 되었습니까? "
노인의 물음에 사마장현은 검미를 꿈틀하였다.
하나, 노인의 눈빛이 간곡함을 보고 사실대로 이야기했다.
"소생은 사마장현이라 하오이다. 반년 전 무이산에서 천룡검황 능가주님의 구함을
받고 천룡검을 이어받았습니다. "
그의 말에 노인의 안색이 일변했다.
"그럼... 능가주님은.....? "
사마장현은 나직이 탄식했다.
"중상을 입으신 상태에서 소생을 구하시느라.... 고인(故人)이 되셨소이다.... "
"으음........! "
노인의 안색이 침중히 굳어졌다.
노인은 처연한 눈빛으로 잠시 멍하니 서 있었다.
그러다가 그는 이내 무엇인가 결심한 듯이 사마장현에게 포권을 했다.
"이 늙은이는 비천(飛天)이라 불리우는 늙은 도둑이외다! "
(아.......! )
마주 포권을 하던 사마장현은 흠칫했다.
"노인장께서 비천신투(飛天神偸)! "
"허허...... 그렇소이다. "
사마장현이 눌라는데 서시독후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지금 모습이 선배님의 본 모습은 아니실 것으로 믿는데 맞사옵니까? "
서시독후의 말에 비천신투는 미소를 띄웠다.
"허허..... 역시 서시독후 사여협의 눈은 속일 수가 없구려! "
말을 하며 비천신투는 얼굴에서 극히 정교한 인피면구를 떼어내었다.
그러자 아주 인자한 인상의 노인얼굴이 나타났다.
그 노인,
그가 바로 중원십천(中原十天) 중 경공(輕功)과 신투술(神偸術)로 유명한
비천신투(飛天神偸)인 것이다.
"여기서 노인장을 만나뵙게 될줄은 몰랐습니다. 한데 어쩌다 그런 상처를.....? "
비천신투는 쓸쓸하게 웃었다.
"귀신 나부랭이 같은 자들이 노부에게서 한 가지 물건을 뺏으려 달려드는 통에
이리 되었소이다! "
(또 사망교(死亡橋)의 무리들인가? )
사마장현은 내심 의아해 하면서 정중히 물었다.
"노인장께서는 소생에게 하명하실 일이 있으신 듯 하오만.... "
비천신투는 손을 소매에 넣어 하나의 장방형의 작은 옥함을 꺼냈다.
(천향단목(天香檀木)으로 만들었군! )
그 옥함이 비천신투의 소매에서 나오자 폐부까지 시원하게 만드는 단목향이 주위로 퍼졌다.
일견하여 지극히 귀중한 물건이 그 안에 들어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받으시오! "
비천신투는 옥함을 사마장현에게 불쑥 내밀었다.
"어찌 소생에게 이것을 주시오이까? "
사마장현이 의아해하며 받지 않자 비천신투는 신중히 말했다.
"본시 천룡후예(天龍後裔)에게 돌아가야 할 물건이니 어려워말고 받으시오! "
비천신투가 고개를 끄덕이자 사마장현은 거절할 수도 없어 공손히 받아 들었다.
"감사하오이다! "
그는 하례를 하며 목함의 뚜껑을 열었다.
"아.......!"
"오........! "
뚜껑을 여는 순간,
휘황한 보광(寶光)이 목함 안에서 흘러나와 주위를 밝혔다.
옥함 안에는 금하(金霞)가 흐르는 주먹만한 보주(寶珠)가 들어 있었던 것이다.
"혹시.... 이것은 천룡밀주(天龍密珠)? "
문득 사희영이 놀란 기색으로 비천신투를 올려다 보았다.
"헛허! 역시 날카로우신 안목이외다! "
비천신투가 껄걸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맞소이다. 이것이 천룡제일지보(天龍第一至寶)인 천룡밀주(天龍密珠)이외다! "
비천신투는 해연히 눌라는 사마장현에게 천룡밀주에 대해서 설명을 해주었다.
<천룡밀주(天龍密珠). >
상고(上古) 서역(西域)에 하늘(天)과 통하는 영물(靈物)이 있었다.
그 영물의 이름은 천뢰금룡(天雷金龍).
십만년(十萬年)을 사며 천기(天機)를 얻어 승천(昇天)한다.
천뢰금룡은 승천하면서 불필요해진 내단(內丹)을 하계에 남긴다.
그것이 천룡밀주(天龍密珠)!
천뢰금룡의 십만 년 정원(精元)이 응축된, 천지지간의 단 하나 뿐인 천뢰금룡의
내단인 것이다.
그것을 서역제일의 천룡대법사(天龍大法師)가 찾아 천룡제일지보로 하였다.
천룡밀주에는 많은 효용과 비밀이 있다.
효용이란 피수(避水), 피화(避火), 피독(避毒), 피사(避邪)가 그것이다.
더욱이,
이를 몸에 지니고 있으면 공력(功力)이 급증하고 아무리 심한 내상이라도 급격히
치유가 된다.
더욱 중요한 것은 천룡밀주에 담긴 비밀이다.
이것은 두 가지인데 하나는 미궁 속에 있고 하나만이 알려져 내려온다.
천룡대법사(天龍大法師)!
이 불멸의 서역제일인의 최후절기가 천룡밀주에 감추어져 있다는 것이 알려진
하나의 비밀이다.
그러나,
수백 년을 내려오면서 그 누구도 그 비밀을 찾아내지 못했다.
그러다가 천룡밀주는 천룡사에서 분실되어 중원으로 흘러들어온 것이다.
".........! "
사마장현은 손에 들린 천룡밀주를 들여다 보았다.
천룡밀주의 표면에 흐릿한 천룡(天龍)의 그림자가 비쳐 보였다.
