퉁리 여행7 - 수향인 퉁리고진에서 퇴사당 벽에 비추는 빛의 쇼를 구경하다!
2023년 10월 27일 쑤저우 에서 지하철을 타고 옛 수향 마을인 퉁리(同里 동리) 에 도착해 호텔에 체크인을
하고는 퇴사원 (退思园) 과 珍珠搭景圓 (진주탑경원) 에 숭본당을 구경하고는 운하를 따라 걷습니다.
퉁리 고대 마을 (Tongli Ancient Town) 은 호수로 둘러싸인 매력적인 수로마을로 강남 수향 마을
중에서도 옛 모습이 가장 잘 보존된 곳이니..... 퉁리의 볼거리는 1월 2당 3교이며
소교유수인가 (小橋流水人家) 라는 말이 있으니 작은 다리, 흐르는 물에 주민가옥이란 뜻이랍니다.
그러고는 운하를 걸으면서 휘황찬란한 야경 을 구경하는데.... 문득 이준식 성균관대 명예
교수가 동아일보 이준식의 한시 한수 칼럼에 쓴 “꿈속의 상봉” 이란 글이 떠오릅니다.
아득히 이승과 저승으로 갈린 십 년. 생각 않으려 해도 잊을 수 없네.
천 리 밖 외로운 무덤, 내 처량한 심사 호소할 길 없구나.
우리 만난대도 알아보지 못하리. 얼굴은 세속의 때에 절고, 귀밑머리엔 서리 내렸으니.
지난밤 아련한 꿈결 속 문득 찾아간 고향. 작은 창가에서 치장하고 있던 당신.
돌아보고도 아무 말 않고, 그저 하염없이 눈물만 흘리고 있었지.
생각건대 해마다 애간장 태웠을 그곳. 달 밝은 밤, 애솔나무 언덕.
(十年生死兩茫茫. 不思量, 自難忘. 千里孤墳, 無處話凄凉. 縱使相逢應不識, 塵滿面, 鬢如霜.
夜來幽夢忽還鄉. 小軒窗, 正梳妝. 相顧無言, 惟有淚千行. 料得年年腸斷處, 明月夜, 短松岡.)
‘강성자(江城子)·을묘년 정월 이십일 밤의 꿈을 기록하다·乙卯正月二十日夜記夢)’ 소식(蘇軾·1037∼1101)
동파는 열아홉 나이에 열여섯 난 왕불(王弗) 을 아내로 맞이하지만 십년을
막 넘기고 사별 한다. 관직 생활에 진입한 지 불과 3년여만 이었다.
그로부터 다시 십년 후 꿈속에서 아내를 만난 동파 는 그녀가 지금껏 자신을 위해 애간장 을
태우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고, 자신 또한 ‘생각 않으려 해도 잊을 수 없었다’ 고 토로한다.
아내가 먼 곳에 묻혀 있으니 쓸쓸함을 하소연할 길이 없고, 그 사이 세파에 시달린 육신은
초췌해 졌으니 만난다 해도 알아보지 못할 것 같다. 꿈속 고향에서 해후하지만 말없이
눈물만 떨구는 아내. 소나무 언덕에 자리한 무덤 위로 휘영청 밝은 달이 차라리 원망스럽다.
그리고 그간의 응어리를 실컷 뱉어내지 못한 채 무언의 눈길만 보내는 모습이 마냥 안쓰럽다. 동파의 나이
마흔. 권력을 주도한 왕안석과 갈등을 겪자 자청하여 지방관을 전전할 때 였으니, ‘얼굴은 세속의
때에 절고, 귀밑머리엔 서리 내렸다’ 는 표현이 그냥 엄살은 아닌 듯하다. ‘강성자’ 는 곡명, 내용과는 무관하다.
그러고는 큰 대로인 긴 광장으로 나가서 좀 전에 찾았던 퇴사원 에 가서는 밤 6시
부터 시작한다는 건물 벽에 비추는 레이저 불빛 인 라이트 쇼 를 구경합니다.
불고기와 꽃과 학 등 여러 형상들이 나타나 움직이는 모습을 바라보는데
꽃 잎이 바람에 떨어져서 흩날리는 모습이 내 마음에 다가 옵니다.
빛의 쇼를 구경하다 보니 문득 동아일보에 실린 김기용 베이징 특파원의 “한한령’
에도 중국 내 K 콘텐츠 열기.... 韓中 관계에 향배 달려” 라는 기사가 떠오릅니다.
