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7월 둘째 주에 처음으로 남진하는 서해랑길 트레킹에 참가했다. 103개 코스 중 5개의 코스를 패스한 98코스부터 시작했다. 그러니 이번 77번 코스는 서해랑길을 시작한 지 정확히 1년이 되는 싯점이다. 이번 코스가 22번째 트레킹이고 처음부터 참가했다면 27번째가 된다. 한달에 두 번을 진행하니까 1년이면 24번을 트레킹하게 되지만 두 번의 명절과 혹한기나 폭염 때 순연할 경우를 감안하면 보통 20번 정도된다. 이번 경우에 22번을 했으니 두번 만 순연된 것을 알 수 있다. 지선 6개를 포함하여 109개의 전 코스를 이렇게 걷는다면 5년이 필요하다. 이제 1년이 지나가는 시기이지만 스스로에게 축하인사를 건네본다.
장마철이 시작되었지만 중부지역까지는 장마전선이 북상하지 않아서 하늘은 맑은 날씨를 예보하고 있다. 지난 번 보았던 도성3리마을회관 건물 앞에서 하차한다. 칠지도제작 야철지 기념비를 바라보며 그 옛날 찬란했던 선조들의 뛰어난 창조 문화를 감사히 생각한다. 서쪽으로 방향으로 잡고 포장도로를 따른다. 길가에서 보이는 논은 얼마전에 끝난 모내기 때 심은 벼들이 제법 제자리를 잡고 있다. 연녹색의 어린 벼들이 일정한 간격으로 반듯하게 줄이 서 있다. 2주 전에는 심은 벼 줄 사이로 논바닥의 물이 훤히 보였지만 그새 벼들이 왕성하게 자랐는지 논은 온통 녹색으로 둔갑 했다. 길가 옆으로 논과의 경계선의 땅에는 다양한 꽃들이 자신들의 독특한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다.
하늘이 내린 인연의 꽃말을 가진 보랏빛의 비비추와 작은 해바라기와 비슷한 영원한 행복의 노란 원추천인국의 꽃에 먼지가 묻어 있지만 마냥 어여쁘기만 하다. 그에 질세라 모내기 할 즈음에 핀다고 하여 망종화로 불리기도 하는 짙은 노란색의 물레나물꽃도 자신의 미모를 봐달라고 아우성이다. 그때 부메랑을 닮은 단풍나무 씨앗이 빙글빙글 돌면서 행운을 가져다 주는 짙은 보랏빛을 발하는 송엽국꽃 군락 위를 날아 풀속으로 떨어진다. 모두들 자신들만의 인생을 만들고 미래의 세계를 대비하고 있다. 계속되는 포장된 시골길을 걷는 것이 지루해 질 수 있어서 예쁜 꽃들을 보면서 흥미가 가미된 스토리를 만들어본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어느 날 길가에 핀 야생화가 눈에 들어온다. 그때 꽃의 멋과 아름다움을 보게 되었다. 그 이후로 어디에 있건 야생화는 함께 걷고 함께 오르며 즐거움을 함께 나누었다. 숲 속만이 아니라 이렇게 길가에 피었어도 꽃의 매력은 여전해서 눈 길이 아니갈 수 없다.
하천을 잠시 따르다가 길은 좌측으로 급히 꺾는다. 좌우로 모내기를 마친 연녹색의 물결 사이로 걷는다. 햇빛이 따가워서 큰 수건을 꺼내 머리에 얹고 모자로 눌러쓰며 햇살을 차단한다. 챙이 넓은 모자를 사야할까. 모자 관리가 불편하여 지금껏 미루었는데 고민을 해본다. 모처럼 인삼밭이 나온다. 검은 천이 둘러 친 해가림 시설물 아래의 인삼밭에는 볏집 사이를 뚫고 나온 작은 줄기들이 보인다. 이파리가 3개인 것으로 보아 1년생으로 보인다. 마주친 낮은 산자락에서 길은 우측으로 다시 돌아 나간다. 농로길을 몇 분이 앞서간다. 산자락과 연녹색으로 치장한 논 벌판이 합작하며 자연스럽게 아름다운 배경이 만들어진다. 치장을 끝낸 들판은 눈을 더욱 호강시켜주고 있으니 트레킹하는 즐거움을 배가 시켜 준다. 산 위를 걷는 것과 이런 길을 트레킹하는 하는 것을 비교하기는 무리가 있으나 산이나 들판이나 각자의 느낌에 따라 받는 즐거움은 다르지 않을 것이다. 산이나 들이나 자연에 동화되어 일체가 된다면 산하의 아름다움은 마음 속 깊이 간직될 것이다.