"이십여 년 전이었오...... 노부는 한권의 상고비급(上古秘給)을 훔치러 황궁밀고에
들어 갔어오! "
비천신투는 황혼의 하늘을 바라보며 회상에 잠겼다.
비천신투는 무사히 상고비급을 찾아내었다.
하나 그는 자금성을 빠져 나오다가 황궁의 비밀시위대인 자밀어사대(紫密御使隊)
에게 들켰다.
자밀어사대는 일당천의 황실최강자들,
천하의 비천신투이건만 한 명의 자밀어사대에게 기식이 엄엄할 중상을 입고서야 빠져
나올 수 있었다.
다 죽어가던 비천신투를 마침 주위를 지나던 젊은 무인에게 구함을 받았다.
그 젊은 무인이 천룡검황!
비록 도둑이기는 하나 은혜를 입으면 반드시 갚고야 마는 비천신투.
비천신투는 천룡검황에게 무엇이든지 시키는 일을 해주겠다고 했다.
천룡검황은 거절했으나 비천신투의 청이 하도 간곡하자 천룡검황은 그에게 한가지
일을 부탁했다.
중원에 흘러들어와 있는 천룡밀주를 회수해 달라는 것이었다.
"이십 년을 천하를 뒤집고 다니다가..... 반년 전에야 겨우 중원제일거부
(中原第一巨富) 왕전산(王錢山)의 보고에서 천룡밀주를 찾아내었오이다. "
"왕전산(王錢山)..... 천보장(天寶莊)에...... "
비천신투의 말을 듣던 사마장현이 흠칫하며 되물었다.
"아우님은 왕전산을 아시나요? "
서시독후가 물었다.
"몇 번의 안면이 있어서..... 그저 알고 지내는 정도의 인물이지요. "
서시독후 사희영은 모르겠다는 눈길로 사마장현을 바라보았다.
(아우님..... 이분의 진정한 신분을 종잡을 수가 없으니..... )
천보장주(天寶莊主) 왕전산(王錢山).
그는 당금 천하제일거부(天下第一巨富)이다.
그의 재산은 그의 당대에 이루어진 것이 아니다.
무려 삼백 년의 경륜이 쌓여 천보장이 이루어 졌다.
그의 재산이 정확히 얼마나 되는지 아는 사람이 없다.
호남북(湖南北)의 땅이 모두 그의 것이며 삼백 예순 곳의 전장(錢場), 사천(四千)의
표국(驃局), 각기 일만(一萬)을 상회하는 주루, 객점, 상점, 농장, 광산이 그의
수중에 있다.
그뿐이 아니다.
그는 한 마디 호령으로 백만 명의 수하(手下)로 부릴 수 있는 백만필의 병마(兵馬)와
일천(一千)의 거선(巨船)을 모을 수 있다.
가히 그의 재력은 상상을 불허할 정도로 엄청난 것이었다.
그가 바로 왕전산(王錢山)이다.
"노부가 간신히 천룡밀주를 찾았을 때 천룡세가가 멸문을 당했던 것이외다. 그래서
그동안 이 늙은이가 지니고 있었던 것이외다. "
비천신투의 말에 사마장현은 안색을 굳혔다.
"그렇다면 이제 왕전산대인께 돌려 드려야겠군요. "
비천신투가 고개를 저었다.
"그럴 필요없오이다. 왕전산은 자신이 천룡밀주를 갖고 있었는지 조차 모르외다. "
이어 비천신투는 진지하게 사마장현을 바라 보았다.
"천룡밀주가 이제가 겨우 마땅한 주인을 만난 것이외다. 사양마시고 넣어 두시도록 하오! "
사마장현은 잠시 생각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좋습니다! 천룡세가의 후인이 나타날 때까지 소생이 보관하지요! "
사마장현이 천룡밀주를 집어넣는 것을 보며 비천신투는 흐뭇하게 미소 지었다.
"허허, 이제야 애기지만 천룡밀주는 노부에게 해(害)와득(得)을 함께 갖다 주었지요! "
"무슨 말씀이신지.... "
"반년 동안 천룡밀주를 지니고 있어 노부의 일신내공이 두배 강해졌오이다. 이제
내공이라면 천하의 그 누구에게도 지지않을 정도외다! "
(그랬었군! )
사마장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비천신투는 이어 쓸쓸히 웃으며 자신의 상처를 내려다 보았다.
"한데 어떻게 알았는지. 일단의 귀신나부랑이 같은 자들이 천룡밀주를 노리고
노부를 집요하게 따라붙었지요! "
"그 때문에 다치셨군요? "
비천신투는 고개를 끄덕였다.
"허헛, 몇 번이나 죽을 고비를 넘겼지요. 오늘도 이곳에서 백여 리 떨어진 황석곡
(黃石谷)에서 백 명을 쓰러뜨리고야 빠져 나올 수 있었오이다. "
"으음..... "
"어떤 자들이기에...... "
사마장현과 사희영이 나직이 신음했다.
"엇! "
비천신투가 나직이 외치며 눈을 빛냈다.
그의 노안은 신광을 발하며 사마장현의 뒤에 시립해 있는 거산(巨山)을 주시했다.
(훌륭한 골격이다. 외문기공을 익히기에는 그 이상이 없는 철골(鐵骨)이다. )
보석을 발견한 듯이 비천신투의 눈이 빛났다.
"허허! 사마공자! 이분 소형제의 성함이? "
거산이 비천신투에게 대답했다.
"저는 거산(巨山)이라고 합니다. 공자님의 시종입지요! "
"흠! 어떤 절정의 외가기공을 익힌 듯 한데..... "
비천신투의 말에 거산은 멋적에 뒤통수를 긁었다.
