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까지나 기다릴거에요. 그것이 운명이라 해도 운명을 넘어서 영원히....
-가을의 전설中-
우리가 처음만난 것은 내가 예술고등학교에 입학하면서였다.
바이올린의 특기생으로 들어간 나지만
그곳엔 나보다 뛰어난 애들이 많았기에 난 위축될수밖에 없었다.
고2.
콩쿠르를 준비하느라 밤늦게까지 연습하던 때가 있었다.
연습을 하기위해 찾아간 음악실.
그곳에서 난 그애와 처음만났다.
우두커니 앉아서 첼로를 연주하고있던 아이. 첼로의 천재라고 부르던, 민주환이었다.
어쩜 저렇게 할수있을까,
나도 모르게 멍하니 바라보고있자, 어느순간 곡이 바뀌었다.
브람스의 바이올린과 첼로를 위한 더블 컨체르토.
원체 듀엣으로 작곡한 곡이기에 첼로혼자 연주하기엔 뭔가 부족한 곡이었고,
듀엣이라는걸 알면서도 왜 혼자 첼로를 연주하고 있는지 의아했다.
"바이올린으로 좀 맞춰줄래?"
순간, 나를 향하는 그 나즈막한 목소리에 정신을 차리자,
그 애는 날보며 같이 연주를 해달라 청했다.
조심조심.
그 아름다운 연주를 깨고 싶지않았기에 바이올린을 켜기시작했고,
적막한 음악실엔 첼로와 바이올린 소리만이 들렸다.
곡이 끝나고.
바이올린을 내리고 잠시 쉼호흡하는 동안 멈춘 첼로소리.
"박자, 놓쳤지?"
날 보고 싱긋 웃으며 말하는 민주환.
박자를 놓친건 사실이라 고개를 살짝 끄덕이니 첼로를 놔두고 나에게 다가왔다.
"강미나."
움찔. 내이름을 알다니.
그날은 명찰도 달고있지 않았기에 놀랄수밖에 없었다.
"왜?"
"이제부터 같이 연습하자."
이내, 같이 연습하자며 말하는 민주환에게 난 고개를 끄덕일수밖에 없었다.
\
콩쿠르를 한 7일쯤 남겼었나.
난 콩쿠르 준비로, 그리고 민주환은 곧 열릴 연주회로 각자 바빴었다.
바빴기때문에 서로 연습하던 공간인 음악실은 찾아갈수도 없었고,
각자 반과 과가 다른 나와 민주환은 만날 기회가 전혀없었다.
잠시 짬이 생겨 음악실을 찾아갔을때.
그곳에 민주환은 없었다.
내심 얼굴이 보고싶었기에, 그 연주가 듣고싶었기에 난 실망하여
다시 되돌아 가려 했다.
그때. 짧게 온 문자하나.
[시벨리우스- 바이올린 협주곡 ]
보내는 이의 번호는 0000이었지만, 왠지 민주환같았다.
무슨 배짱이었을까.
콩쿠르에 연주하기로하여 몇달째 연습하던 자유곡을
시벨리우스의 바이올린협주곡으로 대체했다.
그리고, 콩쿠르날.
또다시 0000이란 번호로 온 문자.
[믿는다]
난 또다시 민주환일꺼라 확신했다.
그 문자를 본순간 이상하게 안정이 된이유가 뭔지도 모른채.
그 문자덕분이었을지,
내 순서가 되도 전혀 떨리지 않았고 연습이상의 결과를 불러왔다.
곧 있을 수상식을 기다리며 앉아있을때, 또다시 온 문자.
[잘했어]
.
.
우연이었을까. 난 이 콩쿠르에서 예상외의 큰상을 차지했다.
.
\
민주환의 연주회.
티켓을 받아본 난 '단독콘서트'란 말에 놀랐고,
그 티켓을 건네준 사람이 민주환임에 놀랐다.
학생의 신분으로 연주회를 여는 데도 불구하고 공연장안 꽉꽉 차있는 사람들.
내자리는 맨앞줄이었고,
무대위에서 첼로를 연주하는 민주환은 누구보다도 빛나보였다.
