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절기의 하나, 열한 번째. 음력으로는 6월절(六月節), 양력으로는 7월 7, 8일께이다. 태양은 대략 황경 105도에 위치하게 된다. 하지와 대서 사이에 있다.
옛 사람들은 소서 15일간을 3후(三侯)로 나누어서, ① 더운 바람이 불어오고, ② 귀뚜라미가 벽에 기어다니며, ③ 매가 비로소 사나워진다고 하였다.
이 시기는 본격적인 더위가 시작되는 계절이며, 장마전선이라는 불연속전선이 한반도의 허리를 가로질러 장기간 머물러 습도가 높아지고 많은 비가 내리는 장마철이다. 예전에는 하지 무렵에 모내기 끝내고 모 낸 20일 뒤의 소서 때는 논매기를 한다. 팥, 콩, 조도 가을 보리를 하였던 자리에 하지 때 심고 소서에 김을 매준다. 이 시기엔 퇴비를 장만하기 위하여 밭 두렁의 잡초 깎기도 한다.
본격적인 더위가 시작되는 철이므로 채소나 과일들이 풍성해지고 보리와 밀도 먹게 된다. 특히 음력 5월 단오를 전후하여 시절식으로 즐기는 밀가루 음식은 이때 제일 맛이 나서 국수나 수제비 해먹기를 즐긴다. 채소류로는 호박이며, 생선류로는 민어가 제 철이다. 잘생긴 민어를 다량으로 사다가 배를 따고 깨끗이 씻어 밝은 볕에 말려 포를 만들면 그 짭찔하고 쫄깃한 맛으로 해서 찬밥 물말이 해서 먹는데 반찬으로 최고이다. 싱싱한 민어로는 회 떠서 먹고, 따로 매운탕 끓이되 애호박을 송송 썰어 넣고 고추장 풀고 수제비 건 듯 띄워 먹는 맛도 일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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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들어 첫 주말이다. 오락가락하는 장마가 갈피를 잡을 수 없다고 한다. 시작됐는가 하면 사라지고 사라졌는가 하면 다시 나타나는 게릴라성 날씨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따지고 보면 기실 이렇게 뜬금없고 의표를 찌르는 게 바로 자연일 게다. 들쭉날쭉 아귀가 맞지 않고 불편스러운 것이 이 계절의 본성일 것이다.
이렇게 폭염과 폭우가 뒤섞이는 가운데 만물은 한층 성숙해 가게 된다. 느닷없이 들이닥쳐 요란스럽게 뒤흔들어 놓고 달아나는 것 그대로가 이 시절의 미덕이 아닐는지. 갑작스러우니, 뜨거우니 저도 모르게 푸념을 쏟아내기가 예사이지만 이런 기복이 없이 어찌 뿌리가 깊어지며, 심지가 굳어질 것인가.
이번 주말을 기점으로 올 여름더위가 본격화된다고 한다. 내일(7일)이 절기상으로 소서(小暑)다. 말 그대로 이제 진짜 더위가 시작되는 것이다. 그동안 덥다 덥다 했지만 아직은 시작도 하지 않았다는 것인가. 이 달은 이름만 들어도 열기가 후끈한 한여름의 절기들이 곳곳에 버티고 있다.
13일은 초복(初伏)이고, 23일은 중복(中伏)이자 대서(大暑)다. “백우선(白羽扇)을 부치기도 귀챦다 / 숲속에 들어가 벌거숭이가 되자 / 건(巾)을 벗어 석벽에 걸고 / 머리에 솔바람이나 쐬자”(李白의 ‘夏日山中’)고 했던가. 더위가 이토록 가파르게 치닫거늘, 누군들 만사 제쳐두고 훌쩍 떠나고 싶지 않겠나.
그러나 저 뜨거운 기운을 받아 채소가 자라고 과일이 맺고 밀과 보리는 속을 채워 갈 것이다. 더우면 더운 대로 추우면 추운 대로 그저 무심히 우회해도 좋은 시간이 있을 것인가. ‘소서가 넘으면 새 각시도 모를 심는다’ ‘7월의 늦은 모는 행인도 달려들고, 지나는 원님도 말에서 내려 돕는다’는 속담이 전한다. 소서 전에 모내기를 모두 끝내는 게 정상이지만 다소 늦어졌다면 너도나도 달려들어야 한다는 의미라고 한다.
뜨거우면 뜨거운 대로 그 무렵의 권리와 의무가 있고, 시절마다 촌각을 다투는 당위가 있는 법이다. 이제 그 서막을 알린 이 여름의 무더위를 어떻게 맞을 것인가? 당송 8대가의 한 사람 소식(蘇軾)은 “사람들은 모두 더위를 괴로워하는데 나는 여름해가 긴 것을 좋아하노라(人皆苦炎熱 我愛夏日長)”고 했다던가!/김상수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