"저는 대야(大爺)께서 가르쳐주신 금종조(金鐘早)의 공부(功夫)를 연마했읍죠! "
"금종조! "
사희영은 깜짝 놀랐다.
금종조는 피부를 강철같이 만들고 철골의 금강역사(金剛力士)를 만드는
절정외문기공(絶頂外門奇功)이다.
이는 이미 오래 전에 실전되었다고 알려져 있었다.
"아버님께서도 무림인(武林人)이신가요? "
사희영이 사마장현에게 물었다.
"무공(武功)을 연마하신 분이나... 무림과는 인연이 없으신 분입니다. "
사마장현의 대답에 사희영은 더욱 아리송한 기분이 되었다.
"이분 소형제의 골격은 극강기공(極剛奇功)을 연마하는데 최상이외다. "
비천신투는 탐나는 눈길로 거산을 바라보았다.
그는 주저하다가 사마장현에게 입을 열었다.
"염치없는 부탁이나... 이분 소형제를 이 늙은이의 제자로 주시지 않으시겠오이까? "
사희영이 미소를 지었다.
"호호.... 설마 신투술을 가르치실 것은 아니시고요? "
"물론이외다. 노부는 자질이 비천하여 수많은 신공비급을 쌓아놓고 익히지를 못했오.
두 분은 혹시 천황대력기공(天皇大力奇功)을 아시오? "
사희영이 흠칫했다.
"칠백년 전의 기인인 천력패황(天力覇皇)의 패도기공을 말하시는 것이옵니까? "
"바로 그렇소이다. 공자께서 거산을 노부의 제자로 주시면 수년 내에 천하제이인
(天下第二人)으로 키워 보리라. "
"천하제이인(天下第二人)이라...... "
"허허.... 천하제일의 보좌는 물론 공자께서 차지하실테니 말입니다... "
비천신투의 말에 사마장현은 미소하며 거산에게 고개를 끄덕였다.
"무엇하느냐? 사부님께 인사드려야지! "
이에, 거산은 즉시 비천신투에게 넓죽 절을 올렸다.
"사부님! 절받으십시오! "
"허허.... 오냐 오냐.....! "
비천신투는 입이 찢어져라 웃으며 좋아했다.
그 모습에 사마장현과 서시독후는 서로를 마주보며 흐뭇하게 미소했다.
그러다.
"흠......! "
사마장현의 검미가 갑자기 꿈틀하였다.
"헛! 이자들이 여기까지......! "
그와 동시에 비천신투의 안색도 대변하였다.
극히 흐릿한 살기가 스물스물 퍼짐을 느낀 것이다.
제 10 장 羅刹碎陽神功
(과연... 비천신투가 내공(內功)만은 자신했음이 허언이 아니었구나... 삼갑자가
넘는 아우님의 공력과 버금가다니..... )
사희영이 혀를 내둘렀다.
그녀도 수많은 인물들을 은밀히 접근하고 있음을 느낀 것이다.
문득,
"흐흐흐......! "
거북스런 음소가 허공을 울려퍼졌다.
휘----- 익!
그와 함께 대천룡투혼총의 뒤에서 한 줄기 흑영이 치솟아 올랐다.
(저자는.....! )
지면으로 날아내린 흑의노인을 바라보던 사마장현은 검미가 모아졌다.
그자는 며칠 전 잠혼궁에서 사마장현에게 패하여 달아난 바로 그자였던 것이다.
"크크크.... 비천신투! 겨우 여기까지밖에.....! "
음소를 흘리던 그자의 안색이 홱 변한 것이다.
비천신투 옆에 서 있는 사마장현을 발견한 것이다.
"으드득! 잘만났다! 천룡밀주도 찾고 네놈에게 진 빚도 갚아야겠다! "
흑의노인이 이를 갈았다.
그 자의 찢어진 뱁새눈이 악독하게 빛났다.
"뒈져랏! "
츠츠츠!
우르르.......
맹렬히 뻗친 그자의 쌍장에서 고약한 냄새가 나는 청회색의 강기가 쏟아졌다.
"흠! "
사마장현이 이마를 찌푸리며 마주 일장을 내쳤다.
"아우님! 조심하세요! 그것은 패철회인마강(沛鐵灰印魔 )......! "
사희영이 다급히 외쳤다.
쿠----- 쿵!
콰르르!
지축이 흔들리는 폭음이 일었다.
(웃! )
사마장현은 쌍장이 뽀개지는 듯한 통증에 검미를 찌푸렸다.
장법(掌法)이라고는 제대로 익힌 적도 없는 그다.
"크크... 누 ! "
콰르르르!
쐐---- 엑!
득수한 흑의노인이 득의하여 맹렬히 사마장현에게 질타해 들어왔다.
"천룡출운(天龍出雲)! "
쩌---- 적!
위---- 잉!
사마장현의 폭갈보다 빠르게 창창한 검기가 천룡(天龍)의 형상을 일으키며 내뻗었다.
"헉! "
득의하던 그자는 질겁하며 급급히 몸을 되날렸다.
하나,
"크----- 윽! "
피가 확 튀며 그자의 어깨가 쩍 갈라졌다.
검(劍)만 들면 사마장현은 무적(無敵)이요, 태산(泰山)이다.
"허허! 과연 천룡검식은 무적지검(無敵之劍)이외다! "
보고 있던 비천신투가 찬사를 보냈다.
"스스로... 자초한 화이니... "
사마장현이 반검을 들고 흑포노인에게로 다가갔다.
"으으.......! "
그자는 어깨를 감싸쥔 채 사색이 되어 물러났다.
