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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튜닝/사용기 스크랩 [시승기] 5/10: 스즈키 GSR-125 스쿠터 타고 경춘가도를 달리다.
박민수/hanpa 추천 0 조회 2,015 07.05.16 20:06 댓글 5
게시글 본문내용

 

 

일주일 전 쯤에 뉴시그너스 팔라는 게시판에 글을 보고는 별 생각도 없이 전화해서 즉시 보러온 사람에게 팔아버리고 말았다.

왜일까?

 

사실 뉴시그너스는 아주 좋은 스쿠터이다.

시내나 집 근처에서 타고 다니기는 더없이 좋은 기계이다.

시내나 골목길에서 차들 사이를 빠져나가기 쉽게 충분히 작고 가벼우면서도 동시에 불편하지 않도록 충분히 크고, 안정된 승차감과 적당한 파워, 밝은 전조등, 적절한 제동력 등.

작은 스쿠터 중에 상대적으로 큰 바퀴 (12인치 휠)은 보다 고속과 나쁜길의 요철 양쪽에 다 좋은 선택이다.

또 빅스쿠터에나 있는 비상등과 패씽스위치, 타코메타 등은 보통 다른 작은 스쿠터에서는 보기 힘든 편의 장치들이다.

 

그런데도 뭔가 2%가 빠진 느낌.

현대 소나타를 타는 느낌 같다고나 할까.

모든 게 다 잘 갖추어져 있는 편안한 아내같은 존재지만, 왠지 애인한테서 느껴지는 열정이 결여된.

 

그래서 지난 며칠 테니스장에 가면서 나에게는 꿈같은 존재인 CBR954RR을 타고 다녔다.

그런데 역시 큰 스포츠바이크는 이런 하찮은 일상생활에 필요한 교통수단으로 사용하기에는 불편도 하고 조심스럽기도 하다.

너무 크고, 너무 무겁고, 너무 편의성이 결여된 순수한 드라이빙 머신이다.

누가 페라리를 타고 시장에 가겠는가?

총각이 아니라면...

 

그래서 250씨씨 정도로 가볍게 탈 수 있는 스쿠터를 위주로 매매게시판을 보기 시작했다.

SYM 보이져250과 막삼 (250씨씨).

막삼은 낮으막한 나름대로 멋있는 스타일은 있으나, 최고속이나 민첩성과 편히 동네와 차 사이를 다니기에는 나에게는 맞는 기계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보이져250 정도면 편하게 탈 수 있고 페어링이나 스크린도 너무 크지않고 적당해서 겨울에도 도움이 되고 가끔 시외에 나갈 때도 편하겠다고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역시 동네에서 다니기에는 약간 크고 무겁다는 생각이 들었다.

위의 두 대 다 올라 앉아는 봤으나, 타보지는 못했으니 더 이상 내 생각이 맞는지 아닌지도 알 수는 없다.

 

그래서 어제와 그제 다시 게시판을 보다 보니 워낙 스즈키 XRV(125)가 예뻐보였다는 생각이 들어서 찾아보니 상당히 빠른 것 같이 생겼는데, 가격이 좋은 것 같이 보였다.

그러다 보니 어제 모 게시판에서 스즈키에서 올해 초에 국내에 GSR-125라는 그 보다 약간 크고 모양이 더 스포티하게 나온 작은 스쿠터를 판다는 정보를 접하게 됐다.

그래서 보니 워낙 스포츠바이크로 유명했던 스즈키가 GSX-R 바이크 시리즈의 이미지를 이 소형 스쿠터에 옮겨왔다는 것을 알게되었다.

 

 

<배경의 GSX-R과 전경의 GSR-125>

 

그래서 보니 적어도 전체의 날렵한 모습과 디테일은 나에게 아주 어필했다.

예쁜 여자에게 눈이 다시 가는 것은 인지상정이고, 이 스쿠터를 자세히 공부하는 나의 눈도 크게 다르지 않았으리.

 

 

쎄라믹으로 실린더 안쪽이 코팅되었다는 엔진.

혹자는 그래서 엔진 길들이기가 필요없다고도 하지만...

 

스쿠터 옆쪽의 발판 밑 부분의 뒤쪽으로 가면서 파인 날렵한 홈과 접히면 그 홈으로 들어가게 생긴 싸이드스탠드가 보이는가?

멋있다!!!

