赤麟 記- 運命の絲 , 出會の紐(완전판(오타 수정 등등))
이 것을 쓴 바보 니케
-만남- 1
"오랜 시간동안 있던 이곳은 어디? 어둡고 갑갑한곳... 하지만 따뜻한 느낌. 그렇지만 가슴 속이 꽉 매이는것 같은 느낌. 나는 왜 이곳에 있는거지? 내가 이곳을 나갔을때 내가 이곳에 있는 이유를 가진 존재가 있을꺼야... 이 갑갑하고 좁은 세상에서 나를 꺼내줄 그 사람을... 내가 이곳에 있는 가치를 지닌 사람을 위해 언제라도 기다리겠어..."
쩌적
무언가 갈라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곧이어 그녀의 몸은 자신의 소원대로 갑갑하고 좁은 열매 밖으로 빠져나왔다. 밝은 빛이 그녀의 눈에 비췄다. 그리고 그 작은 눈으로 자신의 앞을 보았다. 신기한 옷을 입고 있는 여성이 자신의 앞에 서 있었다.
"아... 아... 호우린... 호우린이 태어나셨다. 게다가 적린이셔!"
그녀는 알수 없는 말을하며 문밖으로 뛰쳐나갔다. 그리고는 붉은 머리의 그녀는 다시 한번 눈이 감으며 다시 정신을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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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카키상!"
등 뒤에서 누군가 부르는 솔리가 들려온다. 어려보이고 높은 성량을 가진 목소리. 사카키는 목소리의 주인공을 알아차리고는 뒤를 돌아보았다.
"아, 치요 쨩."
"혼자 학교도 가시는 거예요? 같이 가도록해요."
"응."
치요는 웃는 얼굴로 사카키의 대답을 유도했다. 이 얼마나 사랑스러운 얼굴인가.... 마치 어미 고양이가 하나 밖에 없는 자신의 소중한 새끼를 보는것같은 눈빛으로 사카키는 치요를 바라보며 엷은 웃음을 지었다.
"그러고보니, 오늘 수영이 있죠? 저도 사카키상 처럼 수영을 시원차게 하고 싶어요. 지금은 겨우 자유형으로 15M를 간신히 갈 수 있는 정도지만 언젠가 사카키상 처럼 물살을 가르며 시원하게 헤엄칠수 있겠죠?"
"분명히, 열심히 하면 나보다도 잘 칠수 있을거야."
"에이, 농담하지 마세요. 제가 어떻게 사카키상보다 수영을 잘 할수 있겠어요? 반에서 사카키상을 이기는 사람은 고작해서 카구라상 밖에 없어요. 그래도 잘쳤으면 좋겠어요."
치요는 먹쩍은듯 뒷머리를 긁쩍였다. 그럴때마다 치요의 당근과도 비슷한 양쪽 갈래머리가 나비가 자신의 얇은 날개를 펄럭이며 날아갈려는것 처럼 위 아래로 움직였다. 그리고 사카키의 얼굴을 쳐다보며 "헤헤"거리는 웃음 소리를 내며 쑥스러운듯 자신의 혀 앞 부분을 살짝 깨물고는 홍조를 띄우며 웃고있었다.
사카키는 그런 치요의 모습을 보며 웃었다. 마음 속 부터 따뜻해지는 느낌. 치요를 보면 사카키는 자신의 몸과 마음이 깨끗해지며 무언가 알수없는 느낌이 들었다. 마치 일곱빛깔 무지개빛 비누방울이 자신의 몸을 감싸안고 산들바람을 타고 날아가며 하늘 높은곳에서 희고 아름다운 날개가 돋아 시원한 바람을 타고 날아갈것같은 느낌. 그런 느낌이였다.
치요는 사카키의 시선을 아는지 모르는지 자신의 할말을 열심히 하고 있었다. 그런 치요의 말을 하나라도 놓치지 않겠다는 듯이 양귀를 쫑긋세워 듣고 있었다.
"아!"
사카키는 그 자리에서 몸을 멈추었다. 치요는 그것을 눈치 못한채 하늘을 바라보며 한껏 웃음을 지으며 자신이 할 말을 열심히 하면서 걸어갓다. 사카키는 멈춘 상태로 자신의 맹수같이 날카로운 이미지를 풍기는 눈에 역상되어 보이는 무언가가 보였다. 뻣뻣히 곧았지만 부드러워 보이는 털. 노랗고 번뜩이는 눈, 쫑긋솟은 귀. 그것은 누가보더라도 한마리의 귀여운 고양이였다. 사카키의 눈 안에는 이미 자신의 눈 앞에 서있는 고양이 밖에 보이지 않았다.
"고양이..."
사카키의 입가에는 이미 웃음이 한가득이였다. 순간 고양이는 담을 따라 골목으로 도망치듯이 사라졌다.
"아!"
사카키는 골목으로 사라진 고양이를 보면서 목이 말라서 음료수를 뽑으려고 지갑을 꺼내자 지갑에서 500엔이 또르르 떨어져 하수도에 빠진것같은 아쉬움이 가득찬 눈으로 안타까워하고 있었다. 그러자 사카키는 무언가 마음먹은듯 입술을 꽉 깨물고는 고양이가 들어간 골목으로 들어갔다. 골목은 이상하리만큼 어두웟다. 태양이 떠 있는 아침에도 가로등이 없는 칠흑빛의 어둠같은 느낌. 사카키는 무언가 이상한것을 느꼈지만 대수롭게 생각하지 않고는 계속 고양이가 걸어간곳을 걸어갔다.
"그래서 말이예요... 어? 사카키상?"
그제서야 사카키가 자신의 옆에서 사라진것을 눈치챈 치요는 좌우로 고개를 돌려본 후 좌,우로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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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어두컴컴한 길. 믿을수 없을만큼 길고 깊은 길이었다. 사카키는 무언가 이상함을 느끼고 돌아가려고 했지만 한치 앞도 분간할수 없는 괴물의 입 속 같은 이곳에서는 사카키도 방향감각을 잃고 자신이 어디로 가는지도 알 수 없는체 무작정 앞으로 뛰어가고 있었다. 이 상태에서는 자신이 향하고 있는곳이 앞인지 뒤인지 알 수 없는 상태였다.
파악
순간 사카키의 눈에 빛이 들어왔다. 강렬한 태양빛이 칠흑의 어둠에 익숙해진 사카키의 눈에 비추어지자 사카키는 마치 눈 안에 티라도 들어간듯 눈 안이 따끔거리기 시작했다. 사카키의 맹수처럼 날카롭게 생긴 눈에는 눈물이 맺혔다. 조금 시간이 지나자 이번에는 어둠이 아닌 따사로운 햇빛에 눈이 익숙해져서 한치 앞도 보이지 않던 방금 전과는 달리 자신이 볼수있는 눈 앞의 시야가 보였다.
"이곳은..."
알수없는 곳이 였다. 방금 전에 있던 고양이가 지나간 골목도 끝없이 펼쳐지던 터널같은 어둠의 길도 없어졌다. 오로지 나무와 풀만이 보였다. 파란 하늘아래 상쾌한 바람이 부는 숲 속이었다. 다른 사람들이 보면 도시의 갑갑한 느낌을 벗어나 쉴 수 있을 만한 곳이였다. 하지만 사카키는 두려움을 느꼈다. 마치 어린아이가 처음 오는곳에 부모를 잃어버린것과 같은 느낌이 들었다.
"이곳은 도대체 어디야... 치요쨩? 어디있는거야? 있으면 대답해줘!"
사카키는 주변을 돌아보며 앞으로 걸어나갔다. 바스락거리는 나뭇잎소리가 귓가에 맴돌며 사카키의 불안을 더욱 들춰내었다. 앞으로 나아갈수록 사카키의 불안한 마음은 눈 쌓인 언덕을 굴러가는 눈덩이처럼 커져갔다. 알수없는 짐승의 울음소리가 애써 냉정해지려고 노력한 사카키의 마음을 무너뜨렸다.
타닥
알수없는 공포심과 불안감에 사카키는 달려갔다. 뛰고 뛰고 계속 뛰었다. 불안이 사라질때까지 뛰었다. 하지만 뛸수록 들려오는 짐승의 소리와 귓가를 스쳐가는 바람소리가 더욱 사카키를 불안하게 할뿐이였다.
"아얏."
사카키는 시야가 정면에서 땅으로 떨어졌다. 그리고는 다리에 이어지는 통증... 그녀는 자신의 다리를 보았다. 이곳저곳에 붉은 선혈이 그어져있다. 필시 뛰어다닐때 풀에 베인 상처일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이곳저곳에난 자잘자잘한 상처가 아니였다. 사카키는 자신의 양말을 발목 아래까지 살짝 내렸다. 쫙 빠진 각선미를 자랑하는 다리에 어울리지 않게 심통을 내어 공기를 불어넣은 공과 같이 빨갛게 부어올라 있었다.
"으윽..."