(으.... 잠혼궁에서는 몰랐는데.... 태... 태산(泰山)이다.....! )
그자는 입술을 악물었다.
"일어나랏! "
그러자,
"와--- 아! "
클클클.......!
함성, 괴성이 사위에서 일었다.
휘----- 익!
휘르르-----!
사위에서 백 명이 넘는 회포인들이 메뚜기떼처럼 일어나 네 사람을 포위했다.
"흠..... 살계를 크게 열어야겠군! "
사마장현이 침음하며 주위를 돌아보았다.
"소야(少爺)... 사람을 패도 됩니까? "
거산이 우직스런 표정으로 물었다.
"이런 상황이니 별 수 없구나. 사정보아 줄 처지가 아니니... "
사마장현의 말에 거산의 눈이 번쩍 빛났다.
"크크.... 네놈이 아무리 천룡후예라 해도 일백척살마혼진(一百剔殺魔魂陣)에서
살아 나오리라고는 믿지 못하겠다. "
진밖에서 흑의노인이 득의하여 웃음을 흘렸다.
사마장현은 대꾸하지 않고 천룡검을 비껴 들었다.
"크크.... 발진(發陣)! "
위----- 잉!
스스스!
흑의노인의 일갈에 백 명으로 이루어진 진세가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웃! "
진세가 돌아가는 속도가 빨라지자 막강한 잠력이 일어 네 사람을 조였다.
"천룡신사(天龍神射)! "
사마장현이 맹렬히 일갈하며 자신의 전면으로 천룡검을 휩쓸어 내었다.
그러나,
우르르릉!
스스스스!
진세가 충돌하자 검세는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오히려,
츠츠츠------!
빠가닥!
가공할 무형경력이 회수되는 검기를 다라 쇄도해왔다.
"우---- 웃! 천룡참마(天龍斬魔)! "
사마장현은 다급히 검을 들어 그 경력을 쪼개어 부딪혔다.
"음.......! "
호구가 진동하여 그는 하마터면 천룡검을 놓칠 뻔 하였다.
"틈을 만들겠어요! "
스스스!
화르르르!
서시독후 사희영이 교갈하는 순간,
그녀의 소매에서 분홍독기가 확 퍼져 전면으로 덮어갔다.
이를 본 흑의노인이 대경하여 외쳤다.
"조심......! 소녀화독무(素女花毒霧)다! "
그의 경호성은 한 걸음 늦었다.
"크---- 으! "
"으음......! "
서시독후 전열의 십여 명이 신음하며 나뒹굴었다.
"천룡자해(天龍刺海)! "
콰자장!
푸----- 학!
그틈으로 창해(滄海)를 갈라 뒤집어버릴 맹렬한 검세가 폭포같이 쏟아졌다.
파파팍!
"크---- 악! "
"아---- 악! "
선혈이 인육(人肉)과 무지개처럼 튀어오르고,
단번에 이십 명의 몸뚱이가 잘라져 나뒹굴었다.
"우하하! 이놈들! 감히 소야께 불경하다니! "
위----- 잉!
거산이 삼 장이 넘는 석가를 번쩍들어 장작 패듯이 회의인들을 두들겨갔다.
흡사 우리에서 뛰쳐나온 맹호의 모습같았다.
콰르르-----!
"케----- 엑! "
"크------- 윽! "
거산의 석가래에 부딪힌 자들이 낙엽같이 뒹겨져 나갔다.
"우헤헤! 우리 제자 잘한다! "
비천신투가 입이 찢어져라 외치며 거산의 뒤를 따라 장강대하같은 장경을 쏟아내었다.
우르르릉!
콰르르!
"케---- 액! "
삽시에 전세는 역전되었다.
진이 무너진 회의인들은 거산(巨山) 일인도 막아낼 수 없는 형편이었다.
뚜벅! 뚜벅!
사마장현은 천룡검을 내려뜨린 채 흑의노인에게로 다가갔다.
"으으... 척살마혼진이.... 이토록 허무하게 와해되다니.... "
흑의노인이 사색이 되어 비칠비칠 물러섰다.
"각오는 되어 있겠지? "
사마장현이 천룡검을 쳐들었다.
"으으........! "
흑의노인이 사색이 되고,
그가 막 천룡검을 내려치려 할 때,
"멈춰요! "
돌연 허공에서 싸늘한 여인의 교갈이 터졌다.
화르르르!
그와 함께 한풍을 일으키며 한 명의 청의경장을 걸친 냉막한 신색의 여인이 날아내렸다.
"영..... 영주! "
아름다우나 냉막한 청의여인을 대하자 흑의노인은 벌벌 떨며 오체복지 하였다.
"꼴도 보기 싫어욧! 냉큼 돌아가 대죄(大罪)하세욧! "
여인이 그 얼굴만큼이나 싸늘하게 외쳤다.
그리고,
그자를 두 번 다시 돌아보지 않고 사마장현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잘도 본녀의 수하들을.......! "
말을 하던 청의여인의 안색이 굳어졌다.
사마장현의 얼굴을 대하자 여인의 빙심(氷心)이 무너질 듯이 뒤흔들린 것이다.
(이런 기품을 지닌 청년이 있었다니.... )
그녀의 시선이 바르르 떨렸다.
"소저의 방명은......? "
사마장현은 먼저 무심한 어조로 물었다.
그의 물음에 청의여인은 퍼뜩 정신을 차리며 냉면을 회복했다.
"본년느 차녀문(此女門) 사대나찰(四大羅刹)의 청의나찰(靑衣羅刹)이예요. "
사마장현은 의아한 시선으로 서시독후를 돌아보았다.
"차녀문(此女門)? "
서시독후가 고개를 끄덕였다.
