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는 친구인가 맹수인가.
김 선 구
한 여행객이 옛 유고슬라비아의 달마티안 지방을 여행 중 어느 카페에 들려 창밖 거리의 모습에 눈길을 주며 이국의 정취를 감상하고 있었다. 그때 주인이 타고 가는 마차를 열심히 뒤쫓고 있는 개 한 마리를 발견하였다. 마치 엄마를 놓질 세라 허둥대는 어린이처럼 순진한 모습이었다. 순백색 바탕에 바둑알 같은 흑색 무늬를 띤 점박이 모습도 아름답거니와 주인에 대한 충직성에 크게 감동하였다. 이 개가 훗날 ‘달마티안‘이란 이름으로 유럽지역에 소개되었다.
달마티안 종은 원래 유랑민족인 집시들이 사육하던 애완견이었다. 정처 없이 떠도는 집시들 생활에 잘 적응되어서 많은 운동량을 잘 소화해 내었고, 주인을 보호하는 호신업무에도 능하였다. 이에 귀부인들로부터 마차를 호위하는 개로 크게 각광 받았다. 뿐만 아니라 호기심이 많고 어리광을 잘 부리며 주인과 함께 있기를 좋아하여 가족들로부터도 많은 사랑을 받았다.
지구촌 곳곳에는 지역마다 여러 종류의 개들이 서식하고 있다. 사람들은 이들을 잘 돌보고 함께 지내며, 개들의 성격과 특성에 맞게 일도 시켰다. 북극지방 사람들은 설매 끄는데 이용하였다. 양을 키우는 지방에서는 야생동물로부터 양을 지키는 목양견으로, 사냥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사냥도우미 수렵견으로 육성하였다. 스위스 같은 산악지방에서는 조난자를 구조 하던가 우유나 우편배달용으로, 우리나라 사람들은 주로 집지키는 용도로 사육하였다.
나아가 사람들은 개들 고유의 특성을 유지하도록 혈통을 고정하여 품종을 만들었다. 개들은 품종마다 크기와 용도가 다르고 성격과 습성도 달라졌다. 독일 세퍼드는 무엇이던지 소화해 낼 수 있는 만능견으로 알려졌다. 마스티프는 맹수와 싸우는 광폭성을. 그레이 하운드는 빠른 질주능력을 가졌고, 잉글리쉬세타는 우아한 걸음걸이가 특징이다. 진돗개는 귀소본능이 특징이고, 삽사리는 주인만을 오래기억하고, 풍산개는 맹수를 추적하는 대담성을 갖고 있다.
개와 인간의 관계는 조물주가 지정해준 멋진 선물이다. 개는 1만2천 년 전 수렵인들에 의해 길들여진 늑대의 후손이다. 늑대의 사회 구조가 인간 사회처럼 상위개체에 대하여 복종하고 순응하는 순위제를 형성한다. 이와같은 성질이 게에게로 전해져서 사람에게 절대 복종하고 의존하는 관계로 발전 하였다. 개가 주인에게 충성하는 충직한 동물로 정착되었다. 이러한 개들의 생태를 좋아하는 인간심리 덕분에 개들은 인간의 거주지 내에 자기들의 거처를 잡게 되었다.
농경생활이 정착되면서 개의 필요성이 커지고 개체수도 증가하였다. 인간을 도우며 여러 용도로 헌신하였다. 그렇지만 산업혁명을 계기로 개들이 일 할 수 있는 기회가 줄어들었다. 대신에 개들은 능력보다 외모나 사교성 등 오락적인 면에 치중하게 되었다. 애견단체가 등장하고 애견 전람회가 개최되고 애견카페가 생겼다. 엄밀히 따지면 개는 밥값을 못하는 동물이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개와 함께 하며 받을 수 있는 보상이 사육에 들어가는 비용보다 훨씬 크다고 생각한다.
사람들은 개를 좋아한다. 순망한 눈망울 속에는 어느 것에도 비교할 수 없는 아름다운 시가 있다고 찬양한다. 야근하고 돌아와 보니 가족들이 다 잠속에 빠져있는데 개만 꼬리치며 반겨주는 모습에 감동했다는 얘기도 있다. 장난감을 희롱하는 모습, 형제간에 장난치는 모습, 주인에 복종하고 충성하는 모습 속에서 선량한 인간의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이러한 모습들이 어린이들에게는 정서함양을, 노인들에게는 고독감을 해소시키고, 가족 간에는 사랑의 가교역할을 해내었다. 환자의 혈압을 낮추어주고 삶의 의욕을 북돋우는 등 의학적 효과도 크다고 한다.
