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길성
세부 아일랜드
cebu paradise
기온이 떨어지고 옷차림이 점점 두꺼워지면 슬슬 여름 따스함이 그리워지기 시작한다. 어디선가 싸늘한 바람이 이마를 벤 듯 스치고 지나간다. 낯선 이방인이 건네는 따뜻한 차 한 잔이 위로해 준다.
그러니까 떠나는 거다. 머물러야 할 이유 없이 그냥 떠나야할 이유는 넘쳐 난다.
인천에서 4시간반이면 그리움이 물거품처럼 사라지는 곳. 제법 익숙한 이름이지만 여전히 새로운 이름. 세부. 우리가 알던 파라다이스.
어둠이 채 가시지 않은 새벽 인천공항으로 향했다. 늘 저녁 비행기를 타고 가던 필리핀 여행이기에 이른 새벽의 찬 공기가 왠지 낯설게 느껴졌다.
그럼에도 발걸음이 점점 가벼워질 수 있었던 건 세부의 아침 해가 이미 내 가슴 한가운데 떠올랐기 때문이다. 그리고 몇 시간 후. 하늘에서 만난 세부의 아침은 어느 때보다 아름답게 채색되어 있었다.
마부하이! Mabuhay ! (환영합니다)
색다른 일정으로 시작된 오랜만의 세부여행은 지금 까지 알지 못하던 새로운 모습을 머릿속에 그려놓고 있었다. 그렇게 며칠간 이어진 깊은 겨울에 떠난 여행.
지난 몇 번의 만남 속에 남겨졌던 안타까움의 자리에 특별한 추억으로 새겨 넣은 시간으로 오래 오래도록 남을 것이다.
아일랜드 호핑투어
날루수안 섬 Nalusuan Island
필리핀에서 푸른 바다 어느 섬으로 가던 마찬가지이지만 세부여행에서 아일랜드 호핑투어(Hopping Tour)는 빼놓을 수 없는 코스이다.
방카보트를 타고 주변 섬을 돌며 바다 위와 바다 속을 탐닉하는 시간.
일 년 열두 달. 같은 바다에서도 늘 다른 풍경을 만나러 가는 길이다.
마치 먼 과거에라도 와 있기나 한 것처럼 긴장대로 모래사장에서 밀어내던 젊은 사공은 모터가 돌아가기 시작하자 뱃머리에 않아 바다를 바라본다.
그 시선을 따라 방카보트는 속력을 내고 어딘가를 향해 달려간다.
떠나온 곳이 보이지 않을 때쯤 바다는 보이지 않던 풍경을 꺼내어 놓는다. 점점이 흩뿌려놓은 것 같은 섬들이 바다위에 배꼼 머리를 내민 모습. 그 키가 너무 낮아 마치 바다위에 초록 잔디를 깔아 놓은 것만 같다.
서서히 속력을 줄이다가 아예 모터를 꺼버린 방카는 멋진 목조 다리가 놓인 섬 앞에 멈춰 섰다, 세부 호핑투어의 천국중 하나인 자그마한 섬. 날루수안이다.
선착장에 내려 섬으로 연결되는 목조다리를 걸으며 바다 속을 들어다 본다, 옥빛바다는 자신이 담고 있는 모든 것을 고스란히 내어준다. 그 순수함은 이곳을 찾은 이들에게는 기쁨과 행복의 소식이다. 이곳에 하이라이트인 스노클링을 즐기려가는 발걸음이 빨라질 수밖에 없다.
아담한 리조트 앞으로 투명에 가까운 바다가 손을 내민다. 간단한 안내 설명을 익힌 다음 필요한 장구를 착용하고 바다의 몸을 맡긴다. 마스크를 입에 물고 물속 세상으로 입수, 바다는 거짓을 말하지 않았다. 다만 좀 더 많은 이야기를 전하고 있을 뿐이다. 바다위에 서 들여다본 바다. 그보다 좀 더 아름다운 바다 속 이야기가 있다. 날루수안이 우리에게 보내는 비밀스러운 속삭임이다.
