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가쇼
처음 그 이름만 들었을땐 무슨 행사인건 문명한데
뭘 한다는 것인지 도대체가 짐작이 되질 않았다.
그곳을 처음 방문 해보고는 5일장의 최상위 버전
이라는 생각을 했었다.
각 지역의 소상공인들이 협동조합을 결성하여
그들만의 특화된 식품이나 물건들을, 생산과 판로
를 공유하는 시스템이 늘어가는 요즘이다.
메가쇼는 그 소상공인들을 위한 행사다.
전시 홍보가 주 목적이지만 현장에서 판매도 이루
어지고 있었고 주문 예약도 가능하더라.
지난해에 이어 올가을에도 일산 킨텍스 제1전시장
에서 11.12~11.15까지 4일간 열리고 있다.
본디 5월경에도 열렸었지만 올해는 코로나 영향으
로 봄 행사는 취소됐다더라.
어제(12일) 킨텍스 행사장엘 다녀왔다.
난 각 지역의 5일장 문화를 좋아한다.
깔끔하고 실한 물건을 살거면 도심의 대형마트가
제격이지만, 소도시의 5일장은 그 특유의 투박함
과 소박함에 무한 정감이 있다.
지난해엔 메가쇼때마다 푸드트럭들 까지 전시장
내부에 자리잡고 지지고 볶으며 각종 음식냄새를
풍기고 아주 시끌벅적하더니만 올해는 현장에서
먹는 종목은 모두 빠지고 절대 마스크를 벗지 말
라는 피켓을 든 젊은이들이 수시로 곳곳을 누비고
있더라.
전시장엔 9열인지 10열인지 확실하진 않지만 아
무튼 꽤 여러줄의 부스가 길게 겹으로 설치되어
있었고 소상공인 협동조합 부스는 가운데에 3열
이 있었고 노란색으로 다른열과 구분되어 있었다.
다른열의 부스들은 각 지자체의 중소기업들과 공
방들이 저마다의 자랑거리를 들고와서 열심히 시
연하며 홍보를 하더라.
내가 가장 놀라고 신기하게 생각되던 부스는 바로
자개를 섬유화해서 각종 의상이나 소품에 장식하
는 장인이었다. 판박이처럼 원하는 곳에 대고 위
에 면포를 덮고 뜨거운 다리미로 다려주는거다.
한복 저고리에 금박 은박을 찍는거랑 비슷하다고
나 할까.
요즘 한창 방송에서, 전 리듬체조선수 손연재씨가
광고하는 바른자세 교정 커블체어 컴피와 비슷한
중소기업 상품에 관심이 갔다. 지난해 말 허리가
탈난 이후로 종종 불편할때가 있어서 더 그랬나보
다. 가격을 물었더니 한개에 5만8천원이란다.
그닥 자주 쓸거 같지는 않아 보이지만 허리가 탈나
면 자동차 운전할때가 제일 불편하기에 차에 넣어
둘까 해서 요리조리 살펴보고 있던중에 어느분이
그걸 사가면서 5만원권 한장을 내는게 보였다.
내겐 분명히 58,000원이라고 하더니만...
가격 협상이 가능한걸로 보이길래 두개에 8만원
정도에 주면 어떻냐고 물었다가 난 깜짝 놀랐다.
신한, 우리, 삼성카드중 하나를 신규로 만들면 그
바른자세 교정용 커블체어 두개를 공짜로 주겠다
더라. 공짜라는 말에 마음이 확 바뀌어 등을 돌렸다.
공짜로 두개나 줄수 있는걸 한개에 58,000원씩이
나? 물론 그분들껜 카드사로부터 반대급부가 있겠
지만, 아무튼 소비자의 입장에선 썩 개운치가 않았
다. 제법 참신해 보이던 자세교정용 커블체어가 고
무줄 가격이란걸 알고나니 갑자기 허접하게 보였다.
또 한가지 마음을 끌었던 것은 수제 우드스피커.
홈에 휴대폰을 꽂으면 소리가 증폭되어 나오도록
자작나무 얇은 판을 여려겹 겹쳐 붙여 만든 블루
투스 스피커다. 그렇다고 전원을 이용하는건 아니
다. 난 그게 우리가 어렸을때 가지놀던 종이컵 전
화기나 깔때기나팔 손나팔등과 같은 원리라는 생
각이 들었지만 전문가가 아니니 뭐라 증명은 좀...