산자락 아래에 노란색의 행사 안내판이 서 있다. 2020년 걷기 여행 활성화를 위한 서산 아라메길 걷기여행 행사 노선 안내판이다.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지역특화 관광콘텐츠 공모 사업을 추진할 때 서산시의 '구석구석 함께 걸어볼까 유(YOU)! 서산' 이라는 걷기 여행길 활성화 프로그램이 선정되었다. 서해랑길 77코스 중 칠지도 제작 야철지 기념비에서 중리어촌체험마을까지가 여행길에 포함되어 있었기에 지금 중리포구에 가면서 그때의 안내판을 만난 것이다. 아라메길은 삼길포항 구간과 서해랑길 76코스가 포함되는 구도항 구간 그리고 해미읍성에서 개심사를 경유하여 마애여래삼존상으로 이어지는 구간에만 있는데 이 지역을 어떻게 아라메길 걷기행사로 표현했는지는 알 길이 없다. 그렇지만 서산시에서는 지금 있는 이 구간이 걷기에 좋은 곳으로 알리고 있다는 것은 확실하니 기분좋게 걸으면 된다.
제방이 나온다. 다시 가로림만이다. 북쪽 제방은 갈 곳이 아니지만 무슨 연유인지 출입금지 안내판이 세워져 있다. 제방과 연결된 야산 정상 부근은 민둥산이다. 산불 흔적으로 보인다. 바로 앞에 보이는 섬은 저도로 생각되고 멀리 희미하게 보이는 섬은 웅도일 것이다. 제방 아래를 바라보니 바닷물이 빠져 있어서 갯벌이 드러나 있고 그 위로 작은 배들이 눌러앉아 있다. 만조 시간이 두시간 지나가고 있으니 갯벌은 앞으로 더 많이 보일 것이다. 좌측의 제방길을 따른다. 꼬불꼬불한 제방이 산자락을 타고 한참을 가고 멀리 나무데크길도 보이고 방파제도 연결되어 있다. 좌측으로는 농경지가 이어지고 야산 아래에는 마을 집들이 들어서 있다. 전형적인 농촌 풍경이다. 논밭 사이에 언덕이 보이는데 커다란 나무가 서 있는 곳 일부를 제외하고는 평지로 개간하여 밭으로 만들었다. 제방 길을 따라 서쪽으로 진행하면서 웅도는 좀더 몸체가 드러나고 저섬은 바다를 도약하려는 감마우지의 모습으로 다가온다. 썰물 때는 갯길따라 저도에 입도 가능하다.
안내 표지판을 보니 이곳이 어름들방조제라고 알려준다. 제방 위의 시멘트 길은 계속 이어지고 갯벌은 좀 더 늘어난다. 질퍽한 개흙질이 많은 펄 갯벌은 아니고 모래가 많은 갯벌이다. 갯벌 위로 수많은 흔적들이 나타난다. 누군가가 만들어 놓은 천연 작품이다. 그런데 요상하게도 재빠르게 움직이는 게들은 보이지 않는다. 사람들이 제방을 걷고 있어서 숨어 있는가 보다. 제방 안쪽으로 작은 저수지가 있다. 수차 10대 정도가 물을 세차게 돌리고 있다. 이곳이 양어장인듯 하다. 물고기는 보이지 않지만 물이 썩지 않도록 순환시키고 산소도 공급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나무데크길을 따르면 중간에 전망대가 나온다. 갯벌로 내려갈 수 있는 계단도 별도로 만들어 놓았다. 여기서 단체사진을 찍고 개인적인 인증샷도 남긴다. 저도가 지척이고 진행 방향으로 방파제도 보인다. 그 끝에는 선착장이 있다. 그래서 그 부근에는 작은 배들이 떠 있다.