사카키의 다리에 조금씩 심해졌다. 사카키는 자신의 하얀 이를 뿌득 소리까지 내며 일어났다. 고통이 다시 사카키의 다리에 엄습해오자 자신도 모르게 다리에 힘이 빠져 풀썩 주저 앉고 말았다. 사카키는 하늘을 보았다. 푸른 하늘... 아까 전 학교 등교길에서 보았던 하늘과 전혀 다를것이 없었다. 아니 이 하늘은 좀 더 높아 보이고 쾌창했다. 사카키의 머리에는 그런것의 생각이 들지 않고 단지 "절망" 이라는 두 글자가 떠올랐을 뿐이였다. 어느때와 마찬가지로 학교에 가는 도중에 그녀는 알수없는 곳에 와버렸다. 그녀 자신도 이렇게 될줄은 몰랐다. 아니 상식적으로 있을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주르륵
순간 사카키의 눈에 뜨거운 무언가가 느껴졌다. 눈물. 눈물이 났다. 이런 말도 않되는 곳에서 길을 잃어 다리까지 다쳤다. 주변에는 알수없는 짐승의 소리가 들렸다. 다리를 움직일려고 몇번이나 움직엿지만 역시 힘을 주는 도중에 힘이 풀려왔다. 이 상태라면 알수없는 울음소리의 짐승의 밥이 되던지 아사를 하던지 둘 중의 하나밖에 없다는것을 사카키 자신도 잘 알고 있었기에 절망감과 두려움에 자신도 모르게 사카키는 눈에서 눈물이 났다. 하지만 사카키는 자신의 눈에서 뜨거운 눈물이 흐르는것도 모르고있었다. 치요, 요미, 오사카, 토모... 그외 여러명의 친구들의 얼굴이 사카키의 머리 속을 스쳐간다. 보고 싶은 얼굴... 한 번이라도 더 보고 싶은 얼굴들이였다. 그러다가 갑자기 북받쳐오는 외로움에 소리내어 울었다. 멈추고 싶었지만 그럴수 없없다. 수도꼭지가 풀린 수도처럼 자신의 의지와는 다르게 눈물이 았다.
"응애."
어디선가 들려오는 소리가 있었다. 사카키는 우는것이 거짓말 처럼 멈추었다. 방금 전에 들은것은 애기 울음 소리 같았다. 아니 틀림없이 애기 울음 소리였다. 그런 생각을 가지고 사카키는 아까보다 부은 다리를 이끌고 몸을 끌며 울음소리가 난곳으로 기어갔다. 그녀는 애기가 있는곳에는 분명히 아이의 부모가 있고 그들에게이 이상한곳은 어디이며 자신이 어떻게 이곳에 왔는지를 물어볼 수 있다는 생각에 아픔을 정신력으로 누르며 소리가 난 쪽으로 계속 기어갔다. 그럴수록 자신의 푸른빛깔 교복은 갈색의 황토빛 흙에 묻어 더러워졌다. 하지만 그런것에 아랑곳하지 않고 기어갔다. 소리가 점점 가까워 질수록 더욱 더 이를 꽉 물고 앞으로 나아갔다. 그것이 그렇게 위험한 일이 라고는 전혀 생각치 못한 상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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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주상!"
"걱정마 케이키. 그리 오래 비우지는 않을테니깐... 나는 아직 경국의 왕으로는 많은것이 부족해, 그래서 경의 많은것을 몸으로 배우고 눈으로 직접보고 싶어. 태사인 엔호의 허락도 받았어. 걱정하지마."
"하오나, 아까의 식으로 판명되는 지진이나...."
"걱정하지말라고 했잖아! 그리고 식이면 나 대신 니가 진정을 시켜. 난 이미 마음을 정했으니."
타오르는듯한 진홍빛의 머리의 여성과 금발로 화려하게 빛나는 머리의 남성이 숲 속의 길을 걷고 있었다. 여성은 남성의 말을 무시하듯이 계속 앞으로 향해 걸어가고 있었고 금발의 남성은 어쩔수 없다는 듯한 눈을 하고 있었다.
"알겠습니다. 주상... 그럼 몸 조심 해주시길.."
"내가 없는 동안 경을 잠시 부탁할께. 엔호와 같이 식을 가라 앉혀주고 백성들을 보살펴줘."
진홍빛 머리를 가진 17세 정도의 소녀는 금발의 남성에게 그런 말을 하고 가던 길을 계속 걸어갔다. 그녀의 허리에는 이곳저곳 자잘한 금이 가있는 칼집과 그 안에 들어있는 검, 그리고 여자이면서 남성의 옷을 입고 있었기 때문에 유심히 보지 않으면 남자로 오해받기 쉬운 모습이였다. 그리고 약간 햇빛에 탄듯 까무 잡잡한 피부가 그녀의 모습을 더욱 남성처럼 보이게 했다.그녀의 이름은 요코 (陽子), 요우시라고도 불렸다. 그녀는 뒤도 돌아보지 않은채로 손을 흔들며 금발의 남성에게 손을 흔들며 작별인사를 하였다.
바스락 거리는 과자와 같은 느낌을 주는 물기가 남아있지 않은 마른 나뭇잎을 밟으며 그녀는 자신의 눈 앞에 보이는 곳을 향해 걸어갔다. 가는 곳이 어디인지 알 수 없었다. 특별히 목적지를 정한것 같진 않았다. 그저 자신이 원하는 쪽으로 걸어가고 흘러가는 것이였다. 좀 더 많은 것을 느끼고 좀 더 많은것을 보고 위해 떠나는 여행이였으므로 목적지를 정했을리가 없었다.
"미안해, 케이키... 하지만 나는 아직 많이 모자른걸... 그러니 지금은 엔호와 타이호인 너에게 맡기고 좀 더 많은것을 배우지 않으면 않되. 그러니 조금만 더 기다려줘. 돌아오면 더욱 성장한 나로써 실망을 시키지 않게 되어 돌아올테니... 그러고보니 스즈는 어떻게 있을까? 내가 나올때 울고불고 난리가 났었는데... 후훗... 조금만 참아줘, 모두들..."
요코는 혼잣말을 중얼 거리며 걸어나갔다. 끝 없이 펼쳐진 나무의 숲을 걸어갔다. 기괴한 모양으로 꼬였는 나무도 있고 짐승의 소리도 들려왔지만 요코는 콧방귀를 뀌면서 담담한 표정으로 걸어갔다. 이런것 쯤이야 별거아니지. 이정도에 겁먹을리가 없잖아? 라는 생각이 담겨있는 자신과 신념이 담겨있는 눈을 보면 요코의 당당한 행동을 이해할수 있었다.
"꺄악!"
높고 큰 미명소리가 들려왔다. 분명히 여자의 목소리... 그녀는 눈을 크게 뜨고는 이곳저곳에 금이 간 검집에서 푸른빛이 비추는 수우도(水愚刀)를 검집에서 빼고는 비명 소리가 난 곳으로 달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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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워졌어. 조금만 더 가면..."
사카키는 다리의 통증이 약간 가셨는지 땅에 떨어진 나뭇가지를 지팡이 삼아 완전히 부어버린 오른쪽 다리를 질질 끌며 소리가 난 곳에 도착했다.
"저기..."
사카키는 무언가를 물어보려고 입을 열었다가 다시 입을 다물었다. 그리고는 자신의 앞에 있는 정체를 알수없는 짐승을 보았다. 순간 사카키는 늑대라는 생각을 했지만 늑대보다는 최소 3배는 크고 검치호같은 거대한 이빨과 강철도 들어가지 않을것같은 뻣뻣하고 윤기가 흐르는 털, 한번에 쇠장갑도 종이 찢듣이 찢어버릴것같은 크고 날카로운 발톱. 눈 앞의 생물은 결코 존재할리가 없는 그런 생명체였다.
"응애."
애기 울음소리와도 같은 울음소리를 내며 짐승은 사카키를 향해 다가왔다. 그 짐승은 최고 정점에 도달한 타오르는 불과 같은 새빨간 눈이 사카키를 쏘아 보았다.
풀썩
이번에야 말로 다리에 완전히 힘이 빠지면서 주저 앉았다. 엄청난 공포심이 사카키에게 엄습했다. 사카키는 마치 뱀 앞의 개구리 같은 모습을 하고 있었다.
"크르르르르."
목의 성대가 울리는 듯한 소리를 내며 정체를 모르는 늑대같은 짐승은 사카키에게 돌진했다. 사카키는 순간 몸을 앞으로 구불였다. 그 순간적인 판단이 사카키를 살렸다. 너무도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기 때문에 고개를 숙이지 않았으면 분명히 그것에게 목이 날아가 몸과 목이 따로 놀고 있었을것이다. 하지만 사카키의 등에는 깊은 4줄기의 발톱자국이 났다. 그 상처에는 피가 솟구쳐올랐다.
"꺄악!"
비명소리가 사방에 울려퍼졌다. 하지만 사카키는 자신이 비명을 지른지도 모르고 있었다. 등에 난 상처의 아픔과 너무나도 무서웠기 때문에 비명을 자신이 지른것을 알수가 없었지만 무의식 중에 비명을 지런 덕뿐에 그녀의 목숨을 구할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그오오!"
다시 한번 사카키에게 거대한 짐승이 달려왔다. 사카키는 이번에야말로 자신이 죽는것을 깨달았다. 그리고는 자신의 시체는 저 짐승의 먹이가 되고 말겠지... 라는 생각을 한 후에 자신의 행복한 추억과 친구들을 떠 올렸다. 그리고 눈을 꼭 감으며 자신이 죽을때 찾아오는 고통을 기다리고 잇었다. 하지만 아무리 기다려도 고통은 찾아오지 않았다. 분명히 고통없이 한 번에 죽은 것이겠지. 라는 생각에 눈을 떴다. 아니 뜨여지는것이 이상하게 생각했다. 하지만 자신이 눈을 뜬것보다 놀라운 일이 눈 앞에 펼쳐졌다. 진홍빛 머리의 소년이 자신의 키보다는 2배는 커보이는 이 짐승의 목에 칼을 꽂아 넣고는 등에 올라가 있는것이였다. 짐승의 입에는 피가 뿜어져 나왔다. 고통에 몸부림치는 짐승에게 목에 꽂은 칼을 좌측으로 힘을 주어 빼내었다. 목 뼈와 혈관째 잘려버린 짐승은 단말마의 비명을 지르며 쓰려졌다. 그리고는 밖으로 뿜어져 나오는 피의 분수... 소년의 머리색과도 같은 붉은 피였다. 소년은 능숙한 솜씨로 짐승의 목에서 뿜어져나오는 피의 분수를 피했다. 그리고는 두려움에 떨고있는 사카키에게 다가갔다.