"팔백 년 전 천마대조종(天魔大祖宗) 휘하 천마사패(天魔四覇)의 일패였으나 곧
무림에서 사라졌어요. "
청의나찰이 냉소했다.
"흥! 천마(天魔)는 영세무적이예요! 천하는 곧 천마(天魔)의 수중에 들어오게
될 것이예요. "
청의나찰의 광오한 말에 사마장현은 문득 싸늘한 눈빛으로 입을 열었다.
"천하제패의 제 일단계가 중원지주였던 천룡세가를 무너뜨리는 일이었겠지? "
"물론.... 흣! "
청의나찰의 안색이 대변하여 사마장현을 노려보았다.
"나쁜 사람, 사람을 유도심문하다니...... "
청의나찰의 안색이 새빨개졌다.
(이 여인... 천룡세가의 멸겁에 대해서 무엇인가 알고 있다. )
사마장현의 민활한 머리가 냉철하게 돌아갔다.
청의나찰은 아름다운 눈을 싸늘히 빛내며 사마장현에게 교갈을 쳤다.
"냉큼 천룡밀주(天龍密珠)나 내어놓으세요. "
"천룡밀주는 본인에게 있으니... 능력이 있으시면 소저께서 직접 찾아가 보시구려. "
"무어라고요? "
청의나찰이 발칵 성을 내었다.
"하라면 못할 줄 아세요? "
쐐--- 애액!
청의나찰의 교수가 골수까지 스미는 싸늘한 살기가 쏟아졌다.
"훌륭하오! "
위------ 잉!
사마장현이 외치며 천룡검을 흔들었다.
츠츠츠!
일시에 날카로운 검기가 은성(銀星)같이 퍼져 청의나찰을 뒤집어 씌웠다.
찌----- 직!
"어---- 멋! "
날카로운 비단찌기는 소리가 일며 청의나찰의 왼손 소매가 길게 찢겼다.
"에----- 익! "
화르르!
청의나찰의 교갈이 일며 사위(四位)가 청색채대(靑色彩帶)의 그림자로 뒤덮였다.
청의나찰이 허리에 두르고 있던 채대로 사마장현을 휩쓸어 온 것이다.
촤르르르......!
쐐----- 액!
채대의 그림자가 두눈을 어지럽히는 사이로 채대는 영사같이 사마장현을 휘감아 왔다.
"옷! "
사마장현이 아찔하여 물러섰다.
그 순간,
파파팟!
"크----- 으! "
채대가 어깨를 스치며 선혈이 확 튀었다.
"아우님......! "
"소야(少爺)! "
사희영과 거산이 깜짝 놀라 외쳤다.
"호호, 이번엔 몸채로 휘감아 던져 주겠어요! "
화르르!
청의나찰이 득의하여 어지러이 채대를 흔들어 왔다.
"천룡자해(天龍刺]海)! "
사마장현은 안색을 굳히며 천룡검으로 천만 가닥의 검기를 쏟아내었다.
위----- 잉!
창명(蒼溟)이라도 두 동강낼 검세였다.
"어멋! "
짜자작!
청의나찰의 청색채대가 검기에 베어져 갈가리 찢겼다.
화르르!
채대를 찢긴 청의나찰은 낭패의 기색으로 오 장 밖으로 날아갔다.
그리고, 사마장현을 잡아먹을 듯이 노려 보았다.
"흥! 본녀가 한번 눈독을 드린 것은 절대 앗기기 않아요. "
스스스......
청의나찰의 교구 주위로 스물스물 노을같은 경기가 피어 올랐다.
(웃! )
그 모습을 본 사마장현은 흠칫했다.
청의나찰이 끌어올리는 공력이 범상한 공력이 아님을 한눈에 알아본 것이다.
섬칫한 적황색 노을이 청의나찰의 교구를 뒤덮고,
심맥을 찌르는 듯한 요사스런 경기의 파동이 장내를 가득 메웠다.
(저..... 공력은.....! )
골똘히 생각에 잠겼던 비천신투의 안색이 홱 변했다.
"공자! 조심하시오. 그 계집의 공력은 차녀삼대기공(此女三大奇功)의 차녀쇄양신공
(此女碎陽神功)이오. "
차녀쇄양신공(此女碎陽神功).
이는 극양지기(極陽之氣) 파해전문의 기공이다.
신공을 운공할 때 스며나오는 적황색 강기가 양강지기를 파고 들어가 단원(丹元)을
파괴해버리는 것이다.
팔백년 전,
천마사패(天魔四覇) 중 차녀문의 문주였던 나찰선희(羅刹仙姬)는 극강의
나찰쇄양신공으로 천마대조종에게 끝까지 저항했었다.
물론,
역부족으로 패해 천마대조종의 희첩이 되기는 했으나,
"나찰쇄양신공(羅刹碎陽神功)? "
사마장현의 검미가 꿈틀했다.
"호호, 이제 알았으나...... 늦었다. "
청의나찰이 교소를 터뜨리며 섬섬옥수를 신랄하게 쓸어내었다.
쐐----- 엑!
위------ 잉!
찬연한 적황색 노을같은 강기가 사마장현을 엄습해왔다.
"천룡전륜(天龍轉輪)! "
사마장현도 지체없이 마주 천룡검을 쓸어갔다.
츠츠츠!
쿠르르르!
거대한 차륜(車輪)이 흐르듯,
강렬한 검강(劍 )의 륜이 폭풍같이 휩쓸어 나갔다.
콰자작,
쿠쿠쿵!
폭죽이 터지듯 굉음이 일었다.
화르르르-----!
이십 장 방원이 휘날리는 사석으로 가득찼다.
"두...... 두고봐욧! 반드시 복수하고 말거예요. "
쐐----- 액!