캠핑등 야외에서 유용할거란 생각이 들었다.
인테리어 소품으로도 썩 훌륭해 보이길래 명함을
한장 받아왔다. 경남 김해에 공방이 있더라. 부산
에 내려갈때 그곳에 몇번 방문해 보고 괜찮으면
큰것과 작은것 두가지를 하나씩 구입하고 싶다.
투박해 보여서 더 마음이 가는 수제 원목가구도
구경하고, 언제 보아도 마음을 쏙 빼앗기는 생활
자기도 구경하고, 엄지손가락 한마디만 용기에 예
쁘게 심어놓은 다육이군단도 봤다. 우리집에도 그
리 값은 나가지 않는 다육이가 몇종류 있는데 어
제 그 공방의 다육이와 비교하면 너무너무 큰 용
기에 심었나보다.
각 지역의 여러 특산물을 돌아보고는
먼저 완도에서 온 장각미역 처럼 길다란 미역을
한묶음에 10,000원씩 주고 두 묶음을 샀다. 그야
말로 한짐이다. 맨 나중에 샀어야 하는데 집에 다
시마가 떨어지다 보니 그것부터 사게 되더라.
굽지않고 먹는다는 곱창김 한묶음 25,000원에
구입했다.
군산에서 온 박대도 샀다. 두마리씩 포장돼 얼려진
반건조 박대 세봉지에 20,000원이다. <수미네
반찬>이라는 TV프로에서 배우 김수미씨가 너무
맛있는 생선이라고 하는걸 봤기에 한번쯤 꼭 먹어
보고 싶었던 박대다. 그 가게에서 멸치도 5,000원
한봉지를 샀다.
담양에서 온 대나무 주걱도 6,000원에 하나 샀다.
옷칠 주걱을 볶음주걱으로 쓰다보니 한쪽 옷칠이
벗겨져서 보기가 좋질않다. 20년도 훨씬 전에 어
느 소도시 5일장에서 구입했던 대나무 볶음스푼
을 여직 잘 썼었는데 그게 너무 오래되다보니 얼
마전에 금이 가더니만 갈라졌다. 볶음스푼은 튼튼
하고 은은한 자연향이 있고 코팅팬에 스크래치를
내지 않는 대나무 소재가 참 좋더라. 긴 손잡이 주
걱이 없어서 아쉬웠지만 조금씩 조리할땐 그런대
로 요긴하게 쓸수 있겠다.
속초에서 온 몽뜨비어 수제맥주도 세병 샀다.
다른 여러가지 맛의 맥주들이 있지만 가장 보편적
이고 호불호가 갈리지 않는 메이플맛과 바나나맛
그리고 이번에 새로 개발했다는 망고셰이크맛이다.
정종병 크기의 갈색 유리병에 담겨있고 대략
10,000~13,000원 정도인데 향이 좋고 술 특유의
역한 맛이 느껴지질 않아서 술 못먹는 나도 100ml
정도는 마신다. 색깔과 탁도가 정종과 비슷하다 .
정선에서 온 수리취 인절미도 한팩 샀다.
그분들은 취영양 인절미와 소가 들어간 취모찌가
고급떡이라고 했지만, 콩등등 부재료의 떡들은 서
울에서도 얼마든지 구입이 가능하지만, 수리취는
서울에서 구경을 못하는 것이라서 순수 취찰떡만
샀다. 낱개로 포장된거 15개가 들어있는 550g 한
봉지에 만원.
임실에서 온 산양유로 만든 요거트와 구워먹는 치
즈도 샀다. 치즈 가격이 비교적 고가이긴 했지만
자주 먹어볼 기회가 있는것도 아니니 별미로 먹여
주려고...50그램씩 낱개로 포장된거 10개가 들어
있는 진공포장 한봉지에 23,000원. 우리가 평소
에 흔히 먹는 체다치즈 가격의 대여섯배 정도다.
경산에서 왔다는 서원식품의 만두도 10봉지를 샀
다. <바오미>라는 브랜드로 출시되는 손만두로
420g 한봉지에 2,000원꼴로 판매하더라.