 

 

 

약간 이상하게 보일 수도 있으나 개성있고 밝은 전조등과 LED식별등과 날카로운 콧등으로 특징지워진 날렵한 앞모습.

 

 

 

디지탈 타코메타와 아날로그 속도계, 시계와 트립메터의 편의성도 있다.

 

 

 

GSX-R 머신의 이미지가 가장 잘 느껴지는 LED 후미등/브레이크등과 방향등과 날개나 자동차의 스포일러같이 보이는 손잡이 겸 약식 짐받이로 조화된 멋진 뒷모습.

 

 

 

뒷자석의 동승자를 위한 접이식 발받침.

접으면 공기의 흐름에 방해가 안되게 몸체의 일부처럼 접혀 들어간다.

 

 

 

조절식 고급형 뒷 서스펜션.

 

하여튼 전체적으로 또한 디테일에서 매우 날렵하고 스포티한 이미지를 나에게 전달하고 있다.

I am hooked!

 

그래서 찾아보니 간단한 시승기들은 있는데, 별로 도움은 안된다.

 

그런데, 인터넷의 한 스즈키 스쿠터 동호회에 가니 마침 600키로 정도 탄 거의 새 스쿠터를 판다고 광고가 나와있다.

가격도 나쁘지 않다.

그런데...

지역이 춘천이다.

어쩃던 당장 전화를 때렸다.

내일 오후에 가서 보고 광고대로 사고나 넘어진 적이 없다면 살테니까 사용말소하고 서류 준비해서 만나자고, 대신 보장을 위해서 예약금은 지금 보내겠다고 했다.

좋다고 한다.

그래서 예약금을 보냈다.

 

오늘 일이 끝나자마자 집으로 와서 헬맷과 장갑 그리고 여름용 라이딩 자켓을 챙겨서 불이나케 춘천으로 갔다.

3시 약간 넘어서 연희동에서 신촌로타리까지 마을버스 타고, 신촌지하철역에서 2호선 타고 강변역으로 가서 동서울터미날에 가서 춘천행 고속버스표를 사고나니 오후 4시.

출출해서 터미날 앞에 <김밥천국>에 들려 김밥 두줄을 먹었다.

4시25분에 버스가 움직이고, 판매자에게 전화를 했다.

1시간반 후에 춘천 버스터미날에 도착할 예정이라고.

6시 10분 정에 춘천에 도착하여 택시를 타고 <애마골 박물관> 근처에서 내려 스쿠터가 있다는 오토바이가게에 갔다.

 

스쿠터를 보니 광이 나는 상태는 전혀 아니지만 그래서 물로 닦아서 대충 깨끗했다.

그래도 세차해서 팔려는 성의가 고마웠다.

엔진을 켜보니 잘 켜지고, 걱정했던 충돌이나 사이드 슬맆이 없었나 해서 몸체 옆을 자세히 보았는데 판매자의 주장대로 사고가 없었다고 판단이 되었다.

나머지 돈을 주고, 서류를 받았다.

판매자와 가게의 사장과 엔지니어에게 인사를 나눈 후에 옷을 여미고, 오랫만에 풀페이스 핼멧을 쓰고, 라이딩 장갑을 꼈다.

Let's Ride!

 

대강 큰 길을 땨라 가는데, 뒷 브레이크가 너무 헐겁다.

내려서 손으로 뒷브레이크 조절 나사를 조이고.

조금 가다 다시 서서 조절 나사를 두바퀴 다시 풀어서 적절히 맞췄다.

양쪽 백밀러도 조금씩 조절하니 뒤가 잘 보인다.

춘천 시외버스 터미날에 오니 6시반.

서울까지는 100키로라고 표지판에 쓰여있다.

 

길은 넓고 한적했다.

보옹 보옹 보옹~

긴박하지는 않지만, 나름대로 엔진 회전수와 작지만 리듬이 맞아떨어지는 순정머플러의 배기음이 들린다.

적절히 빠른 스타트.

차들은 뒤에 떨어졌다.

이거 괜찮은데...

시속 80키로, 100키로.

이어 내리막길에서 쉽게 120키로.

그다지 불안하지가 않다.

조금만 몸을 기울이거나 아니면 팔에 힘을 조금 주니 가볍게 방향을 바꾼다.

아마도 작은 종래의 10인치 바퀴를 쓰는 영향이리라.

이거 재미있는데!

저 앞에 서있는 차들 옆을 지나가서 신호등 바로 앞에 서고, 다시 뛰쳐나가서 나홀로 달렸다.

