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리마켓, 샨티마켓

[서은이]

플리마켓, 샨티마켓!

월요일이면 돌아오는 공동체 프로젝트 시간. 이번 공동체 프로젝트의 주제는 지역기여와 마을발전이었다. 사실 정확한 주제를 파악하기도 전에, 내가 하고싶었던 것은 플리마켓 이었다. 플리마켓을 하고싶었던 이유는 이름만 들어도 간지가 났고, 우리가 직접 만들어서 파는 악세사리들이 좋아서였다. 이것을 마을기여라는 주제와 어떻게 연결시키면 좋을까 생각하다가 학교 홍보가 떠올랐다. 학교홍보와 직접 돈까지 벌어 뿌듯함을 느끼는 일석이조! 아니 일석 다조였다.

막막해 하는 기류가 흐를 때 쯤 친구들에게 플리마켓을 하고싶다고 했고 친구들도 좋을 것 같다며 나, 솔찬, 민주, 서연, 혜원은 플리마켓조가 되었다.

플리마켓을 준비하는 과정은 순탄하고 막힘없이 진행 될 줄 알았다. 하지만 예상대로 흘러가지 못했다. 생각보다 어려웠다. 플리마켓 장소는 어디서 할 것 인지부터 해서 무엇을 만들지, 언제 부자재를 사러갈지.. 해야할 건 많았지만 진전이 하나도 없었다.

월요일이 되면 앉아서 막막해 하기만 했던 우리에게 단비같이 내려온 사람이 바로 문희샘이었다. 진전 없는 우리에게 문희샘은 초고속으로 비행기 예매와 숙소 예매를 하게 하는 능력을 가지셨고 우린 목걸이까지 빠르게 다 만들어 냈다.

첫째날은 제주에 도착해 제주도민인 우진맘의 도움으로 숙식을 해결 하고 편안한 하루를 보냈다.

둘째날 일정인 토마스마켓에 처음 갔을 땐 기가 죽을 뻔 했다. 우리가 가져온 물건들에 비해 퀄리티가 높은 가방, 신발, 나무목공예들이 펼쳐져있었다. 기죽음을 감출 수 없었다. 죽을 뻔 했던 기를 살려준 건 팀원들이었다. 기죽을 필요가 뭐가 있냐며 앞장서서 테이블을 나르고 자리를 잡았다. 매우 고마웠다. 나도 그제서야 정신을 차리고 장사 준비를 했다.

다른 플리마켓 팀들도 우리에게 인사도 해주고 조금씩 도움을 주시니 긴장이 풀려졌다. 평소엔 인사해주는 게 별 거 아니라고 느꼈겠지만 그 땐 너무 고맙고 친절하게 느껴져서 자신감을 얻었다.

첫 장사는 나와 솔찬, 서연이가 판매를 했다. 제발 한 개라도 팔렸으면 하는 마음으로 조금이라도 물건에 눈길을 주는 사람을 보면 “구경하고 가세요”, “저희 대안학교에서 온 학생들이에요~” 하고 말을 걸었다. 확실히 마켓이라는 큰 틀이 있으니 손님들에게 말 걸기도 더 쉬웠고 편안한 마음으로 장사를 했다.

장사를 하면서 손님 중 한분이 자기 딸을 보내고 싶다면서 학교 설명회는 언제냐, 뭐하는 학교냐 많이 물어봐 주셔서 뿌듯하기도 하고 고마웠다. 학생들이 판매를 하니까 신기해하고 좋게 봐주시는 사람들도 많았다. 서산에서 제주까지 와서 플리마켓을 하는 게 흔한 일은 아니니까..

사람이 많이 몰리는 시간대 덕에 선발대였던 우리는 많은 물건을 팔고, 많은 홍보를 할 수 있었다. 손님을 맞이하는 게 즐겁고 기뻤다. 물건을 많이 판 것 보다 손님 맞이 하는게 더 즐거웠다. 그 후 후발대 친구들이 장사를 할 때는 비가 오는 날씨 때문에 손님들이 많이 없었는데, 그게 너무 아쉬웠다. 많이 팔고 안팔고의 차이가 아니라 손님을 맞이하는데 드는 느낌이 좀 다를 것 같았다.

그렇게 짧고 굵은 토마스마켓에서의 플리마켓을 마쳤다.

셋째날

숙소에서 2시간 쯤 걸리는 성산에서 플리마켓을 했다. 이 날 선발대는 솔찬, 서연이가 했는데 마켓을 열고 몇 분 안돼서 사람들이 많이 몰려왔다. 많은 사람들을 보고 오늘은 대박이구나, 완판각이다 라는 설레임을 가지고 있었다. 점심을 먹고 있는데도 문희샘 문자로 입금 알림이 날라오면서 완판의 기대감은 쑥쑥 올라갔다. 하지만 세상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솔찬, 서연 다음 주자는 나와 혜원이었는데 약 2시간 동안 손님이 한~명도 없는거다. 그 충격을 감출 수 없었다. 2시간동안 멍 때리다가 막판 쯤에 되서 두 손님에게 팔찌 3개를 판매했다. 홍보도, 판매도 안됐지만 쉰다는 기분으로 그 시간을 즐기려 노력했다.

넷째날

이 날은 플리마켓 장소가 잡혀있지 않은 날이었다. 그 대신 바닷가에서 자율판매를 하기로 했고, 마지막 날이라 제주의 여기저기를 둘러보았다. 우리가 첫 번째로 간 곳은 ‘재주도좋아’라는 환경단체였다.