흩날리는 사석사이로 가냘픈 청영이 멀리로 날아갔다.
스스스!
사석이 가라앉으며 청의나찰이 섰던 곳에 한 사발은 되는 선혈이 뿌려져 있었다.
"으음........! "
그와 함께 사마장현의 안색이 핼쓱해져서 휘청거렸다.
나찰쇄양신공의 파공진기(破功眞氣)에 내부가 흔들린 것이다.
"아우님! "
사희영이 급히 그를 부축하였다.
"별일 아닙니다. 운공을 하면 날 것입니다. 호법을 부탁합니다. "
털----- 썩!
사마장현은 바닥에 주저앉아 이내 운공에 들어갔다.
스스스.......!
다시 서늘한 한풍만이 사마장현의 호법을 서는 세 사람의 옷깃을 스치며 지나갔다.
제 11 장 天 軍 提 督 府
금릉(金陵).
후세에 남경(南京)이라 불리어지는 천년도성(千年都城).
역대(歷代) 왕조들이 파란만장한 흥망성쇠(興亡盛衰)를 묵묵히 지켜보며 온갖
문화(文化)와 예술(藝術)을 꽃피운 곳이다.
불야태평성(不夜太平城)!
명문귀족(名門貴族)들의 권위를 나타내는 거대한 고루거각(高樓巨閣)들이 삼재로
(三才路)를 중심으로 장엄하게 펼쳐져 있다.
<삼재로(三才路). >
금릉성을 삼등분한 대로!
황실의 전유어로인 주작대로(朱雀大路).
문반(文班)의 최고권위를 상징하는 동로승상부(東路丞相府).
현 명조(明朝)의 전 병권(兵權)을 한 손에 움켜쥔 서로장군부(西路將軍府).
삼재야말로 천하를 독패한 명 황조의 정점(頂點)이었다.
<천군제독부(天軍提督府). >
서로장군부의 상징!
일명 어무왕부(御武王府)로도 일컬어진다.
당금 황실인 자금성(紫金城)을 제외하고는 천하에서 가장 큰 대부(大府)임을 감히
단언 할 수 있다.
근 십 리에 달하도록 펼쳐진 부중(府中).
층층누각과 대전(大殿), 그리고 곳곳에 자리잡은 연무장(鍊武場)과 정원은 커다란
야산(野山)을 방불케 할 정도로 드넓었다.
명 태조(太祖) 주원장(朱元璋)이 어무왕(御武王)이라는 시호와 함께 하사했다는
천군제독부!
이 대부의 주인공은 누구인가?
천군제독(天軍提督) 사마천(司馬天)---
오오----!
그였던가?
중원인이면 누구나 첫 손가락을 꼽는 인물--- 바로 그였던가?
명조 개국원훈공신(開國元勳功臣)인 어무왕(御武王) 사마광(司馬光)의 오대손이요,
현 천군제독으로 국가의 전 병권(兵權)을 한 손에 쥔 사마천!
그의 일갈(一喝)은 그대로 황제의 칙명이나 다름없었고,
그의 권력은 나는 새도 떨어뜨릴 정도로 쟁쟁한 것이었다.
천군제독 사마천----
그는 현 명조의 일인지하(一人之下) 만인지상(萬人之上)이었다.
× × ×
유시(酉時) 무렵,
타는 듯 붉게 물든 석양을 받으며 일남일녀가 서로장군부를 걷고 있었다.
문아하면서도 초탈한 용모의 서생,
그의 손에는 큰 책상자가 들려 있었다.
다소곳한 자태로 그의 곁을 따르는 자의여인(紫衣女人).
면사로 엿보이는 한쌍의 봉목(鳳目)이 별(星)을 보는 듯 아름답다.
사마장현,
그리고 사희영........
그들이 아니고 누구이겠는가?
두 사람은 사마장현의 집으로 가고 있었던 것이다.
문득, 다소곳이 교보(嬌步)를 옮기던 사희영은 흠칫 몸을 세웠다.
"........! "
백여 장밖에 서 있는 웅장한 장원문과 현판이 그녀의 시야에 들어온 것이다.
편액(遍額).
용사비등(龍蛇飛騰)의 웅후한 필체가 쓰여져 있었다.
<천군제독부(天軍提督府). >
무림인인 사희영조차도 가슴 뜨끔한 곳이 아닌가?
문득,
그녀는 의아한 시선으로 사마장현을 응시했다.
"처.... 천군제독부에는 왜....? 동생 집으로 간다더니.... "
".........! "
사마장현은 싱긋 웃음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이어,
묵묵히 정문으로 다가갔다.
표효하는 듯한 두 마리 석사자(石獅子).
그 앞에 시립해있던 갑옷으로 무장한 위사(衛士)들이 사마장현을 발견하는 순간,
"헉! "
"고..... 공자님이.....! "
"공자님께 문안드립니다! "
그들은 대경하며 코가 땅에 닿을 듯이 허리를 굽혔다.
"오랜만이구려. "
사마장현은 미소로 답하고는 뚜벅뚜벅 안으로 들어갔다.
이때,
"........? "
사희영은 뭐가뭔지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아.... 아우님이 천군제독부의 소부주.....? 그 신동(神童)으로 이름났던.....? "
사마장현은 걸음을 멈추고 그녀의 팔을 당겼다.
"하하, 어서 오십시오. 누님의 왕림을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
".........? "
"당금 천군제독부께서는 소제의 아버님이십니다. "
"뭐.... 뭣이라구요? "
사희영의 놀란 입이 다물려질 줄을 몰랐다.
하나 이내,
그녀는 곱게 눈을 흘기며 사마장현에게 말했다.