"괜찮아?"
"꺄악!"
소년이 사카키의 어깨에 짐승의 피가 묻은 손을 올려놓았다. 그러자 엄청난 비명소리가 사카키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소녀도 놀랐겠지만 그것만큼 소년도 분명히 놀랬을것이다. 사카키는 제정신으로 돌아오지 못한체로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높고 옆으로 째지는듯한 비명소리가 사방으로 울려 퍼졌다.
"꺄..."
"조용히해. 자꾸 소리를 지르면 요마들이 더 올지도 몰라."
소년은 사카키의 입에 자신의 손을 가져가서 입을 막았다. 몇 번 비명을 지르려는듯 읍읍 소리가 났지만 차츰 안정을 찾아가는듯이 조용해졌다. 그러자 이번에는 울음을 떠뜨렸다.
"흐..흐흑..."
"괜찮아, 요마는 내가 처리했으니 두려워할 필요는 없어."
사카키는 소년의 품에 안기어 계속 울어대기 시작했다. 언제까지고 언제까지고 이 두려움이 사라질때까지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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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우린님 어떻습니까?"
"중일까지 무사하시길..."
붉은 머리의 여성은 자리에 앉아 자신의 눈 앞에 보이는 기름기가 흐르는 뚱뚱한 남자를 쳐다보고는 정중히 인사를 하고는 방밖으로 내보냈다. 그리고는 한숨을 쉬었다. 무언가를 기다리는 한숨. 그녀는 자신이 태어나고 지금까지 그 사람을 기다렸지만 그 사람은 나타나지 않자 조금씩 지쳐갔다. 몸도 마음도 서서히 좀 먹기 시작했다.
"호우린 괜찮으십니까?"
"네. 조금 피곤한것 뿐..."
호우린이라 불린 그녀는 갑자기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마치 중요한것을 발견한 사람처럼. 호화스럽던 의자는 뒤로 넘어갔다. 그리고는 호우린은 창밖을 내다보았다.
"왜 그러십니까?"
""그 사람"이 온것같아요. 저의 존재 가치를 증명해주는 바로 그 사람..."
""그 사람"이라면..."
호우린은 창문의 향해 뛰어내렸다. 매우 높은 곳에도 불구하고 호우린은 한치의 두려움도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기대에 부푼듯한 눈빛이였다. 호우린의 몸에서 이상이 생겼다. 몸의 일부가 녹는듯 싶더니 피부에서는 털이 돋아났으며 이사 한가운데 혹같은 돌기에는 길고 뭉둑한 뿔이 생겨나고는 한마리의 말의 모습으로 변했다. 붉은 갈기를 가진 한마리의 멋진 적린(赤麟). 그것이 호우린의 정체였다.
"반드시 찾아내겟어. 내가 이것에 있는 이유를 가지게 한 "그 사람"을.. 반드시! 반드시! "그 사람"이 느껴지는 동으로... 동쪽을 향해!"
기린으로 변한 호우린은 매우 빠른 속도로 동쪽하늘로 날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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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이제 괜찮아?"
"미... 미안해."
사카키는 그 끝이 없을것 같은 마음 속 두려움의 오열을 멈추었다. 붉은 머리의 소년은 사카키가 품 속에서 떨어지자 짐승을 벤 푸른색으로 빛나는 검을 땅을 향해 털어냈다. 그러자 아까전에 짐승을 베었던 검에 맺혀있던 피는 모두 땅으로 떨어지고 검은 다시 푸른빛을 번뜩이고 있었다. 그러고는 검을 다시 검집에 집어넣었다. 그의 옷에 묻어있는 빛나는 점액성 액체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겠다.
"우윽..."
사카키의 등에 살이 타는듯한 고통이 느껴졌다. 아까 전의 짐승이 사카키의 등에 낸 4개의 발톱이 낸 4줄기의 상처였다. 사카키는 신음을 하듯이 앞으로 쓰러졌다. 붉은 머리의 소년은 그런 사카키의 모습을 보자 굉장히 놀란 모습을 보이며 사카키에게 다가갔다.
"너.. 이 상처... 아까 그 요마에게 당한거야?"
"요마? 아까 그 짐승을 지칭하는건가? 그렇다면 맞다고 말할께..."
소년은 사카키를 보더니 무언가 심각한 표정을 짓더니 칼집에서 검을 빼어서 자신의 왼손에 쥐고 많은 상처와 금이 가있는 칼집을 허리춤에서 빼어내었다. 소년의 허리는 마치 어린 계집애처럼 얇었고 가느다란 팔로 검을 들고 있는것이 이상하게 느껴질테지만 사카키에게는 그것을 인식할만한 정신이 없었다.
"요마에게 당해서 생긴 상처는 치유가 늦고 요마에 따라서는 목숨도 잃을수 있어. 이 칼집에 있는 구슬을 집어."
소년이 가르킨 검집의 끝 부분에는 청홍(靑紅)의 실로 묶여있는 푸른구슬이 매달려있었다. 신비한 색이였다. 보면 볼수록 빨려들어갈 것 같은 느낌. 마치 하늘의 일부분을 떼어 놓고는 구슬의 형태로 만든듯한 느낌이였다. 사카키는 소년이 말한 구슬을 집었다. 그러자 등에 느껴지던 통증은 놀라울정도로 완화가 되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퉁퉁 부어오른 발목과 자잘한 상처도 나아지는듯 보였다. 얼마 시간이 지나지 않자 풀에 베인 상처는 이미 예전의 살이 되돌아와있는듯한 느낌이 들정도로 이미 상처는 사라지고 약간의 굳은 붉은 핏자국이 덕지덕지 붙어있었다.
"이건..."
"그냥 상처를 치료해주는 마법의 구슬정도라고 생각해. 그런데 너..."
소년은 사카키의 옷을 유심히 살펴보았다. 푸른계열의 교복은 이미 피에 물들였기 때문에 사카키의 동복을 보는듯한 착각이 들게 하였다. 그는 이곳저곳을 계속 둘러보았다. 사카키도 소년의 옷을 보았다. 일본의 전통복이라고 생각했지만 무언가 달랐다. 어디를 보아도 "이것은 일본옷입니다." 라는 소리가 나올수 있지만 미묘하게 다른옷. 마치 개량된 전통복같았다.
"너, 해객인거야?"
"해객?"
알수없는 말이였다. 해객. 사카키가 살도있는 세계에는 쓰이지 않는 말이다. 그녀는 푸른 구슬을 꼭 집고 상처의 통증이 상당히 가라앉자 그 자리에 일어서서 앉았다. 통증이 완화되었다지만 아직 상처가 완전히 아물지 않은것이므로 등에는 약간의 통증이 느껴졌다. 아픔을 참으면서 사카키는 소년을 향해 입을열었다.
"도대체 무슨말을 하는거야? 이해를 할 수없어. 그리고 이곳은 어디지? 나는 분명히 학교에 가고 있었어. 하지만 이런곳에 와버리고 말았어.. 도대체 나는 어떻게 되는거야? 그리고 여긴 일본이 맞는거야?"
"역시 너도 해객이구나... 아니? 그 모습은 태과?"
"태과?"
사카키는 자신의 모습을 보았다. 아무런 변화를 느낄수 없었다. 그 순간 바람결을 까라 자신의 눈 앞에 허리까지오는 자신의 긴 생머리가 보였다. 바다와 같은 푸른색... 사카키는 의아해하는 표정을 지으며 등에 가라앉아있는 머리카락을 어깨너머로 빼어내어 자신의 눈 앞에 가져갔다. 아까 전까지만 해도 검은색이였던 생머리는 사라지고 태양빛을 듬뿍받은 남국의 바닷물같은 푸른색이였다. 사카키는 자신의 가방을 뒤적거렸다. 그리고는 거울을 꺼내들었고 자신의 얼굴을 비추었다. 푸른 머리색과 창공을 넘나드는 매와 같은 노란색의 눈... 사카키의 모습은 그렇게 바뀌었다.
"푸른 머리와 노란 눈이라... 나도 이곳에 온지 꽤 되었지만 너 같은 사람은 처음봐. 교복을 보아하니 이곳이 아닌 왜(倭), 아니 일본(日本) 사람이구나."
"그럼... 이곳은 일본이 아니란 말이야?"
붉은 머리의 소년은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이곳은 십이국(十二國)이 존재하는 또 다른 세계. 그리고 이곳은 경이라는 나라라는것과 해객과 태과의 뜻 등을 설명해주었다. 무언가 건성으로 가르켜주는것 같았지만 그 설명은 사카키의 머리에 똑똑히 남아있었다.
"그럼.. 이곳은 일본이 아닌 경이라는 나라고 나는 태과라고하는 리목(里木)이라는 나무에서 흘러내려온 나무열매에서 태어났다는거지? 말도 않되! 나는 일본에 나를 낳아주신 부모님과 친구들이 있어! 이런 비상식적인곳에 있을리가 없단말이야!"
"나도 처음에는 그랬어."
슬그머니 사카키의 옆에 앉은 소년이 낙엽으로 푹신한 땅을 낙엽을 침대삼아 팔을 베고는 누웠다. 공활한 하늘이 눈 앞에 펼쳐졌다.