다시 이렇게 섰다가 다시 이렇게 달렸다.

나를 지나간 차는 몇대 안된다.

뭐 워낙 차가 많지도 않았지만...

 

따듯한 봄날의 늦은 오후 공기는 메쉬의 여름자켓을 뚫고 들어와서 시원하게 나간다.

오랫만에 쓴 아라이 씨그넷 헬멧에 주행풍은 거의 들리지 않는다.

풀페이스 헬멧을 가져온 것은 이렇게 고속으로 달리는 때는 정말 잘한 일이다.

약간 넉넉한 청바지이지만 스쿠터의 전면이 막아줘서 펄럭거림이 거의 없다.

 

약간 곡선이 겹친 도로가 나온다.

시속 80키로 정도에서 주욱 앞서가던 봉고를 따라잡고 왼쪽 차선을 달리다가 승용차에 막혀 다시 오른쪽 차선으로 들어가고.

(흠, 이거 칼치기 아냐? 아니야, 이 정도로 여유있게 차선 변경 신호 주는데...)

시속 100키로, 110키로.

잘 달리네...

이거 탄사람이 젊어서 별로 길들이기 잘 할 것 같지도 않던데.

쎄라믹 실린더 내막 코팅이 정말 좋은건가?

하여튼 재미있다.

오랫만의 라이딩이.

오랫만의 한가한 잘 뚤린 춘천가도가.

125씨씨짜리 소형 스쿠터를 가지고 이런 도시간 주행이 이렇게 편할 줄은 몰랐다.

스포츠바이크 같은 폭발적인 힘과 제어력은 없었지만, 나름대로 충분히 여력이 있는 것같은 느낌이 드는 위험하지 않은 고속주행이 가능했다!

서울 근교에서 내리막길에 아스팔트 깍은 곳 두어 곳에서는 약간 튀긴 했지만, 저속과 고속 다 물렁거리지 않았던 앞과 뒤의 현가장치 (suspension)들.

이거야 말로 내가 찾던 The Ultimate Scooter인 것 같다...

잘 빠지고, 예쁘고, 무지 쉽고 편하고, 잘 핸들되고, 충분히 잘 가속하고 잘 서는 작은 기계.

Nice Going, Kid.

기대 이상이다.

탄탄한 잘 달리는 기계라는 인상이다. 

뉴시그너스에 있는 비상등 수위치라던지 패씽 스위치가 있으면 더 좋겠지만, 작은 바퀴는 오히려 더 민감한 핸들링을 주는 것 같고 고속에서의 엔진의 반응이나 의외로 편한 시트와 여유있는 발판과 그 넓은 시트 밑의 넉넉한 적재공간은 기대하지 않았던 플러스였다.

 

쉬지않고 왔더니 벌써 서울 근교가 가까웠다.

자동차 전용차도로 가고 싶은 유혹도 느꼈지만, 이런 봄날엔 저녁이 돼도 지방도로가 오히려 매력적인 시승장이다.

언덕길도 있고, 내리막 길도 있고, 쭉 뚫린 길도 있고, 꼬불꼬불한 길도 약간 있다.

구리시 근처에 오니 교통이 복잡하다.

망우리고개를 건너 계속 신호등에 막히다 가다를 반복하고.

약간 길을 잃어 헤매다 보니 다시 아는 길이라서 북악터널을 지나서 홍은동 사거리를 거쳐 드디어 집으로 돌아왔다.

아~

얼마나 즐거운가.

마음에 드니 잘 나가는 스쿠터를 타고 이렇게 즐겁게 시간반여를 보내다니!

춘천으로 갈 때의 졸립던 세시간여에 비하면.

왜 사람들은 이렇게 즐거운 빠른 바이크라이프를 모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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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 작성자 07.05.16 20:07

    첫댓글 http://cafe.daum.net/xr125 카페에서 퍼왔습니다 ^^

  • 07.05.16 22:28

    제가 <이야기 나눔터>에 며칠 전에 올렸습니다.^^ 관심, 감사드립니다.

  • 작성자 07.05.17 01:51

    그렇군요^^; 글이 좋아서 ㅍㅓ왔습니다~~~ 뒷북이였다니 ㅋㅋ

  • 07.05.17 11:07

    아! 왠지모르게 꼭 한번 타봐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글이네요.. 후훗~

  • 잘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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