"아우님도.... 참..... 너무하셨어요. 한 마디... 귀끔이라도 해주시지 않고... "
말하는 사희영의 봉목에 따사로운 애정이 감돌았다.
"핫하! 자 들어가십시오! "
사마장현은 쾌활하게 웃으며 안으로 걸음을 옮겼다.
"공자님을 뵙습니다.... "
"어서 오시옵소서.... "
지나던 하인등속들이 진심을 담은 눈빛으로 사마장현을 맞았다.
(집이란 역시 좋은 것...... )
사마장현의 입가에 미소가 감돌았다.
(세상에.... 잠혼궁(潛魂宮)보다 열 배가 크다니.... )
사마장현과 걸음을 옮기던 사희영은 경이의 시선으로 주위를 돌아보았다.
끝없이 이어진 전각, 정원, 가산들....
실로 어마어마한 규모였다.
이때,
놀라 눈을 휘둥그래 뜨는 그녀를 뒤로하고 사마장현은 한 시녀에게 물었다.
"아버님, 어머님은 어디 계시느냐? "
시녀는 공손히 대답했다.
"후원 정심원(淨心院)에 계십니다. "
그녀의 말에 사마장현은 사희영의 팔을 끌었다.
"누님, 그만 놀라시고 아버님 어머님을 뵈러 가시지요. "
그러자, 사희영은 다소 상기된 표정으로 물었다.
"아버님께선... 매우 엄하신 분이겠죠? "
"하하..... 꼭 그렇지만은 않습니다. "
"........! "
그녀의 옥용이 점점 붉게 물든다.
가슴은 걷잡을 수 없이 뛰놀고,
(아아, 동생의 부모님을 뵈러 가는데 내 가슴은 왜 이리 떨릴까? )
그녀의 자태,
마치 선보러 가는 규수(閨秀)같지 않은가?
정심원(淨心院)
조용하면서도 수려한 정사(精舍)였다.
두 사람이 다가가자,
정사에 대기하고 있던 네 명의 시비가 공손히 인사했다.
"공자님을 뵙사옵니다. "
"........! "
사마장현은 예의 부드러운 미소로 답하고 이내 정사를 향해 공손한 음성으로 입을 열었다.
"아버님! 어머님! 소자 현아가 돌아왔습니다. "
순간,
"허..... 현아가.....? "
크게 격동한 중년여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어, 위엄서린 노인의 음성이 들렸다.
"들어 오너라! "
"네! "
사마장현과 사희영은 공손한 자세로 정사에 들어갔다.
단아한 실내,
호화찬란한 장식이 별로 눈에 띄지 않는 것이 주인의 성품을 보는 듯 하다.
상좌에 한 명의 위엄있는 초로노인이 앉아 있었다.
하나,
붉그레한 안색,
신광이 번뜩이는 호목(虎目).
그에게서 만인을 위압하는 풍모를 보는 듯 하지 않은가?
이 사람,
당금 대명의 병권을 한 손에 움켜쥔 천군제독 사마천----- 바로 그였다.
그 곁에는 중년미부가 고아한 자태로 앉아 있었다.
사마장현은 곧 두사람을 향해 대례를 올렸다.
"소자, 아버님과 어머님께 문안 드리옵니다. "
그러자,
두 부부의 입가에 자애로운 미소가 떠올랐다.
"오냐 오냐, 그래 고생은 없었으냐? "
"없었습니다. 오히려 많은 견식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
"그래.... "
이때,
고개를 푹 떨구고 곁눈질로 조심스레 사마천의 모습을 살피던 사희영은 내심 크게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아..... 천군제독께서는 절정의 무공을 지니셨구나.... 내공이 반박귀진(返璞歸眞)의
경지에 이르시다니..... )
사희영은 내심 크게 놀랐다.
< 제 1 권 끝 >
제 2 권 목 차 제 12 장 楓淵蕭築
제 13 장 司馬天世府
제 14 장 天外八大武尊, 그 千年의 秘事
제 15 장 天仙飛御步
제 16 장 天寶莊의 暗雲
제 17 장 神秘勢力
제 18 장 西施毒后의 危機
제 19 장 血海天煞九式
제 20 장 血雨魔帝 斬殺!
제 21 장 陰陽合靈廻魂大法
제 12 장 楓淵蕭築
"허허.... 손님을 모셔왔으면 소개를 시켜야지.......! "
사마천이 온화하게 웃었다.
"소자가 잠시 잊었사옵니다. 이분은 소자가 의누님으로 모신 분입니다. "
"소녀 사희영, 아버님 어머님을 뵙사옵니다. "
그녀는 날아갈 듯 절을 올렸다.
문득,
"..........! "
그녀의 모습을 주시하는 사마부인의 눈에 이채가 지나쳤다.
사마천은 흡족한 미소를 흘렸다.
"현아와 의남매를 맺었다니 질녀로 부름세, 괜찮겠지? "
사희영은 기어들어가는 음성으로 대답했다.
"물..... 론이옵니다. "
사마부인의 입에 의미있는 미소가 번져갔다.
"고마와요. 현아가 외아들이라 귀여운 딸 하나 있었으면 했어요. "
"소녀... 아버님 어머님 성심껏 모시겠사옵니다. "
"허허허..... "
부드러운 웃음소리가 오갔다.
실내는 곧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되었다.
잠시 후,
사마천이 정색을 하며 입을 열었다.
"현아, 문약하기만 하던 네가 신광이 안으로 갈무리될 정도인 것을 보면 지난 일년
사이에 무슨 기연이 있었던 모양이구나. "
"우연한 기회에 약간의 기연을 얻었습니다. "
이어, 사마장현은 간략히 무이산의 기연을 설명했다.
........