사람들은 개를 반려자로 환대한다. 행동 하나하나가 귀엽고 믿음성이 있게 보인다. 개가 사람의 얼굴을 핥으려는 행동을 애정의 표현으로 착각하기도 한다. 어미에게 밥을 더 달라는 습관적 표현이 고착된 것일 뿐인데. 개에게 옷을 만들어 입히고, 리본을 달아주고, 온갖 치장을 시킨다. 값비싼 목걸이를 선물하고, 생일에 코스요리를 대접한다. 휴가철이면 여행을 같이하고 양탄자가 깔린 호텔에서 재운다. 개전용 TV방송국을 개설하고, 개 보험 상품이 출시되었다. 개에게 유산을 상속 시키고, 개의 복지뿐만 아니고 권리까지 보장하자는 사회운동이 전개 되었다. 언 듯 보면 개들에게 천국이 도래한 듯하다.
과연 개들이 여기에서 얼마나 행복감을 느끼고 있을까? 개들이 행복감을 느낀다면 문제를 일으키지 않을 것이다. 애견선진국 미국의 통계를 보면 매년 500만 명 사람들이 개에게 물린다. 그 중 100만 명 정도는 병원치료를 받아야 하고 10명 정도는 병원에 가기 전에 사망 한다. 피해자는 절반이상이 어린이들이다. 또 우편집배원들이 업무 중에 많이 물린다고 한다. 사고를 치는 개들은 떠돌이 개가 아니고 대부분이 집에서 키우고 있는 애완견들이다. 무엇인가 잘못 관리된 개들로 인하여 사고가 생기는 셈이다.
물론 개 자체에도 문제가 있을 수 있다. 개는 원래 야성을 갖고 태어난 맹수일 수 있기 때문이다. 원래가 공격적인 개가 있다. 반면에 온순한 개가 있다. 게으른 개가 있는가 하면 충실한 개가 있고, 겁쟁이 개가 있는가 하면 대담한 개도 있다. 둔하고 신경과민 개도 있고 지혜롭고 주의 깊은 개도 있다. 이들은 여러 상황에서 공격성을 드러내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하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주인의 시각과 자세이다. 개들의 나쁜 행동은 주인의 잘못된 관리 때문이란 믿음이 널리 퍼져있다. 게으른 주인에게 비만한 개가 생긴다는 말이 있다. 주인이 적절하게 교육하고 한계를 명확하게 인식토록 훈련을 시켜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개를 있는 모습 그대로 존중해줘야 한다. 사람이 생각해낸 기대를 개에게 강요해서는 안 된다. 치장을 시키거나 코스요리 대접이 아니고 개와 함께 놀아주고 적절한 운동을 시키는 노력이 필요하다. 언젠가 우리학교농장에 애완견 포메라니안 한 마리를 기증 받았다. 농장관리인에게 사육토록 시켰더니 개집에 가두어 두고 사료와 물만 주었다. 한 달 후에 가보니 개가 맹수로 변해있음을 발견했다. 사랑과 믿음이 없으면 개는 야성으로 돌아간다고 생각되었다.
사람과 개 사이에 주종관계(主從關係)의 믿음이 형성되지 않으면 개는 맹수 일 뿐이다. 얼마 전 우리나라에서도 개가 주인을 물어 죽였다는 신문보도를 접한 일이 있다. 아마 주인이 개와 교류를 등한히 했거나 공격당할 자극을 주었을지도 모른다. 그 후 한 신문사에서 전화가 왔다. “개가 사람을 해치는 사고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요? 나의 답변은 간결했다. ”신문과 방송에 충직하고 귀여운 개 모습만 방영하지 말고, 개는 야성을 가진 맹수도 될 수 있음을 많이 방영하십시오.“ 개는 충직한 친구일 수도 있고, 사나운 맹수일 수도 있는 동물임을 상기 할 필요가 있다.
첫댓글 이러한 글도 수필의 범주에 들어 갈지 의문이 듭니다. 일단은 과학에세이라고 치부하고 싶습니다. 문우들의 의견을 구합니다.
오늘 개에 대해서 많이 배웠습니다. 아무리 사랑스럽고 귀여워도 '개는 개일 뿐'이라는 생각을 늘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요즘은 그렇지 않다는 얘기를 많이 듣고 있습니다.개에 대한 지나친 몰입이나 편견은 결국, 사람들 사이의 소통부재에서 오는 빈 마음 자리를 메우는 이상행동이라는 생각을 해 봅니다. 잘 읽었습니다.