"나도 태과야. 자랑할것은 아니지만 나는 이곳에 왔을때 배반의 연속으로 모든것을 의심하고 아무도 믿지않고 자신을 방어하고 있었어. 많은 죽을 고비를 넘겼고 여기서 새로운 친구를 만났지. 그러면서 나도 차츰 이곳을 이해할수 있게되었어. 지금은 더 많은것을 배우고 더 많은것을 보기 위해서 여행을 떠나고 있는 중이야."
사카키는 그 소년을 보면서 이해를 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그 소년의 눈에는 한치의 거짓도 보이지 않으며 굳은 결의와 의지가 보였다. 일본이 아닌 12개의 국가가 있고 아이가 나무에서 자라나는 신기하고 이해할수 없는 나라. 믿을 수 없었다. 이 지옥 같은 세상에서 조금이라도 빨리 달아나고 싶었다.
"그럼... 이곳에서 빠져나갈수 없는거야"
"모르겠어. 하지만 나는 돌아가는것을 포기했어. 내가 그곳에 있을때의 친분과 사랑이 모두 가식이라는것을 알게되었거든... 그런 세계에서 살아가느니 차라리 이곳에서 새롭게 사는것도 좋다고 생각해서 이곳에서 살아가고 있어.하지만.. 가고 싶지 않다는것은 아니냐... 지금은 돌아가는것보다 더 중요한일, 나에게 소중한 사람을 지키는 일이 생겼어."
붉은 머리의 소년은 생각했다. 언제나 우등생. 착한 아이인척 생활을한 답답한 세상. 그런 세상을 언제나 변함없이 살아가는 똑같은 하루 친구가 믿었던 사람들의 호의는 모두 거짓이었다는것까지... 심지어 자신을 낳아준 부모조차 자신을 믿어주지 않아서 절망 속에 자기 자신의 문을 닫아 잠근 후 의심과 불신만을 가지고 살아온 나날들... 그런 기억이 지금와서야 새삼스럽게 되살아났다. 하지만 돌아가기 싫은것이 아니다 단지 요우시에게 더욱 중요한것. 자신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을 도우는일이 더 중요한것이다.
"굳이 니가 이곳을 나가려고 한다면 내가 최대한으로 너를 도와주겠어. 참 그러고보니 우리 통성명도 하지 않았지? 나는 요우시(陽子)라고해 밝은 양(陽)에 아들 자(子)자를 쓰지. 너는?"
"사카키. 비쭈기나무 신( )자를 써."
소년과 소녀는 서로의 손을 내밀었다. 소년의 손은 의외로 얇고 가늘었다. 마치 여자의 손인것처럼 생겼다. 그의 피부가 거친 피부가 아닌면 여자로 착각했을정도였다. 사카키도 손을 내밀어 소년의 손을 잡고는 악수를 하였다.
"사카키상. 잘 부탁해."
"요우시상도 잘 부탁해."
소년과 소녀는 악수를하며 서로에게 미소를 짓고 있었다. 마치 방금 전에 아무일도 없던것처럼.. 그리고 앞으로 일어날 거대한 일을 모르는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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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왠지 삭막해 보이는 곳이네.."
"응. 신 왕이 등극한지 아직 1년이 조금 지났을 뿐이거든.. 그리고 아까 전의 식(蝕) 때문에 피해도 입었어. 큰 지진이 나고 이곳저곳에 산 불 등이 났거든, 하지만 이상한 점이 한 두 개가 아니야."
소년 아니 요우시는 사카키에게 돌려 받은 검집을 허리춤에 묶고는 다시 수우도를 검집 안 으로 집어넣었다. 그러면서 심한 움직임으로 엉망이 된 붉은 머리를 뒤로 넘겨 깔끔하고 보기 좋게 한 갈래로 묶었다. 가느다란 목의 선이 하나로 묶인 머리 사이에 보였다.
"나 때문에 그렇게 된거야?"
사카키는 무언가 둔기로 뒤통수를 치는듯한 느낌이 들었다. 자신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자신이 이곳에 넘어오면서 식이라는게 생기고 그로 인하여 사람이 많이 죽었다니...
"이곳에는 식이라는 재앙이 있어. 그 식이 일어날 때 해객이 넘어올수 있는거야. 너 때문이 아니니 걱정마...내가 이곳에 올 때 식이 일어났었어. 그때는 해일과 홍수 등이 일어나 많은 논이 가라않고 사람들이 많이 죽었지. 그것으로 나쁜 해객이라는 소리를 들으며 지금은 없는 교국(巧國)의 왕에게 죽을 뻔했지. 너도 내가 왔을 때 만큼의 식이 일어난 것 같아. 이곳에 교국같은 왕이 있었더라면 너도 고생했을지 몰라. 나는 쥬요우가 없었으면 죽었을지도 모르지만..."
요우시는 옛 생각을 하며 걸어갔다. 사카키는 그런 요우시를 보면서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그럼 내가 나쁜 해객이라는거야?"
사카키는 묘하게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자신은 단지 이곳에 온 죄밖에 없다. 아니 그것도 자신의 의지도 아닌 자신도 모르는 상황에 이곳에 넘어왔다. 넘어온 것 하나만으로 사람이 죽었다니 스스로도 믿을 수 없었다.. 믿기 싫었다.
"아니, 경(慶)에는 나쁜 해객과 좋은 해객 따위는 없어 앞으로도 없을것이고..."
"앞으로도?"
요우시는 무언가 말을 하려다가 자신의 입을 가렸다. 그리고 아무런 일이 없다는 듯이 입을 열었다.
"너, 이곳에 어떻게 들어온거야? 바다를 통해서?"
"바다?"
사카키는 자신의 행동을 되짚어 보았다. 고양이를 따라 골목에 들어오자 이 이상한 세계로 오고말았다. 사카키는 요우시에게 자신의 자초지종을 말했다. 그러자 요우시는 얼굴을 찌뿌리며 말을 꺼냈다.
"뭐? 바다가 아닌 단순한 골목에서? 그런일이 가능하단 말이야? 마치 산객과도 같은... 너 설마 중국인인거야?"
"아니... 난 순수한 일본인이야. 니가 말하는 산객이라는 말을 모르겠지만 나는 골목길을 지나가면서 이곳으로 오게됐어."
"그런..."
요우시는 말도 않된다는 듯이 생각하면서 엄지손톱을 물어뜯었다. 울퉁불퉁한 손톱. 그것을 보아하니 요우시에게는 손톱을 물어뜯는 버릇이 있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었다. 이것도 최근에 생긴 버릇이었다.
"그런 버릇 좋지 않아."
사카키는 요우시가 손톱을 물어뜯자 그의 행동을 나무랬다. 손톱이 물렁해져 끊어지기 직전까지 잘근잘근 손톱을 깨물던 요우시는 그것을 눈치채고 엄지손톱을 입에서 때어냈다. 손톱에 묻은 투명한 액체를 옷으로 슥슥 닦아내었다.
"아... 좋지 않은 것은 나도 알지만..."
"그런데 요우시 상."
사카키의 말의 요우시는 고개를 까닥거리며 말을 들을 준비가 되었다는 모습을 보였다. 그런 모습을 눈치챈 사카키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요우시 상은 여자인데도 남자의 옷을 입는거야? 자세히 보지 않으면 남자로 보이겠어."
사카키는 알고 있었다. 요우시는 소년이 아닌 소녀라는 것을 하지만 그녀의 모습을 보고 여자라는 것을 안 시간은 상당히 시간이 지나있었다. 사카키는 자신의 왼쪽 손목에 차여져있는 갈색 가죽끈의 시계를 보았다. 이미 시간은 6시를 넘어있었다. 이 시간이면 종례를 끝마치고 집에 돌아갔겠지. 모두들 나를 걱정하고 있을텐데...
하늘은 마치 붉은 수를 논것처럼 붉게 물들여져 있었다. 마치 타오르는듯한 것처럼 이 세상을 삼켜버릴 것처럼... 요우시는 한동안 무언가를 생각하더니 뒤를 돌아보며 사카키를 향해 조그맣고 촉촉한 붉은 입술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어? 벌써 눈치를 챈거야? 빠르네... 좀 더 시간이 걸릴 줄 알았는데. TV를 유심히 보았다면 너도 알고 있을꺼야. 1년전 쯤 완전히 사라진 우등생 사건을... 그 학생이름은 나카지마 요코. 내 이름이야. 우리집은 아버지가 엄하셔서 항상 치마만 입고 살았어. 언제나 착하고 순종적인 여자가 되기를 바랬지. 그래서 나도 어버지의 말에 따라 언제나 착한척하고 순종적인 생활을 했어. 그게 지겨워졌나봐. 이곳에 왔을 때 아주 오랜만에... 언제 입었는지 기억도 잘 나지 않는 바지를 입게 되었지. 그러자 생각이 들게 되었지. 이게 정말 나로구나, 언제나 착한척하는 우등생이 아닌 진정한 나라고... 이제 이곳에 익숙해졌어. 그리고 이곳에는 그쪽보다 더 중요한 무언가가 생겨버렸고..."
사카키는 요우시. 아니 요코의 말을 듣자 기억을 되짚어갔다. 1년 전쯤에 1년 전 쯤에 학교에서 알 수 없는 현상이 일어나고 그로 인하여 한명이 실종된 사건. 최종적으로는 기상현상과 학생의 가출로 처리된 사건... 거기서 실종된 학생의 이름이 요코(陽子). 나카지마 요코였다.
"그럼 나카지마 상이... 요우시상?"
"그래. 하지만 요코라고 불러주는것보다는 요우시라고 불러줘."