문득 사마천은 대소를 터뜨렸다.
"헛헛헛... 진정코 하늘이 내린 기연이로다. 무학이라면 곁눈질할 가치도 없다고
경원시하던 네가 이렇게 변하다니.... 대견하도다. 대견해... "
"소자 생각이 짧아 무학에도 도(道)가 있음을 알지 못했습니다! "
이때,
사마부인의 얼굴에는 걱정스런 표정이 떠올랐다.
"네가 건강해진 것은 좋다만 무림의 은원에 휘말려 들었다니, 그것이 걱정이 되는구나. "
그 말에 사희영은 자부심어린 음성으로 말했다.
"어머님, 걱정하지 마세요. 아우님의 무공은 천하의 누구와 겨루어도 뒤지지 않을
정도로 강하옵니다. "
사마천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지. 천룡세가의 천룡검식은 오백 년 내 최강의 무공이라 할만한 것이니...
하여간 노부는 사마가문의 전통이 노부의 대에 이르러 끊기고 마는가하여
은근히 걱정되었다! "
사마가문(司馬家門)의 전통!
그것은 대대로 무가(武家)의 전통을 말함이 아닌가?
사마가는 실로 그 자체가 하나의 거대한 문파나 다름없었다.
무림에 드러나지 않은 경세적인 무학!
가문을 이어온 출중한 인재(人才)들!
황실을 뒤에서 지켜온 것이 사마가였던 것이다.
자밀어위대(紫密御衛隊)!
황실의 특별위사대를 일컬음이다.
하나,
자밀어위대마저도 사마가의 인재들로서 구성되었으니,
사마가에 얽힌 신비(神秘)는 도대체 어디가 끝인가?
문득, 사마장현은 죄스런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아버님, 그동안 심기를 불편하게 해드려 죄송합니다. "
"허허.... 다 지난 일이다. 오히려 네가 무공일도(武功一道)에 들어 진전이
눈부시다니 안심이 되는구나. "
이때,
"아! 사마가문은 그저 평범한 거관세도가(巨官勢道家)가 아니었구나. 황실의
무학은 강호의 그것과는 또 다른 면이 있다더니..... )
사희영이 내심 이러한 탄성을 흐릴 때,
사마장현의 음성이 들렸다.
"거산은 한분 기인의 문하로 들어갔습니다. "
"거산에게는 잘된 일이다. 그 놈의 자질이면 충분히 대성할 수 있으리라. "
사마천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이내 온화한 음성으로 말했다.
"피곤할테니 그만 무러가 쉬도록 해라. "
"예, 이만 물러가겟습니다. "
"소녀 다시 뵙겠사옵니다. "
사마장현과 사희영은 각각 인사를 하고 물러갔다.
이윽고,
두 사람의 모습이 사라지자,
사마천은 대견하다는 듯 웃음을 머금었다.
"헛허.... 장한지고.... "
사마부인의 옥용에도 미소가 떠올랐으나 한 줄기 걱정스런 빛은 감추지 못했다.
"하오나 소첩은 은근히 걱정되옵니다. 그 연약하던 아이가 거친 무림에 뛰어들었으니
앞으로 그 고생을 어찌해야 옳을지.... "
"부인, 너무 심려마시오. 저 아이가 비록 겉보기에는 나약하지만 사실 천하의
누구보다 강한 아이요. 나이 열살 때 백 만권의 책을 읽기로 결심하고 오 년만에
달성한 아이가 아니오? "
"그렇기는 하옵니다만........! "
"허허... 두고 보시오. 몇 년내에 현아는 중원 천하에서 가장 강한 인물이 될 것이오.
아마도 사마세가의 영화가 저 아이에 의해 극에 달할 것이외다. "
남(男) 대 남(男)!
아버지로서의 직감일까?
기실, 아버지보다 아들을 더 잘 아는 사람은 없다.
비록 뱃속으로 낳은 어머니일지라도......
문득, 사마천은 의미심장한 눈길로 부인을 바라보았다.
"부인이 보기에는 사희영이라는 여아(女兒)가 어떻소? "
사마부인의 입가에 살포시 미소가 번져간다.
"보기 드물게 참하고... 마음이 깊은 아이예요. "
"핫핫핫.... 참한 아이라고 하셨소? "
돌연 사마천은 가가대소를 터뜨렸다.
"핫하... 그 아이는 당금 중원에서 가장 강한 이십여 명 중에 끼는 최절정
고수이외다. 별호를 서시독후라고 하지요. "
"네에.....? 서시독후라면 소첩도 들어본 적이 있어요. 중원십천(中原十天)의
일인이라던가요? "
"헛허.... 그렇소이다. 또한 십 년내에 천하제일미녀로 불리기도 하지요. "
사마가의 인물들!
그들이 무림정세도 환히 알고 있다는 사실 또한 신비한 일이 아닌가?
문득, 사마부인의 입가에 자애로운 미소가 떠올랐다.
"어쨌든 소첩이 보아온 여아들 중에서 가장 뛰어난 아이예요. 단 한분 황상폐하의
막내공주이신 월영공주(月影公主)만이 저 아이의 상대가 될 수 있겠고요. "
사마부인은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현아보다 십여 세나 나이가 많다는 것이 흠이긴 하지만... 며느리감으로도 손색없는
규수예요. "
"핫하.... 며느리감이라......! "
사마천이 기분좋게 웃었다.
"하하... 그녀석... 잘만하면 누이와 아내를 한꺼번에 얻겠군..... "
"형제 하나없이 외로운 현아를 친누이같이 잘 도닥여 주고 있는 듯이 보였사옵니다. "
"하하......! "
두 부부는 마주보며 미소를 지었다.
- 계 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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