곧바로 중리농어촌휴양마을을 만난다. 중리포구에 당도한다. 내륙쪽으로 캠핑용 카라반이 듬성듬성 설치되어 있다. 해안가에는 해조류가 여기저기 뭉치로 널려있다. 혹시 감태? 글쎄 그런 것 같지는 않다. 이곳 중왕 마을은 뻘낚지, 바지락 그리고 감태가 유명하다. 마을 안쪽으로 감태가공시설의 건물도 있다. 길은 좌측으로 돌아 나가지만 선착장을 잠시 들러본다. 제방에는 낚지를 들고 있는 어린 아이들의 조형물도 있으니 의자에 앉아 사진을 찍으면 가로림만 바다와 저도를 배경으로한 멋있는 인증샷을 건질 수 있다. 선착장에는 보이는 사람은 없다. 지금 시간이 오전 10시 30분인데 왜 아무도 보이지 않을까. 비수기라서 그런가. 선착장을 지나서는 제방은 없고 산기슭만 보인다. 멀리 바다 건너 보이는 땅은 가로림만의 반대편인 듯 하고 바다에 떠 있는 섬은 고파도로 여겨진다. 가로림만은 대충 보아도 넓은 바다다. 되돌아 나온다. 아담한 2층 주택 하나가 보이는데 이곳은 낙지한마당 식당이다. 여러가지 꽃들이 피어있다. 그중 남천이 유독 크게 보인다. 하얀 쌀알 모양의 꽃봉오리에서 노란 꽃으로 핀다. 하나하나 작은 꽃이지만 한덩어리로 모여 핀 꽃은 연녹색의 잎사귀들 사이에 살짝 고개든 흰듯한 노란 꽃은 은은하고 어여쁘다.
체험마을을 벗어나면 가파른 도로를 따른다. 얼마전에 확장 공사를 끝낸 도로는 산뜻하다. 고개를 오르며 바라본 체험마을은 배산임수의 전형적인 농촌풍경이다. 더운 날에 고개 길을 오르려니 금방 땀이 솟는다. 왕산포구와 연결된 도로와 합류한 길은 아주 짧게 포장 길을 따르다가 우측의 좁은 길로 오른다. 딴 생각하다 표지를 놓치면 엉뚱한 곳으로 갈 수 있는 길목이다. 좁은 길을 따라가니 푸른빛을 띤 포동포동한 수국이 탐스럽게 꽃을 피우고 있다. 풀들 사이에 홀로 자리잡고 있는 모습이 좀 애처롭다. 나뭇가지가 길게 뻗어내려 터널을 만들어주고 있는 길을 지나면 서산창작예술촌이 기다리고 있다. 서산시가 폐교였던 부성초교 중왕분교를 개조해서 2010년도에 조성한 예술문화 공간이다. 그러나 폐교였던 건물이 50년이 지나다보니 옥상에 금이 가고 누수가 발생하므로 안전 진단 결과 철거하기로 결정되어 아쉽게도 올해 1월부터 운영이 종료되었다. 사람의 흔적은 없고 건물로 들어갈 수도 없어서 예술촌의 분위기는 알 수 없다. 운영이 중단되었으니 기존에 있던 자료나 예술 작품들은 이미 옮겨졌을 것으로 생각된다.