지난달 29일 중국 베이징 도심의 한국문화원 을 찾았다. 이달 2일까지 문화원 내 한국영화전용관에서는
‘헌트’ ‘범죄 도시2’ ‘브로커’ ‘군함도’ ‘모가디슈’ ‘자산어보’ 등 총 15편의 한국 영화가 상영됐다.
2016년 ‘사드 (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태 후 중국이 소위 ‘한한령 (限韓令· 한류 제한령)’ 을
통해 한국 영화, 드라마, 음악, 웹툰 등 ‘K콘텐츠’ 에 전방위적 규제를 가한 데다 언제쯤 이 규제가
풀릴지도 알 수 없는 상황에서 비록 일반 극장은 아니라 해도 오랜만에 한국 영화 상영 이 이뤄진 것이다.》
‘신과 함께: 죄와 벌’ 을 재미있게 봤다는 대학생 양샤오위씨는 “한국 영화에 관심이 많은데 극장에서 볼 기회
가 없어 아쉬웠다. 더 많은 한국 영화를 보고 싶다” 고 했다. 다른 관객 천모 씨는 “한중 관계가 좋지 않아
한국 영화가 중국에서 개봉되지 못하는 것 같다. 한중 문화 교류 가 지금보다 더 활발해지길 바란다” 고 말했다.
한국문화원에서 상영된 이 15편의 영화는 중국의 정식 수입 허가를 받은 것은 아니다. 다만 외국 공관에서
비영리 목적으로 영화를 상영하기에 별다른 문제가 없었다. 사전 예약만 필요할 뿐 관람료 또한 무료였다.
당초 문화원 내에서는 “한중 관계가 안 좋은 상황에서 중국 관객이 주변 시선을 우려해
한국 영화 관람을 꺼리는 것 아니냐” 는 우려도 제기됐다. 결과는 ‘흥행 성공’
이었다. 몇몇 작품에는 예약도 하지 않고 현장에 찾아온 일부 관객들 까지 몰렸다.
관객들은 전용관 앞쪽에 마련된 ‘한국 배우 200인 사진전’ 또한 관람하면서 좋아하는
배우에 관한 정보를 얻어 갔다. 각 배우 사진 하단에 설치된 QR 코드를
휴대전화로 스캔 하면 해당 배우의 주요 작품 등 프로필이 중국어와 한국어로 소개됐다.
영화 개봉을 주도한 정민영 영화진흥위원회 중국사무소 소장은 “그간 한국 영화를 기다린
중국인이 많다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며 “이번에 비정기적으로 상영했지만
다음 달부터는 주 1회 정기적으로 한국 영화를 상영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 고 말했다.
관심은 2월 상하이에서 열린 한국영화제에서도 확인할수 있었다. 무료 상영인데도 암표 가 등장할 정도
로 관객의 호응이 뜨거웠다. 또 티켓 발매 5분도 안 돼 모든 표가 매진 되기도 했다. 한한령,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도 한국 콘텐츠에 중국인의 관심은 여전하다는 것이 확인된 셈이다.
중국은 한국 영화의 최대 수출 시장 이다. 문화체육관광부 통계에 따르면 2021년 기준
한국 영화의 중국 수출액은 839만 달러(약 112억4000만 원) 로 국가별
수출액 1위였다. 2019년(117만 달러), 2020년(244만 달러)과 비교해도 크게 성장했다.
한한령 여파 등으로 한국 영화의 상영은 어렵지만 한국 영화와 드라마의 ‘리메이크 판권’ 수출이
급증한 덕을 톡톡히 봤다. 박보영과 김영광이 주연한 영화 ‘너의 결혼식’ 은 2021년
중국에서 리메이크돼 7억 위안(약 1342억3000만 원) 이 넘는 매출을 올렸다. 중국 배우
탕웨이가 출연하고 남편 김태용 감독이 연출한 ‘원더랜드’ 또한 2021년 중국에 판권이 팔렸다.
한국 2030세대 여성에게 큰 인기를 끈 드라마 ‘술꾼도시여자들’ 도 조만간 중국
에서 영화로 만들어진다. 빠르면 올해 개봉이 가능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CJ CGV 는 중국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CGV는 현재 중국 본토에 135개, 홍콩 및 마카오에 2개 등
총 137개의 영화관을 운영하고 있다. 코로나19에 따른 각종 방역 규제가 해제되면서
극장을 찾는 관람객이 크게 늘고 있다. 중국 CGV의 올해 실적 또한 상당한 호조를 거둘 것으로 보인다.