요우시는 씁씁한 표정을 지으며 사카키를 보았다. 어째서인지 공허한 눈. 외로워 보이고 안타까운 듯한 요우시의 녹색빛 눈을 사카키는 고양이와도 같은 노란 눈으로 요우시를 바라보았다.
"모두 다..."
요우시는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마음 속의 슬픔이 요우시에게 느껴졌다. 마음 속 깊이 남 몰래 숨겨논 슬픈 과거를 떠올리는 것 처럼.
"모두 다 잊은줄 알았는데. 이제와서 새삼스럽게 생각나는걸까? 나는 이미 돌아갈 곳도 없는데... 아무도 기다려주는 사람이 없는걸 아는데... 아니 이곳에 돌아가는것보다 중요한 일이 생겼는데.... 바보같이.."
요우시는 자그마한 손으로 자신의 얼굴을 가렸다. 하지만 눈물을 흘리지 않았다. 이미 이 쪽 세상에 익숙해졌으므로... 그리고는 그 손으로 자신의 머리를 쓸어올렸다. 요우시는 고개를 좌우로 힘차게 흔들고는 사카키를 쳐다보았다. 아까 전과 같은 굳은 의지에 찬 눈으로 돌아와있는 것을 보고는 그제서야 사카키는 안심했다.
"사카키는 오늘 처음 왔는데, 1년 넘게 살고 있는 내가 이렇게 주눅들면 않되지... 사카키가 더 힘들텐데..."
애써 웃음 짓고는 다시 앞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요우시는 어떻게든 사카키를 도와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까전에는 잠시 도와줄 생각이였지만 이제는 어떻게든 도와주고 싶었다. 하지만 알고있었다. 신이나 고위선인이 아닌 이상 허해를 건너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사카키는 되돌아갈수 없다는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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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그녀들은 걸었다. 목적지 따위는 없었다. 단지 발이 닿는대로 갈 뿐이다. 무턱대고 시작한 일, 어떻게 무엇을 해야하는지 뚜렷히 정하지도 않고 그녀들은 걷고 걷고 또 걸었다.
부시럭
요우시는 나뭇가지 사이를 헤쳤다. 작은 나무였기에 쉽게 옆으로 휘어졌다. 그 순간 나뭇가지가 사라진 사이로 요우시의 시야가 확보되었다.
"마을이다."
요우시의 입에서 나온 말에 사카키는 안도했다. 이 상태라면은 노숙을 해야 할 상태였다. 요우시의 표정을 보았을때는 노숙은 상관 없다는 표정이였지만 사카키는 전혀 환영하지 않는 다는 표정을 짓고있었다. 사카키는 다시 시계를 보았다. 시계는 이곳저곳이 더러워졌지만 원형 그대로의 모습을 보존하고 있었다. 시계의 바늘은 어느사이엔가 9시 30분을 가르키고 있었다. 하지만 사카키는 평소와는 다르게 매우 피곤함을 느끼고 있었다. 평소에 이 시간에 잠들일은 거의 없었지만 지금은 당장이라도 침대에 누워서 자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요우시는 산 언덕을 따라 마을로 내려갔고 사카키도 그에 뒤질세랴 뛰어난 운동신경을 살려 그녀의 뒤를 쫓았다.
작은 농촌과도 같은 마을. 해는 이미 지고 없었지만 푸르스름한 달빛을 받아 눈 앞의 시야가 확보되어있었다. 게다가가 만월의 달을 받아 마을의 윤각은 뚜렸하게 보였다. 짚으로 이루워진 지붕, 흙으로 만든 벽... 도쿄의 벽돌과 유리 창문으로 이루어진 빌딩의 숲과는 달리 이곳은 구석진 시골과도 같은 느낌이 들었다. 사극에서 자주 보이던 그런 마을 같았다. 사카키는 묘한 안도감이 들었다. 마치 일본과도 같은 느낌. 요우시라는 이 아이가 자신에게 거짓말을 하는것은 아닐까?라는 생각까지 품었을 정도였다.
마을에 도착한 요우시는 머리에 두건을 쓰고는 자신의 붉은 머리를 감추려는듯한 행동을 했다. 사카키는 무언가 이상했지만 그리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그리고는 요우시는 마을에 있는 한 집의 문을 두들였다.
통통통
문에서는 손으로 문을 두드렸을때의 특유의 소리를 내며 소리치고 있었다. 잠시 후 닫혀있던 문은 서서히 열리며 부부로 보이는 남녀가 보였다. 중년의 남녀였다. 요우시는 문 틈으로 보이는 남자에게 무언가를 이야기했다. 그러자 남자는 무언가 생각을 하는듯한 표정을 짓더니 얼마 후 요우시에게 무언가를 말하고 들어오라는 손짓을 했다.
"들어오래."
요우시는 사카키에게 활짝 웃음을 보이며 들어오라는 손짓을 했다. 환한 미소. 사카키는 절대 따라할수 없을것같은 멋진미소... 마치 치요나 토모와도 같은 티없는 멋진 미소였다. 사카키는 자신의 붉은색이 선명한 촉촉한 입술에 자신의 손을 가져갔다. 언제나 그랬듯이 치요나 지금 눈 앞에 있는 요우시같은 자연스러운 미소를 가지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마치 만든것 같은 딱딱한 미소. 차가워 보이는 미소가 아닌 그녀들과 같은 미소를 가질수만 있다면... 훔쳐버리고 싶은 저 미소를...
"사카키 상, 뭐해?"
요우시는 가만히 서 있기만하는 사카키를 보며 아까보다 더욱 힘차게 손짓했다. 사카키는 요우시에게 미소를 지으며 집 안으로 들어갔다. 마치 인형과 같은 만든것 같은 싸늘한 미소를 지으며...
"오늘은 운이 좋게도 노숙은 않하게 되었어. 노숙은 상당히 피곤하거든..."
"그러게... 운이 좋았어."
부부는 하룻밤 묵고 가는것을 허락하였고 거실 바닥에 모포를 깔고 자기를 권했다. 이렇게 작은 마을에서는 여관이 있을 확률이 드물기 때문에 잠시 여관을 찾다 못 찾고는 이 부부의 집을 들린것이다.
"사카키 상. 힘든건 지금 부터야."
"뭐?"
"저기..."
이 집의 남편으로 추정되는 남자는 요우시에게 다가왔다. 그의 얼굴에는 무언가 걱정이 가득찬 얼굴이였다. 누워있던 요우시는 자리에 앉아 남자의 말을 들을 준비를했다.
"무슨 말이시죠?"
"저기... 같이 온 아이는 해객(海客)이니?"
역시. 라는 생각을 하며 요우시는 입을 열었다. 아주 천천히. 다른 사람이 또박또박 알아들을수 있도록 말을했다.
"네. 그. 런. 데. 요?"
"아니... 해객은 좀...."
남자는 말끝을 흐렸다. 요우시는 그 이유를 알고 있었다. 필시 해객을 꺼려하는것이겠지... 요우시는 무언가 마음 속에서 울컥하며 올라오는것을 느겼다. 그리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그에게 소리 치듯이 말했다.
"해객이 무엇이 어쨌다는거죠?"
"아니... 해객은 불길하다는 말을 들어서. 오늘 아침에 있던 식(蝕)도 그렇고... 분명히 저 아이가 넘어오면서 식이 일어난게 분명할테니..."
요우시는 남자를 째려보았다. 마치 공격 할 것 같은 눈빛. 먹이를 앞에 둔 사냥 직전의 굶주린 짐승과도 같이... 그러자 남자는 요우시의 눈을 보자 조금씩 뒤로 물러섰다. 그리고는 뒤에 있는 식탁 의자에 걸려 넘어졌다. 요우시는 조금씩 그에게 다가갔다. 하지만 그 남자에게 눈을 한시도 때지 않는 상황이였다. 천천히, 천천히 그에게 다가가고는 넘어져있는 그를 쏘아보며 마음 속에 울컥하는 소리를 그에게 소리쳤다.
"분명히라고요? 훗훗.. 웃음이 나오는 군요. 그래서 해객이 있어서 이곳에 못 재워주겠다는건가요? 그리고 아까의 식은 분명? 웃기지 마세요! "식이 일어나야지만이 해객이 이쪽으로 넘어올수 있는 조건"이 성립되는 것일 뿐이예요. 그럼 태과가 왕인 안(雁)국이나 이곳 경(慶)국은 불길한 나라인가요? 그래서 그 불길한 나라가 500년 동안 치세를 유지하고 있는것인가요? 어째서이죠? 게다가 저도 해객중의 한 사람이예요. 어쩌실거죠? 쫓아내기라도 하실건가요? 당신도 아직 옛말에 구속되어있는 어리석은 사람 중 한명이 아니길 바랍니다."
요우시의 말은 그것으로 끝났다. 그리고는 무언가 기분이 않좋다는듯한 눈빛을 하며 서있었다.
"그.. 그런게 아니라... 펴.. 편히들 쉬라고..."
남자는 말을 더듬으며 황급히 거실을 빠져나왔다. 그 모습을 본 사카키는 표정이 일그러져 있었다. 그런 표정의 변화를 눈치 챈 요우시는 사카키를 보았다.
"무... 무슨말을..."
"알아들을수가 없을거야. 사카키."
"도대체 저 남자는 무슨 말은 한거냔 말이야? 이곳은... 이곳은 정말 일본이 아니란 말이야?"
"이쪽 세계의 말을... 니가 선적에 들지 않는 이상..."
서로의 말이 교차를 했다. 때마침 분위기에 어울리게 밖에서는 천둥이 쳤다.