껍질을 벗겨낸 커다란 나무줄기에 나무가지를 붙여 만든 어느 작품앞에서 성 판득 선배님, 명사포님과 함께 기념 사진을 남기고 운동장으로 쓰였던 곳으로 이동한다. 마당은 사람들의 단절로 인해 하얀 개망초와 노란 금계국의 세상으로 변했고 한쪽에는 빈 돛대가 있는 나룻배 한척이 서 있다. 그러나 예술촌 건물의 외관은 아직도 깨끗하게 보여 곧 철거될 운명으로 보이지 않는다. 마당 끝편에 있는 나무데크 쉼터에서 잠시 쉬면서 술 한잔 마시며 일행들과 담소를 나눈다. 데크 너머 멀리 가로림만 바다가 보이고 좌측 야산 아래에서 무언가가 반짝 거린다. 빛나는 것이 무엇인지는 모르지만 마을을 지나 들판을 가로질러 그곳으로 간다고 한다. 회초리를 청하는 모습의 조형물을 물끄러미 바라본다. 싸리나무로 만든 회초리는 보이지 않지만 종아리를 걷고 잘못을 깨우치려는 아이의 서 있는 모습이 아른거린다.
언덕을 내려가며 뒤를 돌아보니 예술촌 건물이 야산 아래 보인다. 제법 높은 곳에 위치하고 있다. 마울 어귀의 밭에는 옅은 자줏빛의 꽃이 피어 있다. 참깨꽃이다. 참기름의 향이 느껴진다. 야산 경사면에 분홍달맞이꽃이 아직도 만개 중이나 벌나비는 보이지 않는다. 중왕리 마을을 벗어나며 농로길을 걷는다. 길가에는 안내 이정표가 갈림길마다 잘 세워져 있다. 길이 헷갈리지 않아서 마음이 놓인다. 팔봉초교가 6.8Km 남았다. 중왕저수지 방향으로 이어간다. 길가 좌측으로 산자락을 따르고 우측으로는 초록의 논이 펼쳐져 있다. 벌판을 바라보면서 자연스레 눈을 정화시킨다. PC나 핸드폰 화면을 보았으면 눈이 침침해졌을 것이지만 야외에서 초원을 보면 눈은 흐릿해지지 않는 묘약의 효과가 있다.
아스팔트길 좌측 수로에 물이 꽉 차서 흐른다. 집 마당에서 뭔가를 손질하는 어르신에게 수로에 대해 문의한다. 모내기를 하고 난 후라서 낮에 물을 대고 밤에는 공급하지 않는다고 한다. 오늘같이 날이 무더운 날에는 논의 물이 금방 마르기 때문에 용수를 공급하는 것이다. 근처에 중왕저수지가 있어서 용수 공급은 문제가 없을 듯하다. 지나가는 마을 사람들은 만나지 못한 채 길따라 계속 걷는다. 날은 뜨겁다. 집 마당에 묶여있는 등줄기에 검은 털이 박힌 황구조차 바라보기만 할 뿐 짖지는 않는다. 저수지로 가까이 다가가면 수로 물 조절장치 옆에 농업용수 사업과 배수개선 사업 완공 안내석이 있고 그 사이에 공적비가 서 있다. 공적비에는 작은 글씨로 빈민구제(貧民救濟) 백세청풍(百歳淸風)이 새겨있다. 지역주민을 몹시도 사랑했던 분으로 생각되는데 백세청풍이 눈길을 끈다. 영원히 변치않을 선비의 높은 절개를 뜻하는 백이숙제의 고사에서 유래되었다. 조선의 사대부가 자주 사용하던 글귀였다. 지금도 경북 예천의 삼강강당이나 경남 함안의 채미정 등에서 현판으로 만날 수 있고 서울 청운동의 김상용 집터에서는 바위글씨로 볼 수 있다. 또한 안중근 의사의 친필 유묵 글씨도 있다.
금방 양수장이 나온다. 배수장은 농경지 침수 예방이 목적이고 양수장은 농업용수의 공급을 목적으로 한다. 조금 전에 보았던 수로는 이곳에서 저수지의 물을 퍼 올려 농업용수로 사용 중임을 알 수 있다. 저수지 제방 옆으로 이어진 길을 따른다. 작은 다리를 통하여 하천을 건너는데 물은 맑거나 흐린 것이 아니라 온통 녹색이다. 녹조현상일까. 바로 좀 더 긴 다리가 나온다. 중왕저수지를 건너는 중이다. 우측의 저수지 끝은 가로림만이라서 멀어질수록 폭이 넓어진다. 제방 아래에서 누군가가 낚시에 열일하고 있다. 얼굴과 목 부분은 천으로 둘렀으나 고기잡는 즐거움에 이런 무더위는 아랑곳하지 않고 있다. 열정이 최상위에 있기에 가능하다.
