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 생일과 아들
당신은 결혼을 한지 8년쯤 되는 아들부부에게 첫해부터 결혼기념일, 생일, 특별 공연이 있었던 날이면
맛있는 거 사 먹으라고 얼마간의 돈을 온라인으로 보내 주었지요.
그러면 반드시 우리 부부의 생일 결혼기념일 거기에 더 추가하여 어버이날과 명절 어느 때는 서울에서
부부가 김장을 하러 내려와서 돈 봉투를 주고 갔어요.
“먼데서 와서 고생하고 가는데 무슨 돈이냐 너희들도 힘들 텐데 그냥 넣어두어라.”
“카~엄마. 이 맛있는 김치를 우리가 다 가져다 먹는데. 우리가 먹을 거 당연히 담아 주고 가는데
무슨 말씀을 파 하하하.”
감탄사까지 넣어가며 말하는 언변이 좋은 아들과 아내의 옥신각신 전쟁은 말 빨 승리로 끝났지요.
그러던 어느 날 아들이 말했어요.
“엄마. 내가 가만히 생각해보니까 부모님께 효도한다고 돈을 보내 드렸는데 그게 아니었어요.”
“왜? 그럼 뭔데?”
말 빨 좋은 아들은 당신을 헛갈리게 말이 길어졌죠.
“엄마, 엄마하고 우리하고 기념일마다 돈이 매번 왔다 갔다 하는데~ 그게 내가 드린 것이 아니라
엄마가 처음 시작해서 보내 드린 것을 엄마 생일에 내가 다시 보내 드린 것이 되니까 결국 뭐야
내 돈은 하나도 안들이고 엄마 돈이 왔다 갔다 한 거니까 나는 돈 한 푼도 안들이고 효도한 거네?”
“어?”
맞는 말도 같고 틀린 말도 같은 아들의 말에 행복한 웃음이 넘쳤지요.
그러던 어느 날 아들부부에게 특별한 날이 돌아와 온라인 액수가 두 배 반으로 불어났고,
돈을 받은 아들은 깜짝 놀라며 무슨 돈이 이렇게 많으냐며 말했지요.
“엄마, 이제 연세도 있고 수입도 적은데 이러시면 안돼요.”
“무슨 소리야 이 정도는 할 수 있어.”
“엄마 그건 좋은데 내가 걱정이라 그래요.”
“무슨 걱정?”
아들의 말 빨은 길어 졌습니다.
“엄마. 내가 돈을 많이 벌지 못하는데 엄마의 특별한 날에 이렇게 많은 돈을 보내드리려면 걱정이
되어서 그래요. 다음부터는 액수를 전처럼 돌아갑시다. 그래야 저도 엄마가 보내준 것 돌려보내는
마음으로 편안하게 할 수 있으니까 그렇게 하세요. 엄마~저 돈 많이 못 버는 아들입니다. 파 하하하.”
돈을 못 번다고 말했지만 속마음은 엄마의 부담을 덜어주려는 생각이라는 것을 압니다.
그러던 이번여름 몇 년 만에 두 아들집을 방문하려고 상경을 하는데 마땅하니 사줄 것도 없어 당신은
백만 원 씩 봉투에 담아 극구 사양하는 아들에게 주고 돌아 왔지요.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당신 얼굴을
보니 1박2일 여행으로 피곤하지만 흐뭇해하는 당신의 얼굴을 보니 나도 마음이 한결 편했습니다.
“띵똥~”
핸펀이 울고 문자가 왔는데 아들이 받은 돈을 다시 돌려보낸 것이고 당신은 집에 오자마자 전화를 걸어
다시 제발 이러지 말라고 서로 옥신각신 전쟁이 한참이나 벌어지고 이번 전쟁은 쉽게 끝나지 않을 것 같았지요.
“내가 돈 다시 보낸다. 다시 보냈다간 너 알지? 나는 한다면 끝까지 하는 사람이야 엄마를 몰라?”
“엄마 제발 그러지마~ 내가 돈을 못 벌어서 이렇게 액수가 늘어나면 부담스러워서 그래요~”
“그래? 잘 됐네~ 돈도 못 번다니까 그냥 받아쓰면 되겠네~ 안 그래?”
“엄마~제발.......”
늙어가는 우리부부의 수입을 생각해서 부모님께서 잘 드시고 잘 쓰라는 마음을 알지만 당신은 자식을
사랑하는 엄마가 되어 기어이 ‘온라인으로 온 돈을 간 라인(?)’으로 다시 가게 만들었습니다.
며칠 후에 아내의 생일이 옵니다. 근데 오늘 새벽에 아내 핸드폰이 ‘띵똥’ 울었습니다.
아내가 처음 시작했던 돈이 생일이라고 다시 돌아왔습니다. 나는 생일이라고 보내준 돈보다 기분이 더
좋았던 것은 생일전날 오던 돈이 며칠 전 이른 새벽에 돌아 온 것인데 나는 아들이 했던 말이 생각났어요.
“엄마, 돈을 전날 보내주면 생일날 하루만 기쁘지만 돈을 일찍 보내주면 그 날부터 기뻐서 생일이 며칠이나
되는 것 같잖아요? 푸 하하하.”
“고맙다. 사랑한다. 아들.”
눈물 찔끔........
샤워를 하려는데 전화가 왔어요. 아들은 자신이 한일을 남의 말을 하듯이 엉큼하고 무덤덤하게 말했지요.
“엄마. 대문 밖에 뭐가 도착 했다고 전화가 왔는데 한번 나가 보세요.”
당신이 낳은 아들부부는 돈으로도 생일 축하를 만족스럽게 못했는지 우리가 먹어보지도 못한 명품 빵
선물세트 안에 축하 손 편지를 넣어 보내 주어 두 번이나 기쁘게 했어요.
나는 당신이 사랑하는 아들에게 밀려나 세 번째 축하를 이렇게 보냅니다.
그래도 내 마음을 제일 잘 아는 사랑하는 당신께 2022년 생일을 맞이하며 함께 건강하고 함께 행복한
나날을 만들어 가자고 편지를 씁니다.
‘손발이 다 닳도록 고생 하시네’ 가 어버이 은혜노래 가사인줄만 말았는데 당신 손도 얇아 졌네요.
설거지를 한번이라도 내가 더 할게요. 생일 축하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