세부 호핑투어 코스인 스노클링을 위해 여기저기 부표에 닻을 달고 서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곳에서 나도 역시 스노클링을 잠깐 한 것 같았는데 방카보트에 오르니 불루호핑 직원이 거의 한 시간 가까이 되었다고 한다. 시간가는 줄 모르게 힐링의 시간을 제대로 가졌나 보다. 날루수안 섬에서 뜻 깊은 힐링 시간, 낚시까지 마치고 되돌아와 파라세일과 제트스키를 타면서 발아래 보이는 세상을 보면서 감미로운 기타 전주가 멋있었던 그룹 캔사스의 “Dust in the world"가 생각났다면 너무 오버일까,,,
바다위의 파라다이스 체험
요트 투어 Yacht Tour ---
세부의 바다 위를 수놓는 것은 섬과 방카뿐만 아니다. 보는 것만으로도 가슴 설레는 하얀 요트들이 출렁이는 파도를 가르며 이국적인 정취를 한껏 더한다. 특별한 여행, 특별한 이들과 함께 누리는 바다위의 낭만, 요트투어를 떠났다.
파란하늘과 하얀 구름이 두둥실 떠다니는 오후의 선착장. 순백의 요트한대가 모습을 드러냈다. 돛을 펼치고 바람 따라 파도 따라 떠다니는 요트는 아니지만, 날렵한 몸매에 고급스러운 자태를 뽐내는 모습이 어딘지 믿음직스럽다. 검게 그을린 듬직한 체구의 마도로스는 널찍한 창을 말없이 바라보며 능숙한 손놀림으로 요트를 움직인다. 마치 어릴 적 봤던 만화영화 속 주인공을 떠올리게 하는 모습을 바라보며 이 요트를 타고 전 세계를 여행하는 상상에 잠시 빠져본다.
요트내부는 아기자기한 소품들이 잘 갖추어진 편안한 휴식공간으로 손색이 없다. 하지만 요트를 타고 내부에만 있을 수는 없다. 누구랄 것 없이 모두 밖으로 나가 요트에서만 줄길 수 있는 특별한 즐거움을 만끽한다.
배의 앞머리에 마련된 공간은 최고의 포토 존이다. 어디를 찍던 멋진 사진을 보장하지만 특히 조종석 아래 하얀 배경을 등지고 않으면 요트가 마법이라도 부리는 것처럼 누구에게나 선남선녀가 된 사진을 한 장씩 남겨준다. 그냥 지나치기에는 너무나 아쉬운 시간이다.
힐루뚱이라는 섬에 머무르며 잠사 바다 속 구경을 하고 다시 요트에 오른다. 어느새 준비했는지 와인과 탐스러운 열대 과일들이 테이블에 놓여있다. 붉은 와인 한잔을 따르고 돌아가는 길의 바다를 바라본다. 어느새 머리위에 나타나 바다를 붉게 물들인 태양은 와인 한잔보다 더 진한 로맨스를 요트 위에 그려놓는다. 여행의 행복과 사랑이 모두에게 무르익어간다.
세부 시내의 아바타
CEBU CITY
세부하면 우리가 흔히 멎진 섬 휴양지라고 생각하지만 세부가 아닌 막탄에 있다. 이 이름들은 세부에 있는 도시의 이름 들이다. 막탄섬은 세부 옆에 있는 아주 작은 섬으로 이곳에 막탄시티와 라푸라푸 시티가 위치해 있다.
진짜 세부섬은 막탄섬과 다리로 연결되어 있어 차로 30분정도 달리면 닫을 수 있다. 이곳에 대표도시가 바로 세부이다. 아름다운 휴양지에서 안락한 휴식으로 몸이 슬슬 기지개를 펴면 하루쯤 도시의 명소들을 들러보는 재미도 꾀나 쏠쏠하다.
시내버스를 타고 돌아보다 내려서 알레그레 기타공장의 입구에 들어서자 기타를 만드는 섬세한 손길이 가장 먼저 여행객의 시야에 들어온다. 여행객을 따스한 눈길로 맞이한다. 기타를 만드는 공방.
기타를 들고 날카로운 눈빛으로 휘어짐을 관찰하는 장인의 모습은 벌써부터 그 소리가 궁금해진다.
집안의 가업으로 3대째 이어져 내려오는 알레그레 가(家) 사람들의 기타의 대한 애정과 열정은 필리핀을 넘어 세계적으로도 유명세를 가지고 있다.