쾅
가까운 곳이였다. 마치 신의 분노가 떨어지는 듯한 천둥소리가 지축을 뒤 흔드는 느낌이 들었다. 사카키는 순간 몸을 움찔거렸다. 하지만 침착함을 유지한채 요우시를 바라보았다.
투두둑
곧이어 이어지는 빗방울소리. 비가 쏟아진다. 하늘에서 중력의 작용을 받아 한 두방을씩 떨어지던 빗방울은 계속 떨어지기 시작했고 조금 시간이 지나자 성난 황소처럼 거칠게 떨어지고 있었다. 주변은 떨어지는 빗소리와 간간히 주변을 비춰주는 번개에 이어 터지는듯 생기는 천둥의 소리밖에 없었다. 요우시는 창밖을 보았다. 떨어지는 빗망울이 마음 속 깊은 곳까지 쓸어버리는 느낌이 들었다. 또옥 하는 소리와 함께 사카키의 목덜미에 빗물이 떨어졌다. 도쿄의 튼튼한 집과는 달리 비는 집안 곳곳에 새기 시작했고 그중 하나는 사카키의 머리위에 정확이 흘러내렸다.
"어째서지? 어째서야? 나는 왜 저 남자의 말을 알아들을수가 없는거지? 게다가 너는 알아듣는듯한 말로 그와 이야기를 했어. 나는 너의 말을 이해할수 있었지만 그의 말은 이해할수 없었어. 중국어 같지만 그것도 아니야. 정말 이곳은 어디냔 말이야!"
"말했잖아. 이곳은 십이국, 십이왕, 십이기린이 살고 있는 또 다른 세계의 경이라는 나라라고... 이곳의 말이 일본과 같을거라 생각하면 큰 오산일꺼야."
"그런..."
사카키는 더 큰 절망에 빠졌다. 말이라도 통하면 모르지만 말도 통하지 않는 이국의 딸도 아닌 다른 세계의 땅이라니... 마치 사카키의 마음을 알고있는지 밖의 빗줄기는 더욱 세차게 지면을 향해 떨어졌다.
"흐윽..."
눈물이 낫다. 믿기 싫다. 이런곳에 있다는게.. 조금이라도 빨리 돌아가고 싶어... 사카키의 가슴 속에서 또 다시 뜨거운 응어리가 생겨났다. 계속 눈물이 흘렀다.
"싫어... 이런곳은... 모두들을 보고싶어..."
사카키는 털썩 주저앉은 상태로 흐느껴 울었다. 요우시는 처음 이곳에 왔을 때의 모습과 사카키의 모습이 겹쳐 보였다. 요우시는 어쩔 수 없다는 듯이 사카키에게 다가와서는 그녀를 안아주며 등을 토닥거려주었다. 그 순간이였다.
꼬르륵
분위기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 소리가 사카키의 뱃속에서 울렸다. 자신의 뱃속에서 난 소리에 민망했는지 얼굴이 빨개진채 몸을 뒤로 돌렸다. 사카키의 울음은 어느사이엔가 멈춰있었다.
"푸웃..."
요우시는 웃엇다. 자신도 모르게 웃음이 흘러내렸다. 그것으로 인하여 주변에 돌고 있던 긴장감은 한순간에 따스한 봄의 햇살에 눈이 녹아가듯이 사라졌다. 곧이어 사카키도 웃음보를 터뜨렸다. 자신도 모르게 요우시를 따라 웃기 시작했다.
"하하핫."
"후훗"
요우시는 사카키를 보았다. 웃고 있는 사카키를 보자 안도감이 들었는지 그녀는 피식하고 웃으며 말했다.
"뭐야... 사카키상도 웃을줄 알잖아. 아까 전 까지만해도 인형같은 차가운 웃음만 하고 있었건만..."
"에?"
사카키는 소리내어 웃고 있었다. 언제나 인형같은 만든 것 같은 웃음이 아닌 치요와 같은 웃음. 자신도 믿을 수 없었다. 이런 미소를 낼수 있다니.... 사카키는 자신도 모르게 미소를 지다. 아까와 같은 얼음장같은 미소가 아닌 햇살같은, 따스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녀도 웃으며 요우시를 바라보았다.
"그러고 보니 오늘 아침 밥 이외는 아무것도..."
"기다려봐."
요우시는 부부가 있는 방으로 들어갔다. 그 다음 약 5분의 시간이 지나자 다시 부엌으로 나왔다. 빈손으로 들어간 손에는 옷이 들려있었다. 요우시는 그것을 사카키에게 건냈다. 남자 옷이었다. 사카키는 그걸 받은 후 의아해하는 표정을 지으며 그녀를 바라보았고 요우시는 그런 사카키를 보며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그 꼴로는 어쩔수 없잖아. 계속 그 차림으로 돌아다닐 수는 없잖아? 사카키상은 키가 커서 이쪽 부인의 옷이나 내 옷은 맞질 않아서 이곳 아저씨의 옷을 빌렸어. 그 정도면 너도 맞겠지?"
요우시의 말이 끝나자 사카키는 자신의 옷을 보았다. 아까 전에 보았듯이 이곳저곳이 찢어지고 피로 물든 옷. 아무리 보아도 그것은 입고 다닐 만한 것이 아니였다. 사카키는 요우시의 그런 배려가 고마워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러자 요우시는 자신의 짐 보따리에 있던 주먹밥을 꺼내 사카키에게 주었다. 사카키는 그것을 받았다. 무언가 엉성한 모습, 울퉁불퉁한 모습이였지만 무언가 따스함이 느껴지는 주먹밥이였다. 물론 이미 차가울 정도로 식은 주먹밥이였지만 따뜻한 느낌이 사카키에게 전달되었다. 사카키는 그것을 한 입을 베어 물었다.
"그거... 내가 오늘 아침에 나올 때 만든건데... 오랜만에 만들어서 조금 맛은 그렇지만 맛은 장담할 수가..... 없어... 아까 내가 먹었을 때 무슨 맛인지..."
사카키는 주먹밥을 이리저리 굴리며 씹어 삼켰다. 그러자 눈에서는 뜨거운 것이 흘러내렸다.
"아니... 맛있어..."
"정말? 다행이다. 하지만 왜 또 우는거야? 설마 맛이 없는데 억지로 먹고 있는거야? 맛이 없으면 먹지 않아도 괜찮아."
"아냐... 정말... 맛있어..."
사카키의 눈물은 안도의 눈물. 처음 오는 세계에서 자신을 도와주는 사람이 있다는것에 대한 안심의 눈물... 사카키는 다시 한입 주먹밥을 물었다. 요우시의 주먹밥은 그 어느때 먹었던 음식보다, 달고 맛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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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또옥
요우시의 얼굴에 촉촉한 물방울이 떨어져 밑으로 흘러내렸다. 밤새 내리고 있는 빗방울이었다. 아직 싸늘한 감이 도는 새벽녘 이였지만 요우시는 자신이 덮고있는 모포를 걷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직도 밖에서는 빗방울 소리가 들려왔다. 하지만 어제보다 작아진 빗소리를 듣고는 출발을 결심하고는 옆에서 피곤한 몸을 뉘여서 자고 있는 사카키를 흔들어 깨웠다. 요우시가 깨운지 얼마 되지 않자 사카키는 눈을 비비고는 기지개를 피면서 요우시를 향해 말했다.
"어머니, 지금이 몇 시죠?"
기지개를 핀 후 눈을 뜬 사카키는 자신의 눈앞에 서 있는 여성을 보았다. 여성의 정체는 자신이 평소에 보던 자상하신 어머니의 모습이 아닌 남자아이와 같은 이미지의 요우시였다. 순간 사카키는 요우시를 보자 깜짝 놀라며 얼굴이 빨개졌다. 마치 홍당무처럼 바뀐 얼굴의 코와 입 부분을 양손으로 가리며 요우시를 향해 입을 열었다.
"미.. 미안해, 요우시.."
"아, 괜찮아. 그럴수도 있지."
요우시는 사카키를 향해 활짝 미소를 지으며 자신의 짐을 챙겼다. 천으로 곱게 쌓여있는 보자기와 칼을 집어들고는 검은 허리춤에 찬 후 보자기를 자신의 등뒤에 매달았다. 사카키도 피곤한 몸을 이끌면서 빠른 속도로 자신의 짐을 챙겼다. 짐이라고 할 것은 없지만 이곳저곳에 피에 물들어 진홍빛으로 변하고 찢어진 교복과 교과서들이 들어있는 가방을 챙겼다.
"다 챙겼어?"
"으..응"
요우시의 대답에 사카키는 고개를 끄덕였다. 어느새 집 주인이 차려준 밥이 식탁 위에 차려져 있었다.
"꿈... 이였으면 좋았을 것을..."
사카키는 자신만 들릴 정도로 매우 작은 소리로 중얼거렸다. 꿈 이였으면 좋았을 거라고 생각했다. 이 모든 것이 꿈일 것 같았다. 평범한 고등학생에게 찾아와서는.. 아니 찾아 올 수 없는 그런 세상. 꿈이 아닌 자신 앞에 펼쳐진 세상, 부정하고 싶지만 부정할 수 없는 진실의 세계.
