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오공이 궁궐 지붕 위에 올라간 까닭은?
궁궐의 처마 끝에는 손오공이 있다.
창덕궁이나 경복궁 등 궁궐을 가서 지붕을 올려다보면 지붕 끝자락인 처마를 보면 그 선이 흡사 비상을 할 것만 같다. 아름다운 이 처마 위에는 이상한 형상을 한 귀면와나 사람과도 흡사하고 동물과도 같은 형상을 한 조각들이 보인다. 이것을 잡상(雜像)이라고 하는데 잡상은 대개 3,5,7 등 홀수로 올려놓지만 4개일 때도 있다. 궁궐이나 문의 위에 올려진 잡상은 적은 곳은 3개, 많은 것은 7개의 잡상이 올라 앉아있다. 이 잡상들을 유심히 살펴보면 참 희안한 점을 알 수 있다. 다음 백과사전에는 잡상을 「궁전의 추녀나 용마루 또는 박공머리 위의 수키와 위에 덧얹는, 여러 가지 짐승 모양이나 손오공(孫悟空) 모양의 장식.」이라고 표현을 하고 있다. 무슨 이유로 궁궐의 처마 위에 손오공을 올려놓은 것일까? 손오공이야 우리가 다 알다싶이 『서유기』에 나오는 제천대성이 아닌가
7세기에 불교승려 현장(602~664)이 인도에 가서 불경을 가져온 역사적 사실에 근거해 지은 소설로 중국 5대 장편소설에 해당한다고 한다. 서유기는 100회로 구성되어 있으며 크게 3부분으로 나누어진다. 처음의 7회는 원숭이 손오공(孫悟空)의 탄생과 천궁(天宮)에서의 난동, 그리고 그가 마술적 힘을 얻는 과정을 묘사하고 있다. 그 뒤의 5회는 삼장법사(三藏法師) 현장의 이야기와 그가 서역(西域)으로 불법을 찾으러 가는 소임을 받은 연유에 관한 것이다. 그 나머지 대부분의 회에서는 현장과 3명의 동반자, 즉 수미산 동굴에서 벌을 받고 있던 제천대성 손오공과 둔하고 덤벙거리는 저팔계(猪八戒), 약삭빠른 사오정(沙悟淨)이 81차례의 모험을 거친 끝에 결국 불경을 얻는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언제보아도 흥미진진한 서유기는 많은 사람들이 한 번씩은 읽어보는 책이다.
처마 끝 맨 앞에 떡 버티고 있는 잡상은 삼장법사라고 한다. 머리에는 모자를 쓰고 가랑이를 쩍 벌리고 무릎을 굽힌 채 서있는 모습을 보면 마치 아래를 내려다보면서 호령을 하고 있는 듯이 보인다. 그 뒤로는 손오공, 사오정, 저팔계 순으로 뒤를 따르고 있다. (혹은 손오공 뒤에는 저팔계, 사오정 순이라고도 한다) 5개의 잡상이 있는 경우에는 삼장법사 뒤에는 삼장법사가 타고 간 말이라고 한다. 한참을 들여다보고 있노라면 그럴듯해 보인다. 그런데 잡상의 맨 앞에는 꼭 삼장법사가 있지만 그 뒤에는 서유기 인물들이 아닌 용이나 봉황 등 동물들의 잡상이 있기도 하다.
그렇다면 왜 궁이나 성문의 추녀 위에 서유기에서 나타나는 삼장법사와 손오공, 저팔계, 사오정을 올려놓은 것일까? 일부에서는 그 이유를 불법을 가지러 천축국을 다녀온 삼장법사 일행이 모든 사귀들을 물리치고 불법을 얻어 왔기 때문에 서유기에 등장하는 인물들을 처마 위에 올림으로써 하늘과 땅에서 몰려오는 모든 사악한 잡귀들을 물리치기 위함이다. 즉 삼장법사는 모든 자비와 선으로 악귀들을 제도하며 손오공과 그 일행인 저팔계, 사오정은 갖고 있는 신비한 힘으로 악귀들을 물리치기 때문에 성스럽다는 궁이나 대문 등에 잡상을 만들어 올렸다고 한다. 이런 점으로 볼 때 서유기는 우리나라에서도 조선조에 꽤나 유명했던 읽을거리였었나 보다. 재미있는 우리문화는 알면 알수록 재미있다. 단순히 지나치기만 할 것이 아니라, 구석구석 찾아다니며 그 의미를 되새겨본다면 우리 문화에 대한 소중함을 알 수 있다. 애국이 머 그리 대단한 것이 아니다. 내 것 하나 소중히 지키는 것이 참다운 애국이 아닐까. 문화사대주의에 찌든 요즈음 세태에 처마 위에 올라앉은 잡상들이 비웃지나 않으려는지 모르겠다.
궁궐 지붕 처마 끝에 있는 잡상 삼장법사, 그리고 삼장이 천축으로 타고간 말과 손오공, 사오정, 저팔계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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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토함산솔이파리 원문보기 글쓴이: 솔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