김치만두 고기만두는 찐만두가 만둣국용이었고
고추잡채만두와 납작군만두, 매콤전병은 구워먹
는 용도로, 이 다섯가지를 한세트로 묶어서 세트당
10,000원에 판매했다. 10분이상 줄서서 기다려야
구매가 가능할 정도로 인기상품이었다.
저녁에 김치만두와 고기만두를 각각 한봉지씩 쪘
는데 만두를 좋아하는 세식구가 배불리 먹었다.
비비고만두와 비슷한 맛인걸 보니 혹시 협력업체
가 아닐까 하는 이야기를 가족끼리 주고받았다.
느끼함이 전혀 없고, 뭐 하나 과한 느낌이 없고
깔끔한 맛이라서 마음에 쏙 들었다.
설날에도 만두 만들지 말고 이거 주문하자고 작은
녀석이 이야기했다. 우리집 녀석은 어릴때부터 어
미를 도와 차례음식등 명절준비를 해왔었는데 이
젠 그런게 귀찮아졌나보다.
소상공인 협동조합 부스에서 결재를 하면 전용 장
바구니에 담아주는데, 연두색의 36x34x15 사이
즈로 딱 적당한 크기라서 마음에 쏙 들었다.
일반 중소기업 부스존을 돌때 젊은 처자 세명이
내게 그 장바구니를 어디서 주더냐고 묻길래 부스
에서 물건 사니까 주더라고 했다. 어디 부스냐고
묻길래 모든 부스에서 다 주더라라고 했다.
그 처자들은
'우린 이렇게 많이 사도 안주던데...'
라고 하며 양손에 주렁주렁 들려있는 비닐봉다리
를 보여준다.
나중에 알고보니 그 장바구니는 소상공인협동조
합 부스에서만 지급하는 그들의 로고가 찍힌 전용
궂즈였다. 사실 난 주로 소상공인 부스존에서 결
재를 했었고 부피가 작은걸 살때는 장바구니 필요
없다고 돌려드렸었기에 모든 부스에서 다 주는줄
알았었다.
그처자들이 나중에 그걸 알았다면 아마도 날 두고
진짜 웃긴 초급할머니라고 욕했을거다.
앞으로는 짐작으로 미루어 말하지 말고 반드시
상호를 콕 찝어서 일러주어야겠다. 직접 눈으로
보고, 직접 귀로 듣고, 직접 손으로 만져보지 않은
건 절대로 경험이라 하지 않아야겠다.
소상공인부스존에선 만원 결재시마다 추첨권 한
장씩을 주었었는데. 투명풍선속에 가벼운 폼소재
의 작은 번호볼을 넣고 바람으로 쏘아올리면 구매
자가 직접 구멍에 팔을 넣어 공을 잡는 방법으로
추첨을 했다. 꽝은 없는거 같다.
난 수제비누와 덧신, 완도산 녹차자반볶음(김볶
음)등 열몇개의 자그마한 추첨선물을 받아왔다.
양념닭갈비도 추첨상품에 있던데 그건 번호볼이
몇개 안되는지 거의 반 정도가 김자반볶음이다.
그래도 재밌었다.
코로나로 어려운 소상공인들께 미미하나마 도움
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에 찾았던 행사장이었지만
난 나름의 공부도 되고, 힐링도 된 썩 좋은 시간이다.
돌아올때 자유로가 끝나는 지점에서 영동대교까지
쭉 이어진 교통지옥 체험만 뺀다면 말이다.
첫댓글 글이 길어서 천천히 보겠습니다.
킨텍스를 다녀오셨군요.
시골 5일장처럼 장을 아주 근사하게 보고 오셨네요.ㅎ
이것 저것 사다보면 나중에는 짐이 많아져서 짐꾼을 불러야합니다.
저는 건축박람회 때문에 킨텍스를 몇번 방문한 적이 있습니다.
처음 갔을때는 필요치 않은데도 이것저것 많이 사게 되더라구요.
긴글 잘 보고 갑니다.
안녕하세요 가을사랑님.
글이 좀 길지요?
