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크골프는 중신아비
차 명 숙
대구 친구가 와서 파크골프를 하자고 권유할 때 시부적시부적 운동도 안 되는 거 70 넘어 뛸 힘이 없을 때 생각해 보겠다 했다. 그러다가 예상하지 못한 코로나 시대를 맞이하여 실내 운동을 못 하게 되면서 실외 운동인 파크골프에 관심을 갖게 됐다.
파크골프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면서 매장에서 권하는 대로 장비 풀 세트로 구입해서 남편과 구장으로 갔다. 공도 못 치는 부부가 매일 같은 시간에 나오는 걸 누군가가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고 있었는지 “일찍 오시네요.” 하고 인사를 건넨다. “네, 반갑습니다.”를 시작으로 아침마다 마주치는 몇 분들과 인사를 나누는 사이가 되고, 여명회란 소모임 소속이 되었다.
나이 들어 사람 사귀기 쉽지 않다지만, 우리에게는 중신아비 파크골프가 있으니 자연스레 어울려 라운딩하고 커피 타임도 갖는다. 국회 의사당 지붕 같은 투명 컵에 담긴 커피도 아니고 우아하게 고급스런 잔에 담겨 맛과 향을 자랑하는 커피는 더더욱 아니지만, 소박하게 텀블러에 담아 온 따뜻한 커피를 나누며 가볍고 부담 없는 소소한 일상의 수다를 간식 삼아 달곰한 시간을 즐긴다.
구미시에서 운영하는 파크골프 무료 강좌에서 기초를 배우고 매일 아침 고수님들이 게임하는 것을 어깨너머로 배워 함께 게임도 한다. 관심이 집중되는 공으로 인해 맺어진 인연, 굴러가는 공 하나에 열두 가지 언어를 입히며 툭 툭 던지는 국적을 알 수 없는 말에 우리의 웃음소리는 하늘로 날아오른다.
파크골프를 안 하는 친구가 “그게 그렇게 재미있냐?” 하는데 공치는 재미도 있지만, 사람들과 만남이 좋아 즐기는 거라고 답한다. 잘 치면 더없이 좋겠지만 못 쳐도, 이 나이에 선수할 것도 아니니, 실수해도 스트레스 안 받고 내 실수를 동반자가 즐거워하는 것으로 만족하며 웃음 보약을 먹는다.
불자 파크골프 클럽에서는 진오 스님의 “아름다운 세상 같이 살자.”라는 구호 아래 홀인원 하면 만 원씩 기부하고 1년에 한 번씩 자선 파크골프 대회도 연다. 작년 1회 때에는 태국 노동자 따사이 씨의 신장암 수술비 모금을 위한 대회를 했고, 올해 2회는 스리랑카 노동자 우풀 씨의 긴급 혈관 확장 수술비 모금을 위해 대회를 열었다. 작년에 수술비 일부를 지원받아 수술한 따사이 씨가 건강한 모습으로 올해 대회에 참가해서 큰 박수를 받기도 했다.
파크골프란 무엇일까. 이런 생각이 들었다.
파 : 파크골프는
크 : 크게 돈 드는 거 없으니
골 : 골치 아픈 인생사 내려놓고 즐기다 보면
프 : 프로는 못되더라도 노년을 함께 즐길 친구는 만날 수 있다
환갑을 지난 나이에 파크골프를 통해 만난 친구들은 ‘이 세상에 온 숙제를 다 끝낸 지금이 인생의 황금기’라 말한다. 지금까지 남편 아이들 챙기느라 정신없었는데, 아이들 출가하고 부부만 남으니 자유롭고 홀가분하단다. 노년의 부부는 사랑보다는 젊은 날 치열하게 쌓아온 깊은 전우애가 있으니 서로를 먼저 생각해 준다
잘 살아 낸 인생 계급장 달고, 옆도 뒤도 돌아보는 여유도 즐기면서 물 흐르듯 함께 흘러가며 웃고 즐기다 보면, 몸 건강 마음 건강은 보증수표로 따라오리라 믿고 우리는 오늘도 파크골프를 즐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