문희샘은 우리가 학교에서 목걸이를 만들 때부터 우리가 만드는 ‘태슬목걸이’에 무슨 의미가 있냐며 물었고 우리는 아직 까지 답을 찾지 못한 상태였다. 문희샘은 우리가 나중에라도 물건을 팔 때 가치있고 의미있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봤으면 좋겠다 하셨다. 그렇게 우릴 데려간 곳이 ‘재주도좋아’였다.

재주도 좋아는 비치코밍을 통해 실생활에서 사용할 수 있는 인테리어 소품이나 예술작품을 만들어 판매를 하는 곳인데, 들어가자마자 감탄사가 안나올 수가 없었다. 뭐하나 새거가 아닌 주워온 나무판자, 의자들이 있었다. 파다에 마모된 유리들로 만든 악세사리도 많았다.

바다에 가서 쓰레기를 줍고 쓰레기통에 버리기만 했지 그걸 다시 무언가로 만들 생각은 하지 못했으니 많이 놀랄만도 했다.

최근들어 환경과 업사이클링에 관심이 많아졌는데 그 두가지를 합친 게 바로 눈앞에 있으니 눈이 안뒤집어 질 수가 없었다. 덕분에 내 인턴의 방향성에도 많은 도움이 되었다.

충분히 가치있고 의미있는 물건들을 보고 다음에는 더 새로운 도전을 할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을 받고 왔다.

재주도좋아를 다녀오고 오름을 오른 후 협재 바닷가로 출발을 했다. 대망의 자율판매의 시간이었다. 하기 전 까지는 자율판매 뭐 그까이꺼 손님 없으면 없는대로, 안팔려도 괜찮아! 라는 생각으로 갔다.

문희샘은 우리의 자치성을 키워주기 위해 카페로 가셨고 남은 우리끼리 해변으로 터벅터벅 걸어갔다.

문희샘은 전혀 개입하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보고나서도 괜찮겠지..라는 마음이 들었지만 막상 해변에 도착하니 무수히 많은 사람들에 뒷걸음질 치게 되고 자신감이 사라져버렸다. 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못팔더라도 시도는 해야하니, 가장 자신감이 넘쳐 보이는 솔찬이와 서연이가 먼저 장사를 시작했다. 옆에 있는 나와 민주, 혜원이는 처음엔 어찌 할 바를 몰라 멀리서 구경을 했다. 플리마켓 주위엔 사람들이 많았지만 그 아무도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참으로 암담하고 씁쓸했다..

우리는 뭐라도 해야할 것 같아서 안절부절 해하며 대책을 세워봤지만 현실가능성이 불가능했다.

막막했던 도중 민주가 지나가는 애어머니에게 “대안학교에서 온 학생들인데요, 저기 목걸이 팔고있는데 구경 한번 해보세요~” 라고 말했고, 그 아주머니는 민주의 눈 조차 보지않고 멎쩍은 웃음을 짓고 “네~”하며 그냥 지나치셨다. 옆에서 보고 있던 나는 충격과 민망함에 주저앉아 버리고 말았다.

그렇게 우린 2시간 동안 덩그러니 앉아있다가 장사를 접고 해변을 떠났다.

앉아서 자리를 지키고 있던 친구들에게도 미안했고, 자신감을 잃어버린 내가 안타까웠다. 이 날 자율판매를 통해 인도나 베트남 사람들의 호객행위를 존경스럽게 생각할 수 있게 되었고, 어딜 가나 자신감과 깡만 있으면 문제 될 건 없다 라는 걸 알게 되었다.

플리마켓이라는 걸 한번쯤은 꼭 해보고 싶었는데, 다른 곳도 아닌 제주도에서 했다니. 너무 뿌듯하고 좋은 경험이었다. 다음엔 샨티의 도움 없이도 혼자서 해보고 싶은 도전의식이 생겨서 기쁘다.

샨티마켓.. 흑자길만 걷자.. ♥

[소연]

간지.. 그거 중요하지 나 2n년 살았는데 아직도 간지 안나면 안하잖아.. 나 금속공예도 간지나서 시작했어.. 매우매우 중요....

[최문희]

서은이의 귀한 아이디어로 시작한 플리마켓이었군~! 샘도 함께 하게 되어 영광이었어 ^^ 아이디어 제안부터 기획, 공예작업, 판매, 진행까지 샘은 옆에서 거들었을 뿐, 진짜는 니네가 다 한거 알지? 아주 대단하다고 생각해. 그러니까 판매성과가 크지 못했다고, 길가던 사람에게 눈길 한번 받지 못했다고 너무 움츠러들지 말자. 덧붙여 '재주도좋아' 팀의 발견이 서은이에게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하니까 기쁘다. 단순히 보기에 이쁜 것, 좋은 것만이 간지가 아닌 당연한 것들에 질문을 던지는 삶도 간지난다는 걸 알게 되었을테니..^^

[초혜(임지우맘)]

판매율에 연연하지 말기를... 인턴과정에 해답을 얻었다니 이번 프로젝트는 서은이에게 성공적이었네.

[솔바람]

대안학교라고 해서 존중해주고 보호해주는 사람과 장소는 많지 않아.
인간 이서은으로서 존중받을 수 있어야지.
그렇게 세상 속으로 한 걸음 나아가는 경험이 된 것 같아서 글 읽으면서 흐믓해진다.

[수피]

그렇게 서은이가 되어간다...ㅎ
응원한다 딸아~~