너무 지루하시면 건너뛰셔도 되옵니다^^
맑고님~
저도 함께 킨텍스에 다녀온듯 합니다~
상세한 묘사 덕분에 정리정돈 된 상품들이 눈앞에 쫘악~펼쳐져 있는 것 같아서
돈 내고 살 뻔했습니다~ㅎㅎ
수리취떡이랑 만두랑 모두 맛있겠어요~그래도 젤 부러운건 수제맥주네요~ㅋ
이곳에선 속초가 너무 윗쪽이라 쉽게 접할 수가 없네요~
여러 공산품도 많고 식료품도 많고
5일장의 최상위급이 맞네요~ㅎㅎ
아파트 안에 열리는 금요장터에만 가도
재미가 있던데요~^^
좋은 상품 구경도 잘 하시고 구매도 하셨으니 보람찬 시간을 보내셨네요~
흥미롭게 잘 읽고 갑니다..
즐거운 저녁 시간 보내세요~~^^
반가운 카스미화님^^
메가쇼에 참여는 조합이나 업체는
그 지역에선 나름 인증이 된 업체들이라고 해요.
만두 맛이 느끼하거나 어느 한부분이 과하지 않아
서 마음에 들었어요.
수제맥주에 관심이 있으시다구요 ㅎㅎㅎ
저희 녀석이 강원도에 발령받아 내려간 이후
가끔씩 그걸 2~3병씩 사오는 바람에
저희는 종류별로 맛을 보았습니다.
어떤 맥주는(lPA 맥주로 분류한다고 함) 쓴맛이
두배가 강하고 알콜도수도 조금 더 높아서, 술이
체질에 안맞는 제가 딱 한모금 맛보고는 사람이
완전 맛이 갔었답니다.ㅋ
다른 종류들은 과일향이 가미되어 향긋하고 맛이
쉬하더라구요.
요즘은 수제맥주 맛볼수 있는 곳이 지역마다
여러곳이 있긴 한데 속초의 몽뜨비어는 그들이
원하는 까다로운 보관조건을 갖춘 곳이 아니면
맥주를 내보내지 않는다고 해요.
서울에도 강남의 신세계 식품관에만 보낸답니다.
(신세계백화점과는 별도인 초특급 식품관으로
기회가 되면 그곳의 독특한 귀족적 쇼핑방법을
소개할게요^^)
혹시 속초 여행 기회가 있으실때
꼭 들러서 시음해보시길 바래요.
어이쿠~ 이러다 강원도에서 제게 감사장 주는거
아닌가 모르겠어요~ㅋ
@하늘은 맑고 ㅎㅎ속초에 여행 갈 기회가 생기면
꼭 들려보고싶네요~
강원도에서 감사장 받으시면 제가 한잔 살게요~ㅋㅋ
울 동네에도 수제 호프 집이 있는데요
독일에서 맥주법 배우려고 유학까지
다녀왔다더라구요~
근데 맛이 좋은건지 어떤지도 모르겠고
가격만 비쌌어요~ㅎㅎ
일산킨텍스에 다녀오셨네요.
저도 몇년동안 수원시마을기업을대표해서 참가했답니다.
홍보 효과는 엄청났죠.
저희는 경기도에서 부스를 제공해서 참가했지요.
박람회장을 한바퀴돌면 ~~
볼것도 많고 배울것도 많고 새로운 세계가 펼쳐지고~~
눈도 호강하고 시식하는 재미에 배도부르고..
손에는 참가업체 쌤풀이 가득하지요.ㅎㅎ
저도 일년에 한두번은 꼭 가본답니다.
새로운 제품들을 보면서 견문도 넓히고 많이 배우고 온답니다.
좋은소식에 감사합니다.
토요일 좋은 아침이네요.
즐겁게 시작하세요^^
안녕하세요 유사랑님^^
유사랑님께선 활발히 활동하시는 기업가이신가봐요.
메가쇼의 취지에 대해서 잘 알고 계시니
너무너무 반가운걸요.
올해는 행사가 축소되어서
잠시라도 마스크 벗어야 되는 종목은
거의 없다고 보시면 돼요.
안전이 최우선이니
일부 시식코너가 있다고 해도
무서워서 선뜻 다가가기가 꺼려지던걸요.
저는 요기에 와있어요 지금.
제가 이렇게 역동적인 활동하는 사람이 아닌데
여친 없는 큰녀석이 이런활동 좋아해서
매번 끌려나오곤 합니다.ㅎㅎㅎ
조별로 출발하기에 앞서
타이어 점검 받느라고 대기하는 시간에
유사랑님의 유익한 댓글을 읽고는
이렇게 인사글을 올립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