요우시는 식탁의자에 앉았다. 그리고는 깨어있는 부인에게 감사하다는 인사와 함께 음식을 먹기 시작했다. 사카키도 자리에 앉고는 고맙다라는 말을 전하고 싶었지만 하지 않았다. 자신이 저쪽의 말을 이해할 수 없는데 그녀가 자신의 말을 이해 할 리가 없다는 것을 눈치 챘기 때문이었다. 간소한 아침이었다. 언제나 먹었던 맛있고 영양가 있던 아침밥이 아닌 푸석한 보리밥과 풀만으로 이루어진 반찬. 하지만 사카키는 꺼리지 않았다. 모든 것을 감사히 먹는 성격도 있었지만 어제 저녁에 주먹밥으로 간신히 허기만 채웠기 때문에 그 밥을 맛있게 먹었다. 언제나 천천히 음식을 씹어 먹던 사카키 였지만 지금은 전보다는 빠른 속도로 먹고 있었다. 잠시 후 밥공기를 깨끗이 비우고는 따라져있던 물을 단숨에 들이마셨다. 그 물은 마치 꿀물과도 같은 느낌을 사카키는 느꼈다.
"하룻밤 재워주셔서 감사합니다."
요우시는 정중히 인사를 하고는 집 문을 열었다. 사카키는 아무 말 없이 고개를 숙이고는 요우시를 따라 나갔다.
굳세게 내리는 비. 어제 밤 보다는 약해졌지만 아직도 비는 계속 내리고 있었다.
"이거 이러다가 홍수가 되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식의 연속일지도..."
"미안..."
사카키는 요우시에게 사과를 했다. 그런 모습을 보며 요우시는 고개를 저으며 고개 숙여 사과하려는 사카키를 말렸다. 그러자 약간 허리가 굽은 상태로 사카키는 요우시를 내려다보았다. 허리를 숙인 상태이지만 워낙에 큰 사카키의 키 때문에 요우시를 내려볼 수 있던 것 이였다.
"아니야. 분명히 내가 말했잖아. 식 때문에 해객이 넘어오는 거라고 너 때문에 식이 생기는 것이 아니야, 자책감을 갖지 말라고."
"하지만..."
사카키가 말하려는 것을 요우시는 자신의 손으로 입을 막았다. 그리고는 미소를 지으며 사카키의 손에 무언가를 쥐어주었다. 길쭉한 무언가였다. 사카키는 자신의 손에 들리게 된 그 물건을 보았다. 우산 이였다. 비닐이 아닌 종이로 엮어져있는 우산.
"그 집 부부가 준거야. 일단은 비는 최대한 피할 수 있게 되었어. 빨리 가자!"
"요우시..."
요우시는 자신의 손에 들려있는 우산을 활짝 펼치고 빗속을 힘차게 걸어갔다. 그런 요우시를 보며 자신도 요우시가 건 내 준 우산을 펼치고 요우시를 따라갔다. 무거운 빗방울이 우산 위에 떨어졌다. 아무리 종이라지만 우산의 효과는 뛰어났다. 가릴 수 없는 몇몇 부분을 빼고는 빗줄기는 우산에 가로막혀 옆으로 뒹겨나갔다.
"이제, 어디로 갈꺼야?"
"몰라. 일단은 발이 닫는 곳까지..."
"발이 닫는 곳까지라..."
사카키는 요우시의 말을 되새기며 중얼거렸다. "진짜 이 아이가 나를 도와줄까?" 라는 의구심과 불신이 자신도 모르게 맘 속 깊숙한 곳에서 생겨났다. 사카키는 요우시에게 손을 뻗어 불러볼 생각이 였지만, 그냥 콧 웃음을 지으며 다시 손을 내렸다. 그리고는 다시 빠른 걸음으로 요우시의 뒤를 따라갔다.
질퍽거리는 진흙의 느낌. 그 다지 좋은 느낌은 아니였다. 끈적하게 신발에 달라붙는 느낌이 왠지 모르게 기분이 나빴다. 그 둘이 걸은지 시간이 꽤 지나 있었지만 아직도 세차게 내리는 빗줄기에 우산에서는 조금씩 물이 새어 들어오고 있었다. 하지만 그 둘은 그다지 신경 쓰지 않았다. 그 동안 요우시에게 이곳에 관한 많은걸 들었다. 사카키는 평소 습관처럼 요우시가 설명해 주는 이야기를 조용히 듣고 있었다.
"뭐, 이곳에 대한 필수적인 것들은 대충 알려준 것 같아. 뭐, 내가 사카키상에게 사르쳐 주는 것 자체가 좀 웃긴 사실이지만..."
요우시는 양손을 팜꿈치 정도 올린 후 손을 벌리고는 피식 웃었다. 그리고는 진지한 표정으로 사카키를 향해 돌아보았다. 그녀의 녹색눈은 무언가 생각하는 듯한 모습이였다. 갑자기 그런 눈으로 보자 무언가 부담스러운지 한 발자국 씩 뒤로 물러났다.
"왜... 그래?"
"사카키... 혹시나 해서 물어보는건데... 이곳에 살면서 불노불사의 몸을 가지며 왕을 도와 일을 해보지 않겠어? 나도 어젯밤 사이에 많이 고민했어. 다른 사람과 다른 기운이 느껴지는 너를 내 옆에 두는 일을..."
"무.. 무슨 소리야! 나는 한 시라도 빨리 집으로 돌아가 친구들과 부모님을 만나보고 싶단 말이야."
요우시는 사카키를 보며 매우 진지한 목소리로 말했다. 아까 전 과는 달리 매우 진지한 듯한 목소리. 사카키는 이 아이는 진짜로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여기에 남아달라니... 분명 요우시는 자신이 돌아가는 것을 도와주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제와서 무슨말을 하는건지, 사카키는 이해할 수가 없었다.
"사사로운 정 때문이 아니야. 해객이라는 이유 때문이 아닌 너는 이 나라를 도울 수 있는 한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어. 잘 생각해주기 바래."
요우시의 말 하나하나에는 상당한 설득력이 담겨 있다. 하지만 사카키는 요우시의 말 보다는 돌아가는 쪽을 택하고 싶었다.
"나는 돌아가고..."
"미안해, 사카키."
갑자기 사과하는 요우시의 행동에 사카키는 의아해 하고 있었다. 뜬금없이 사과라니...
"너에게 거짓말을 했어."
"거..짓말?"
사카키는 요우시의 말에 의구심을 품으며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사실... 너는 이곳에서 일본으로 돌아갈 수 없어. 네가 고위 선인이거나 왕이 아닌 이상..."
청천벽력과도 같은 소리였다. 돌아갈 수 없다니, 여태껏 그녀를 믿으며 그녀를 따라다닌 이유는 무엇이란 말인가. 그녀는 역시 사카키를 속였다. 거짓말을 하고 있었다. 이제 어쩌면 좋단 말인가..
많은 생각이 사카키의 머리에 빠르게 스쳐 지나갔다. 사카키는 마른침을 삼키고는 작게 떨리는 목소리로 요우시에게 물었다.
"돌아갈 수 없다니... 무슨 헛소리야... 도대체 나는 너를 따라다닌 이유가 뭐였단 말이야!"
"미안해... 너를 이 상태로 보내기 위해서는 식이 필요해, 이미 식으로 피해를 본 경에게 또 다시 식으로 피해를 보게 할 수는 없어..."
눈물따위는 나지 않았다. 오로지 분노와 격정의 마음이 사카키에게 남아있었다. 생각 같아서는 지금 당장이라도 요우시의 뺨이라도 한 대 갈기고 싶었다.
"그러면... 나는... 어떻게 하란말이야..."
사카키는 떨리는 손을 꼭 쥐었다. 긴 손톱에 손바닥이 눌려 살이 모두 파여 피가 나고 있었지만 개의치 않고 있었다. 오히려 주먹이 된 손은 더욱 심하게 떨려왔다.
"사실 태과는 저쪽 세계에서는 융화될 수 없어. 일본에 있으면서 혹시 그런 생각 한 적 없어? 나는 많아..."
있었다. 분명히 있었다. 다른 사람도 그렇지만 자신도 자신이 이 세계의 사람이 아닌 듯한 생각. 무언가 물위에 들떠있는 기름 같은 결코 융화되지 않는 듯한 느낌. 분명히 요우시의 말이 맞았다.
"아마도 있을거야. 이곳이 너의 세계, 네가 있어야 할 진정한 세계야. 그러니 이곳에 남아 나를 도와주지 않겠어? 경국을 위해.."
사카키의 머리 속은 혼란으로 뒤죽박죽 되어 있었다. 너무나도 많은 골치 아픈 일들이 실타래를 빠져나온 기다란 실뭉치처럼 엉키고 엉켜 머리 속이 더욱 더 아파왔다. 도대체 어쩌라는 건지, 자신은 평범한 고등학생이란 생각을 하면서 사카키는 자신의 머리카락을 움켜쥐면서 비명을 질렀다.
"아아악!"
높고 찢어지는 듯한 고음의 소리가 사방으로 울려 퍼졌다. 빗소리도 사카키의 목소리에 묻혀버리고 말았다. 요우시는 우산을 자신의 옆에 놓고는 쏟아지는 비를 맞으며 사카키를 쳐다보고 있었다. 사카키 역시 우산을 옆에 팽겨치고는 쪼그려 앉아 있었다.
"당장에 대답해달라는 소리는 않할게. 생각해주길 바래."
부시럭
옆에서 들리는 나뭇잎이 부딪히는 소리. 바람이나 비 때문이 아닌 무언가 존재함으로써 들려오는 소리. 인간정도의 크기의 인간과 무언가 다른 느낌을 풍기고 있는 무언가가 그 곳에 있다. 요우시는 순간 뒤로 물러서면서 자신의 허리춤에 꽂혀있는 수우도[水愚刀]를 뽑아 들었다.
"주상."
어디선가 요우시에게만 들려오는 낮은 남성의 목소리. 침착하면서도 굵은 목소리였다. 요우시는 그 목소리에 반응하였다.