많은 기타리스트들이 이곳에 와서 직접기타를 보고 또 구매하기위해 세부를 찾을 정도로 이곳의 기타는 좋은 품질과 착한 가격으로 잘 알려져 있다.
하나하나 장인들이 손으로 직접 만들어 튼튼하고 정교하여 음색이 맑은 것이 특징이라고, 이곳 공장을 방문하는 고객들은 고급기타를 직접 만져 볼 수 있고, 그 기타로 연주도 들어볼 수 있는 기회가 가능하다. 기타의 가격은 2.500페소(52.500원)부터 70.000페소(1.470.000원)까지 다양하게 마련되어 있으며 해외 수출용 기타도 제작한다.
기타공방을 빠져나와 라푸라푸 시내의 한적한 길가를 걷다보면 새로운 볼거리로 다가오는 아바타 액세서리 숍이 있다.
건물은 허름하지만 내부의 쇼룸과 숍은 화려하고 아기자기함으로 가득한 신세계다. 여성이라면 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해지는 다양한 액세서리가 반짝반짝 빛을 내면서 이곳을 구경하는 이들의 손길을 기다린다. 이곳에서는 예뿐 액세서리를 만드는 과정을 살펴 볼 수 있다.
세부의 기념품점에서 볼 수 있는 제품들은 대부분 이곳에서 만들어 진다고 설명하는 안내원의 얼굴에는 그만큼 자부심이 가득하다.1974년부터 시작한 이 산업은 전통 필리핀 나무와 조개류로 만든 상품이 초점을 두었지만 지금은 새로운 다자인을 선보이며 보다 폭넓은 액세서리를 출시한다고 한다. 아바타 액세서리는 스와로브스키“트렌도세터”대열에 포함되는 등 다양한 수상 실적을 갖고 있을 뿐 아니라 각종 세계적인 전시회에 참여하여 작품을 전시하기도 한다고 한다.
올랑고 아일랜드 철새도래지
OLANGO BIRD SANCTUARY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열대과일의 으뜸인 망고를 팩토리에서 사서들고 향한 곳은 올랑고 철새 도래지.
생태관광이 가능한 섬 중 하나인 올랑고 섬은 수천마리에 조류를 관찰할 수 있는 곳이다. 약97종의 조류들이 이곳에 머무르며 이동하며 이중 53개의 종의 조류들이 섬에 머무른다.
해안선부터 맹그로브 숲에 중심지까지 섬 어디에 있던 수천마리에 조류들이 서식하고 이동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시베리아 등지로부터 날아온 철새들로 7월에서 11월 사이 가장 많은 새들이 이곳으로 찾아온다. 이들 철새 중 머물러 사는 철새는 해오라기, 동북아 마도요, 물떼새, 도요새, 검은 꼬리 도요새, 등이 있다고 한다.
올랑고 섬은 약50% 정도가 맹그로브 숲으로 이루어져 있다.
트라이시클(삼륜오토바이)을 타고 흙길을 달린다.
낯선 풍경들이 빠르게 지나간다. 휴양지나 도심에서 머물렀다면 보지 못했을 필리핀의 속살과 평범하고 오래된 초가의 풍경과 진실들. 순식간에 지나치는 것이 못내 아쉬워 자꾸만 뒤를 돌아보게 만드는 순간이다. 드디어 철새도래지에 도착. 관리인의 간단한 설명을 듣고 철새를 조망할 수 있는 관망대로 이동했다.
고요하고 잔잔하게 흐르는 바닷물. 맹그로브 나무들이 어딘지 알 수 없을 만큼 훤히 열린 바다와 함께 연출하는 태고의 자연이 차분하고 또 몽환적이다.
인간과 철새들의 만남을 이어주는 돌다리 끝에 서있는 조망대.
철새들의 평안한 휴식을 두 눈에 담기위해 허락된 인간을 위한 장소이기도하지만 그들을 지켜주기 위한 철새들을 위한 장소이기도 하다.
안내원이 가리키는 곳을 망원경으로 들여다봤다. 철새들의 군무가 연출된다. 그들만의 파라다이스,
어쩌면 다시는 마주칠 수 없을지도 모르는 그 장면 그 속에 숨겨진 필리핀의 비경 하나를 깊숙이 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