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도에서 50대란 청춘이다
대부분의 사회인검도대회에서 50대 이후는 ‘노장부’로 분류한다. 이 ‘노장(老壯)’이라는 말이 사람에 따라서는 상당히 거북하게 들릴 수도 있다. 마음은 장년(壯年)인데 - 아니 청춘(靑春)인데 나이가 들었다는 뜻의 ‘늙을 로’(老)자가 전치(前置)하고 있으니 말이다. 그래서 조어(造語)에 탁월한 일본인들은 오래전부터 ‘노년(老年)’이라는 말 대신 ‘숙년(쥬쿠넨:熟年)’이란 말을 개발해 사용한다고 한다.
숙년(熟年)이라? 참 그럴싸한 말이다. 인생의 단계 중 불혹(不惑)의 단계를 벗어나 ‘지천명(知天命)’의 경지에 들어서 천리에 순응할 줄 아는 무르익은 연령대란 뜻이다. 그러나 이러한 미사여구(美辭麗句)를 떠나 나는 50대는 여전히 장년층이라고 생각한다. 검도 경기 진행을 위해 편의상 노장층으로 분류하지만 50대는 노(老)보단 장(壯)에 가까운 연령대라 확신한다. 적어도 50대에도 칼을 놓지 않고 열정을 갖고 검도에 정진한 사람이라면 그는 여전히 장년인 것이다.
50대에 검도를 게을리 하지 않은 사람은 60대가 되어도 두려워하지 않는다고 한다. 청장년의 열정과 기백으로 검도에 몰입한 50대는 인생의 황혼기에 접어드는 60대가 되어도 결코 두려워하지 않을 것 같다. ‘내 몸 개혁 6개월 프로젝트’란 저서를 발간한 서울대 의대 유태우 박사의 주장에 따르면 사람은 꾸준한 식이요법과 적당한 운동 프로그램에 따라 얼마든지 60~70대가 40~50대의 몸을 만들 수 있다고 한다.
따라서 50대에 검도를 게을리 하지 않는다면 충분히 20~30대의 건강연령으로 회귀할 수 있다고 본다. 검도 등의 운동을 꾸준히 하지 않은 통상의 50~60대는 20~30대에 비해 체력이 30~50% 떨어진다고 한다. 그러나 식습관 조절과 더불어 검도와 같은 운동을 자기 신체능력에 맞춰 지속적으로 병행한다면 오히려 운동을 게을리 한 20~30대보다 훨씬 강건해질 것이다.
의학적으로는 40~50대는 갱년기(更年期)라고 한다. 이 시기의 신체적 특징으로는 우선 흰 머리가 늘어나고 얼굴에는 주름이 많이 생기는 등 서서히 노화가 시작된다는 것이다. 또한 30대와 비교해 보면, 체지방량에 비해 근육량이 감소하여 고혈압이나 당뇨병에 걸리기 쉽고, 여성의 경우 골 밀도가 현저히 떨어져 요통이나 골다공증 등의 질환이 주로 발생하게 된다.
그러므로 이 시기에 가장 적절한 운동이나 무도로는 신체에 무리를 주지 않으면서도 일주일에 3~4회 이상 꾸준히 할 수 있는 것들이 금상첨화다. 다시 말해, 맨 몸이 격렬하게 부딪는 입식타격기 계열의 가라데(空手)나 무에타이, 유도-레슬링 등의 대다수 유술(柔術)계 무술들, 기타 격렬한 구기운동(축구, 럭비, 농구 등) 등은 자칫 수명을 재촉하는 지름길이다.
일반 스포츠를 제외한 무도적 측면에서, 이 시기의 왕좌에 등극할 수 있는 무도는 누가 뭐래도 검도다. 보편적으로 1시간 이상의 운동을 지양(止揚)해야 하는 이 시기의 특성상 검도만큼 몸에 무리를 주지 않으면서 짧은 시간에 탁월한 운동효과를 낼 수 있는 무도는 극히 드물다. 특히 검도는 손자에서 할아버지에 이르기까지 3대에 걸쳐 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무도 중의 하나이기 때문에 젊은이들과 어울려 그들의 정신문화와 결합할 수 있는 특징도 갖추고 있다.
몸으로 익히지만 마음으로 베는 검도의 정신적 특성에 부가(附加)하여 젊은이들과 어울려 격검하며 그들의 문화에 조화롭게 매칭할 수 있다는 것은 검도만의 자랑이다. 비록 그들의 스피드에는 못 미치지만 그들 못지않은 열정과 탁월한 경륜으로 그들을 제어하면서 자신감을 잃지 않는 게 검도다.
갱년기의 장년으로서 숙년기 또는 노년기이기를 단연 거부하는 50대의 검도는 젊은이들에게 겸허함을 일깨우기에 충분하다. 나도 50대지만 도장에서 60대의 선생님이나 선배님들로부터 호쾌한 머리치기를 당할 때의 쾌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 혹자는 ‘맞고도 무슨 쾌감이냐’ 하겠지만 ‘나도 60대에 검도를 게을리 하지 않으면 능히 30~40대를 제압할 수 있겠구나’하는 발칙(?)한 마음이 들어서다. 50대의 검도는 두려움 없는 60대를 맞는 첩경이다. <끝>
* 속초시 동방검도관 : http://cafe.daum.net/dongbangkumd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