개를 키우는 사람들은 동물과 소통하고 함께 놀아 주는일이 시급합니다. 진정성을 보여주지 않으면 언제든지 맹수로 변하여 주인을 해칩니다. 개에 대해서 많은것을 알았습니다. 고맙습니다.
한 때 지인의 권유로 족보있는 투견용 "도사견"을 키우면서 투견대회 출전도 시켜봤습니다만 팔고 그만 둔 적이 있습니다. 도사견이 주인을 따를 때는 친구가 되기도 하지만 무서울 때는 맹수이기도 하기 때문이었습니다. 좋은..글. 감사합니다. 최상순드림
개에 대해서 몰랐던 것을 많이 배웠습니다. 저는 애완견, 아니면 옛날 시골에서 사육하여 여름 복날 잡아먹는 멍멍이만 생각했지요. 애완견은 키워본 일이없어 전혀 개의 정을 못 느꼈고 사육하던 똥개는 별 대접을 안해줘도 학교 갔다오면 마중나오고 강아지를 낳아 팔려 갈때는 섭섭해서 운적도 있습니다. 어지간한 친구보다 낫다는 친구의 달콤한 말보다 야성을 지닌충직한 개는 맹수로 변할 수도 있다는 글을 읽고 게으른 저는 지금같이 살아야 겠다는 맘이 앞서집니다.
개를 키우지 않아 잘 모르겠습니다만, 원래 야생의 성질을 지닌 만큼 조심해야 하겠습니다.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개나 고양이 같은 동물을 어릴 때부터 무서워 했습니다. 길들여졌더라도 어느 순간 야성이 드러날 수 있으리라 생각하니 애완동물 키울 생각이 더 멀리 달아납니다.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동물과 사람이 구분이 되지않는 세상이 되어가고 있는 것 같은 생각을 해 봅니다. 동물도 사람같이 혈통을 따지고 그의 따라 대접과 품위나 몸값이 달라지는걸 보면 아이러니 합니다. 아무리 좋은개도 개는 개입니다. 개는 개답게 사람은 사람답게 살아가는 방법과 사고가 다른것인데 사람이 사람보다 개을 더 사랑하니 개만도 못한 사람이 탄생하는 세상이 되어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개에 대하여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감사합니다.
모든 동물은 야생의 본등이 있지않을 까요. 다만 사람에의해 길드려 졌을 뿐이겠지요. 동물뿐만아니라 모든 식물도 자기 방어의 본성이 있다고 하든군요. 큰 나무 밑에는 다른 식물들이 자라지 못하는 것은 햇볕의 차단도 있지만 자기만의 독소를 내뿜는다고 하든군요. 잠재된 개의 본성을 알고 대해야 할것 같습니다. 개에 대해서 다시한번 생각하게하는 글 잘 읽었습니다.
개에 대해 많이 배웠습니다. 개도 주인이 없는 시간, 하루 종일 집안에만 갇혀 있다면 정신적으로나 신체적으로 건강할 수 있겟나 싶은 생각이 들어 안쓰러운 생각이 들 때가 있었습니다. 개를 키우는 사람들은 개로부터 자신이 받는 위안 만큼 개의 건강도 챙겨 주어야 할 듯 싶습니다. 잘 읽었습니다.
개에 대하여 많은것을 생각하게 하는글 중수필 입니다. 애완동물이고 반려견이지만 사람과 다른 존재로 인식하여야 할것 같습니다. 메마른 사회에서 자기를 따르고 언제나 반겨주지만 사나운 맹수임을 망각해서는 않될것으로 사료됩니다. 좋은글 공감하면서 잘 앍었습니다.
개는 친구도 되고 맹수도 될 수 있다는 사실에 공감합니다. 개 이야기가 백과사전보다 더 자세하고 균형적인 관점에서 바라 본 생각들을 객관적으로 써 주셔서 잘 읽었습니다.
개의 양면성을 일깨워 주는 고마운 글입니다. 어릴때 어머니 심부름으로 간 집에 나보다 덩치가 큰 개가 사납게 짓어 대는데 주인이 마루에 나옴과 동시에 개의 목줄이 끊어져 나를 향해...
주인이 고함을 지르지 않았으면 나는 어찌 되었을까 아마 수필 창작반 강좌에 신청하지 못했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