다른 한국 콘텐츠의 동반 성장도 눈에 띈다. 관세청 수출입무역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K팝 음반은 중국
에서 5132만 달러 (약 668억 원) 어치 팔렸다. 일본 8402만 달러 (약 1126억 원) 에 이어 세계
에서 두 번째로 많은 K팝 음반 수입량이다. 사드 사태 이후 중국 정부는 K콘텐츠 유통을 규제
하고 있지만 정작 중국 젊은 세대는 문화 상품의 국적을 따지지 않고 K콘텐츠를 활발히 소비하고 있다.
드라마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1월 ‘사임당, 빛의 일기’ 를 시작으로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
‘이태원 클라쓰’ 등 16개 작품이 줄줄이 현지 TV와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에 풀렸다.
한국 콘텐츠에 대한 중국인의 관심은 확인됐지만 중국 극장에서 언제쯤 한국 영화를 접할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다. 격화하는 미중 갈등과 한중 갈등 때문이다. 지난달 24일 한국문화원에서 한국영화전용관
개관식 행사가 열렸을 때도 중국 정부 관계자는 아무도 참석하지 않았다. 사드 사태 후 유일하게 원로
배우 나문희가 주연한 영화 ‘오! 문희’ 가 2021년 12월 개봉됐지만 이후 추가 개봉으로 이어지진 못했다.
적지 않은 한국 영화가 중국 당국이 불편하게 생각하는 빈부 격차, 양극화 등을 주제로 삼는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 미국 아카데미 작품상 등 4관왕에 오른 ‘기생충’ 은 중국 당국의 검열을 통과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6월 홍콩에서는 ‘상류기생족’ 이란 제목으로 개봉했지만 본토에서는 언제 상영이 가능할지 알수 없다.
이에 불법 경로로 ‘기생충’ 을 이미 접한 중국 누리꾼들은 웨이보 등 소셜미디어에 “중국에서는 영화나
드라마의 소재 제한이 너무 많다. 오로지 애국주의 영화만 검열을 통과 한다” 며 불만을 드러냈다.
한국 콘텐츠의 대다수가 중국 내 불법 경로를 통해 소비 되고 있다는 점 또한 우려를 낳는다.
한국 신작 영화와 드라마는 중국 내 불법 온라인 사이트와 불법 DVD 시장 에서
최고 인기다. 중국이 미국 OTT인 넷플릭스를 규제해 중국에서는 넷플릭스를 사용할수 없다.
그럼에도 넷플릭스의 한국 콘텐츠인 ‘오징어게임’, ‘더 글로리’ 등을 모르는 중국
젊은이는 거의 없다. 모두 불법으로 콘텐츠를 시청 했기 때문이다.
이처럼 부적절한 K콘텐츠 소비 방식을 개선하는 것은 갈 길이 멀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 콘텐츠에 대한 중국 현지의 관심과 수요는 충분히 확인됐다. 한중 관계라는 변수 때문에 지금
당장 족쇄가 풀리기는 어렵다 해도 해제를 대비해 한국 정부와 문화 콘텐츠 업계가 다양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무엇보다 중국 내 불법 콘텐츠 유통 단속 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상당하다. 중국이 불법 콘텐츠 적발에 앞장서도록 한국 정부가 중국과 적극 협력 해야 한다는 의미다.
그러고는 다시 대로 광장에 나오니 여자들이 줄을 지어서는 춤을 추는 것 같은데
얼핏 보아 태극권 인가 했더니 그건 아니고 그냥 춤 연습인 듯 합니다.
여긴 의자들이 아주 많은데 사각으로 둘러싼 곳도 있으니 캔 맥주 하나에
닭고기 꼬치 를 사 와서 먹으면서 휘황찬란한 불빛을 구경합니다.
그러고는 우리 호텔로 돌아왔는데 텔레비전을 보는 중에 갑자가 정전 이 되기로 놀랐더니 이내 아래층에
문 여는 소리가 들리고..... 여직원이 들어와서는 잠시후 불이 다시 들어오니 휴즈가 나갔던 것일까요?
그러고는 다음날 10월 28일 새벽에 일찍 눈을 떠서 밖으로 나오니 이제 동이 트기
시작하는지 동쪽 하늘이 희부염해 오는데.... 오늘은 다시 차를 타고 동쪽으로
달려서 강남수향 중에서도 최고라고 불리는 저우좡 (周庄 주장) 으로 갈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