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로 후기를 적으려다가 답글로 몇자 적어봅니다.
(부득히 참석하지 못한 분들도 참고하시라고 조금 길게 적어 봅니다)
감사히 잘 읽었습니다.
여행은 어떤 마음으로 임하느냐에 따라 그 느낌은 조금씩 다를 것입니다.
아내는 예전에 성지순례차 해미를 가보았지만, 저는 처음이라서 더욱 마음이 설레었습니다. 멀미약 때문인지 스스르 잠이 든 아내 곁에서 저는 혼자 이런저런 생각을 많이 했었지요.
낙동강변을 달릴 때는 강 건너 옛날 원동 매화밭의 추억도 떠올려보고, 금오산과 추풍령 황악산에 눈이 쌓인 모습에 마음속으로만 탄성을 짓기도 했습니다. 또한 처음으로 지나가는 충청도 예산의 내포평야 들판은 정말 넓더군요.
부산에서 해미읍성은 372km, 황금산까지는 400km, 서산은 제법 멀었습니다. 황금산 주차장에 도착시간이 12시였으니, 다섯 시간이 걸렸더군요. 황금산은 해발 152m라서 높지는 않았고 정상에서 바라보는 서해안 해변 섬들은 더없이 좋았습니다. 코끼리 바위, 바닷가 사구에 어떻게 그런 바위가 생겼을까요, 나중에 보니 어떤 분들은 코끼리 바위에서 아주 멋진 사진을 찍으셨더군요. 13시40분까지 코끼리바위 여정을 마치고 서산 전통시장으로 이동했습니다. 14:30~15:20까지 중식, 저희는 일미국밥이라는 곳에서 점심을 먹었는데, 그런대로 맛있었습니다.
중식 후 오후일정으로 약40분정도 차를 타고 看月庵(간월암)으로 이동했네요. TV에서 많이 보았던 정경이었습니다. 아내는 사진찍기에 여념이 없고... 버스로 다시 회귀하라는 시간이 16시 40분이었지요. 경치에 빠져 놀다보니 시간이 너무 많이 흘러버린 것이 조금 아까웠습니다. 왜냐하면 다음 이동지에서 그만큼 시간이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간월암에서 해미의 천주교순교성지는 약30분 소요, 날씨는 비가 조금씩 흩뿌렸지요.
양초를 사서 기도하는 아내 뒷모습을 보고, 왠지 저도 마음이 숙연해지더군요.
천주교순교성지에 ‘자리갯돌’이 있습니다. 곡식을 탈곡하듯이 사람을 돌 위에 내 동댕이쳐 죽였다는 것이지요.(베껴온 사진)
1866년 병인년, 제가 학교다닐 때는 병인사옥(丙寅邪獄)이라고 했었는데, 丙寅迫害(병인박해)라고도 합니다. 그때 무려 8000명이나 죽였답니다. 해미에서는 약1,000명을 죽였다고 하지요.
이 사건이 그해 10월, 프랑스군이 천주교도 박해에 대한 보복으로 강화도를 습격하여 쑥대밭을 만들고, 왕실 의궤를 약탈해간 병인양요(丙寅洋擾)로 이어졌습니다. 아무튼 1863년 고종이 즉위하고, 그의 아버지 흥선대원군이 어린 왕을 대신하여 약10년을 섭정하면서 정말 끔찍한 일을 한 것 같습니다. 시간이 많았으면 차근차근 느껴보았을텐데 조금 아쉬웠습니다.
날은 점차 어두워져가고 바로 옆의 해미읍성에 도착했습니다. 시간이 몇시였더라? 기억이 나지 않네요.
17시30분쯤 되었을 것입니다.
해미읍성은 낙안읍성, 고창읍성과 달리 특징이 한 가지 있는데, 다른 곳은 그냥 지방행정기관으로서 관아가 있었다면, 해미는 軍營(군영)이 함께 있었던 곳이지요. 즉 충청 수군은 충남 보령에 있었고, 충청도 육군의 본영이 있던 곳입니다. 태종 때부터 약230년간 그곳에 있다가 조선 효종 때 청주로 이진하게 되었지요. 충청병마절도사(줄여서 충청병사)가 있던 곳, 湖西左營(호서좌영), 요즘으로 치면 충청도 지역사령관이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아래도 베껴온 사진)
이순신장군이 32세에 무과 급제하여 함경도에 첫 발령을 받았다가, 훈련원 봉사를 거쳐, 세 번째로 부임한 곳이 이곳이기도 합니다. 35세에 약10개월 근무하였다고 합니다. 이런 이야기는 다음에....
후다다닥... 해미읍성을 돌아보고 버스출발이 18시20분이었습니다. 부산에 도착이 23시....
제법 멀었지만, 저로서는 대체로 만족한 아주 의미있는 여행이었습니다.
(이만 쓸께요. 직장일하다가 점심시간에 후딱 쓴 글이라서 두서가 없습니다. 양해해 주시길...)
첫댓글 남촌님의 서산 여행이 남다른 감회와 의미있는 시간임을 느낄 수 있는 후기글 잘 읽었습니다.천주교 순교성지의 자리갯돌 설명 및 역사적인 병인박해, 다른 읍성과 달리 군영과 함께 있었던 해미읍성의 특징을 잘 풀어주셔서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여행은 아는 만큼 보이는 것 같습니다. 가슴벅찼을 남촌님의 서산 궤적을 따라가봅니다. 멋진 풍광과 자연에의 몰입도 좋고 역사와 문화가 공존하는 도보가 정다운 도보의 매력입니다. 감사합니다.^^
해피님의 간결하고 운치있는 글에 비하면 저는 정제되지 않은 그저 '잡글'입니다. 저는 많이는 아니옵고 작년부터 이 단체에 몇 차례 참석을했었지요. 그때마다 조금은 갈증을 느꼈습니다.
특히 여수 하화도를 갈 때는 이순신대교를 건너가면서 그 주변에 얽히 재미있는 이순신 이야기가 생각났었는데, 낯선 얼굴들 앞에 나서기 뭐해서 그냥 혼자서 '獨樂'을 하고 왔었네요.
여행은 일종의 추억만들기인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남촌 해피는 도보에서 여럿이 함께 즐기는 동락과, 의미를 두고 혼자 즐기는 독락을 즐기는 편입니다. 나름 소소하게 공존하는 시간이 좋더군요. 정성스런 긴 댓글 감사드립니다.^^
몰랐던 역사 깨우치니 다시 가고싶네요
아하, 양산... 멀리서 참석하셨군요. 언제 또 함께할 날이 있겠지요. 감사합니다.
@남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