다리를 지나며 지나온 곳을 바라보니 들판에 살짝 솟구친 작은 언덕이 있고 중앙을 분화구처럼 파서 아랫쪽에 봉분을 조성하고 뒤쪽은 자연스럽게 곡장으로 처리되어 귀하신 분의 묘지로 보인다. 저수지용 다리 옆으로는 수로가 설치되어 있어서 용수가 연신 흐르고 있다. 농로길을 계속 따른다. 앞서가던 성 선배님이 길가에 앉아 기다리신다. 냉커피 한 잔을 주신다. 맛이 약간 짠맛이 난다. 믹서 커피에 군소금을 조금 탔다고 한다. 더운 날에 땀을 흘릴 때는 천일염보다는 군소금이 오히려 몸에 더 필요하다고 한다. 짜면 어떠리. 선배님이 생각해서 주는 냉커피는 맛으로만 마시는 것이 아니라 느낌으로 마셔도 된다. 그러면 달콤해진다. 냉커피 잘 마셨습니다~ 산자락을 따라 걷기도 하고 뙤약볕의 길을 걷기도 하면서 갈 길을 간다. 어느 농지는 모내기가 안된 벼 밑둥만 있는 상태로 있다. 제법 넓은 논인데 왜 그럴까. 삼거리가 나온다. 좌측으로 발길을 옮긴다.
흑석리다. 예술촌에서 보았던 빛이 반짝거린 곳이다. 그런데 빛을 내거나 반사할 만한 것은 보이지 않는다. 다만 산자락에 무언가를 덮은 비닐만 있다. 햇빛이 비닐에 반사되어 저 멀리 있는 예술촌까지 반짝거렸던 말인가. 무엇이 그랬을까. 이번엔 밭이 나온다. 고랑을 내고 검은 비닐을 덮었다. 작업을 끝내고 화물차를 타는 마을 어르신에게 물어보니 양배추를 심으려고 비닐 작업을 했다고 한다. 그러고보니 화물칸에는 작은 농기계가 실려있다. 낮은 야산의 언덕길을 오른다. 길가에는 가로수가 없어서 햇빛에 그대로 노출되므로 얼굴과 목을 좀 더 큰수건으로 가리고 고개도 조금 숙이며 걷는다. 고개 아래 숲속에 일행들이 점심을 하고 있다. 이번엔 이석길 선배님이 먼저 빈 잔에 소주를 따라서 주신다. 와우~ 이걸 다 마시면 비틀거리며 걸을수도 있겠다 생각하며 조금만 입을 축이고 대신에 가지고 온 막걸리로 한 잔 채우고 막독 팀장에게도 한 잔 전한다. 밑반찬이 다양해서 안주를 무엇으로 할 지 선택의 고민으로 행복해진다.
마지막으로 자리에서 일어나 정리를 하고 길을 나선다. 잠시 후 삼거리가 나온다. 이곳에 왠일인지 그 많던 안내판이 아니 보인다. 길바닥에는 정해석님이 남긴 종이 표시지에는 우측의 작은 길로 들어서라고 안내하지만 무심결에 좌측의 큰 길로 나갈 수도 있겠다. 언덕을 오른다. 임마누엘 교회를 지나는데 넓은 밭에 볏짚이 덮여있는 위로 연녹색의 새순이 올라오고 있다. 백과사전인 성판득 선배님이 생강이라고 알려 준다. 작은 대나무와 비슷하다고 하는데 가을 어느 날에 농촌길을 걷다보면 그 모습을 볼 수도 있겠다. 서산은 국내 생강 생산량의 30%를 책임지고 있다. 고개를 넘어갈 때 까치수염꽃과 고삼꽃이 날이 무더우니 건강에 유념하라고 안부를 전한다.