"한쿄?"
"그 앞에 계신 분은..."
한쿄의 말을 들은 요우시는 소리가 난 쪽을 유심히 주목하였다. 잠시 후 소리가 난 쪽에는 조그마한 여자아이가 서 있었다. 무슨 일인지 밤새 비를 맞았는지 머리카락에 맺혀있던 비에 맞아 젖어있는 머리카락에서는 물방울이 떨어지고 있었고, 아무것도 입지 않은 나체의 여자아이가... 사카키도 요우시도 그 아이를 보았다. 기껏해야 치요정도의 나이를 가졌을까? 그 아이의 머리색은 붉은 색 이였다. 타오르는 듯한 진홍빛이 아닌 피 색과도 같은 순수한 붉은 색을 가지고 있는 여자아이.
"이분은..."
"불은 머리의 여자아이... 설마!"
요우시는 자신이 들고 있는 검을 칼집에 꽂아 넣었다. 그리고는 사카키를 주시하였다. 그 아이는 작은 발걸음으로 한발짝씩 사카키를 향해 걸어왔다. 그리고는 사카키를 향해 입을 열었다.
"당신이야..."
"뭐라고?"
"당신이야... 나를 이곳에 존재하게 해주는 사람."
나지막한 소리를 하며 그녀는 사카키를 향해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였다.
"곁을 떠나지 않고 칙명에 거스르지 않으며 충성을 다 할 것을 서약합니다."
그녀는 사카키를 향해 말을 했다. 알아들을 수는 없었지만 일본어라는 것을 사카키는 알 수 있었다. 진흙이 온 몸에 묻었는데도 상관을 않하는지 아이는 사카키를 향해 절을 하듯 엎드려 있었다.
"무슨 말을.."
요우시는 사카키를 보더니 별안한 한족손을 주먹 쥐고 그 위에 손을 올려 놓으며 고개를 숙이는 공수를 하였다.
"방의 왕에게 여기 경의 왕 세키시, 인사드립니다."
"왕(王)?"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하며, 서로 절의 방식도 달랐지만 요우시도 아이도 사카키를 향해 절을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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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왕... 이라니?"
사카키는 요유시에게 뜬금없이 무슨 소리냐는 듯한 표정을 하며 서 있었다.
"왕은 하늘이 고르는 것, 하늘은 방금 당신을 왕으로 정했습니다."
사카키는 더욱 이해할 수 없다는 듯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갑자기 왕이라니 무슨 소리인가... 그 순간 절복을 하고 있는 붉은 머리의 아이가 사카키를 향해 입을 열었다. 물론 자신의 이마를 땅바닥에 가져간체..
"어서, 허락한다고."
"뭐?"
"어서!"
아이가 큰 소리를 치자 사카키는 깜짝 놀라며 그녀를 향하여 말을 하였다.
"허.. 허락한다.."
붉은머리의 여자아이의 말에 어쩔수가 없다는 듯이 허락한다는 말을 하였다. 그러자 그 아이는 자신의 이마를, 이미 흙투성이가 된 이마를 사카키의 발에 가져갔다. 아이의 갑작스런 행동에 사카키는 황당함을 금치 못하고 있었다.
"방 왕과 방 타이호에게 경하드립니다."
요우시는 그제서야 공수를 그만두고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는 사카키를 향해 미소를 지었다.
"제 감은 틀리지 않았던 것 같군요. 무언가 큰일을 하실줄 알았는데... 일국의 왕이셨을줄은.. 아까전의 무례를 용서하시길을.."
"요우시. 무슨말이야! 왕이라니!"
요우시는 사카키를 보며 이야기를 하였다. 하지만 지금의 요우시와 방금 전의 요우시와는 무언가가 달랐다. 어디선가 뿜어져 나오는 기품과 위엄감이 눈에 보이지 않지만 눈에 보이는 듯했다.
"이제와서 경어를 쓰기는 좀 그런가? 그래 그럼.. 방금 너는 하늘에게 선택되었어. 말했지 이곳은 하늘이 왕을 고르는 곳이라고, 내가 말했듯이 지금 너는 하늘의 선택을 받아 이 곳, 즉 지금의 방국의 왕이 된거야. 내가 아까전에 말했듯이 불로불사를 하며 하나의 나라를 다스리게 되는 하나의 신(神)이 된거야."
"신?"
비가 조금식 그치고 있었다. 굵은 빗줄기는 이제는 얇은 가랑비가 되어 내리고 있었다. 빗방울에 젖어 얼굴에 늘어붙은 요우시의 머리를 요우시는 능숙하게 뒤로 넘기면서 다시 말을 시작했다.
"그래. 신. 왕으로 선택받은 자는 왕이 되는걸 허락하는 순간 인간이 아닌 또 다른 하나의 신이 되는거야."
"무슨 소리야, 나는 왕 같은게 아니야. 단순히 집으로 돌아가고 싶은거라고."
요우시는 살짝 미소를 지으면서 사카키의 어깨를 두들이더니 그녀의 뒤로 이동하면서 이야기를 꺼냈다.
"그래, 지금의 너로는 집으로 돌아갈 수 있어."
"뭐?"
요우시의 말이 갑자기 바뀌었다. 아까 전까지만 해도 돌아갈 수 없다고 하더니만 돌아갈 수 없다고 말한지 얼마의 시간이 지났다고 말을 바꾸다니.. 무슨 말을 하는지 알 수 없다. 무슨 이유냐고 물어볼려고 했지만 요우시는 사카키의 생각을 읽었는지 그녀의 질문 전에 그녀가 알고 싶어하는 하는것에 대답을 하였다.
"너는 이제 인간이 아니니깐, 돌아갈 수 있어. 백성들을 버리고 돌아가도 상관없어. 하지만 하늘은 언제나 왕을 지켜보고 있지. 나라를 다스리지 않고 돌아가있는 생활을 하게되면 네 옆의 그 아이는 실도라는 병에 걸리게 되어있어."
사카키는 고개를 돌렸다. 그 곳에는 붉은 머리의 여자아이가 아닌 한 마리의 말과도 비슷한 생물이 있었다. 붉은 갈기를 가지고 있는 말, 아니 사슴과도 비슷했다. 그 모습을 보면 마치 삼국지에 나오는 하룻사이에 1000리를 달린다는 관우의 애마 적토마와도 같았다. 하지만 그 생물에서 이상한 점을 발견하였다. 뿔이 있다. 사슴과는 다르게 하나의 뿔이 이마 한가운데에 솟아나와있었다.
"이.. 이 생물은?"
"기린이야. 하늘을 대신하는 생물이지. 대변인 같은거랄까? 아까전의 그 아이가 그 적린이야. 적린은 나도 처음보는 거야. 기린의 갈기는 대부분 금빛이거든... 뭐랄까, 이 기린은... 매우 아름답다고 해야하나..."
"기린?"
사카키는 순간 동물원에 있는 기린을 생각했다. 목기 길고 점이 있으며 긴 다리를 가지고 아프리카에 살고있는 기린.
"참고로 기린은 동물원 기린이 아닌 중국의 신수 기린과 같은거야."
사카키의 생각은 완전히 빗나갔다. 사카키는 자신의 기억 속에 있는 기린을 어렴풋이 기억해내었다. 분명 상상의 생물로 지금 눈앞에 있는 이 생물과 일치했다.
"아가 하던 말을 이어서 하지, 실도에 걸린 기린은 특별한 경우가 아니고서야 죽게 돼. 그럼 왕도 죽게 되지, 니가 돌아가서 생활을 하다가 기린이 실도로 죽게되면 너도 어디선가 죽게 되겠지, 뭐... 이말은 내말이 아닌 다른 사람이 나에게 해준 말이지. 내가 이말을 써 먹을줄은 몰랐는데?"
"그런..."
말도 안돼는 말이였다. 돌아가면 죽는다니. 황당할 수밖에 없었다. 사카키는 너무나도 황당함에 콧웃음을 쳤다.
"그래? 그럼 나는 못하는게 없다는거군, 경왕 세키시..."
"그래.. 너는 모든지 할 수는 있어. 그리고 내가 왕이라는걸 굳이 숨길 생각은 없었어. 속았다는 생각이 들면 정말 미안해."
"아니야, 아니야... 그렇군... 그랬던 것이였어..."
사카키는 낮은 웃음소리를 내면서 혼자서 중얼거리고 있었다.
"진정한 나의 세계는 이곳이란 말이지..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곳... 잘 되었어. 저 곳에서 할 수 없으면 이 곳에서 하면 되는거잖아? 그러면 되는거야... 큭큭큭... 이곳은 나의 세계라고... 후후후후훗... 하하하하하... 아하하하핫!"
사카키의 알 수 없는 웃음이 비가 그친 숲 속에 울려퍼지기 시작했다. 계속 끊기지 않고 끊임없이...
-전에 이 곳에서 올렸던 적린기 운명의 실, 만남의 끈 입니다.
-2부를 쓰는 기념으로 오타와 잘못된 문법과 용어를 거의 다 고쳤습니다.
-못 보신 분들 한 번 씩 더 봐보세...(퍼억퍼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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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표는 오노씨 같은 멋진 소설을 쓰는것이다아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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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아주 재밋게 봤습니다. 그런데 사카키의 마지막 말이 좀 무섭게 들리는군요. 왠지... 기분나쁜 왕이 될 것같은 --;;
너무 재밌습니다;ㅅ; 사카키라면..성격도 과묵하고 사람들에게 배려도 잘 해주는 것 같고, 왕으로써의 자질도 아마 뛰어나겠죠?^-^ 꼭 요코처럼 훌륭한 왕이 되었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