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 송병건
출판사 : 사회평론
출판일 : 2022. 06. 21.
경제학개론 수업을 들으며 교수님께서 설명해 주시는 다양한 시사 이슈들을 볼 때마다 금융과 관련된 지표가 경제를 설명하는 데에 많이 사용된다고 느꼈습니다. 금융시장에는 가계와 기업, 정부가 각각의 목표를 가지고 참여하기 때문에 금융이야말로 미시와 거시경제를 포괄하는 경제의 대표 영역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금융이라는 주제에 대해 부족한 기초 지식을 쌓고, 현재 배우는 거시경제에 대해 조금 더 깊이 이해해 보고자 이 책을 선택하였습니다. 이 책은 총 3편으로 구성된 '난처한 경제 이야기' 시리즈 중 3번째 책으로, 금융이 무엇인지부터 시작해 돈을 매개로 한 개인과 국가를 넘어 세계에 어떠한 영향을 끼치는지 알려주고 있습니다.
금융의 사전적 의미는 '이자를 받고 자금을 융통해 주는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가 금융을 떠올릴 때 단순히 돈을 빌려주는 것뿐만 아니라 주식, 채권, 외환, 선물 등 다양한 영역을 떠올립니다. 따라서 금융은, 단순 자금 융통을 넘어서 '돈의 형태를 변화시켜 적절한 곳으로 흐르게 하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금융은 누군가의 주머니 속에 있던 잉여 자금을 사회의 적재적소에 이동시키는 역할을 합니다. 서양에서는 주식과 보험으로, 동양에서는 계(契)로 발전해 와 현재의 다양한 금융상품을 통해 돈이 전 세계로 뻗어나가고 있습니다.
금융은 기본적으로 '은행'에서 이루어집니다. 은행은 인류의 경제활동 규모가 커짐에 따라 자금의 흐름을 전문적으로 관리할 만한 주체가 필요해짐에 따라 만들어졌습니다. 은행은 크게 일반은행, 특수은행, 중앙은행으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일반은행은 일반 대중을 대상으로 예금과 대출을 중개합니다. 특수은행은 특정 집단의 구성원들을 위해 만들어진 은행으로, 기능은 일반은행과 같습니다. 중앙은행은 은행의 은행 역할을 하는 곳입니다. 그러나 중앙은행은 화폐를 발행하고, 한 국가의 금융 정책을 결정하는 '금융 당국'의 역할을 하기에, 우리의 일상에 가장 크게 개입하는 은행입니다.
중앙은행이 금융 당국으로서 수많은 경제지표와 금융정책을 통해 달성하려는 가장 기초적인 목표는 '물가 안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물가 상승과 하락이 한 국가의 경제에 많은 영향을 끼치기 때문입니다. 대부분의 국가는 완만한 인플레이션, 즉 느리지만 꾸준한 물가 상승을 목표로 삼고 있습니다.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다양한 수단을 동원하지만, 이것이 지나치면 인플레이션과 디플레이션이라는 부작용을 낳게 됩니다. 물론 인플레이션이 무조건 나쁜 것은 아닙니다. 기업의 이익이 증가하고, 일자리가 늘어나며 가계 소득이 증가해 궁극적으로는 경제 성장을 촉진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것이 과도하면, 물가 상승을 감당하지 못하게 되고 경기 침체와 물가 상승이 동시에 나타나는 스태그플레이션이 발생하게 됩니다. 특히 디플레이션의 경우, 악순환이 시작되면 이를 끊기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중앙은행이 항상 경기 안정 정책을 통해 완만한 인플레이션을 유지하려고 노력합니다.
금융은 한 국가 내에서의 돈의 흐름뿐만 아니라 세계의 돈의 흐름을 포함하는 개념입니다. 돈이 세계로 뻗어나가는 매개는 바로 '금융상품'입니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주식과 펀드뿐만 아니라 선물, 옵션 등의 파생상품이 금융상품입니다. 이러한 금융상품거래를 위해 증권사, 자산운용사 등이 중개자로 존재합니다. 증권사는 주식시장을 운영하며 거래 당사자를 중개하고, 기업이 상장을 통해 자본을 모집하는 과정에서 조력합니다. 주가 왜곡 등을 감시해 자신의 잉여 자금을 투자한 투자자들이 막대한 손해를 보지 않도록 하는 감시자 역할을 하기도 합니다. 펀드는 여러 투자자로부터 많은 자본을 모아 전문가에게 대신 투자를 하게 합니다. 이러한 형태 때문에 수많은 종류의 기술과 인력이 결합해 다양한 펀드가 생겨나고 사라집니다. 여기서 발생하는 펀드의 가장 큰 부작용인, 내부적으로 문제를 발견하기 힘들어 시간이 흐른 뒤 투자 행위에 결함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는 것이 펀드의 위험성을 크게 높이는 원인이 됩니다.
선물과 같은 파생상품은 한때 세계 파생상품 판매액 1위를 기록했을 정도로 거래량이 많지만, 많은 사람이 개념조차 모르고 있어 뒤늦게 큰 손해를 보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선물 거래는 미래에 주고받을 물건을 미리 거래하는 것입니다. 여기서 사들인 물건의 가격이 오르면 이익을 보고, 가격이 내려가면 손해를 보는 구조입니다. 이러한 선물 거래가 늘어나면서 실물 인수 의사가 전혀 없는 투자자들이 시세차익을 노리고 선물 거래에 뛰어드는 경우가 많아졌습니다. 해당 물건의 소비가 많다면, 활발한 거래가 이루어져 전혀 문제 될 것이 없지만 소비가 줄어드는 경우에는 문제가 됩니다. 코로나 시기, 마이너스 유가 사태가 대표적인 예입니다. 전체 거래 중 약 5% 정도만 실제 원유 거래까지 이어지고 나머지는 시세차익을 위해 거래되었는데, 원유 소비량이 급감하면서 원유가 뽑혀 나왔음에도 실제 원유를 가져갈 사람이 없었던 것입니다. 그래서 원유 선물 거래에 뛰어들었던 많은 사람이 너도나도 가격을 싸게 줄 테니 원유를 가져가 달라고 호소했습니다. 결국 원유 가격이 마이너스가 되어 돈을 주고서라도 원유를 처리해야 하는 결과를 낳았고, 세계 경제에 직격탄을 날린 사건으로 남았습니다.
이처럼 금융은 한 개인과 국가를 넘어서 세계 경제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경제 영역입니다. 돈이 흐르는 방식인 금융을 이해하면 내가 가진 목돈을 어디에 투자해야 할지, 물가 상승으로 인해 얼마나 많은 생활비가 필요할지, 자본이 몰리며 성장하고 있는 분야가 어디인지 쉽게 파악될 것입니다. 거시경제를 이해하기 위한 기초지식이 부족하신 분과 금융상품에 투자하고 싶은데 경제 기사를 읽지 못해 답답하셨던 분들에게 이 책을 추천합니다. 이 책만으로는 부족하지만, 이 책을 읽고 나면 경제를 보는 시각이 훨씬 넓어지리라 자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