길은 논과 밭 사이를 누빈다. 생강 나무 밭이 보이고 정지 작업된 황토밭이 산자락 아래 경사면에 펼쳐진다. 그 너머로 산세가 있는 산이 얼굴을 쬐금 내민다. 서산의 산에는 다녀간 적이 없어서 어느 산인지 인지가 안된다. 성 선배님과 얘기하다보니 지금 보이는 저 산은 팔봉산(364m)이라고 한다. 역시나 백과사전임을 증명한다. 그동안 두 번을 올랐다고 한다. 마을 입구 길가에 멋지게 생긴 소나무 몇 그루가 마을수호신처럼 높게 자리잡고 서 있다. 황토밭 위에는 감자들이 널려있다. 수확을 끝낸지가 얼마 안된 밭으로 보인다. 이지역은 생강에 특화되어 있는지 수시로 볏짚이 덮여있는 생강밭이 보인다.
팔봉산을 바라보며 논 사이로 난 길을 계속 따른다. 다시 야산이 기다리고 있다. 지도를 확인해 보니 당산으로 여겨진다. 몇 채의 집이 스쳐간다. 오르막이라서 성 성배님이 뒤쳐진다. 한쪽은 수확을 마친 감자밭이 보이고 다른 쪽은 연한 보랏빛의 감자꽃이 한창이다. 무슨 조화인가. 수확시기가 다른 것인가. 야산을 넘을 즈음에 앞서가는 일행들이 나무그늘 아래에서 쉬고 있다. 조효행님이 말하기를 바람이 시원하게 불어서 에어켠을 켜 놓은 것 같다고 한다. 바람길인가 보다. 정말로 시원한 바람이 들어온다. 몇도 정도는 주변에 비해 낮아진 것 같다. 성 선배님이 올때까지 기다린다. 옆의 밭을 보니 팔봉산 감자라고 쓰여있는 포장박스 몇 개가 팔레트에 쌓여 있다. 서산의 감자는 가로림만의 해풍 영향으로 영양과 맛이 뛰어나다고 한다. 지난 6월 17일과 18일에 제22회 팔봉산 감자축제가 근처에 있는 양길리의 어울림마당에서 진행되었다.
시원한 바람으로 열기가 조금 가신 다음 길을 나선다. 도로 주변으로 논 보다는 밭이 더 많이 보인다. 팔봉초교는 2,2Km 남았음을 안내판은 말한다. 이번 코스도 얼마 남지 않았다. 비닐하우스 안을 들여다보니 상당한 량의 양파가 보관중이다. 도로가에 노란 살구 열매가 달렸다. 일행 중 일부는 몇 개를 따서 맛을 보기도 한다. 대황2리경로당 앞에서 대기 중인 버스가 보인다. 걷기에 문제가 있는 일행 몇 분이 이용할 예정이다. 다른 분들은 그대로 우측으로 꺽어 나간다. 들판 너머로 팔봉산이 좀더 선명하게 가까워지고 이제는 높아 보인다. 밭에는 수확한 양파가 포장을 위해 대기중이다. 길은 다시 가로림만 제방으로 이동한다. 간조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아서 아직은 바닷물이 멀리 나가있고 그 자리를 갯벌이 펼쳐진다. 갯골 사이로 물이 흐르고 붉은 색으로 치장을 하였다. 염생식물인 칠면초가 붉게 물들이며 넓은 터를 잡았다. 제방 너머에는 모내기 때 심은 벼가 연녹색으로 물결친다. 적색과 녹색이 조화를 이루고 바닷가 경계선을 아름답게 만들어 주고 있다. 가을에 이곳에 다시 선다면 황금빛의 벌판과 짙은 적색의 칠면초가 다른 멋진 모습을 보여 줄 것이다. 영농조합법인 앞에서 양길교를 건너면 언덕 위 숲속에 가려있는 팔봉초교를 만나게 되고 커다란 암석을 쌓아 만든 학교 담장 앞에 77코스 안내판이 기다린다.
막 팀장은 이번 코스도 짧기 때문에 부근에 있는 최치원을 기리는 사당인 부성사를 방문한다. 지난 번에 안견기념관에서 상세한 설명을 해 준 해설사가 이번에도 수고를 마다하지 않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