100분의 공연시간. 약 10여분정도 남겨두었을까,
"강미나,잠시 나와볼래?"
...날 부르는 민주환.
얼떨결에 앞으로 나가자 무대뒷쪽에 있던 바이올린을 꺼내 나에게 준다.
아직까지도 어리둥절 해있는내게..
"하나만 같이연주해줄래?
"..뭘..?"
"캐논 변주곡."
이미 악보를 외워버린 곡이라 바이올린을 켜는덴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가까이서 보니 식은땀이 잔뜩 흐르고 있는 민주환.
자꾸만 재촉하는 눈빛을 보냈기때문에
바이올린을 켜기시작하고,
그에 맞춰 첼로 소리가 들려오는 그 상황속에서
민주환은 시간이 흐를수록 점차 굳어지는 표정과
고통스러움이 역력해보이는 표정을 짓고있었다.
몇번이고 표정을 살펴봤지만 나와 눈이 마주칠때마다 옅게 미소지었다.
..처음보는 미소.
클라이막스를 지나, 다시 잔잔한 부분으로 들어가는 순간.
틱, 하고 첼로줄이 끊어졌다.
늘 민주환이 말했었는데.
..첼로줄이 끊어지는 순간, 자신의 모든것도 끊어지는거라고..
.
.
\ 4년후.
한 방송국, 녹화장.
"…그래서, 첼로줄이 끊어진후 남자는 어떻게 됬나요?"
"...죽었어요."
"네?"
"훗날 알았어요,바보같은 여자는. 남자가 온몸이 굳어가는 루게릭병이었대요.
남자는 다신 음악을 할수없다는걸 알고 자살을 하려한거에요.
남자에겐 첼로가, 음악이 전부였으니까.
극약을 먹고 그 극약의 효능이 발휘할때까지 남자는 끝까지 첼로를 연주했어요.
그리고 쓰러지기 직전 여자한테 말했어요.
....사랑한다고...
어쩌면 남자가 정말 들려주고 싶었던건 그 연주가 아닌 그말이었을지 몰라요."
"..아..굉장히 슬픈얘기네요. 근데, 실제로 있었던 일인가요?"
"..네."
"실례되는 질문이겠지만, 그 여자분이 누구신데요?"
"강미나, 저요.."
..............
...녹화장이 순간 조용해지고,
녹화장 한켠에 붙은 [세계 최고의 바이올리니스트,강미나특별 인터뷰]
라는 플랜카드가 어색해질무렵.
가까스로 무거운 분위기를 탈피하려 여자 진행자가 내게 질문을 던졌다.
"음, 강미나씨는 왜 바이올린 연주하세요?"
"어울려서요."
찡긋, 잠시 이해를못한듯 해보이는 여자진행자를 향해 설명을 덧붙여서야
여자진행자는 고개를 끄덕였다.
".첼로와 어울리니깐요."
..인터뷰가 끝나고.
방송국을 나와 걷고있을때,
거리에서 갑자기 들리는 소리. 캐논변주곡.
....이거, 너랑 내가 마지막으로했던거..그거잖아..
주환아,너니..?..지금,니가 여기있는거니...?...
톡.하고 눈물이 떨어진다.
겉잡을수없을만치 흐르는 눈물들.
애써 참아왔던 눈물들이 한순간에 흐르고, 그러면 내입밖으로 나오는 단하나의 이름.
"....민주환..."
....
...그 애는 첼로를 연주했다. 그리고 난 그 첼로연주를 사랑했다.
그애를 사랑했다.
사랑한다 말하고싶었다.
사랑한다는 그 말에 대답해주고싶었다.
"아직도..사랑하는데.."
오늘도 난 그애를 위해 바이올린을 연주한다.
사랑한다는, 내 마음을 닿아 그애에게 갈수있도록,
....온 마음을 담아.....
이 소리가. 이 연주가 민주환, 그에게 닿을수있다면..
정말 감동이예요,ㅜㅜ
우와우와우와오와우와와............ 반공윤님 최고!!
ㅠㅠ아슬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